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과 명상을 선물하는 특별한 미술 여행
유럽 여행을 가면 누구나 그 나라 문화유산의 보고인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게 마련이다. 한데 서양의 각 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미술관들은 대부분 어디에 있을까? 루브르박물관, 영국박물관, 프라도 미술관…… 대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이곳들은 관광객들로 북적여 명작에 눈도장 찍고 나면 금세 지쳐버리기 일쑤다. 이런 유명 미술관 말고 도심과 멀리 떨어진 한적한 공원이나 자연 속에서 느긋하게 작품을 만날 수는 없을까?
201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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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를 대표하는 혹은 한 도시를 대표하는 최고의 미술관은 어디에 위치해 있어야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도시의 중심부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런 것이 사실이다. 접근성이 뛰어나야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으니까. 하지만 어떤 도시나 지역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도심과 멀리 떨어진 한적한 공원이나 자연 속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저마다의 개성과 양질의 소장품으로 세계의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곳이 있는 것이다. 바로 라인강 주변 미술관들이 그렇다.
하이네의 시 「로렐라이」 로 잘 알려진 라인강은 중부 유럽을 흐르는 최대의 강이다. 스위스 알프스에서 시작해 독일ㆍ네덜란드ㆍ프랑스ㆍ벨기에 등 여러 나라들을 거쳐 북해로 흘러가지만 강줄기가 독일에 가장 길게 걸쳐 있어 그 나라의 상징이 되었다. 독일의 라인강 유역은 많은 포도밭과 아름답고 유서 깊은 고성 들이 곳곳에 있어 관광 코스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독일과 네덜란드의 국경을 잇는 라인강 하류에 독특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자연미술관들이 대거 밀집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독일의 노이스라는 소도시에 위치한 ‘홈브로이히 박물관 섬’은 거대한 생태 공원 속에 들어선 소박한 갤러리 건물 열다섯 곳을 천천히 거닐면서 다양한 시대와 장르의 미술을 경험하는 곳이다. 그래서 휴식과 명상 그리고 웰빙 식사까지 가능한 아주 특별한 ‘힐링 미술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때 프리드리히 1세가 살았던 모일란트 궁전은 관리 소홀로 폐허가 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다가 20세기 독일 미술을 대표하는 요제프 보이스의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제적 공공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또 한스 홀라인이 설계해 포스트모던 건축의 아이콘으로 많은 찬사를 받은 압타이베르크 미술관, 19세기에 지어진 온천탕 호텔을 리모델링한 쿠어하우스 미술관, 상류층 남성들을 위해 지어진 무도회장에서 현대미술을 위한 공공미술관으로 대변신을 이룬 아른험 현대미술관도 모두 라인강 줄기에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 라인강 지역 미술관은 저마다의 건축적 특징과 독특한 컬렉션의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모두 국립공원이나 넓은 초원, 혹은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자리 잡고 있어 미술과 자연, 건축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알려지지 않아 더욱 그 가치를 발하는 유럽의 숨은 진주 같은 미술관들인 것이다.
이 책에 소개한 미술관 열두 곳은 라인강 하류 지역에 분포해 있으며, 그 대부분은 유럽의 새로운 미술관 여행 루트로 주목받고 있는 ‘크로스아트CROSSART’에 속한다. 크로스아트는 라인강 하류에 위치한 크고 작은 지역 미술관 열 곳을 묶어 새로운 문화 관광 루트로 개발하기 위한 독일과 네덜란드 두 나라 간의 문화관광 협력 프로젝트를 말한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이름에서 보듯 지역과 국경을 넘어 두 나라의 예술이 공생 공존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크로스아트에 참여한 미술관 열 곳 중, 네 곳(퓐다시 미술관ㆍ아른험 현대미술관ㆍ팔크호프 미술관ㆍ판 봄멜 판 담 미술관)은 네덜란드에 위치해 있고, 여섯 곳(쿠어하우스ㆍ모일란트 궁전미술관ㆍ빌헬름 렘브루크 미술관ㆍ카이저 빌헬름 미술관ㆍ압타이베르크 미술관ㆍ홈브로이히박물관 섬)은 독일에 위치해 있다. 크로스아트 루트의 북쪽 끝에는 네덜란드의 퓐다시 미술관이, 남쪽 끝에는 독일의 홈브로이히 박물관 섬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사이에 미술관 여덟 곳이 가깝게는 승용차로 10분, 멀게는 한 시간 거리 내에 일정한 간격으로 위치해 있다.
아울러 크로스아트 리스트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산업유산의 재활용 사례를 성공적으로 보여준 촐페어라인 폐광 단지나 마당이 있는 도심 속 미술관을 표방하는 폴크방 미술관처럼 최근 유럽 미술관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며 주목받고 있는 곳들도 함께 소개했다. 아주 매력적이지만 지면의 한계로 본문에서 다 다루지 못한 기타 미술관과 국내의 대표적인 자연미술관 들은 책 후반부에 부록으로 간단히 소개했다.
사실 여기에 소개된 미술관들은 지난 10년간 나만의 비밀 루트였다. 유럽으로 출장을 가거나 미술관 취재길에 오를 때마다 런던ㆍ파리ㆍ베를린 등 대도시에서 볼일이 끝나면 나는 무조건 라인강 미술관들이 밀집한 루르 지역으로 가서 마지막 일정을 보내곤 한다. 그곳에 가면 대도시의 큰 미술관들에서는 결코 경험하지 못하는 휴식과 명상의 시간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내게 라인강 미술관들은 숨겨진 보물섬이자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비밀의 장소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책을 내면서, 마치 나만의 비밀 일기장을 공개하는 느낌도 든다. 미술과 자연, 건축이 하나된 그곳에서 나는 일상에 지친 스스로에게 힐링 타임을 선물하기도 했고, 때로는 모든 것을 잊고 그저 예술과 자연을 벗 삼아 평화로운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눈과 몸과 마음이 모두 행복한 웰빙 미술관 기행이었으니 어찌 기쁘지 않았을까. 이제 그곳에서 내가 느끼고 경험했던 기쁨의 순간을 더 많은 이와 함께 나누고 싶다. 특히 빠른 속도의 일상을 잠시 멈추고 나를 돌아보는 특별한 미술 여행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최근 한국에도 강원도 원주의 한솔뮤지엄을 비롯해 ‘느림과 쉼표’를 지향하는 자연미술관들의 개관 소식이 속속 들려와 무척 기쁘다. 북적거리는 대도시의 대형 미술관 말고, 나처럼 휴식과 명상을 겸할 수 있는 특별한 미술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증거이니 말이다.
끝으로 두 번째 책 작업을 기쁘게 같이한 아트북스 분들과 먼 취재 여행 길을 기꺼이 함께하고 경험을 공유해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관련 기사]
-그림에 빠져 루브르만 3천 번 넘게 갔어요
-‘꽃보다 할배’ 제작진이 이 책을 읽었더라면
-안병광, “이중섭의 ‘황소’ 그림을 하룻밤 품고 잤죠”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미술 감상은 자유로워지기 위해
-갖고 싶은 유럽의 현대작품들 - 『가고 싶은 유럽의 현대미술관』
하이네의 시 「로렐라이」 로 잘 알려진 라인강은 중부 유럽을 흐르는 최대의 강이다. 스위스 알프스에서 시작해 독일ㆍ네덜란드ㆍ프랑스ㆍ벨기에 등 여러 나라들을 거쳐 북해로 흘러가지만 강줄기가 독일에 가장 길게 걸쳐 있어 그 나라의 상징이 되었다. 독일의 라인강 유역은 많은 포도밭과 아름답고 유서 깊은 고성 들이 곳곳에 있어 관광 코스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독일과 네덜란드의 국경을 잇는 라인강 하류에 독특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자연미술관들이 대거 밀집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독일의 노이스라는 소도시에 위치한 ‘홈브로이히 박물관 섬’은 거대한 생태 공원 속에 들어선 소박한 갤러리 건물 열다섯 곳을 천천히 거닐면서 다양한 시대와 장르의 미술을 경험하는 곳이다. 그래서 휴식과 명상 그리고 웰빙 식사까지 가능한 아주 특별한 ‘힐링 미술관’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때 프리드리히 1세가 살았던 모일란트 궁전은 관리 소홀로 폐허가 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다가 20세기 독일 미술을 대표하는 요제프 보이스의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제적 공공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또 한스 홀라인이 설계해 포스트모던 건축의 아이콘으로 많은 찬사를 받은 압타이베르크 미술관, 19세기에 지어진 온천탕 호텔을 리모델링한 쿠어하우스 미술관, 상류층 남성들을 위해 지어진 무도회장에서 현대미술을 위한 공공미술관으로 대변신을 이룬 아른험 현대미술관도 모두 라인강 줄기에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 라인강 지역 미술관은 저마다의 건축적 특징과 독특한 컬렉션의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모두 국립공원이나 넓은 초원, 혹은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자리 잡고 있어 미술과 자연, 건축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알려지지 않아 더욱 그 가치를 발하는 유럽의 숨은 진주 같은 미술관들인 것이다.
아울러 크로스아트 리스트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산업유산의 재활용 사례를 성공적으로 보여준 촐페어라인 폐광 단지나 마당이 있는 도심 속 미술관을 표방하는 폴크방 미술관처럼 최근 유럽 미술관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며 주목받고 있는 곳들도 함께 소개했다. 아주 매력적이지만 지면의 한계로 본문에서 다 다루지 못한 기타 미술관과 국내의 대표적인 자연미술관 들은 책 후반부에 부록으로 간단히 소개했다.
사실 여기에 소개된 미술관들은 지난 10년간 나만의 비밀 루트였다. 유럽으로 출장을 가거나 미술관 취재길에 오를 때마다 런던ㆍ파리ㆍ베를린 등 대도시에서 볼일이 끝나면 나는 무조건 라인강 미술관들이 밀집한 루르 지역으로 가서 마지막 일정을 보내곤 한다. 그곳에 가면 대도시의 큰 미술관들에서는 결코 경험하지 못하는 휴식과 명상의 시간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내게 라인강 미술관들은 숨겨진 보물섬이자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비밀의 장소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책을 내면서, 마치 나만의 비밀 일기장을 공개하는 느낌도 든다. 미술과 자연, 건축이 하나된 그곳에서 나는 일상에 지친 스스로에게 힐링 타임을 선물하기도 했고, 때로는 모든 것을 잊고 그저 예술과 자연을 벗 삼아 평화로운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눈과 몸과 마음이 모두 행복한 웰빙 미술관 기행이었으니 어찌 기쁘지 않았을까. 이제 그곳에서 내가 느끼고 경험했던 기쁨의 순간을 더 많은 이와 함께 나누고 싶다. 특히 빠른 속도의 일상을 잠시 멈추고 나를 돌아보는 특별한 미술 여행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최근 한국에도 강원도 원주의 한솔뮤지엄을 비롯해 ‘느림과 쉼표’를 지향하는 자연미술관들의 개관 소식이 속속 들려와 무척 기쁘다. 북적거리는 대도시의 대형 미술관 말고, 나처럼 휴식과 명상을 겸할 수 있는 특별한 미술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증거이니 말이다.
끝으로 두 번째 책 작업을 기쁘게 같이한 아트북스 분들과 먼 취재 여행 길을 기꺼이 함께하고 경험을 공유해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14년 3월
이은화
이은화
[관련 기사]
-그림에 빠져 루브르만 3천 번 넘게 갔어요
-‘꽃보다 할배’ 제작진이 이 책을 읽었더라면
-안병광, “이중섭의 ‘황소’ 그림을 하룻밤 품고 잤죠”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미술 감상은 자유로워지기 위해
-갖고 싶은 유럽의 현대작품들 - 『가고 싶은 유럽의 현대미술관』
- 자연미술관을 걷다 이은화 저 | 아트북스
이 책은 대도시 유명 미술관 코스에 싫증난 이들, 한가로운 미술관 여행을 꿈꾸는 이들을 독일과 네덜란드의 국경에 자리한, 라인강 주변 자연미술관으로 안내한다. 현대미술과 관계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은화가 지난 10년간 직접 다닌 미술관 여행을 바탕으로, 여느 여행서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비밀 루트를 공개했다. 미술관의 탄생 배경뿐 아니라 건축 콘셉트, 전시 프로그램, 작가와 작품에 얽힌 뒷이야기 등을 충실히 담아 여행을 계획하는 독자를 위한 내실있는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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