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스(Banks) < Goddess >
캘리포니아 출신 뮤지션들의 음악은 대부분 밝다. 조사를 통해 표본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서프 음악, 스카 펑크, 스케이트 펑크 등 밝고 템포가 빠른 스타일들이 그쪽에서 큰 가지를 뻗었다. 히스패닉이 많이 거주하는 탓에 라틴음악도 큰 무리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신인 여성 싱어송라이터 뱅크스(BANKS)의 음악은 캘리포니아 태생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어둑어둑하고 잠잠하기만 하다. 전례에 반하는 외양 때문에 그녀의 음악은 더 각별해진다.
지난해에 발표한 EP < Fall Over >, < London >과 마찬가지로 정규 데뷔 앨범 < Goddess >에서도 낮은 채도의 음악을 들려준다. < Fall Over>에서는 리듬 분절이 어느 정도 나타난 「Fall over」나 UK 거라지 형식의 「Work」가 댄스음악을 지향했지만 이번에는 활발함이 거의 없다. 전자음이 노래 곳곳에 스며 있으나 그 소리는 옅고 희미해 한층 차갑고 연약하게 들린다. 껄끄럽게 느껴지도록 왜곡을 가하거나('Brain') 음성이 떨리는 것처럼 층을 낸('This is what it feels like') 보컬 또한 음험함을 증대한다. 이로써 앨범은 줄곧 불안감을 형성한다.
종잡을 수 없는 음의 얼개도 예사롭지 않은 야릇함을 키우는 데 한몫한다. 수록곡들은 드림 팝, 트립 합, R&B의 요소를 골고루 지녔지만 어느 한쪽으로 확실히 기울지 않는다. 이런 듯하면 저러고, 저런 듯하면 또 엉뚱하게 나아간다. 「Goddess」는 엔야(Enya)의 노래를 연상시키는 코러스와 분위기로 뉴에이지를 기웃거리며 「You should know where I'm coming from」은 셜리 배시(Shirley Bassey) 느낌의 오케스트라 팝을 물색한다. 그야말로 얼터너티브 팝이다. 혼합을 통해 전달하는 자신의 지향이 명확해 어지러움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선을 긋는다.
혼란과 절망, 비애를 표하는 노랫말 역시 암울함을 부연한다. 자신을 배반한 연인을 원망하고(「Goddess」), 바람을 핀 애인에게 너 때문에 자살하겠다고 포고한다(「Drowning」). 「Fuck em only we know」는 현재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을 저주하면서 연인에 대한 애정을 역설하고, 「Waiting game」은 줄다리기 같은 싸움에 지쳐 지금까지의 사랑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낸다. 영원한 사랑을 할 것처럼 뜨거운 감정을 띠다가도 어디에서는 지난 사랑과 과거의 행위를 한탄하고 미워하는 모습은 싸한 음악과 만나 앨범에 냉랭한 기운을 더한다.
뱅크스의 음악은 미묘하지만 낯설지 않다. 사랑 때문에 분열적 성격을 보이는 가사는 위켄드(The Weeknd)를 위시한 PBR&B의 특성이며, 우울함을 드라마 같이 구현하는 것은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와 비슷하다. 여린 보컬은 엘리 굴딩(Ellie Goulding)을 닮았고, 앰비언트와 조심스러운 일렉트로니카, R&B의 결속을 꾀하는 스타일은 에프케이에이 트위그스(FKA twigs)와 조금 비슷하다. 그렇다고 뱅크스가 그들의 아류는 아니다. 분명 독특함이 있다. < Goddess >는 전자음악과 흑인음악, 팝의 융합이 빠르게, 유동적으로 이뤄지는 작금의 경향을 가늠할 새로운 산물이다.
글/ 한동윤(bionicso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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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