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부모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을 설문조사했다. 1위는 ‘공부해라’ 였고, 이어서 ‘숙제했니’, ‘휴대전화 그만 해라.’ 등이라고 답했다. 반면 부모에게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은 ‘사랑해’가 1위였고, ‘잘했어’가 뒤를 이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격려와 칭찬의 말을 듣고 싶어 하지만, 현실에서는 학업성적과 관련된 훈계를 더 많이 듣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학창 시절하면, ‘학업’을 빼놓을 수 없지만 그 외에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여기 두 편의 웹툰을 들여다보며, 그 시절을 떠올려보자.
『아이들의 권선생님』
-작가 : 호우
-내용 : 전교생이 5명인 시골분교에 조폭출신 권선생님이 임시로 부임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시간이 흐르며 점점 변해가는 아이들과 권선생님의 모습을 담았다.
-감상 TIP : 무심한 듯 보이지만 알고 보면 아이들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따뜻한 권선생님은 반전매력의 소유자이다. 아이들을 아끼는 권선생님의 말과 행동이 보는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다.
『더 퀸 : 침묵의 교실』
-작가 : 김인정
-내용 : 전학생 ‘정아’는 그 반에서 여왕으로 불리는 ‘유리’와 친해진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뭐든 하고 마는 유리는 같은 반의 평범한 학생 ‘햇님이’를 왕따로 만들고, 정아도 가담하게 만들며 사건이 전개된다.
-감상 TIP : 평온한 듯 보이는 여고생 교실 내의 보이지 않는 권력관계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며, 학교폭력의 단상을 보여준다.
차시루 : 우째 믿십니꺼.
권선생님 : 난 믿냐. 선생님은 아버지가 주시는 사랑이 뭔지 잘 알고 있다. 날 믿는다면 이번엔 네가 아버질 받아들여야 할 때야.
<아이들의 권선생님> 44화 하고싶던 말
지나버린 학창시절은 흑백사진처럼 아름답게 기억되기 쉽다. 과거의 시간들이 기억의 분리수거를 거쳐, 좋은 기억만 남기고 나쁜 기억은 빨리 지워버리는 경향 때문이다. ‘무드셀라 증후군’의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비록 그 시절에는 모든 것이 학업에 집중되는 점을 답답하게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를 매워주는 다정했던 선생님, 친구들과의 수다, 쉬는 시간의 매점, 점심시간의 농구 등이 있었기에 돌아보면 그리운 시간으로 남는 듯하다.
정아 : 이건 뭔가 아닌거 같아. 뭔가 좀...
지은 : 그래서...? 니가 나서 보려고?
정아 : 그건... 아니지만...
지은 : 그치? 나도 그래.
분명히 뭔가 잘못되었는데. 그렇다고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다들 같은 기분일까? 다들 나와 같은...
<더 퀸 : 침묵의 교실> 9화
조용하다. 이미 몇 번이나 느껴 본 익숙한 침묵. 아무도 말하고 있지 않아서 더욱 또렷하게 들리는 침묵속의 말들. 누군가 날 대신하고 있다는 안정감. 나는 아니라는 안도감. 나에게도 있었던 그리고 모두에게 있었던. 그러니까 나만 잘못하는 게 아니지? 다들 안도하고 있잖아. 날 욕하면서도 사실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잖아? 그렇지? 나만 잘못하는 게 아니지?
<더 퀸 : 침묵의 교실> 20화
그러나 그 시절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우윳빛의 아름다운 세상은 아니다. 약육강식의 권력관계, 무한경쟁의 압박, 빠른 변화 속의 도태 등 냉정한 사회의 축소판인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단지 나이가 적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오히려 ‘그맘때 아이들이 다 그렇다’는 흔한 말 안에 담기에는 잔혹한 이야기들이 꼭꼭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권선생님> 36화 선잠
이제껏 놓쳐버린 게 너무 많다. 존경하는 부모님, 내가 꿨던 꿈, 사랑하는 사람, 내가 미처 잡지 못했던 손. 걱정마라. 이번엔 안 놓쳐.
<아이들의 권선생님> 80화 대단원(1)
어른들이 말하던 ‘학교 다닐 때가 좋은 때야.’라는 평범하지만 가슴에 와 닿는 진리. 하지만 자세히 돌이켜 보면, 모든 것을 ‘좋은 때’에 넣기에는 녹록치 않은 현실적인 문제들도 있었다. 여러 가지 문제들 속에서 결국 그 시절이 좋았던 이유는, 나를 응원해주었고 나를 따뜻하게 바라봐주었던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비록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라도 그 곁을 지켜주었던 이가 있었다면, 그 사람을 중심으로 따뜻하게 기억될 수 있으리라.
앞서 소개한 ‘아이들의 권선생님’ 웹툰처럼, 더 많은 이들이 학창시절을 돌아보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추억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아직 학생이라면, 그 추억의 한 페이지를 보탤 수 있도록 작은 배려와 사소한 말 한마디를 오늘부터 실천해보면 어떨까. 그리고 이미 학창시절을 훌쩍 지나버렸다면, 그 시절 하고 싶었던 일들을 상기해보면 어떨까. 마치 학생 때 다 마치지 못한 오래된 숙제를 하듯이 하나씩 끄집어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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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진
30대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마음속에는 소녀감성이 있고, 익숙해진 삶의 패턴 속 에서도 여전히 서툴고 실수투성인... 어쩌면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저는 평범한 ‘그녀’입니다. 저를 포함한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의미 있게 되짚어보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공감과 이해를 통해 조금씩 행복해지시길 바랍니다.
서유당
2014.06.11
감귤
2014.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