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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PD님, 휴대폰 좀 빌려주세요

대한민국 예능에서 가장 섭외가 쉬운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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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 <무한도전>을 본방 사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런 스케줄 없는 주말을 가장 사랑하지만, 쉽사리 찾아오지가 않는다. 요즘 그나마 챙겨보는, 그것도 IPTV로 보는 예능 프로그램은 딱 하나, <무한도전>. 언제나 내 눈길을 사로잡는 건, 김태호 PD의 기획력과 <무한도전>의 섭외력이다.

<무한도전>이 방송되는 토요일 저녁, 언제나 <무한도전>은 실시간 검색어 상위를 차지한다. 2006년 5월 첫 방송을 시작해, 지난주 355회(2013. 11월 9일 방송)로 시청자들을 만난 <무한도전>. 2년마다 열리는 ‘무한도전 가요제’는 올해도 어김없이 뜨거운 감자였고, 지난주 방송된 ‘관상 특집’ 편은 방송 전부터 스포일러성 기사가 공개되어 제작진이 곤혹을 치렀다. 김태호 PD가 개인 트위터(//twitter.com/teoinmbc)에 남긴 짧은 트윗 마저 실시간으로 빠르게 퍼졌다. (김태호 PD의 팔로워 숫자는 55만 명을 넘어선다. 김 PD가 트위터를 매우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기에 퍽 높은 수치다.


사진_ MBC 홍보팀


<무한도전> 안 봤어? 그럼 너랑 할 이야기 없어

시청률이 높지 않았더라도 매주 쏟아지는 <무한도전> 리뷰. 수많은 리뷰 축제 속에 한 페이지를 더할 생각은 없다. 김태호 PD의 기획력을 무척 높게 평가하지만 그의 추종자도 아니고, 예능 프로그램 없이는 한 주를 견뎌낼 수 없는 예능빠도 아니다. 다만, 내게 필요한 것은 김태호 PD의 휴대폰, 김 PD의 목소리, 그리고 <무한도전>의 영향력이다. (이게 무슨 소리?!)

주변에 <무한도전> 추종자들이 매우 많지만, 너무하다 싶은 인기에 괜스레 질투를 느낀 적이 있다. 한 주라도 시청을 그냥 패스할까 치면, 대화 그룹에서 소외감을 느껴야 하니, 본방사수는 못하더라도 ‘어떤 주제로 방송이 됐는지’ 정도는 포털 사이트에서 확인해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이라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무한도전>의 영향력을 가장 크게 느꼈던 일은 지난 2012년 MBC 파업 사태 때, 네티즌이 보여준 반응이었다. 김태호 PD의 파업 참여로 장장 24주간 결방된 <무한도전>. MBC 파업이 계속될 때, 시청자들이 가장 분노했던 것 중 하나는 <무한도전>을 볼 수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이 점이 매우 놀라웠다. 방송사의 파업이 왜 일어났는지 궁금해 하기보다는 <무한도전> 결방이 그저 속상한 시청자들. 도대체 <무한도전>이 뭐길래!

MBC의 다른 예능 프로그램은 책임PD가 대타로 연출을 맡고, 외주 제작사에게 시간대를 내주면서 꾸역꾸역 이어갔지만, MBC 예능의 독보적인 존재 <무한도전>은 감히 누구도 건드리지 못했다. 그리고 김태호 PD는 프리랜서 작가들과 스태프들에게 가장 큰 미안함을 전하며, 7명 멤버들과 함께 <무한도전> 신사동 연습실에서 회의를 하며 ‘간추린 무한뉴스’를 제작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무한뉴스’는 퍽 감동적이었다. 대한민국에 과연 이런 프로그램이 존재한단 말인가?

<무한도전> 녹화 날짜는 (대한민국 전국민이 다 아는) 매주 목요일. MBC 방송사가 여의도에 있기 때문에 종종 촬영 현장을 마주칠 수 있었다. 직장인들이 대부분인 여의도이지만, 녹화 장소를 어떻게라도 알아낸 <무한도전> 광팬들은 VJ 못지않은 달리기 실력으로 촬영 현장을 뒤쫓기도 했다. MBC 방송사가 내년 상암동 신사옥으로 이전할 예정이니, 이제 DMC 주변에서 <무한도전> 촬영 현장을 만나는 일이 멀지 않았다.


김태호 PD,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

지난주, 일을 하다 문득 김태호 PD의 휴대폰 전화 목록이 궁금해졌다. 나는 김태호 PD의 추종자도, 팔로워도 아닌 그냥 <무한도전>을 적당히 좋아하는 소시민일 따름이지만, ‘2013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에서 발표된 노래들을 흥얼거리다 김 PD의 목소리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무한도전> 김태호 PD인데요. 이번에 XXX 특집이 방송될 계획인데요. 출연이 가능하실까요?” 이 목소리만이라도 녹음을 해서 전화를 걸어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김태호 PD의 목소리, 아니 <무한도전> 제작진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도 “바쁘다”며 전화를 끊을 연예인은, 매니저는 없을 것만 같았다.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에는 유희열, GD, 보아, 김C, 프라이머리, 장미여관, 장기하와 얼굴들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심사숙고한 출연진도 있었겠지만 ‘무한도전 가요제’는 꽤나 욕심 나는 타이틀이다. (대한민국 톱가수들도 앨범 발표를 ‘무한도전 가요제’를 피해가고 싶을 정도이니, 할 말 다 했다)

과거, 김태호 PD를 20분 정도 인터뷰한 적이 있다. <무한도전> 200회 특집을 축하하는 매우 건조한(?) 인터뷰였는데, 매우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인상에 남았다. 박명수와 외모를 비교 당한 전적이 있지만 실물이 꽤 멋졌고 패션감각 또한 연예인 못지않았다. 내가 느낀 김태호 PD의 인상은 ‘정도를 아는 사람’이었다. 유명인을 인터뷰하다 보면, ‘이 사람, 지금 나한테 잘 보이려고 하네?’ ‘지나친 겸손 아냐?’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하는데, 김태호 PD는 매우 적절한 대답, 감정적이지 않되 솔직했다. 말이 많지 않은데, 성량이 크지도 않고, 어조도 매우 평범한데 듣는 사람을 경청하게 만들었다. 트위터에 올리는 글도 그러하다. 수다스럽지 않다. 가오도 없다. 젠체하지도 않는다. 이제 좀, 어깨에 힘이 들어갈 법도 한데 MBC 사장도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대한민국 NO.1 예능 PD인데 한결같다. <무한도전>에 대한 애정, 멤버들에 대한 애정, 제작진과 게스트에 대한 배려가 트위터에도 드러난다.

김태호 PD가 어떻게 PD가 되었으며, 방송사 면접 때 얼마나 독특한 발언을 했는지, 학창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는지, 소지섭, 이나영, 조인성, 패리스 힐튼 등 <무한도전> 특집에 출연한 톱스타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런 것들을 쓰려고 수집해놓았다가, 불현듯 흥미가 사라졌다. 김태호 PD가 지난 9월 24일, 리트윗한 글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MBC 기자 출신으로 목회자가 된 조정민 목사의 트윗이다. 김 PD의 심경을 대변하는 글이었나 싶다.
사람의 가장 큰 능력 중의 하나는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을 무시할 줄 아는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무시해야 할 그 말을 보석처럼 가슴에 품고 삽니다.
<무한도전>은 8년간 호평이 줄을 이었지만 혹평도 만만찮았다. 간혹 몇 주 시청률이 떨어지면 “<무한도전> 뒷심 부족하나?”와 같은 기사들을 목격해야 했다. 이럴 때, 김태호 PD가 보여준 반응은 매우 인상 깊다. “항상 재미있고 새로울 수는 없다.” 뻔뻔한 대답이 아니다. 열심히 한 사람만이 대답할 수 있는 답변이다. 김태호 PD의 당당한 항변이 <무한도전>의 8년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프라이머리의 표절 논란으로 ‘무한도전 가요제’의 인기가 예년만큼 뜨겁지 않다. 아직까지 <무한도전>은 공식적인 의견 표명을 하지 않았다. 몇 개 매체들은 “<무한도전>, 왜 가만히 있나?”라며 때이른 호통을 치고 있다. 아티스트가 아직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무한도전>은 도대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 것인지, 스스로도 궁금할 따름이다. 김태호 PD는 언제나 그렇듯, 가장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메이저 지상파 방송사의 TOP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디밴드를 초대하고, 직장인의 설움을 담아내고, 때로는 시청자들에게 연출권을 주며 매년 달력을 제작해 수익금을 기부하는 <무한도전>. <무한도전>만큼 약속을 잘 지키는 프로그램도 없지 않은가 싶다. 갑자기 궁금해진다.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 단체곡을 녹음하다 눈물을 흘린 정형돈을 보며, 김태호 PD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아차차! 오는 11월 27일 악스코리아에서 열리는 ‘제 7회 예스24 문화축제’에 김태호 PD가 연사로 출연한단다. 올해는 주제가 ‘내게 첫사랑 같은 책, 영화, 음악’이다. 김태호 PD에게 첫사랑 같은 영화는 무얼까, 진심 궁금하다. 다행히도 입장료는 없다. 김태호 PD 외에도 소설가 김영하, 발레리나 김주원, 뮤지션 요조와 장미여관이 출연한다. 장미여관은 <무한도전> 출연 전에 결정된 걸로 전해 들었다. 신청은 예스24 블로그 이벤트 코너 (//blog.yes24.com/blogmain/yesevent/Event79)에서 가능하다.

[관련 기사]

-무한도전 가요제, 너희들 왜 그렇게 열심이니
-장미여관 육중완 “친구들이 이제 나랑 안 만나주려고 한다”
-정형돈 눈물의 의미, 우리는 이해한다 <무한도전-자유로 가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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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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