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란 직업은 무엇일까? 모차르트, 베토벤 등이 남긴 ‘옛 음악’을 들려주는 사람들이다. 그럼 정환호ㆍ최영민ㆍ김기경에게 피아노란 무엇일까? 그들에게 ‘옛 음악’을 들려주는 도구라기보다 자신이 겪은 오늘과 감성을 담는 일기장과 같다. 그래서 그들의 음악에는 오늘날의 감성과 감수성이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다른 피아니스트들과는 좀 남다른 세 남자의 피아노 사용법.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왼쪽부터 최영민, 정환호, 김기경
이렇게 한 자리에 다들 모여 인터뷰 하는 게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먼저 각자 소개 부탁드립니다.
정환호: 툴뮤직(toolmusic.co.kr)을 운영하며 피아노 연주와 작곡을 하고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의 감성을 담되 편안히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스스로 이름 붙인 ‘클래시컬 크로스오버’ 음악을 하고 있어요.
김기경: 클래식 음악과 즉흥연주를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는 김기경입니다. 최근 조세프 킴(Joseph Kim)이라는 예명으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콘서트 에튀드> 연주회를 툴뮤직과 기획했습니다. 쇼팽의 에튀드(연습곡)를 담은 앨범을 발매했었는데, 수록된 곡들과 낭만 시대 곡들을 재현해서 올린 1800년대 풍의 살롱 음악회였어요. 이처럼 독특한 기획의 콘서트로 대중과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최영민: 저 역시 피아노를 전공했습니다. 연주ㆍ작곡과 함께 클래식 음악들을 테크니컬하고 편곡하는 작업도 하고 있어요. 보통의 사람들이 클래식적인 감수성을 쉽고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보통의 피아노’라는 월간 프로젝트도 프로듀싱하고 있어요.
최영민 씨가 <보통의 피아노>를, 김기경 씨는 <콘서트 에튀드>를, 정환호 씨는 <소극적 위로>라는 제목의 콘서트를 선보인 뒤, 세 분이 한 무대에서 함께 하는 <소극장 피아노>를 가졌습니다. 피아노 옴니버스라는 장르명도 붙였더군요. 세 분이 어떤 인연으로 함께하게 되었나요?
정환호: 친구의 소개로 (최)영민이를 먼저 만났어요. 우리는 동갑이에요. 클래식 음악의 감수성과 대중에게 호감을 살 매력이 같이 있더라고요. 이러한 성향이 툴뮤직이 추구하는 방향과 비슷했어요. 당시 부산에서 활동 중이었는데 서울로 끌고 왔습니다.
최영민: 지금은 음악적 동지입니다. (김)기경이랑은 툴뮤직을 계기로 만났어요. 역시 추구하는 면이 비슷한 친구죠. 때로는 새벽에 피아노에서 듀오 곡을 몇 시간 동안 쳐보기도 해요. 그런 과정 속에서 서로 더욱 돈독해지고요.
김기경: 저는 가장 마지막에 합류했습니다. 신참입니다. (웃음) 2015년에 ‘달려라 피아노’가 진행한 <스트릿피아노배틀>에 참여했었어요. 그 때, 정환호 대표님과 함께 툴뮤직을 이끄는 정은현 대표님을 통해 캐스팅되었습니다.
앞서 얘기한 세 분의 공연, 그리고 세 분이 함께 한 <소극장 피아노>는 어떤 공연이었나요?
정환호: 각자의 개성이 녹아있되 이러한 것들을 한 무대에서 보여줄 ‘브랜드’가 필요했죠. 음악과 이야기를 통하여 일상의 감정을 공유하고, 위로를 주고받는 걸 콘셉트로 삼아서 저는 <소극적 위로> 공연을 했고요, 기경이는 클래식 음악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자 피아노가 있는 살롱의 분위기를 재현하여 <콘서트 에튀드>를 했습니다. 영민이의 <보통의 피아노>는 자신이 고안한 ‘생활 밀착형 음악’들을 들려주기 위한 공연이었어요. 똑같은 피아노지만 연주가에 따라 서로 다른 음악이 나온다는 것을 <소극장 피아노>를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서로 재밌게 작업했어요.
김기경: 피아노를 처음 배울 때 1대1 레슨이 많고, 입시ㆍ콩쿠르 준비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죠. 이러한 성장 탓인지 피아니스트는 독립성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다른 악기에 비해 강합니다. 그런데 이와 전혀 다른 분위에서 3명의 피아니스트가 뭉쳐서 ‘엮음’이라는 뜻의 옴니버스 콘서트를 한 것이죠.
개성이 강한 세 남자가 한 무대에, 그것도 한 대의 피아노 앞에 앉았다? 좋지 않았던 점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최영민: 딱 하나 있었어요. 여러 명의 연주자가 한 무대에 오르면 알게 모르게 경쟁하는 분위기가 생겨요. 콩쿠르 현장이라고 할까요? 관객에게 위로의 음악을 들려주기로 모인 만큼 우리가 편한 분위기를 연출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이렇게 함께 하는 기회도 별로 없었으니 그 과정이 피부에 확 와 닿지 않았던 거죠. 앞으로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보면 적응될 거예요.
정환호: 맞아요. 그리고 서로 명확히 해야 할 것도 있었죠. 옴니버스지만 세 사람이 만드는 ‘전체’를 위한 내러티브도 필요하니까. 개성은 잘 보여주었지만, 전체적인 흐름에서 약간 낯설어하는 관객도 있었을 거예요.
<보통의 피아노(최영민)> <콘서트 에튀드(김기경)> <소극적 위로(정환호)>. 세 공연 중 어떤 게 가장 인기가 많았나요?
(모두가 정환호를 지목한다)
최영민: 여성 관객이 가장 많았거든요(웃음)
김기경: 음악 작업도 우리 중에 가장 오랫동안 해왔죠. 대표곡 격인 ‘날아가’는 유명합니다.
정환호. 일곱 개의 디지털 앨범 <기다림에 관하여> <날아가>
클래식 음악계가 보수적인데, 대중과의 솔직한 만남을 위한 이 같은 음악 활동에 대한 따가운 시선 같은 것을 느낀 적은 없었나요?
최영민: ‘크로스오버 작업을 주로 하면 클래식 음악을 그만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음악가들이 작곡ㆍ발표하면 거기에 관객이 반응하는 역사가 클래식 음악의 역사였는데, (물론 그 음악에 대한 평가와 반향은 다음 세대의 몫이지만) 저도 이러한 흐름에 합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개인적으로 재즈를 독학한 뒤에 테크닉과 음색 면에서 더 많은 가능성이 열리기도 했고요.
김기경: 보수적이라고, 또 진보적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문화의 흐름에 따라갈 때도 있지만, 한편으로 예술가는 철학가로서 문화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마인드가 있어요. 여러 사람이 저의 음악으로 즐거워졌으면 좋겠어요. ‘셰프’가 맛있는 음식을 내놓을 때처럼요. 그래서 예명을 조‘세프’ 킴이라고 지었는지도. (웃음)
정환호: 사실 예전에는 그런 시선을 많이 신경 썼어요. 요즘은 생각 안 해요. 저는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기 전에 대중음악을 연주하는 드럼과 베이스를 했어요. 지금 연주하는 악기가 클래식 음악에 비중을 많이 둔 것일 뿐이지 대중음악적 감수성은 늘 유지합니다.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음악, 그들이 듣고 싶은 음악, 또 우리가 잘하는 음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마음가짐이 우리를 발전시키는 명료한 진리인 것 같아요.
대학교 앞에 차린 스튜디오가 커져서 오늘날의 툴뮤직이 되었다던데요.
정환호: 대학 졸업 후에 갖고 있던 피아노를 보관할 곳이 없어서 서울 동작구 상도동 근처에 공간을 빌렸어요. 그리고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기 위해 여러 사람과 공유했죠. 그게 시작이에요. 그러다가 파티도 하고 작은 연주회를 하기도 했는데, 그때 정은현 대표를 만났죠. 이후에도 많은 사람이 찾아왔어요. 그래서 길 건너에 비슷한 성격의 공간을 또 하나 만들었죠. 사람들이 모일 때 생기는 긍정의 시너지를 발견하던 시기였어요. 지금도 음악을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것에 늘 관심이 많아요.
피아노 연주, 작곡, 회사 운영, 강의 등 일인다역입니다. 대표로서의 리더십을 평가한다면?
최영민: 정환호 대표와 정은현 대표는 성향이 다릅니다. 정환호 대표는 중재자의 역할을 잘 해요. 목표가 생기면 각자가 맡은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뒤를 봐주고요. 개인적으로 대표와 직원이라는 상하관계보다는 친구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김기경: 애플도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공동창립했잖아요. (웃음) 정환호 대표는 모성애가 강하고 중재를 잘합니다. 반면 정은현 대표는 부성애가 강하죠.
‘소극적 위로’는 무엇인가요?
정환호: CTS 라디오 JOY에서 하는 방송입니다. 여러 음악을 들려주고 마지막에 클래식 음악 한 곡을 소개합니다. 청취자들의 사연을 받아서 읽고, 말 그대로 ‘위로’를 하는 콘셉트입니다. 위로일 뿐, 해답은 아닙니다.
김기경: 저의 지인이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었는데 ‘사연’을 보내고 ‘위로’를 받았어요. 신청곡도 찬송가였죠. 위로란 소극적이어도, 이 방송처럼 정말 필요한 것이라 생각했어요.
정환호: 올해 초부터 시작했고, 지금 15~16회를 지났네요. 한 사람을 위한 콘셉트이다 보니 ‘소극적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만 들었으면 해요. 많은 사람이 들으면 부담스러운 면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나중엔 무대에서 하는 공개 방송 형식으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정환호: 며칠 전 박사 학위를 받았어요. 예술경영으로 석사를, 음악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거죠. 대중이 어떤 음악을 듣고 싶어 하며, 또 어떤 음악을 들었을 때 큰 힘이 될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예전에 쇼팽의 발라드를 연주했는데 “나른한 연주다”라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콘서트 전문 피아니스트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제가 작곡한 곡을 들려주니, 그중 불면증에 시달리던 분이 음악을 듣고 난 뒤에 단잠을 잤다고 하더라고요. 그 때부터 시선이 바뀌었어요. 내 음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내가 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의 접점을 찾는 방향으로요. 음악가이자 기획자로서 그런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최영민. 2014년 8월 발매된 첫 앨범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최영민 씨의 곡을 들어봤는데, 굉장히 와 닿더라고요. 변주곡 형식으로 작곡한 게 눈에 띄었는데, 앞으로도 계속 이런 형식의 작업을 할 예정인가요?
최영민: 클래식 음악의 역사를 통해서 시대가 바뀔 때마다 작곡가들은 어떤 스타일의 곡을 만들었는지를 공부합니다. 저 역시 이러한 흐름 안에 살고 있는 한 명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늘 묻죠. 내 음악은 ‘클래식’일까, ‘뉴에이지’일까. 아니면 ‘20세기’적일까, ‘21세기’적일까. 변주곡 형식은 늘 존재했었기에 저 역시 선배 작곡가들처럼 도전해본 것입니다. 운 좋게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7개의 변주곡과 코다’가 여러 사람에게 공유되면서 많이 알려지게 되었죠. 지금은 월간프로젝트인 <보통의 피아노>에 주력하고, 이게 끝나면 변주곡 형식으로 작업 하고 싶은 곡들이 있습니다.
작곡은 어떻게 공부했나요?
최영민: 독학입니다. 군악대에서 재즈처럼 코드로 된 악보 읽는 법을 공부했어요. 선임 중에 재즈를 공부한 사람의 어깨너머로 배우고 곡도 써보곤 했죠.
2015년 12월부터 진행 중인 <보통의 피아노>는 무엇인가요?
최영민: 스물여덟 살까지는 클래식 음악만 공부했어요. 그때까지 관심사는 ‘상대방보다 어떻게 하면 잘 칠 수 있을까?’에만 있었고, ‘내 음악을 누가 들을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은 없었죠.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7개의 변주곡과 코다’에도 테크닉을 보여주는 데에 큰 목적을 두었어요. 그런데 정환호 대표와 작업하면서 음악 듣는 사람들, 즉 ‘수요’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그리고 듣기 편한 곡을 작곡하여 월마다 2~4곡을 발표해보자고 마음먹었어요.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없는 ‘보통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기에 ‘보통의 피아노’라고 이름 지었죠. 처음엔 ‘보통’과 ‘피아노’란 단어가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꽤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한 달에 두 세곡씩 내느라 고통(?)받고 있는데요, (웃음) 감상자의 시선과 느낌으로 제 자신을 훈련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유튜브에서 <보통의 피아노> 시리즈를 쭉 들어보았는데, 다 좋더라고요. 잔잔한 느낌이, 마치 퇴근할 때 하루를 돌아보게 해주는 ‘퇴근길 음악’이라고 할까요. 다른 멤버들도 다 들어보았을 텐데, 몇 개 추천을 좀 해주신다면?
정환호: ‘여전히 당신은’. 그리고 ‘레미니선스’는 파가니니(1782~1840)의 곡을 응용해서 썼는데 깊이와 감성이 있어요. 보편적인 성격의 곡이지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도 해요. 약간 변태적인 감수성이랄까. (웃음)
김기경: ‘윈터 왈츠’를 추천해요. ‘윈터 왈츠’ 들은 뒤에 ‘레미니넌스’ 들으면 좋을 겁니다.
‘생활 밀착형 음악’이란 말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까요?
최영민: 제가 원하는 음악의 방향과 생각을 담은 말이에요. 연주자가 들려주고픈 음악만을 듣는 음악회와 달리 우리는 생활 속에서 이어폰으로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골라서 듣습니다. 저의 음악도 그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전엔 ‘이런 곡 만들면 좋아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요새는 ‘어떤 곡을 만들어야 사람들이 편하게 들을까?’라는 고민을 더 많이 해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최영민: 정 대표와 기경이랑 이야기할 때 저는 늘 러시아 5인조를 예시로 듭니다(러시아 5인조는 5명의 작곡가 발라키레프ㆍ큐이ㆍ보로딘ㆍ무소르크스키ㆍ림스키코르사코프로 구성된 그룹이다). 그들 사이에 편차가 있었을 테지만 좋은 음악을 위해서 탐구하고 토론하고 노력한 이들이었다는 건 확실하죠. 그렇게 의미 있는 활동을 이들과 오랫동안 하고 싶어요. 10년 뒤에도 좋은 음악을 위해 서로 고민하고 토론 하는? 먹고사는 고민은 평생 하는 것일 테고(웃음)
김기경은 독일 유학 중 발티돈콩쿠르 5위, 베를린 스타인웨이 프라이즈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작곡, 합창지휘, 즉흥연주에 능한 그는 영화 <샤인>의 실제 주인공인 데이비드 헬프갓을 그린 독일 다큐멘터리의 음악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2016년 툴뮤직과 함께하는 첫 번째 프로젝트로 쇼팽 연습곡 앨범을 발매했다.
첫 프로젝트에서 쇼팽을 집중적으로 선보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기경: 저는 쇼팽(1810~1849)의 곡을 가장 좋아하고 가장 많이 접했어요. 피아노를 전문적으로 공부하려면 쇼팽의 연습곡을 칩니다. 테크닉뿐만 아니라 음악에 감정과 이미지를 입히고 메시지를 전달하기까지, 이 모든 것을 연습하는데 최적화된 곡이 쇼팽의 에튀드입니다. 그 중 많이 연주될 만한 6곡을 추려서 음반에 담았어요. 콩쿠르에 나가면서 수없이 쳤던 곡들인데, 이번 앨범에는 심사위원과 콩쿠르가 원하는 기준이 아니라 제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아보았습니다.
즉흥연주에도 능하다고 들었습니다. 영화 <샤인>의 실제 주인공인 데이비드 헬프갓을 그린 다큐멘터리
김기경: 사실 어드바이저 위치였는데, 제작사 측에선 프로듀서로 대우해 주었어요. 슈투트가르트 음대에 다닐 때, 친구가 영화사에서 연주자를 찾는다고 하더라고요. 필름은 준비돼있는데, 그 위에 즉흥 연주를 할 사람이 필요했던 거예요. 당시 학교 주최 즉흥연주 콩쿠르에서 상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소개받았던 거죠. 영상은 계속 흐르고 그걸 보면서 피아노를 연주하여 음악을 입히는 작업이었어요. 처음 해보는 것이었는데, 적성에 잘 맞았어요. 이 영화가 한국에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최근에 조세프 킴이라는 이름으로 자장곡집을 발매했습니다. 자신이 다 컸다고 생각하는 아이들과 내가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을 위한 앨범입니다.
인터넷에 보니 ‘모범아티스트’란 별명이 있던데요.
정환호: 잘못 본 것 같아요. 겪어보니 제일 예술가다워요. (웃음) 자기 세계가 확고해서 정말 좋아요. 그 세계로 들어가 보고 싶기도 하고요.
최영민: 스펙트럼이 정말 넓어요. 클래식 음악도, 즉흥 연주도 고 퀄리티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김기경: 천천히 오래가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유투브의 ‘JOSEPH조세프 KIM킴’ 채널을 통해서 제가 유학 시절부터 해온 음악을 들을 수 있어요. 저는 이번 5월에 <콘서트 에튀드>와, 형들과 <소극장 피아노>를 하면서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즉흥 연주할 때 함께 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지금은 두 선배님이 함께 하고, 연주로 대화를 나눈다는 게 재밌게 느껴져요. 함께 할 수 있는 작업이 많은데 정리와 기획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음원이든, 공연이든, 다른 예술가와 콜라보레이션이든 잘 기획해보려고요.
세 피아니스트의 개성은 제각각이었다. 정환호는 대표답게 냉철했고, 최영민은 감성적이었고, 김기경은 형들의 틈새에서도 제 목소리에 힘을 실을 줄 아는 당찬 막내였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진하고도 따뜻한 자신들의 음악으로 다가가려는 마음은 공통으로 느껴졌다. 그들이 일상에서 길어 올린 감성들은 앞으로도 수많은 선율로 빚어질 것이다.
송현민
음악평론가로 음악 듣고, 글 쓰고, 음악가들을 만나며 책상과 객석을 오고간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공부했고, ‘한반도의 르네상스’를 주장했던 음악평론가 박용구론으로 제13회 객석예술평론상을 수상했다. 월간 <객석>을 중심으로 취재 및 집필 활동을, KBS 1FM에서 방송 활동을 하고 있다.
jijiopop
2016.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