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은 언제나 다이나믹 듀오의 타이틀곡을 고대해왔다. 아직도 '다듀'하면 떠오르는 「Ring my bell」, 「고백」, 「출첵」과 같은 걸출한 히트곡들을 시작으로 제대 후, 약간은 미지근한 반응을 얻은 「불타는 금요일」과 「BAAAM」까지. 다이다믹 듀오의 행보는 타이틀곡과 함께 기록할 수 있다. 큰 명성과 15년 동안 한 번도 꺼지지 않은 긴 생명력을 가져다주는 등, 여러 방면으로 '효자 노릇'한 곡들은 다음 타이틀곡에 대한 대중의 기대치를 높이는 동시에 '믿고 듣는 다듀'의 곡을 써야만 하는 부담과 압박으로 돌아왔다.
15년 전 모습으로의 회귀를 꿈꾸면서도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는 안이한 트랙을 만들어야만 하는 이유를 제시한 < Grand Carnival >은 이러한 부담감에 대한 그들의 대답이지만, 명확한 해답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딥플라이, 피제이, 스웨이 디 등 외부 프로듀서를 기용하며 전작들과의 구별점을 두었지만, 충분히 예상 가능한 트랙들이 다수이다. 한 두 개의 러프한 곡과, 얄팍한 술수가 보이는 타이틀곡, 이런데 빠질 수 없는 사랑 노래들로 뻔한 구성을 이룬다.
전작들에 비해 완성도나 듣는 재미가 떨어지는 건 아니다. 실망스러운 타이틀 곡 「꿀잼」보다 소구력 있는 감각적인 멜로디의 「요즘 어때?」나 독특한 바이브의 루키 나플라와 함께한 「J.O.T.S」, 각자의 입장을 솔직하게 적은 「타이틀곡」과 같이 그들의 건재함이 보이는 흥미로운 트랙들에 비해 애매한 위치의 「있어줘」나 한없이 늘어지는 「먹고하고자고」는 의미 없이 소모된다. 트랙 간 래핑이 주는 감흥 차이도 크다. 씬의 정상에 오른 그룹다운 실력을 보여주면서도, 틀에 갇혀버린 듯 일정해진 개코의 랩 스타일은 더 이상 신선하지 않고, 최자의 래핑은 여전히 부자연스럽다.
어느 순간부터 이들의 앨범에서 새로운 것을 찾기 힘들어졌다. 반복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음에도 나온 앨범이기에 더욱 실망스럽다. 단순한 힙합듀오가 아닌 대중 가수로서의 위치와 책임을 고려하는 것도 분명 필요하지만,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우스꽝스러운 꿀벌 탈이 아닌 < Grand Carnival >이 과도기였음을 증명하는 재귀, 즉 좋은 앨범이다.
2015/12 이택용(naiveplante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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