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매년 경제를 주 골자로 세계 각국의 정치, 문화 등을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세계전망’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올해 출간된 『이코노미스트 2015 세계경제대전망』에는 이코노미스트의 세계적인 필진들이 통찰한 내년의 현안과 현대경제연구원의 2015년 국내 경제 전망 및 주요 트렌드가 실려있다.
지난 12월 9일, 『이코노미스트 2015 세계경제대전망』의 출간을 맞아 한국경제신문 신동렬 연구위원이 2015년 예상되는 지구촌의 모습을 소개했다. 그는 우선 이코노미스트의 세계경제대전망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 언급했다. 세계전망은 세상을 바라보는 일종의 ‘관전 포인트’라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전망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옳고 틀림의 결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망의 과정이다. 야구를 볼 때 ‘관전 포인트’라는 것이 있다. 그냥 경기를 보는 것보다, ‘류현진이 이번에 몇 승을 할까’, ‘올해 경기는 작년과 무엇이 다를까’ 등 선수나 경기에 대한 예상을 하며 볼 때 야구를 더욱 즐길 수 있다. 경제도 마찬가지이다. 이코노미스트의 전망을 읽는 재미가 여기에 있다.”
강달러의 귀환과 달러-유로 등가시대
2015년에는 미국 달러의 강세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의 경기?고용 완화와 양적 완화의 종료로 이미 달러의 가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와 연동되는 주요 통화(유로, 파운드, 위안, 엔 등)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에서 알 수 있듯이, 올해 하반기부터 달러 가치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강달러 추세는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통화 가치는 대체로 그 나라의 경제 상황과 통화의 유동성 및 안전성에 의해 정해진다. 달러의 아이러니를 예로 들어보자. 2008년 리먼 사태 당시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의 달러 가치는 오히려 올라갔다. 상식적으로는 가치가 내려가야 할 것 같지만, 변동성 많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가장 안정성이 높은 통화가 무엇인지 따져본다면 이 달러의 아이러니를 이해할 수 있다.”
달러 가치의 상승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달러의 강세는 우리 나라 수출에 유리한 점도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로도 이어진다.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서 비 달러화 자산의 투자매력이 약화되는 것이다.
“강달러가 우리 나라 수출에 유리한 것은 맞지만,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달러가 계속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에 주목해보자. 내가 만약 주식 투자하는 외국인이라면 어떤 생각을 할까.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처음 달러를 가져와서 원화로 바꾼 뒤 주식을 사고 본국으로 돌아갈 때는 다시 그 돈을 달러로 바꿔서 간다. 따라서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 외국인 투자자는 주가가 올라도 환율 때문에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예상을 하는 외국인 투자자는 투자한 달러를 서둘러 회수하려고 할 것이다. 특히 금융시장이 불안한 국가는 자금유출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결국 ‘달러가 강해지면 수출에 유리하니까 좋다’ 이렇게 단편적으로 강달러를 평가할 수는 없다.”
2015년에는 강달러의 귀환과 디플레 공포에 빠진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 완화가 맞물려 달러유로 등가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코노미스트는 달러-유로 등가시대를 전망한다. 내년 달러와 유로의 가치가 1:1 관계가 된다는 것이다. 현재는 유로 당 1.23달러로 환율이 계산된다. 1999년 유료화 출범 당시는 유로당 1.18달러, 즉 달러 가치가 유로보다 약했다. 이듬해 2000년에는 유로당 0.83까지 내려가서 달러 가치가 더 높았다. 2002년부터는 쭉 유로가 달러보다 강했는데, 내년에는 등가시대가 올 것이라 본다.”
내년에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주요 국가가 방향을 같이한 올해와 달리, 2015년에는 미국과 영국이 금리를 올리고 유럽과 일본은 돈을 더욱 풀 것으로 전망된다. 변동성의 확대로 ‘캐리 트레이드’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올해는 국가들이 금리를 인하하고 돈을 푸는 등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변동성이 적었다. 하지만 내년에는 미국과 영국이 금리를 올리고, 유럽과 일본은 오히려 돈을 더 풀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불확실성 때문에 내년에는 캐리 트레이드의 바람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통화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나라의 금융상품 등에 투자함으로써 수익을 내는 거래를 뜻한다. 쉬운 예를 들어 먼 얘기겠지만 미국 금리가 3%로 오르고, 일본은 제로 금리가 된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투자자는 엔을 달러로 바꿔서 저축만 해도 연 3% 이익을 낼 수 있다. 이것을 엔 캐리 트레이드라 한다. 내년에는 변동성이 커져 이에 따라 캐리 트레이드, 대표적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 바람이 불 것이다.”
원유시장의 치킨게임
원유 가격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08년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았던 유가는 올해 6월에는 배럴 당 107달러로 떨어졌고 최근 60달러 선마저 붕괴되기 시작했다.
“현재 세계 최대 산유국은 사우디 아라비아이다. 원래 그 뒤를 러시아가 이었으나 최근 셰일가스를 들고 나온 미국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지금껏 사우디는 OPEC을 주도하면서 유가 조절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셰일가스로 유가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OPEC은 원유 생산량을 감산하지 않았다. 사우디가 자존심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사우디는 세계에서 원유 채굴 단가 비용이 가장 낮은 곳이다. 유가가 배럴 당 30달러까지 떨어져도 사우디는 수익을 낼 수 있다. 반면 셰일가스는 배럴 당 60달러 정도가 손익 분기점이다. 이론적으로 50달러까지 유가가 떨어지는 경우 미국의 셰일가스는 도산하게 된다. 러시아는 이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이미 디폴트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과도한 유가 하락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유가 하락으로 인한 영향은 국가마다 다양하다.
“재미있는 것은 사우디의 감산 불가 결정으로 미국이 피해를 입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은 원유 생산 2위 국가이면서도 동시에 엄청난 양의 원유 수입해서 쓴다. 하루 세계 원유 소비량은 9천 5백만 배럴인데, 그 중 미국은 기껏 해봐야 천 백만 배럴을 생산할 수 있다. 즉,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의 25%를 차지하는 미국은 원유 대부분을 수입하여 사용한다. 따라서 미국은 전체적으로 유가 하락에서 이득을 본다. 아이러니하게도 원유시장의 치킨 게임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 시리아, 이란 세 나라이다.”
혼돈의 한국경제 ? 명과 암이 교차할 2015년
『이코노미스트 2015 세계경제대전망』에 실린 현대경제연구원의 전망에 따르면, 내년 한국 경제는 명과 암이 교차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30-50클럽 가입, 고용률 상승, 주택 경기의 회복 예상은 좋은 소식이다. 한편 디플레이션 우려와 세계 경제 장기부진?중국 수출 부진?엔저로 인한 수출 경기 부진은 2015년 우리나라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전망된다.
“내년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천만 명을 뜻하는 30-50클럽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다. 30-50클럽에 가입한 나라는 많지 않다. 현재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가 30-50클럽에 속해 있으며 내년에 우리나라가 가입하게 된다면 세계 일곱 번째가 된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30-50클럽에 가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인구 5천만 조건 때문이다. 예를 들어 캐나다나 호주는 개인소득이 3만 달러를 넘지만 인구가 각각 3천만 명, 2천만 명 정도이기 때문에 30-50클럽에 가입하지 못한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는 전체 고용률이 4년 연속 신기록을 세우면서 70%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주택경기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내년에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국내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수출전선 빨간 불과 엔저공포가 서로 맞물려 작용할 것이다. 국제화 시대에 국내에서 수익을 내는 나라는 많지 않다. 예를 들어 미국 S&P 500 종목은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전체 수익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글로벌 기업은 전체 직원의 1/3이 해외 직원이다. 우리나라 기업을 포함하여 세계 글로벌 기업들이 내년에는 사면초가 신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내년에는 세계적으로 임금인상 요구가 높아질 것이다. 지금은 어느 곳에서나 누구든지 모든 정보를 찾을 수 있다. 노동자는 자신이 받는 임금 수준을 상세히 비교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를 알게 되면 욕구는 커지기 마련으로, 임금인상 요구가 높아질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이 좋아하는 것은 순종적인 노동자, 저임금, 정치적 안정인데 이 삼박자를 갖추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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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2015 세계경제대전망 영국 이코노미스트 저/현대경제연구원 편역 | 한국경제신문사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와 CEO, 정치인 등 유명 인사들이 대거 필진으로 참여해 대륙별, 국가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각 분야를 망라한 미래에 대한 폭 넓은 정보는 독자들에게 2015년에 펼쳐질 세계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며, 정책 당국자나 CEO들이 불확실성 하에서 겪게 되는 의사 결정 부담을 한결 가볍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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