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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은초, 너무나 친숙해서 잘 몰랐던 리코더

리코디스트 염은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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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 즈음 불어보았던 악기 리코더. 염은초는 ‘누구나 불 수 있는 악기’인 이 악기에서 ‘누구나 낼 수 없는 소리’를 뽑아내는 리코디스트이다.

 

지난 겨울, 독일 작곡가 텔레만의 플루트 곡을 리코더로 연주하는 소리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을 때, 이어폰을 꽂고 거리를 걷고 있던 나는 순간 발걸음을 멈췄다. 겨울이었지만, 봄을 예고하는 홍방울새의 지저귐 같았다. 연주자 소개가 나오기를 기다리니, ‘염은초’란다. 누구나 불 수 있는, 그래서 누구나 불어본 이 악기는 사실 중세음악부터 18세기 바흐는 물론 20~21세기에 작곡된 현대음악에서 중요하게 사용되는 악기이다. 천 년 전 음악부터 어제 작곡된 음악까지, 리코더 하나로 그 세계를 아우르는 염은초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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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계기로 리코더를 접하게 되었나요?

 

초등학교 3학년 때였어요. 음악 시간에 리코더를 배웠는데, 잘 불었나 봐요. 선생님이 수업 끝나고 잠깐 보자고 하셨어요. 보물 상자 같은 것에서 나무 리코더를 꺼내 보여주시더라고요. 선생님께서 취미로 하시는 것이었죠. ‘삐’ 불어보니 소리가 너무 예뻤어요. 그래서 당시 리코더 아카데미라는 곳을 소개해주셔서 엄마를 졸라서 배우게 됐죠. 그 전에 피아노, 바이올린, 클라리넷을 배웠는데, 다들 한 달을 못 넘겼어요. 
 
그럼 리코더는 한 달 넘게 배웠나요?

 

리코더로만 구성된 오케스트라였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는 테너리코더를 불었어요. 운 좋게 입단 후의 첫 연주회가 캐나다와 일본에서 있었어요. 저 혼자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연주했어요. 그걸 본 사람들이 “나중에 솔리스트가 되겠다”라고 말했어요. 아무튼 혼자 튀었던 거죠.(웃음)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었는데 선생님을 찾는 게 쉽지 않았어요. 후에 만난 선생님도 사실 학교 교장이셨고, 취미로 시작하여 전문가의 단계에 오르셨던 분이었죠. 그 분께는 관악기에서 가장 중요한 호흡법을 집중적으로 배웠어요. 그래서 지금도 호흡의 기초는 탄탄합니다. 그러던 중 5학년 때,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 리코더 전공이 생겨서 입학했어요. 중학교 1학년 때는 금호아트홀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대학교 과정에 준하며, 초ㆍ중ㆍ고등생을 대상으로 한 예비학교는 주말에만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리코더는 어린 시절부터 학교에서 다들 배우지만, ‘리코더 전공’은 좀 생소한데요. 본격적인 전공 수업은 어떠했나요?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경쟁이 치열했어요. 그때는 지금처럼 유투브에 클래식 음악이 많지도 않아서 1주일에 4~5장의 CD를 구입해 들으면서 따라 불어보기도 했어요. 영재들을 위한 공연이나 연주단체와의 협연 오디션 정보를 선생님들께서 알려주셨고, 그걸 준비하면서 곡들을 완벽하게 암기했어요. 레슨은 ‘배움의 시간’이라기보다는 스스로 공부한 것을 ‘확인받는 시간’이었고, 스스로 서바이벌 하는 법을 배웠어요. 그리고 학교를 관두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의 수업만 들으면서 홈스쿨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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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을 보니, 제20회 국제 야마나시 고(古)음악 콩쿠르에서 2위없는 3위에 오르고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고 되어 있습니다.  

 

2006년, 그러니까 14살에 야마나시 고음악 콩쿠르에 나갔어요. 그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고음악 관련으로 큰 콩쿠르더라고요. 출전자들도 대학 과정을 마친 이들이었고, 저랑 같이 나간 학생들 대부분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인 대학생이었죠. 아이크(1590~1657)가 작곡한 리코더 독주곡, 텔레만(1681~1767)의 리코더 소나타, 필리도르(1681~1731)의 리코더 모음곡을 불었습니다. 입상과 동시에 저를 스위스로 유학을 주선할 스승을 만나게 됩니다. 세계적인 리코더니스트 프란츠 브뤼겐의 수제자인 케스 뵈케 교수이죠. 그분이 저를 위해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만들어서 주었습니다.

 

스위스 음대에 16살에 입학했는데, 무엇을 배웠나요?  

 

최연소 입학생이었어요. 그곳에서 중세음악과 현대음악을 배웠어요. 박사과정에 준하는 고난이도 연구과정을 밟았죠.
 
리코더라고 하면 주로 중세음악과 바로크 음악을 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현대음악과 리코더의 궁합이 궁금한데요.

 

17살, 그러니까 대학교 2학년 때였어요. 스위스 로잔의 프라임 리코더 앙상블이 전자음악과 함께 하는 음악을 녹음할 기회가 있어서 함께 했어요. 리코더로 현대음악을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단체예요. 여기 수석주자의 추천으로 함께 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최악’과 ‘최고’의 경험을 하게 됩니다. 당시 현대음악을 접하고 배운지 몇 년 안 되었지만, 여러 콩쿠르 수상 경력이 있었고, 스위스 음대의 최연소 입학자이자 학교에서 자랑하는 학생이었는데, 녹음과정에서 지휘를 맡았던 안토니오 폴리타노(Antonio Politano)가 제게 악기를 그만두라고 하더라고요. 억울해서 2주 동안 밤새서 연습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 현대음악에 대한 테크닉과 감수성을 다 배웠던 거 같아요. 그리고 10대 때는 자작곡을 써서 연주하기도 했어요. 

 

왜 작곡을 했나요?

 

작곡가들이 리코더에 대해서 잘 모르고 곡을 쓴 것 같더라고요. 어느 날 유럽작곡가가 쓴 현대음악을 불고 있었는데 “이건 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3년 정도 즉흥 연주법을 배우며 내공을 쌓았고 그 기법이 저의 작곡기법으로 이어지게 했죠. 즉흥연주는 ‘느낌’을 따라가지만, 작곡은 정확한 ‘테마’가 있어야 하거든요.
 
작곡한 곡들 중 몇 곡을 소개해줄 수 있나요? 

 

<For Teacher>는 앞서 말씀드린 케스 뵈케 선생님께 헌정한 곡이에요. 그 분 덕분에 제가 유럽에서 전문적인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으니까요. 프라임 리코더 앙상블과 녹음하면서 잔뜩 깨졌지만 그 때 배운 감각을 가지고 작곡한, 리코더와 전자음악을 위한 곡입니다. 두 번째 곡은 2012년에 작곡한 <베이스리코더ㆍ소프라니노리코더ㆍ소프라노리코더를 위한 비주얼 아트 10Y>입니다. 2013년에 금호아트홀 라이징 스타 무대에 섰는데, 그 때가 데뷔 10년 차였어요. 그래서 ‘10 years’를 줄여서 ‘10Y’라는 제목을 붙였던 것이죠. 10년 동안 음악가로서 발전한 과정을 리코더로 표현했어요. 처음 악기를 잡았을 때를 회상하며 곡은 미흡한 테크닉으로 시작되고 마지막에는 현재 지니고 있는 기교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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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과정으로 고음악과 중세음악에 강점을 둔 스위스 바젤 스콜라 칸토룸에 입학했습니다. 여기에도 19세 최연소라는 꼬리표가 붙네요.

 

이 학교의 도서관에는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귀한 악보들이 많은데, 학생들을 위해 다 개방하는 최고의 교육환경이었죠. 리코더계의 ‘여왕’이라 할 수 있는 콘라드 슈타인만 교수에게 리코더와 다른 악기들이 함께 하는 앙상블의 묘미를 배웠어요. 그런데 첫 학기에 독일 니더작센 국제리코더 콩쿠르에 입학했어요. 국제 콩쿠르를 입상하면 연주 제의가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학업을 병행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학교를 관두는 학생도 많죠. 저는 학교에서 배우고 싶은 게 많았어요. 그래서 1주일에 몇 번씩 비행기를 타면서도 학교를 꼬박꼬박 다녔어요.
 
한국에서 스위스로 학업을 이어가면서 많은 스승을 만나고, 여러 종류의 리코더도 불어보았겠어요. 저도 사실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세상에 이렇게 많은 리코더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리코더의 종류는 정말 많아요. 야마나시 콩쿠르에 나갈 때에 독일 리코디스트가 나무로 된 독일수제 악기를 구해다 주었어요. 처음 불어보았을 때, 정말 느낌이 달랐습니다. 바젤 음대에 다니면서 하나씩 부지런히 모았는데, 운 좋게 저를 위해 악기를 직접 만들어주는 분을 만날 수 있었어요. 이런 경우는 아주 드물죠. 

 

이 많은 악기들을 다 사용하나요?

 

가장 높은 음을 내는 소프라니노 리코더, 소프라노 리코더, 알토 리코더가 기본 구성이에요. 보이스플루트는 사람의 목소리와 닮았다고 해서 이러한 이름이 붙은 겁니다. 목소리에 따라 각 성부가 나눠지듯이 리코더도 테너리코더, 베이스리코더 등이 있고, 베이스리코더는 또 G베이스리코더, C베이스리코더 등으로 나눠지기도 해요. 그래서 다 합하면 서른 종류가 넘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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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니 소유하고 계신 악기의 나무의 결이 굉장히 아름답네요.

 

제가 사용하는 것은 올리브나무를 깎아 만든 거예요. 올리브 오일을 추출하는 나무이기 때문에 느끼한 소리가 날 때도 있어요(웃음). 저는 강한 소리를 내는 악기를 선호해요. 프로라면 단단하고 소리도 커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서도 여리고 섬세한 면이 있어요. 제가 불 때는 예쁜 소리가 나는데, 다른 연주자가 불면 소리가 잘 안 난다고 하더라고요. 

 

목재와 플라스틱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플라스틱리코더는 아마추어, 나무리코더는 전공자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병행하며 사용해요. 플라스틱리코더는 기계에 의하여 완벽히 계산되어 만들어졌어요. 그런 태생대로 정확하고 깔끔하고 딱 맞아떨어지는 소리를 내요. 그게 매력이죠. 그래서 플라스틱이 개발된 20세기에 작곡한 음악인 현대음악을 연주하면 음악과 음색이 딱 맞아 떨어집니다. 나무 악기는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날씨의 영향도 많이 받는 사람에 비유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달래가면서 부는 재미가 있죠. 플라스틱리코더는 이러한 기복이 없어서 심심할 때도 있어요. 
 
영국 길드홀음악연극학교의 최고연주자 과정, 즉 박사과정에 재학 중 런던 칼 젠킨스 뮤직 어워드에 입상했습니다. 칼 젠킨스(1944~)는 현대음악 작곡가로 잘 알려져 있는 사람인데, 자신의 이름을 단 이런 큰 상을 운영하고 있는 줄 몰랐습니다. 

 

스위스는 고음악이, 네덜란드는 현대음악이 강세인데, 영국 길드홀학교는 두 음악 모두 잘 가르친다고 해서 입학했어요. 칼 젠킨스 뮤직 어워드의 심사과정은 자신의 연주 동영상을 유투브에 올리고 그것을 가지고 수상자를 뽑는 방식이에요. 몇 만 명이 지원하는데, 클라리네티스트 엠마 존슨, 뮤지컬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 등이 심사위원이였죠. 파이널리스트는 바이올린ㆍ피아노ㆍ첼로 등이었고 리코더는 저 혼자였어요. 

 

무슨 곡을 연주했나요?

 

저는 학교에서 지원해보라고 해서 했는데, 비발디의 리코더 협주곡 RV.443번과 독주 리코더를 위해 한국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이 쓴 <중국의 그림>이라는 곡을 준비했어요. <중국의 그림>의 3악장이 ‘원숭이와 함께 하는 연기’라는 제목이 붙은 곡인데요, 학교 측에서 이것을 보더니 원숭이 배역의 연기자를 붙여주겠다고 했어요. “은초야, 연기자는 얼마든지 준비가 되었다!”라면서. 음악 배우러 입학했다가 연기까지 함께 배우는 인생이 시작됩니다(웃음). 당시 연기지도교수인 다이나 스타브 많은 관심을 보였어요. 대니얼 크레이그, 주 드로, 이완 맥그리거 등을 가르친 스승이자 BBC방송 배우 출신이었죠. 그 분께 연주에 필요한 연기를 2주만 배울 계획이었는데, 이를 인연으로 7개월 동안 연기지도를 받았어요.

 

뜻밖에 배운 연기가 연주에 도움이 되었나요?  

 

연주할 때마다 “뭔가 2퍼센트가 부족하다” “부담스럽다”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했어요. 그런데 연기 수업을 통하여 무대 매너부터 연주에 필요한 총체적인 퍼포먼스를 배운 거예요. 개인적으로 두 개를 배우느라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요. 

 

영국에서 음악 외에 다양한 경험을 접한 거였네요.

 

다들 저에게 “최고의 선생들과 함께 리코더의 실크로드를 밟았다”고 해요. ‘최연소’라는 기록도 그렇고, 리코더가 걸어보지 못한 새로운 길을 걸어 다녀보았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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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다양한 무대에 섰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를 꼽는다면?

 

2004년 데뷔 공연이에요.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 재학 중이었을 때, 학교 오케스트라와 함께 비발디의 리코더 협주곡 RV.448을 연주했어요. 그로부터 10년 후인 2014년 4월에 스위스 세인트갈렌에 위치한 작은 성에서 가진 공연이 기억에 남네요. 성주가 바젤 스콜라 칸토룸 졸업연주회를 보고 초청한 것이었죠. 공연제목은 제가 직접 지었는데 ‘저니 오브 유(Journey of You)’였어요. 바로크 시대 때 유명했던 영국ㆍ독일ㆍ프랑스ㆍ오스트리아ㆍ이탈리아 작곡가들의 곡을 하프시코드ㆍ바로크 바순ㆍ비올라 다감바와 함께 연주했던 공연입니다.
 
인터뷰 전에 저에게 “그동안 비행기를 너무 많이 타서 2016년의 목표는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것입니다”라고 하여 그동안의 바쁜 스케줄을 짐작할 수 있었어요. 세계 여러 공연장을 다니면서 다양한 관객들과 만났을 텐데, 한국과 외국 관객들의 차이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유럽의 관객층은 노인이 많은 반면에 한국은 유치원생부터 초ㆍ중ㆍ고등학생, 삼사십 대까지 젊은 관객이 많아요. 즐기는 자세로 음악을 대하는 유럽과 달리 한국에선 어떤 ‘교육열’이 느껴져요. 관객들 중 부모님들이 자녀들을 위한 교육을 목적으로, 또는 진로선택을 위하여 제 공연에 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때론 공연의 기획이 음악가의 주특기나 적성보다는 이러한 관객들에게 맞춰지는 경우도 있고요.   

 

많은 이들이 ‘음악가의 취미는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리코더를 잡고 있지 않을 때는 무엇을 하나요? 

 

미술관 가는 것을 좋아하고요, 취미는 수다입니다. 시골에서 잡초 뽑는 것도 좋아하고요(웃음). 잠이 안 오면 팝 중 마음에 드는 곡의 가사를 베껴 써 봐요. 싱어송라이터의 가사에는 그 사람의 인생 이야기가 담겼거든요. 베껴 쓰다보면 한 사람의 인생을 알고, 그것을 음악으로 어떻게 풀어냈는지 알게 되는 거죠. 팝이나 클래식음악에 속하는 현대음악이나, 지금 현재에 만들어진 음악이기에 통하는 면이 많아요. 테일러 스위프트를 좋아해요. 

 

제 선입견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의외의 영역에 취미가 있으시네요. 어떻게 보면 그러한 방법들이 본인의 음악을 위한 영감을 얻는 방식이기도 하겠네요.  

 

미국 코미디언 에이미 슈머의 토크쇼도 자주 챙겨 봅니다. 혼자서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인데, 인생과 사회에 대하여 코믹하게 풀어나가요. 음악이든, 연극이든, 코미디든 무대란 관객과 함께 만드는 한편의 상황극이에요. 테일러 스위프트나 에이미 슈머는 자신들의 이야기와 관객이 듣고 싶은 것을 동시에 풀어내고, 배운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타일대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럼 클래식 음악가 중에도 테일러 스위프트나 에이미 슈머처럼 본받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지오반니 안토니니입니다. 리코더리스트로 출신이자 현재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죠. 그의 리코더 소리를 들어보면 자신의 느낌과 자기감정에 충실하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저도 연주할 때, 사람들이 “저건 은초 소리다!”라며 알더라고요. 그래서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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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헨델과 더불어 독일의 바로크음악 거장인 텔레만(1681~1767)이 플루트 독주를 위해 작곡한 열두 개의 환상곡 전곡을 리코더로 연주한 <Fantasy In London> 앨범을 2015년에 발매했습니다. 한국의 리코디스트가 12개의 전곡을 녹음한 것은 최초라며 국내외에서 많이 회자되었어요.

 

10살 때부터 텔레만의 곡을 다 연주하게 되면 공부를 마치겠다고 제 자신과 약속했었어요. 이 곡은 리코디스트들이 어느 정도 경지에 올랐을 때, 음반으로 내는 곡이에요. 그래서 저는 남들의 은퇴작이 데뷔작이 된 셈이죠(웃음). 젊어서 강한 연습을 버틸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이 있을 때 도전해야 하는 곡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성숙함보다는 지금의 제가 지닌 열정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선생님들은 제게 늘 말씀하셨어요. “은초! 리스크를 타라! 그것이 성공의 방법이다!”라고요.

 

텔레만은 독일의 작곡가인데, 앨범의 제목은 런던을 떠올리게 하는 <Fantasy In London>입니다. 제목에 담긴 의미가 궁금한데요. 

 

제 인생에서 일어난 환상적인 순간은 런던에서 많이 있었거든요. 연기를 배운 것도 그렇고, 칼 젠킨스 뮤직 어워드 입상으로 인하여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었던 것도 그렇고요. 그래서 그 때의 기억과 감성을 담은 것입니다.
 
텔레만을 정복(?)했다고 하여도 여전히 연주를 힘들게 하는 작곡가가 있을 텐데요.

 

바흐에요. 어렵지만 좋아하는 작곡가예요. 사실 유일하게 바흐의 곡만 잘 연주가 안 되고, 심지어 집중하기 위해 무대에서 악보를 보고 연주해도 힘들 때가 많아요. 바흐는 저에게 평생 어려울 것 같아요.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주세요. 

 

5월 26일에 오르겔하우스에서 하우스콘서트가 있어요. 바흐의 곡이지만 한편으로 바흐의 아들인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1714~1788)가 작곡했다고 추정되는 바이올린 소나타 BWV.1020과 플루트 소나타 BWV.1034을 하프시코드의 반주로 연주합니다. 그리고 작곡가 오정웅이 저를 위하여 작곡한 ‘프렐류드와 푸게타’를 연주하기도 하고요. 현재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8월부터는 용인에 있는 집에서 전원생활을 할 생각이에요. 리코디스트가 키운 유기농 채소! 재밌지 않나요? 스콧 니어링(1883~1983)은 자연 속에서 모든 걸 즐기고 살았더라고요. 현대화된 시대에 맞서서 자기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갖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에요. 그래서 용인의 집에 작은 홀도 만들고, 그곳에서 연주도 하며 신개념 아티스트의 생활을 할 생각이에요(웃음). 사실 외국 생활을 오래해서 서울에 유학 온 느낌입니다.  

 

지금 읽고 있다는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의 제목이 굉장히 쇼킹하게 다가오는데요, 이 책 이야기 하면서 인터뷰를 마무리 하죠.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고른 책이에요. 다 읽으면 일기에 이렇게 쓰겠죠? “현재의 나는 죽었다. 그리고 새로운 내가 태어날 것이다”라고요(웃음). 저는 1년 365일 중 400번의 도전을 하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요. 새로운 것을 찾아서 어디론가 떠날지도 모르고요.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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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송현민

음악평론가로 음악 듣고, 글 쓰고, 음악가들을 만나며 책상과 객석을 오고간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공부했고, ‘한반도의 르네상스’를 주장했던 음악평론가 박용구론으로 제13회 객석예술평론상을 수상했다. 월간 <객석>을 중심으로 취재 및 집필 활동을, KBS 1FM에서 방송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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