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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임창정이 변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임창정 〈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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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냄새를 철철 풍기며 절절하게 열창하는 모습이 그 어떤 기교나 화려함보다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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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가요대상의 트로피는 H.O.T나 젝스키스의 것이 아니었다. 바로 「그때 또 다시」를 메가히트 시킨 임창정이 쥐고 있었다. 19년 뒤, 2016년이 된 지금도 그의 노래가 음원과 방송 순위를 휩쓸고 어느새 ‘갓창정’이라고 불리고 있다. 예능 출연도 별로 없이, 특별히 주목할 만한 이슈도 없이 음악으로만 이뤄낸 성과는 당대 함께 활동했던 다른 뮤지션들과 비교해봐도 괄목할 일이다.

 

그의 음악은 심하게 전형적이다. 단선율의 전주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곡을 고조시키는 현악 연주. 비정하리만큼 슬픈 단조와 후렴을 강조한 멜로디. 한잔을 털어내듯 ‘크’가 절로 나오는 걸쭉한 목소리로 절규하듯 내지른다. 그의 히트곡은 「늑대와 함께 춤을」을 빼고는 거의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도 그가 변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사계절이 되풀이되는 것처럼 ‘임창정표 발라드’를 고수하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워진 것이다. 자기 복제의 타박도 그의 앞에선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대중들은 그에게서 새로운 스타일이 아니라 새로운 드라마를 원한다. 그의 노래 안에는 다양한 내용의 러브 스토리가 존재한다. 직설적이고 솔직한 감정들이 여주인공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그대로 노랫말이 된다. 이번에도 「순심이」, 「너에게 달려간다」 같은 이질적인 두 곡을 제외하고는 작사 과정에 모두 참여했다. <I’M> 전반에 임창정 자신의 이야기와 이미지를 투영한, 평범하지만 평탄하지 않은 삶을 담았다. 큰 사랑을 받은 「소주 한 잔」, 「흔한 노래」처럼 일상적이지만 뻔하지 않은 작법이 그의 가장 큰 강점이기도 하다.

 

그는 누구보다 자신의 장점을 알고 그것을 정확히 프로듀싱한다. 작곡가가 여러 명이고 형식이 다른 노래들도 일정한 톤을 유지한다는 것은 그의 연륜과 균형 감각 덕분이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장르도 슬며시 시도하긴 했다. 스윙의 느낌을 살린 「다만 이제 날 놓아줘」, 빠른 템포로 화사한 분위기를 낸 「또 설레이는 이 길」, EDM이 중간이 삽입된(?) 디스코 댄스곡 「순심이」도 14곡이 수록된 앨범이기에 만날 수 있는 뜻밖의 선물이다.

 

영화든 방송이든 그는 어딘가 찌질해보이지만 진지하고, 망가지며 웃기면서도 어딘가 애잔했다. 그리고 이런 복합적인 성격들이 임창정을 보다 인간적인 캐릭터로 만들어낸다. 사람냄새를 철철 풍기며 절절하게 열창하는 모습이 그 어떤 기교나 화려함보다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반야(10_b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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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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