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씩 깨닫는 기쁨을 권한다
사소한 것에도 궁금증과 호기심을 갖는 건 소인배가 아니다. 거대한 자연의 수수께끼를 푸는 물리학이 시작되는 일이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5.06.23
작게
크게

img_물리학_1.jpg 

 

 

하나씩 깨닫는 기쁨을 권한다
이순칠 KAIST(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

 

“사소한 것에도 궁금증과 호기심을 갖는 건 소인배가 아니다.
거대한 자연의 수수께끼를 푸는 물리학이 시작되는 일이다.”

 

좋은 물리학 책이 그토록 많은데 산림녹화는 못할망정 나까지 나서서 구태여 나무를 베게 할 일은 없다고 평소에 생각해왔다. 뭔가를 남기려 하는 것은 집착이라고 생각해서 어디를 갈 때 사진기도 가져가지 않는 나여서 더욱 그랬다. 아마도 해나무 편집부의 설득과 노고가 아니었다면 이 책은 나오지 않았으리라.


물론 하고 싶은 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보기에, 대부분의 물리 관련 과학 교양도서는 전문가에게나 도움이 되지 일반인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줄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서 다 빼고 끝에 붙은 가지만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엽적 사실만 기억하는 독자들이 나름 오역한 후, 과학의 권위를 빌어 이상한 철학을 제시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나마 국내 작가가 쓴 것은 드물고 대부분 외국 책의 번역이어서 더 아쉬웠다. 중고등학교 물리교과서도 그렇다. 깊은 사고를 외면하는 학생들을 붙잡기 위해 원리 설명 없이 사실만 나열된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하면 더 재미없어질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이치를 탐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물리도 아니다. 이 책에서는 거꾸로 지엽은 다 빼고 줄거리만 이야기하려고 했다.
 

편집.jpg


현대문학, 현대미술, 현대음악 하면 최근의 문학, 미술, 음악이라는 뜻일 터이니 세월이 지나감에 따라 그에 포함되는 범주가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현대물리는 그렇지 않고 정의가 비교적 뚜렷하다. 1900년 이후에 나온 상대론과 양자물리가 현대물리에 속하는데, 이들은 신이 인간에게 허락하지 않은 영역을 알아낸 지성의 승리라는 공통적 특징이 있다. 우리는 양자물리는 알지만 이해하지는 못한다. 이것은 마치 흑백밖에 볼 수 없는 동물이 색이 보이는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아는 것과 같다. 그 동물이 머리가 좋으면 색을 볼 수 있을 때 벌어질 일을 예측할 수 있으나 그래도 죽을 때까지 결코 색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해할 수가 없으니 물론 듣기에 뻑뻑하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다윈의 시대에 살고 있다면, 진화론이 우리의 의식구조로 얼른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서 이를 외면하며 모르고 살다 죽고 싶을까? 수많은 물리 천재들이 30년간 토의하며 완성한 학문이 몇 시간의 독서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투덜댈 수는 없을 것이다. 천천히 읽고 생각하며 하나씩 깨닫는 기쁨을 즐긴다면 그야말로 진정한 물리학자라 하겠다.


상대론과 양자물리에, 현대물리가 나온 후에도 수정되지 않은, 현대물리 아닌 현대물리인 전자기학을 더해서 강의를 구성했다. 전자기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전기와 냉장고에 붙이는 자석에만 관여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인생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리라고 할 수 있다. 화학은 완전히 전자기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생물은 화학작용에 의해 신진대사가 이루어진다. 내가 감동을 받기 전과 후의 차이는 기껏해야 머릿속 세포에서 이온과 전자의 분포가 달라진 정도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감정도 전자기에 의해 조절된다. 
 

img_물리학_3.jpg

 


고등학교에서 다루지 않는 현대물리를 다루므로 필요에 의해 읽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따라서 부담이 없다는 계산이 있었다. 물리를 전공하지 않아도 물리적 사고를 훈련해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일반인이 많아야 세상이 밝아진다고 믿는다. 한편으로는 학교에서 배워도 배워도 이해할 수 없는 전자기학 때문에 고생하는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았으면하는 이율배반적인 바람도 있었다. 학부모, 선생, 공무원, 위정자들이 자신들 원하는 대로 교육정책을 결정할 때, 주인공이면서도 완전히 소외된 불쌍한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 말이다.

 

 

기획의 말 
과학하는 삶으로의 초대

정재승 KAIST(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img_물리학_4.jpg


 

“이 시리즈의 취지는 학문의 최전선에 선 최고의 석학들을 모시고,
학생들이 알아야 할 과학의 정수를 맛보게 하는 것입니다.”

 

상상초월 석학강연에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 시리즈는 과학의 최전선에 선 석학들이 이제 갓 세상에 관심을 갖게 된 중고등학생들에게 했던 1년간의 뜨거운 과학 강연을 책으로 묶은 야심작입니다.


요즘은 과학 강연이 서서히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지만, 4년 전 이 책을 기획할 때만 해도 ‘강연을 통한 과학 만나기’는 학생들에게 낯선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학교가 아닌 곳에서 입시와 상관없는 주제로 세계적인 석학들의 강연을 듣는다는 것은 더욱 생경한 경험이었지요. 하지만 그들이 이 강연을 얼마나 즐겼는지 아세요? 그 현장의 감동이 이 시리즈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기획하게 된 건 순전히 제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과학자의 강연을 꽤나 많이 찾아다녔습니다. 대학 캠퍼스에서 벌어지는 흥미로운 세미나는 제게 입시에 관한 생각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일종의 탈출구였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은 따분하고 지루했지만, 과학자들이 현재 실험실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구, 그리고 그것을 통해 우리가 알게 된 우주와 자연과 생명에 대한 지식은 그 자체로 경이로움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들어야 하는 수업이 아니라, 스스로 강연 정보를 알아내 자발적으로 찾아와 듣는 강연의 한복판에 제가 앉아 있다는 사실이 저 스스로를 매우 특별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를 과학자로, 아니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한 어른으로 성장하게 만든 건, 8할이 과학 강연과 과학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최고의 석학들을 모시고 중고등학교 교실이 다 담아내지 못한 과학의 매력과 학문의 본질을 지금의 청소년들과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이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저는 학문의 최전선에 선 과학자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습니다. “사춘기를 관통하며 자신을 둘러싼 세상과 스스로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된 학생들에게 가르쳐주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학 개념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물리학, 화학, 생물학,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개념을 꼽으라면 무엇을 선택하겠습니까?” 하고 말입니다.


이 시리즈는 바로 그 질문에 대한 석학들의 뜨겁고 열정적인 답변서입니다. 이 답장에는 그들이 평생을 거쳐 찾아낸 그 해답과 그것을 추적해온 그들의 학문적인 궤적, 그리고 그것들과 함께 해온 그들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독자들은 이 시리즈에서 그들을 실험실에서 밤늦게까지 씨름하게 했던 하나의 질문, 책상 앞에서 고뇌하게 만들었던, 그 숙제 같은 자연의 신비가 무엇이었는지 알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것의 작은 일부를 겨우 알아냈을 때 그들이 맛보았을 희열도 말입니다.


이 책에서는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와 ‘우주’를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것들의 물리학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기와 자기, 시간과 공간, 원자와 소립자들, 힘과 에너지 등 근원적인 현상을 규명하기 위해 어깨를 겨룬 물리학계의 수많은 거장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혁신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우리를 새로운 세계의 문 앞으로 이끌어다 놓습니다. 한 단계 한 단계씩 본질적인 원리를 향해 정면 돌파해가는 이 책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물리학의 진수를 맛보게 할 겁니다. 군더더기 없는 핵심 물리학이 여기 있습니다.


과학은 어렵고 쉽게 이해되지 않지만, 과학자들이 밝혀낸 우주와 자연과 생명과 의식, 그리고 숫자는 그 자체로 경이로움이며 우리 모두가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입니다. 사춘기 시절 그 경이로움을 공유하는 것은 ‘평생 자연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열정적인 어른’, ‘늘 배움에 열려 있는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는데 가장 중요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과학하는 삶이 이 책에서 비로소 출발했으면 합니다.


이 기획에 흔쾌히 참여해 귀중한 시간을 내주신 교수님들과 책이 나오기까지 애쓴 해나무 편집부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img_book_bot.jpg

보이지 않는 것들의 물리학 이순철 저/ 정재승 편 | 해나무
『보이지 않는 것들의 물리학』(상상초월 석학강연 시리즈 02)은 국내 최초로 병렬처리 양자컴퓨터를 개발해 주목을 받은 바 있는 물리학자 이순칠 카이스트 교수의 물리학 강연을 풀어쓴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가장 근원적이고 난해한 물리학이라 할 수 있는 전자기학, 상대론, 양자역학을 과감하게 정면 돌파하여 꼭 알아야 하는 핵심만 정확하게 찌르는 물리학의 진검승부를 펼친다.



 

[추천 기사]

- 가장 아름다운 시절 지금 당신의 이야기
- 왜 해도 해도 할 일이 줄지 않을까?
- 통계의 정치
-생물도 과학이다
- 대한민국 대표 리더 34인의 책과 인생 이야기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물리학 #카이스트
0의 댓글
Writer Avatar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 영화, 공연, 음악, 미술, 대중문화, 여행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