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엄마의 꿈』이 독자들에게 물었다. 너무나 새삼스러운 질문이라 눈물이 핑 돌았다. 엄마의 꿈이란 미완으로 남아있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그래서 내 꿈이 좌절될 때는 날개가 꺾인 듯 절규하면서도, 엄마도 그만큼 아팠을 거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서 『엄마의 꿈』의 책장을 덮는 손길은 무거웠고, 눈시울은 뜨거워졌으며, 떨궈진 고개는 좀처럼 가누기 힘들었다.
또한 『엄마의 꿈』은 물었다. 당신의 꿈은 무엇이었나요. 지금 당신은 어떤 꿈을 꾸고 있나요. 오래 전 엄마가 걸어갔던 그 길 위에 선 딸들은 찾아 나섰다. 잃어버린 시간과 꿈과 나만의 이야기를. 그러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엄마의 모습이 보였고, 짐짓 모른 척 했던 자신의 바람이 말을 걸어왔다.
결국 『엄마의 꿈』에 담긴 것은 딸과 엄마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모든 여성들의 삶이다. 그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방송인 박경림은 우리 시대의 엄마들 18인을 만났다. 그리고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과 마음을 나누며 기록으로 남겨 놓았다. 송경애 SM C&C 대표는 박경림이 만난 열여덟 명의 주인공 중 한 사람이다. 그녀는 자본금 250만원으로 설립한 여행사를 2500억 원대의 코스닥 상장기업으로 성장시키고, 기부와 나눔을 실천하는 성공한 경영인이다. 박경림과 송경애, 두 ‘엄마’는 엄마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휴식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계획했다. 무려 100명의 엄마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 ‘엄마의 꿈 열차’가 출발을 알리는 신호였다.
엄마는 어쩌다가 꿈을 잃어버렸을까
지난 27일의 이른 아침, 100명의 엄마들이 청량리역을 찾았다. 친정어머니와 딸, 시어머니와 며느리, 나란히 엄마가 된 자매와 오랜 친구들까지, 엄마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이들이 ‘엄마의 꿈 열차’에 올랐다. 가벼운 흥분과 기분 좋은 설렘을 싣고 아리랑열차는 정선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박경림은 “오늘 하루는 엄마들만을 위한 즐거운 여행을 만들어 드리겠다”는 약속으로 환영의 인사를 대신했다. 송경애 대표는 그녀와 함께 참가자들을 직접 찾아가 인사를 건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추억을 쌓아나갔다. 두 사람은 열차 내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번 여행의 의미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박경림 : 엄마가 되는 순간부터 내가 기뻐서 기쁘고 내가 슬퍼서 슬픈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가족이 겪는 일로 인해서 아파하고 기뻐하면서 내 감정의 주인이 내가 아닌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오늘 하루만큼은 엄마들에게 ‘내가 기쁜 날’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엄마의 꿈』을 출간하게 된 계기에 대해 자신이 직접 경험한 시간들을 진솔한 이야기로써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밝혔다.
박경림 : 그동안 많은 분들이 저에게 보내주신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니, 결국 저 다운 모습을 보여드렸기 때문인 것 같더라고요. ‘그렇다면 지금에 있어서 나다운 건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요. 제가 경험하지 못한 가상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제가 직접 느끼고 부딪힌 시간들, 처절하고 비참했지만 그러면서도 긍정하는 시간들을 함께 나누는 게 제가 해야 될 일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아이를 낳고 자존감이 낮아졌던 시기, 힘들었던 시기, 그러면서도 꿈을 이루려고 했던 시기들을 공유하고 싶어서 엄마의 꿈을 계속 외치는 거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자들이 안고 있는 스트레스도 풀어주고요.
이에 대해 송경애 대표는 “박경림 씨에게 느껴지는 건 진정성”이라며 “포장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느낌들이 많은 분들에게 와 닿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엄마들이 행복해지는 방법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라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송경애 : 흔히 밖에 나가서 일을 하는 것만 직업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엄마로서 해내는 일들을 첫 번째 직업이라고 생각하면 경력 단절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밖에서 일하는 엄마를 부러워할 필요도 없어요. 다른 사람과 비교만 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있어요. 살아가는 데 있어서 긍정의 스위치만 켜 놓는다면 하루하루를 굉장히 행복하게 살 수 있죠. 다른 집의 엄마들, 남편들, 아이들과 비교하니까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거든요. 긍정하고 감사하면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잖아요. 그 대로만 노력하면 모든 엄마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 거예요.
실제로 그녀가 운영하는 회사는 경력 단절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곳이다. 전 직원의 80%가 여성인 만큼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배려가 단연 돋보이는 ‘꿈의 직장’인 것. 그런 이유로 SM C&C는 여성 친화적인 기업으로 늘 손꼽히곤 한다.
송경애 : 저희 회사는 저녁 때 회식을 하지 않아요. 같이 점심을 먹으면서 엄마들이 직장 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요. 육아휴직도 2년이 됐든 3년이 됐든 얼마든지 쓸 수 있어요. 실제로 4년 만에 복직한 직원도 있고요. 언제든 돌아온다면 환영이죠. 이런 방침들은 저 역시 여성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지만 여성들이 일을 참 잘하거든요. 우리는 멀티가 가능하잖아요(웃음). 세탁기부터 돌려놓고 밥 앉히고 빨래 개면서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해요. 그리고 여성들은 정말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죠. 아이들과 남편의 뒷모습만 보고도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나는 항상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송경애 대표의 꿈은 “다른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송인으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박경림의 꿈은 무엇일까.
박경림 : 『엄마의 꿈』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엄마들을 만나서 인터뷰했잖아요. 저마다 다른 스토리를 가지고 다른 방식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왔다는 걸 알게 됐어요. 사실 정답이라는 건 없잖아요. 순간순간의 선택만이 있을 뿐이죠.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일과 가정 모두 성공적으로 해낸 것 같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지는 아무도 모르죠. 그렇지만 끝까지, 하루하루를 열심히 버텨나가는 것 같아요. 그게 엄마의 삶이기도 하고요. 저 역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든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방송 외의 또 다른 꿈은 제 꿈을 잃지 않으면서 엄마들의 꿈을 같이 응원하는 거예요. 『엄마의 꿈』을 통해서 갖게 된 새로운 꿈이죠.
그녀의 말을 들으며 송경애 대표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엄마들은 강해서 버티는 게 아니라 버티면서 강해지는 것 같다”고. 자신이 아닌 가족을 위해 연약함을 버리고 강함을 택한 여성들의 이름은 엄마다. 그들을 응원하며 박경림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박경림 : 엄마라는 존재만으로도 위대하죠. 제가 엄마가 되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 나를 낳아주신 엄마가 있잖아요. 이번 여행이 딸로서 엄마로서 ‘우리 엄마’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제 꿈을 좇느라 엄마의 꿈을 몰랐어요. 이번 여행은 그에 대한 반성이기도 해요. 우리 엄마들의 꿈을 응원해 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다시 태어나도 엄마가 되고 싶어요?
서울에서 네 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정선. 여행의 첫 번째 코스는 ‘정선 5일장’ 구경이었다. 박경림과 송경애, 그리고 100명의 엄마들은 지역 특산물을 맛보며 나들이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그리고 ‘스카이 워크’로 걸음을 옮겨 눈앞에 펼쳐진 유려한 풍광에 잠시 마음을 뺏기기도 했다. 여행의 마지막 행선지인 ‘정선 문화예술회관’에서는 정선 아리랑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아리랑 합창 공연이 엄마들을 맞았고, 뒤이어 무대에 오른 것은 엄마들의 진짜 이야기였다. 마침내 『엄마의 꿈』 북 콘서트가 시작된 것이다.
박경림 : 언젠가 저희 아들이 엄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처음엔 황당해서 ‘엄마는 사람들한테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라고 무심코 넘겼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 일이 떠오르면서 ‘나는 왜 한 번도 엄마에게 꿈에 대해 여쭤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꿈을 좇겠다고 치열하게 달려오면서 엄마에게도 꿈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했던 거예요. ‘엄마도 당연히 꿈이 있으셨을 텐데, 엄마가 나를 키울 때는 지금의 나보다도 어렸는데, 어떻게 나는 엄마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을 못했을까’하고 반성이 되면서 엄마가 이해되더라고요. 그때 즈음 『엄마의 꿈』 출간을 제의받았어요. 그래서 다른 엄마들은 어떻게 극복하고 견디면서 살았을지 배우고 싶은 마음에 인터뷰를 시작하게 된 거예요. 그 인연으로 송경애 대표님과도 만나게 됐고요.
송경애 : 우리는 꿈이라는 것에 대해서 엄마와 잘 이야기하지 않죠. 엄마가 꿈이 있나, 우리한테 희생하는 게 엄마지, 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그래서 ‘엄마의 꿈’이라고 하면 가슴이 뭉클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우리를 위해서 희생하다가 늙어버린 엄마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엄마도 한 때는 딸이었다. 엄마로 사는 삶이 어떤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자신의 엄마에게도 꿈이 있었다는 걸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시절이 있었다. 그때 엄마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엄마의 꿈』 북 콘서트는 엄마의 시간을 되짚으며 시작됐다. 할머니의 딸이었을 때 엄마의 모습, 그리고 나의 엄마가 된 지금의 모습이 두 장의 사진에 기록되어 있었다. ‘엄마의 꿈 열차’에 탑승한 참가자들이 직접 보내온 사진들이었다. 동네의 내로라하던 멋쟁이 아가씨는 손주를 품에 안고 미소 짓는 할머니가 되었다. 꽃다운 시절의 싱그러움은 이제 딸아이의 것이다. 어느덧 그녀도 엄마가 되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 버린 듯 보이면서도 다른 얼굴로 곁을 찾아왔다. 100명의 엄마들은 저마다 자신의 엄마를 떠올렸다. 괜스레 콧날이 시큰해졌다.
‘엄마의 꿈 열차’ 안에서 엄마들은 한 장의 엽서 위에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 내려갔다. ‘엄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요?’ ‘엄마여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요?’ ‘엄마여서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인가요?’라고 묻는 질문들 앞에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박경림은 송경애 대표와 함께 사연을 소개하며 엄마들을 울고 웃게 했다. “엄마는 커서 소리 안 지르고 고상한 말투를 지닌 사람이 되고 싶어”라는 현실적인 고민은 공감의 웃음을 자아냈고 “나는 우리 엄마가 되고 싶어요”라는 한 마디는 잠깐의 침묵을 선사했다. 엄마여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77사이즈 옷을 입었을 때” “주말 아침에 늦잠을 잘 수 없을 때”라고 재치 있는 답변을 들려준 엄마들도 있었지만 “아이를 맡길 사람이 없어 직장에 몰래 데리고 갔을 때”를 회상하는 엄마의 이야기는 엄마라는 이유로 짊어져야 하는 고달픔을 떠올리게 했다.
아이를 낳은 후 늘씬한 몸매와 작별하고 주말 아침의 늦잠도 떠나보내야 했지만, 아이들은 엄마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존재이기도 했다. “아이가 엄마라고 불러주었을 때” “아이의 태동을 느낄 수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는 이야기들이 그 사실을 증언했다. 박경림과 송경애, 두 엄마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다시 태어나도 ‘엄마’ 하실 겁니까?’라는 질문의 조금도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송경애 : 당연하죠. 다시 태어나도 저는 여자로 태어나고 싶고, 아이를 많이 낳고 싶어요. 아들만 둘을 낳아서 너무 후회스러워요. 저는 딸을 낳고 싶었거든요. 목욕탕에 가서 딸과 같이 온 엄마를 보면 너무 부러워요.
박경림 : 오늘 딸과 함께 여행 오신 엄마들이 너무 부러워요. 다시 태어난다면 저도 당연히 ‘엄마’를 선택하겠습니다.
‘엄마의 꿈 열차’ 여행을 마무리하며 박경림은 엄마들과 한 마음으로 외쳤다. “엄마들도 꿈이 있다”고. 송경애 대표는 간절한 바람을 담아 작별 인사를 건넸다. “엄마들, 행복하세요!”라고. 이에 100인의 엄마가 “행복합니다”라는 말로 화답했듯,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같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쩌면 『엄마의 꿈』은 그 작은 바람을 실현시켜줄지도 모른다. 꿈꾸기에 행복한 엄마들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까닭이다. 모쪼록 이야기의 씨앗이 널리 퍼지고 깊이 뿌리내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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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꿈 : 박경림이 만난 꿈꾸는 엄마들박경림 저 | 문학동네
엄마와 일 사이에서 뛰어다니며 바쁘게, 열심히 살았지만, 혹시 꿈을 잃어버린 채 살아온 건 아닌가. 그렇게 바쁘다는 이유로 아무도,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던 내 ‘엄마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과연 우리 사회는 엄마가 일하고 꿈꾸고 행복해질 수 있는 공간인가. 이런 물음들을 손에 꼭 쥔 채 박경림은 그녀가 만나고 싶었고 묻고 싶은 게 많았던 ‘엄마’들을 찾아다니며 결국엔 ‘엄마의 꿈’에 이르기 위한 긴 ‘사람 여행’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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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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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쭤볼생각안했네요. 엄마니까 항상 그 자리에 계실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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