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열다섯 앳된 소녀는 없다. 어느새 스무 살이 된 버디는 세 번째 앨범
지난 앨범에 이어 이번에도 모든 트랙의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렸다. 유려한 형식미가 돋보였던 기존의 작법에 명확한 어필 포인트를 갖춘 후렴을 배치해 더 쉽게 귀에 들어오는 것이 앨범의 특장점. 게다가 음반에서 가장 먼저 공개된 「Keeping your head up」을 비롯, 업 템포 곡도 일부 수록해 듣는 재미를 더했다. 템포의 변화가 있을지언정, 음반의 테마는 분명하다. 개성 있는 음색과 잘 맞는 어두컴컴한 음악들은 버디만의 캐릭터를 공고히 한다. 신보는 라나 델 레이와 로드(Lorde), 엔야의 중간 지점 어딘가에 그만의 영역을 구축한다.
선율의 힘은 강해졌고, 특유의 음울한 정서는 더욱 진해졌다. 리드미컬한 퍼커션 진행이 매력적인 「Shadow」, 피아노를 중심으로 보컬을 강조한 「Lost it all」과 「Unbroken」, 「Beautiful lies」는 기존 기조를 확장시키며 물오른 멜로디 감각을 뽐낸다. 진성과 가성을 넘나드는 현란한 가창은 리드 싱글 「Keeping your head up」에서 특히 빛나고, 트렌디한 로드를 보는듯한 「Wild horses」, 「Hear you calling」은 여느 주류 팝 싱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Silhouette」와 「Save yourself」, 「Beating heart」의 표현력은 예사 스무 살의 것이 아니다. 지극히 감정적이지만 과하지 않고, 깊이와 섬세함을 두루 갖췄다.
매끈한 만듦새와 날렵한 훅이 앨범 전체를 아우른다. 아찔하도록 구슬픈 음색과 보컬 테크닉은 정점에 올랐다. 전작이 싱어송라이터 버디의 등장을 알렸다면,
2016/04 정민재(minjaej92@gmail.com)
[관련 기사]
- 스터길 심프슨, 어린 아이에게 전하는 이야기
- 장미여관은 잘 있단다
- 루사이트 토끼, 소녀라는 껍데기를 벗다
- 슈스케가 못 이긴 강렬한 야성, 리플렉스(Reflex)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