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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김경주 북콘서트, 학원 폭력을 말하다

상처받은 모든 이에게, 『아마도 그건 아물 거야』 포에트리 슬램으로 표현한 학원 폭력의 상처 가해자로, 피해자로, 또는 방관자로…우리 모두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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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9일, 음악평론가 김봉현, 시인 김경주, MC메타, 제리케이 그리고 키비가 함께하는 『아마도 그건 아물 거야』 출간 행사가 있었다. 입체 시 낭독을 의미하는 ‘포에트리 슬램’을 담은 책인 만큼, 책에 대한 이야기와 래퍼들의 공연이 함께 이루어졌다.

『아마도 그건 아물 거야』는 이틀 만에 140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학원 폭력 반대 운동을 일으킨 셰인 코자인의 유튜브 영상 <To This Day>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셰인 코자인은 ‘포에트리 슬램(Poetry Slam)’을 통해 학원 폭력의 지속적인 영향력을 전달했다. 국내에서는 다소 낯선 개념인 포에트리 슬램은 시를 역동적으로 낭독하는 것이다. 셰인 코자인은 포에트리 슬램을 통해 스스로의 상처를 달랬을 뿐만 아니라, 학원폭력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었다.

 

11월 19일 열린 『아마도 그건 아물 거야』 출간행사에는 음악평론가 김봉현과 시인 김경주, 래퍼 MC메타, 제리케이, 키비가 참가했다. ‘포에트리 슬램’을 담은 책인 만큼, 책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MC메타의 포에트리 슬램, 제리케이와 키비의 랩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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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만큼 중요한 극복을 통해 자존감을 되찾자

『아마도 그건 아물 거야』를 번역한 김경주는 시인이자 포에트리 슬램 운동가이다. 그는 책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시의 감성과 라임을 살리는 데 노력했다고 밝혔다.

 

『아마도 그건 아물 거야』는 포에트리 슬래머인 셰인 코자인이 학원폭력으로 입은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랩 형식으로 담은 책입니다. 셰인 코자인은 할머니의 ‘너에게는 표현이 있다. 네 아픔을 글로 써봐라’는 제안으로 포에트리 슬램을 시작했습니다. ‘포에트리 슬램’은 간단하게 말하면 낭독용 시를 써서 그것을 랩의 형식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시인 입장에서 시를 번역하는 것은 다른 종류의 책보다 상당히 어렵습니다. 언어를 옮기는 것 못지 않게 감성을 옮겨야 하거든요. 『아마도 그건 아물 거야』를 번역할 때는, 이 텍스트를 어떻게 우리의 감성으로 옮기고 더욱 더 라임을 잘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했습니다.”

 

김경주 시인은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광고 카피를 예로 들며, 셰인 코제인의 메시지는 ‘자기 자신의 자존감을 되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두 브랜드는 서로 다른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이키는 ‘Just do it’, 당장 그것을 하라고 합니다. 나이키의 슬로건은 ‘승리’로, 항상 최고 혹은 일등의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반면 아디다스의 메시지는 ‘Impossible is nothing’,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입니다. 나이키가 ‘승리’라면 아디다스는 ‘극복’이에요. 일등이나 최고만의 전유물이 아닌 거죠. 우리 사회가 다들 승리하려고 하는데, 저는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셰잔 코제인의 『아마도 그건 아물 거야』에도 이러한 메시지가 담겨있습니다. 자존감을 되찾는 것,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를 갖는 것. 그것이 시가 될 수 있고 랩이 될 수 있고, 포에트리 슬램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시인이고 래퍼가 될 수 있다. 이게 셰잔 코제인의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가해자로, 피해자로, 또는 방관자로 경험하는 학교 폭력

 

김경주 시인에 이어 MC메타가 무대에 섰다. 지난 9월 김경주 시인, 김봉현 음악평론가와 함께 ‘포에틱 저스티스’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한 그는 『아마도 그건 아물 거야』의 일부를 랩으로 풀어냈다.

 

그 여자앤 여덟 살이었어 3학년이 된 첫날 못생겼다고 놀림 당했지 우리 둘 다 교실 뒤쪽으로 피했지 쏟아지는 종이 뭉치세례를 피하려고 말이야 하지만 학교 복도는 전쟁터였지 비참한 나날들이 계속 이어지리란 걸 우린 알게 되었지 쉬는 시간에도 교실에 있었어 교실 밖은 더 끔찍하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밖에선 도망치는 걸 연습하거나 동상처럼 가만히 서 있는 걸 배워야 했어 거기 있어야 할 이유도 없이 말이야

『아마도 그건 아물 거야』 p. 24-29

 

MC메타: 어느 누구도 학원폭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가해자이든, 피해자이든, 방관자이든 모두가 이 문제를 겪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표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셰인 코자인은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끄집어냈고, 이를 통해 우리 모두가 학원 폭력의 문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 나타난 포에트리 슬램은 시를 낭독하는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는데, 있는 그대로의 목소리로 울림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아주 적극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봉현: 제가 더 보태자면, 슬램은 기존의 시 낭독보다 역동적인 말투와 몸짓이 가능합니다. 포에틱저스티스의 대구 공연 때 김경주 시인이 가면을 쓰고 슬램을 했던 것처럼 말이죠. 한국에서는 좀 낯설지만, 미국은 실제로 중?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슬램 대회가 열리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하는 웅변 대회처럼 각 주제에 대해서 슬램하는 형식으로요. 『아마도 그건 아물 거야』는 독자가 위로를 받는 것도 있지만, 저자 역시 시와 랩을 통해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MC메타님도 ‘힙합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다’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는데요?

 

MC메타: 중학교 때 저 역시도 학교폭력에 가담하기도 하고, 그 피해를 당하기도 하고, 방관한 적도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게 뭔지 모르고, 무슨 상황에 처한 것인지도 알지 못한 채였죠. 시대를 지나도 이런 문제가 여전히 있다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음악을 접하면서 많이 변화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학창시절의 상처가 그 이후에도 계속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 힙합 하시죠(웃음). 모두가 자기 표현을 하고 뭔가 억눌려왔던 것을 깰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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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을 낳는 무한경쟁과 생존

 

MC메타에 이어 무대에 나온 제리케이는 ‘해커스와 시크릿’을 통해 우리 사회의 지나친 경쟁을 지적했다.

 

제리케이: 책 내용 중에 입양되어 불행하게 살고 있는 아이가 부모님과 잘 지내며 살아온 아이의 “극복해”라는 말에 죽고 싶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이 부분을 보면서 2집 때 제가 전했던 메시지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폭력적일 수 있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2집에서는 ‘할 수 있어. 너희가 되지 못할 것은 없어’ 이런 메시지를 전달했거든요. 이번 3집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이룰 수 없는 상황들에 대해 노래했는데, 책을 읽고 2집과 3집의 차이가 더 강렬하게 느껴졌습니다. 

 

김봉현: 방금 부른 ‘해커스와 시크릿’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나요?

 

제리케이: 저도 해커스 토익을 보면서 공부를 했고, 800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점수로는 원서 낼 곳도 없더라고요. 또 저는 『시크릿』같은 책, 말하자면 일종의 자기계발서잖아요. 이런 책들에 대한 반감도 컸어요. 열심히 살라. 게으름 피우지 말라. 이런 얘기들을 마치 모르핀 주사 놓는 것처럼 주입하는 사회 분위기가 싫었습니다. 해커스로 대변되는 스펙 중심의 경쟁체제도 비판하고 싶었고요.

 

마지막으로 키비가 나와 ‘소년을 위로해줘’를 불렀다. 이 노래는 은희경의 동명 소설에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김봉현: 키비님은 『아마도 그건 아물 거야』를 읽고 제게 감상문을 보내주시기도 하셨는데요. 책을어떻게 읽으셨나요?

 

키비: 텍스트는 적지만 그림을 살펴보느라 굉장히 천천히 읽었습니다. 셰인 코이잔이 전하고자 했던 것들이 제게는 너무도 크게 다가왔습니다. 셰인 코이잔이 받은 상처가 책에 그대로 드러나 있어서, 마치 책이 저를 찌르는 것처럼 아프게 느껴졌어요. 감동을 받아 셰인 코이잔의 TED 강연도 찾아 보았습니다.

 

키비는 이 날 책을 읽고 쓴 자신의 감상문을 낭독했다.

 

『아마도 그건 아물 거야』는 제게 많은 영감을 주었지만, 무엇보다 ‘경쟁’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책을 통해 경쟁 때문에 서로를 미워하고, 경쟁에서 가장 만만한 상대를 괴롭히는 모습들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감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질 싸움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아니, 대체 싸움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었다. 사실 싸움을 한다는 건 내가 진다는 의미였으니까. 학교에 가던 그 시절, 경쟁이 싫고 두려워서 그래서 그들 사이 어디에도 끼지 않았다. 반 뒤편에 게시판 등수로 나열된 성적표에도, 쉬는 시간마다 몰려 나가는 농구 코트에도, 화장실 맨 뒤 칸 나눠 피던 담배 연기 밑에도. 난 어디 쯤에도, 속해있지 않았다. (…) 사실 지금도 나는 변한 게 없는데 경쟁의 시스템은 이전보다 더 공고해지고, 모두 살아남기 위해서 한 움큼씩 초조해있고, 모두가 무언가에 조금씩 화나있는 게 당연해져 버렸다. (…) 우리 모두를 짓누르던 이 같은 공기 속에서, 십 수년 전에 어떤 용기가 나를 여기로 이끌었던 것처럼, 그 용기는 또 다시 나를 혹은 여러분들을 이끌어줄지도 모릅니다. 내가 나로서 거듭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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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건 아물 거야셰인 코이잔 저/김경주 역 | 아카넷주니어
셰인 코이잔은 피해자의 입장에 서서 억눌려왔던 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그 목소리를 전해 듣는 동안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은 조금씩 아물어간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피해자들의 내면에 깃든 강인함과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아마도 그건 아물 거야]는 집단 괴롭힘에 관련된 사람뿐 아니라 크고 작은 일로 상처받고 실망하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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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노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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