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은 서울에서 이국적인 음식을 가장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 과거에는 해밀톤호텔 주변이 맛집의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경리단길이 뜨고 있다. 경리단길은 녹사평역 2번출구 앞 국군재정관리단에서 남산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까지 이어지는 회나무로를 뜻한다. 경리단길은 국군재정관리단의 옛 이름 ‘육군중앙경리단’에서 유래됐다. 홍대보다는 상수동, 삼청동보다는 서촌 맛집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경리단길이 제격이다. 아직 대형 프랜차이즈가 진입하지 않아 소박하고 특색 있는 레스토랑, 카페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신선한 TO-go 식사, 건강한 도시락
3년 전, 경리단길에 오픈한 ‘DELICA(델리카)’는 홈메이드 테이크아웃 도시락 전문점이다. 예술의전당 근처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더바도포(The Bar-dopo)’의 민현경 대표가 남편의 서재 공간을 리모델링해 오픈했다. 코티지 파이, 수프, 샌드위치, 파니니, 볶음밥 등 매일 아침에 적정량의 음식만 만들어 판매하고 오후 4, 5시경에 문을 닫는다. 간단히 말하면 ‘다품종 소량생산’을 추구하는 곳이다. 초기 델리카의 주요 고객은 이태원 경리단길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었다. 영어학원 강사로 취업해 1,2년 동안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마땅히 식사를 때울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을 착안, 혼자서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 라자냐, 콜드 파스타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부엌이 비좁아 요리를 즐기기 어려운 외국인들이 주요 고객으로 델리카를 찾았고, 지금은 경리단길이 데이트 코스로 뜨면서 한국인 고객과 외국인 고객이 5:5 정도를 이룬다.
홈메이드 테이크아웃 도시락 전문점 ‘델리카’
민현경 대표는 10여년 전 광화문 근처 골목길에 샌드위치 바(bar)를 열어 운영했다. 주문 후에야 만들기 시작하는 새로운 개념의 샌드위치를 소개하며 장안의 미식가들을 사로잡아 샌드위치 레시피 책 『아이 엠 샌드위치』를 펴내기도 했다. 델리카의 샌드위치가 일품인 까닭은 민 대표의 샌드위치 사랑에서 시작됐다. 어느 환경에서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는 만들기가 쉬울 뿐만 아니라 영양가가 고스란히 살아 있는 음식. 델리카의 인기 메뉴 ‘구운채소 파니니’는 쥬키니호박, 가지, 파프리카를 구워 멕시칸치즈와 바질 페이스트로 맛을 낸다. 샌드위치 전문점에서나 맛볼 수 있는 풍미를 7,700원에 즐길 수 있다. 또 델리카는 매일 새로운 메뉴를 개발, 단골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델리카를 운영하기 전부터 경리단길을 즐겨 다녔던 민현경 대표는 “아직까지 경리단길은 조그마한 자영업 수준의 개성 있는 식당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거리 자체가 협소해서 발레 파킹으로 골목길이 점령 당하는 경우가 없어, 걸어 다니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안성맞춤”이라며, 즐겨 가는 맛집으로는 타이 음식점 ‘부다스벨리’와 스위스식 샌드위치를 맛볼 수 있는 ‘에델바이스’, 고깃집 ‘황토숯불생고기’를 추천했다. 델리카의 고객 80% 이상은 테이크 아웃으로 도시락을 즐기며, 모든 메뉴는 6천 원에서 9천 원대. 주말에는 주인의 서재 공간까지 열어 카페로 변신, 음료만을 판매한다. (델리카 / 070-8256-9060 /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579)
6천 원으로 로마의 피자를 맛본다
맛집 프로그램 <테이스티 로드>에도 소개됐던 이태원 경리단길의 핫한 맛집 ‘Trevia(트레비아)’. 간판에 써있는 ‘Pizza di Roma’ 라는 문구 그대로 정통 로마식 피자를 추구하는 피자 가게다. 트레비아는 'Pizza alla pala'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삽, 막대기'라는 뜻의 Pala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즐겨먹는 길쭉한 모양의 피자. 트레비아는 훌륭한 맛뿐만 아니라 1만 원을 넘지 않는 착한 가격으로도 입 소문을 타 경리단길의 대표 맛집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곳에서 선보이는 피자는 총 19가지로 100% 이탈리아 원유로만 만든 필로네 치즈, 후레쉬 모짜렐라, 그라파다노까지 토핑뿐 아니라 치즈의 종류까지 선택할 수 있으며, 베지테리언도 즐길 수 있는 치즈가 없는 피자도 인기가 많다.
트레비아의 필로네 양송이 피자, 네 가지 치즈 피자
깔끔한 인테리어의 가게 안은 점심도 저녁시간도 아닌 오후 4시였음에도 불구하고 친구, 연인, 가족 단위의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유기농 야채 샐러드와 넓적한 면으로 만든 파스타인 ‘라자냐’ 또한 인기 메뉴. 사진 속 피자는 Trevia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필로네 양송이 피자’ 와 ‘네 가지 치즈 피자’. 따끈따끈 갓 나온 피자는 조각피자로 여기기엔 꽤 크기가 컸다. 여기에 시원한 맥주까지 곁들인다면 이탈리아 로마 부럽지 않은 경리단길의 낭만이 입 안에 가득 흘러 넘친다. 네 조각으로 잘라진 피자는 5천 원부터 7천원 대. (트레비아 / 02- 794-6003 /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557)
그리스식 랩 샌드위치, ‘기로스’
이탈리아를 맛보았으니 이제 그리스로 가본다. 경리단길 입구를 지나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니 그리스의 푸르름을 연상시키는 파란 간판이 우리를 맞이한다. 신선한 그리스 음식을 맛볼 수 있는 ‘EL GRECOS(엘 그레스코)’. 메인 메뉴인 ‘기로스’ 는 터키의 케밥과 비슷한 모양을 한 그리스의 랩 샌드위치로, 피타 브레드라는 그리스식 납작한 빵 안에 타지키 소스와 다양한 고기를 넣어 만드는 그리스의 국민 음식이다. ‘기로스’ 라는 단어 자체도 돌돌 말렸다는 뜻의 의태어다.
엘 그레스코의 대표 메뉴 ‘기로스 피타’
주문 시 돼지고기와 치킨, 갈릭소스와 타지키 소스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음식이 생각보다 느끼하진 않다. 우리나라의 된장만큼 많이 쓰인다는 그리스의 타지키 소스가 돼지고기와 토마토, 양파와 어우러져 상큼함을 자아낸다. 이들을 감싼 빵 역시 살짝 구워져서 나와 담백한 맛을 더한다. 크기 또한 둘이 먹어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의 넉넉한 양. 이 모든 그리스의 맛을 느끼기에 8,500원이면 충분하다. (엘 그레스코 / 070- 8263-8678 / 서울 용산구 이태원2동 273-11)
2,000원 값어치를 뛰어넘는 츄러스
경리단길 맛집 투어의 마무리 투수는 달달한 후식의 떠오르는 샛별, 츄러스. 1년에 한 두 번 놀이공원에 가서나 먹곤 했던 츄러스를 이제 경리단길에서도 손쉽게 맛볼 수 있다. 그 이름도 반가운 ‘Street Churros(스트리트 츄러스)’. 경리단길 골목 초입에 있는 가게 앞에 길게 늘어선 줄만 보고도 그 인기를 짐작 할 수 있었다. 대표 메뉴는 2천 원짜리 스페인 전통방식의 50cm 츄러스다. 주문을 받는 즉시 긴 반죽통의 손잡이를 휙휙 돌려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 곧장 기름에 튀겨낸다.
츄러스 전문점 ‘Street Churros’. 평일에도 손님들이 끊이질 않는다.
갓 나온 츄러스를 손에 쥐자 따뜻한 온기와 함께 달짝지근한 향이 새어 나와 저절로 훈훈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그런데 츄러스의 모양이 우리가 흔히 보던 긴 막대 모양이 아니라 휘어진 모양인 것이 마치 말발굽 같다. 말발굽이 스페인에서 행운을 가져다 주는 상징으로 쓰여 츄러스에 적용했다고 한다. 25cm 츄러스와 아이스크림을 함께 주는 ‘아츄’ 세트는 3천 원, 50cm 츄러스와 진한 아메리카노를 함께 주는 ‘롱츄’ 세트는 5천 원. 이외의 음료 메뉴(프로즌 모카 5천 원, 쇼콜라 3천 원)도 높은 품질을 자랑한다. (스트리트 츄러스 / 02-792-1489 / 서울 용산구 이태원2동 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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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샌드위치 민현경 저 | 디자인하우스
복잡하고 특별한 요리법이 아닌 ‘맛의 조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재료 사용에 대한 아이디어를 담은 책으로, 기본적인 소스부터 이국적인 맛의 소스뿐만 아니라, 샌드위치와 어울리는 빵, 채소의 선택과 관리 등 맛있는 샌드위치 만들기에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와 더바도포에서 애용하는 빵과 이국적인 식자재를 구입하는 곳에 대한 유용한 정보도 함께 담았다. 또한 40개의 샌드위치 레시피 외에도 제이미 올리버 토마토 샐러드, 케이퍼 드레싱을 올린 구운 가지 라디치오 샐러드 등 샌드위치를 만들면서 함께 만들면 좋을 샐러드나 와인 안주 레시피도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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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혜, 김예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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