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비버를 시작으로 찰리 푸스(Charlie Puth), 숀 멘데스(Shawn Mendes) 등. 바야흐로 동영상 하나로 스타덤에 오를 수 있는 시대다. 유튜브의 열풍은 미국뿐만 아니라 저 멀리 호주에서도 못지않은데, 그 예 중 하나가 어릴 적부터 여러 곡들을 커버한 동영상으로 인기를 끈 트로이 시반이다. 그야말로 '꽃 소년'에 부합하는 곱상한 외모에 준수한 실력까지 겸비한 그는 360만 구독자들의 지지와 함께 첫 번째 정규앨범 < Blue Neighbourhood >를 발표한다.
보통 한순간에 스타가 된 어린 뮤지션의 처녀작엔 걱정과 우려가 뒤따르지만, < Blue Neighbourhood >는 이러한 의구심을 한 번에 털어낼 만큼 뛰어나다. 직접 작곡한 전 트랙에선 초짜의 어수룩함 따윈 보이지 않는다. 음울하고 몽환적인 음악적 색도를 확실히 고정시키고 그를 벗어나는 것들은 철저히 배제시키는 작법에서, 심지어 베테랑의 기운까지 느껴진다. 피아노 반주로 음울한 정서를 쌓아 터뜨리는 'FOOLS'나 강한 드럼 비트 위에 앰비언트 사운드를 뿌린 'TALK ME DOWN'뿐만 아니라, 댄스에 기조를 둔 'YOUTH'나 'THE QUIET'마저 앨범이 띄고 있는 고유의 우울한 정서와 함께 진행된다.
사운드들의 혼재가 보컬의 멜로디를 뒤엎지 않는 수준에서 이루어진다는 점 또한 앨범의 장점이다. 멜로디를 구조하는 뛰어난 감각과 감상을 증폭시키는 사운드의 운용이 균형을 이룬다. 이에 안정감 있는 중음의 목소리가 곡의 무게를 잡는다. 멜로디와 사운드, 두 가지를 모두 잡은 앨범의 뒷맛은 더욱 깔끔하다. 다소 늘어지는 트랙들이 후반부에 연속적으로 배치되었다는 점을 제외하곤 별다른 단점을 찾기가 힘들다.
세상이 10년만 젊었더라면 지금의 아델처럼 환영받았을 만큼 트렌디한 팝이다. 스타일과 정서가 유사한 '고참' 저스틴 비버의 최근작 < Purpose >와 비교해보았을 때, 95년생 신예의 첫 앨범은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짜임새가 더욱 매끈하다. 리얼 세션 대신 컴퓨터가 자리 잡은 현시대 팝에 대한 청사진을 감각적이고 세련된 < Blue Neighbourhood >가 슬며시 들이민다.
2015/12 이택용(naiveplante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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