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엔 역시 치킨과 맥주!
지친 하루 일과를 끝내고 마시는 시원한 맥주의 맛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 달콤한 유혹을 이겨낼 수 없을 것이다. 톡 쏘는 맥주 한 캔이면 그날의 고된 피로는 금세 날아간다. 맥주와 어울리는 안주까지 있다면 금상첨화. 맥주는 그 어떤 음식과 함께 해도 놀라운 궁합을 자랑하지만 원조를 이길 수 없는 법. 뭐니뭐니해도 치킨과 함께 맥주를 마시는 게 가장 환상적인 조합이다.
지난 2월 13일, 13일의 금요일 밤 종로에 위치한 웅진 사옥에선 연신 맥주캔을 따는 소리가 들렸다. 맥주의 영원한 짝꿍, 치킨도 함께였다. 『주객전도』의 저자이자 한겨레 기자인 오승훈 기자 부부, 『즐거우리 우리네 인생』을 펴낸 웹툰 작가 현이씨가 함께한 색다른 강연회에서 들린 소리였다. 치킨과 맥주가 함께한 불금, 이색적인 강연회에 참가한 독자들은 빠른 속도로 맥주를 마시며 적극적으로 강연회에 참여했다.
『주객전도』는 한겨레 기자인 오승훈 기자가 <한겨레21>에 연재한 ‘x기자 부부의 주객전도’ 칼럼을 엮어서 펴낸 단행본이다. 술을 사랑하는 오승훈 기자와 와이프의 에피소드를 칼럼으로 연재하면서 대한민국 곳곳에 숨어있던 주당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오 기자의 맛깔나는 필력과 와이프의 어마어마한(?) 주사를 토대로, 술을 사랑하고 즐기는 부부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해주었다. 단행본으로 나오면서 인기 웹툰 작가인 현이씨가 부부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주었고, 술이라는 공통분모로 묶인 세 사람은 <주객전도 우리네 인생> 이라는 이름으로 독자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사회자: 간단한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오승훈 기자 (이하 오기자) : 술 잘 마시는 와이프를 잘 둔 덕에 책까지 쓰게 된 오충훈 기자입니다.
오승훈 기자 부인 (이하 와잎) : 안녕하세요. 『주객전도』의 와잎입니다. 저는 이렇게 자리가 커질 줄 모르고, 책이 나올지도 몰랐어요. 사실 얼굴이 안 나가기를 원해서 이 자리도 안 나오려고 했지만 이렇게 나오게 되었습니다.
현이씨 : 즐거우리 우리네 인생의 현이씨입니다.
사회자: 연재를 시작하시게 된 경위가 궁금하네요.
오기자: 제가 한겨레에서 일할 때 와이프랑 술 먹은 이야기를 몇 번 했었어요. 편집장님이 그 이야기를 들으시고 흥미를 가지셨죠. 그 후에 저희 마감 날 와이프가 회식자리에 놀러와서 편집장님과 첫 대면을 했어요. 그 때 제가 편집장님이니까 조금 살살 해달라 부탁했더니 이미 1차를 하고 온 와이프가 “니 편집장이지 내 편집장이냐” 라고 대꾸하더라고요. 그때 편집장님이 제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란 걸 아시고 칼럼을 한 번 써보자 라고 제안하셨어요.
사회자: 혹시 양가 부모님들께도 책을 드리셨나요?
오기자: 차마 드릴 수가 없었어요. (일동웃음) 어머님이 책이 나오지 않았냐고 물어보셨는데 와이프가 절대 드리면 안 된다고 해서 아직 안 나왔다고 말씀드렸어요.
사회자: 현이씨한테도 질문을 할게요. 워낙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셨잖아요. 공개를 꺼리시는 이유가 있었나요?
현이씨: 제가 유명한 사람은 아니지만 얼굴을 공개하고 난 뒤에 술집을 가거나 어딜 갔을 때가 걱정이 됐어요. 저는 취해서 기억이 없는데 혹시 사람을 때리거나 욕을 하고 있으면 큰일날까봐..(웃음) 그래도 웹툰 작가인데 그렇게 알려지면 조금 가슴 아플 거 같아서요.
사회자: 혹시 그려놓고 후회하신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현이씨: 친구랑 강아지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는데, 그 얘기를 듣고 정말 재미있어서 그렸어요. 조금 더러운 이야기이긴 했는데 친구한테 사전에 동의를 구하지는 않았거든요. 그 이야기가 유명해지고 나서 친구가 화를 냈던 기억이 나네요. (웃음)
주당들의 솔직한 대화
사회자: 세 분께 공통으로 질문을 드릴게요. 제일 맛있었던 술과 즐겨먹는 안주가 있으시다면?
현이씨: 맛있었던 술은 계절, 기후, 기분에 따라 달랐어요. (웃음) 가장 좋아하는 안주는 번데기랑 회구요.
오기자: 누구랑 먹느냐가 중요한 거 같아요. 좋아하는 안주는 냉면이에요. 냉면에 수육이나 제육과 함께 소주던 소맥이던 같이 먹는 조합을 제일 좋아합니다.
와잎 : 저는 날 것도 좋아하고 냉면도 좋아하지만 아이가 있어서 술을 먹는 게 조금 한정적이에요. 제일 많이 먹는 건 치맥이구요. 누구를 욕할 때 술이 많이 들어가잖아요. 남편을 욕할 때 가장 많이 마시는 거 같아요. (웃음)
사회자: 독자분들의 질문을 몇 개 대신 전달해 드릴게요. 철들지 않아야 세상이 즐겁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두 분만의 즐거운 삶, 알콜을 즐기는 비결이 있으신가요? 결혼하신걸 걸 후회한다 안한다?
오기자: 철들지 않아야 세상이 즐겁다는 점에는 저도 동의를 해요. 알콜을 더 즐길 수 있는 비결은..딱히..결혼을 하셨는지 안하셨는지 모르지만 안 하셨다면 하시라고 하고 싶어요. 저만 당할 수 없으니까 (웃음) 농담이고, 결혼은 하시라고 하고 싶네요.
사회자: 하고자 하는 일을 자꾸 미루는 습관을 고칠 수 있는 따끔한 충고를 해주실 수 있나요?
오기자: 지금은 신문사라 매일매일 마감을 하고 미룰 수도 없지만 이전에는 목금이 마감일 이였어요. 절대 미리 글을 쓰지 않고 금요일 오전에 글을 올리곤 했죠. 결국 마감이 닥쳐야지만 글이 나온다는 핑계를 대면서 살아왔어요. 우리는 내일을 살지 않고 오늘을 살잖아요. 오늘이 즐겁고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가 중요하죠. 한국사회는 항상 미래에 대한 희망 때문에 현재의 삶이 불행한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저는 그냥 오늘 하루가 행복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될 거 같아요.
사회자: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하고 싶으신 말이나 마무리 멘트 부탁드려요.
와잎: 많이 마시고 조심히 가세요.
오기자: 와이프가 차려놓은 술상에 수저만 얹었을 뿐인데..(웃음) 생애 최초의 단독 단행본을 냈다는 것에 영광을 느끼고 있습니다. 영화 판권도 생각하고 있어요. 제목은 주폭마누라라고 정해놨어요.
현이씨: 독자분들을 만나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정말 반가워요. 행복하네요. 제가 부끄러움이 많아서 계속 미뤄왔는데 이렇게 술도 많이 먹고 독자분들도 만나게 되어서 좋네요. (웃음)
1시간여의 시간동안 진행된 이 날의 강연회에는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강연회에 참석한 독자들은 맥주캔을 들고 다함께 건배를 외치며 아쉬움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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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객전도 오승훈 저/현이씨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부인을 사랑하는 만큼 술을 끔찍이도 사랑하는 남자, 그런 남편보다 술을 더 사랑하는 여자. 못 말리는 주당 부부의 파란만장한 음주 행각 속에서 찾아낸 보석 같은 술집 탐방기『주객전도』. 이 책은 《한겨레21》에 ‘x기자 부부의 주객전도’라는 이름으로 연재될 때부터 독자들로부터 최고의 칼럼으로 사랑받았다. 또한 대표적인 주정뱅이 만화가로 알려진 웹툰 《즐거우리 우리네 인생》의 작가 현이씨의 그림이 함께 해 보는 즐거움도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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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우리 우리네 인생 1현이씨 글,그림 | 재미주의
더 많은 사람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기 위해. 현이씨의 일상이지만 내꺼 같은 일상의 느낌을 주는 〈즐거우리 우리네 인생〉은 평범한 나의 일상도 충분히 개그 충만한 시트콤이 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오늘이 어제 같고, 별일 없이 하루를 보내는 모든 이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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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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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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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kem
201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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