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민종은 얼마 전 인터뷰에서 '임창정의 가수 재기 성공'에 대해 자신은 엄두도 못 낼 일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확실히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나, 그를 채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나 임창정의 '가수로서의 커리어'는 놀라운 수준이다. 빡빡한 연기자로서의 삶 때문에 띄엄띄엄 앨범을 발매하고, 큰 음악적 변화 없이 일관된 레퍼토리를 고수하지만 매번 신기할 정도의 성공을 거둔다. 정규 12집이면 거장의 수준이다.
새 앨범은 왜 그가 이토록 거대한 사랑을 받는 '가수'인지를 간단명료하게 보여준다. 뛰어난 가창력과 음악에 대한 열정만이 전부가 아니다. 통산 12집의 이 베테랑 아티스트는 '대작'은 아닐지라도 대중들의 심리를 정확히 꿰뚫어 '범작'을 만들어 내는 데는 천부적이다. 앨범 타이틀이 역설하듯 그의 노래는 흔하고, 보편적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불리어지고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그 주안점을 둔다.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의 시대임에도 여전히 정통 발라드를 고수하는 것은 임창정이라는 이름 자체가 갖는 상징성에 따른 결정이었고, 이는 절대 다수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기대'를 충족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작곡 크레딧에 올라있는 많은 이름들에도 불구하고 다양함보다는 일관성이 눈에 띤다. 「소주 한 잔」의 담백한 가창을 이어가는 「흔한 노래」는 이미 차트 곳곳에서 순항중이며 정 반대의 「오랜만이야」 풍의 「어느 하루가」, 「바보」는 특유의 애절한 가창으로 사랑받고 있다. 대부분 직접 작사한 가사들까지 더해져 대중들의 공감 포인트를 더욱 넓힌다. 다만 휘성의 작품으로서 원작자의 자취를 강하게 풍기는 「마지막 악수」, 드문 미디엄 템포 넘버 「보내야 했을까」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답보상태다. 과거의 어떤 트랙들을 가져다놓아도, 혹은 앨범의 어떤 트랙을 과거 앨범에 수록해도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을 정도다.
말 그대로 전형적인 작품이지만 그것이 몰가치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그에게 있어 더 이상의 음악적 욕심은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노래가 바로 '흔한 노래, 흔한 멜로디'이며, 대중들이 바라는 지점 또한 마찬가지다. 이를 잘 알고 있었기에 임창정은 큰 욕심 없이 커리어를 유지할 수 있었다. 새 앨범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신뢰'를 획득한 상황이라 하나 여유롭다기보다는 진부하게 읽힌다. 허나 더 기대할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 그것이 임창정의 음악 세계이기 때문이다.
글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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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ryberry
2014.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