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솔직한 마음을 들여다보기 두려워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그 사람을 어떻게 괴롭히고 있는지 이미 잘 알고 있을 수도 있고, 적어도 대충 감을 잡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대답은 듣는 게 놀랄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직접 물어서 답을 듣는 것과 묻지도 않았는데 잔소리나 부탁의 형태로 듣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당연한 말이지만 상대방의 솔직한 답변을 듣기 위해서는 용기와 겸손함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마음을 먹어도 처음에는 불편하고 두려울 수 있다. 그렇지만 용기를 내어 막상 해보면 생각만큼 어렵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오히려 질문을 통해 마음이 열려서 깨닫는 게 많아지고 결국 서로에게 감사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더 나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데 고마워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물론 “나와 같이 지내면서 가장 힘든 게 뭐야?”라는 질문을 한다고 해서 나의 행동이 단번에 바뀌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질문을 하든 말든 존재한다. 하지만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과 드러내놓고 의식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문제는 덮으려고 할수록 원망하는 마음이 커진다. 서로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암묵적으로 지금의 방식을 계속 강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직하게 질문을 하면 최소한 무엇이 그 사람을 힘들게 하는지 알 수 있고, 그것을 바로잡을 기회가 생긴다.
어려운 문제를 속 시원하게 말하는 것, 그 행동만으로도 불만은 잦아든다.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수용할 자세를 보이면 보통은 문제에서 ‘가시’가 빠지고 문제의 강도가 줄어든다. 눈과 귀를 열고 기꺼이 문제를 보려고 하면 상대방도 변화를 위한 노력을 알아봐준다. 그러면 차분하게 문제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다. 다시 말해 문제를 고치려는 나의 노력 때문에 상대방도 그 문제에 대해 공격적으로 반응하기 어려워진다.
몇 해 전에 크리스와 나는 캘리포니아 북부의 아름다운 해변 마을을 산책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크리스에게 이 질문을 했다. 다행히 크리스는 나의 질문 자체를 고맙게 여겼다. 잠시 생각한 후에 그녀가 말했다. “당신의 어떤 면이 정말 나를 힘들게 하는지 알아? 공과금 내는 날이 되면 당신 옆에 있는 게 불편해져.” 그녀는 내가 공과금을 납부하려고 자리에 앉아서 계산을 할 때마다 성미가 급해지고 쉽게 짜증을 낸다고 말했다.
사실 생각했던 것보다 사소한 문제여서 내심 마음이 놓였다. 어쨌든 나는 문제를 진심으로 알고 싶었기 때문에 그녀의 말을 받아들이기 쉬웠고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나는 공과금을 처리할 때마다 성격이 예민해졌다. 그래서 변명의 여지 없이 앞으로는 좀 더 신경 쓰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사소한 문제였지만 크리스는 내가 전혀 모르고 있던 점을 일깨워줬다. 나의 문제가 그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나니 공과금 낼 때마다 집안 분위기를 평온하게 유지하는 게 비교적 쉬워졌다.
여러분도 이 전략을 시도해봤으면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사소한 문제를 이야기할 수도 있고, 심각한 문제를 이야기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열린 마음으로 문제를 논하다 보면 문제는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해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잘하면 상대방도 당신에게 같은 질문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괜찮다. 무엇을 하든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하는 것처럼 해주기를 요구하진 말자. 그랬다가는 아마 다음번에 같은 질문을 했을 때 논해야 할 문제가 하나 더 생길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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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고 싶다, 사랑리처드 칼슨,크리스틴 칼슨 공저 | 예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관계 전문 심리학자 리처드 칼슨과 크리스틴 칼슨은 실제 사례와 연구를 바탕으로 남녀 관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상적인 문제와 그 해결책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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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칼슨/크리스틴 칼슨
행복하고 충만한 인생을 사는 법을 가르치는 최고의 행복만들기 전문가. 1961년 5월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그는 잡지 [PEOPLE]에 가장 주목받는 사람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고, 오프라 윈프리, 투에이, CNN등의 유명 방송쇼에서 단골손님으로 초대되어왔다. 지난 2006년, 『스크루지 길들이기』를 홍보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발 뉴욕행 비행기에 올라탄 그는 비행 중 폐색전이 발작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 땅에서의 그의 마지막 모습은 하루하루 일상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