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지루하다는 절망에 사로잡힐 때
깊고 오묘한 자연의 섭리 속에 존재하는 소중한 생명들을 향한 아름다운 찬가. 보이지 않는 자연의 섭리에 의해 날마나 날마다 만들어지는 이 세상의 모습이 작가의 시적인 언어와 사물에 대한 섬세하고도 따스한 시선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 창조의 과학적 논리를 따지기보다 그것들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은유적 표현으로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전해준다. 따뜻하고 다정다감한 그림으로 이 세상에서 가장 놀랍고 멋진 일은 이 책을 읽는 '너'라고 이야기함으로써 아이들의 자아존중감을 한층 높이는 기회를 더불어 얻을 수 있다.
201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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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얼마나 지루하던지!’
테러리스트나 다름없이 시시때때 생명을 걸며 격동의 세월을 살아낸 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바람에 무척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지루했다고요? 나른하게 무사한 나날을 이어가며 푹신한 소파에 함몰되는 그런 권태처럼, 끔찍한 위기와 시련 또한 비슷한 강도의 자극이 반복되어도 결국 ‘권태’라는 절망 상태에 이른다는 것을 한순간 또렷이 실감했다고나 할까요.
‘권태’라는 질병에 대한 처방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세상에는 기적을 믿는 사람과 기적을 믿지 않는 사람, 두 부류가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열렬히 지지하는 이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기적을 깨닫고 놀라는 감각’을 처방으로 건네곤 합니다. 그러기 위해 먼저 아이들이며 어른들에게 청하곤 하지요. 최근에 믿어지지 않게 놀라웠던 일을 얘기해 달라고요. 대개는 ‘생각이 안 난다’, ‘그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다’는 온건한 대답과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나?’라는 뜻에서 ‘없다’고 한 마디로 자르는 대답을 듣게 됩니다. 드물게 ‘옷장 밑에서 잃어버린 블록 한 조각이 나왔다’ ‘집 나갔던 고양이가 돌아왔다’ 같은 대답을 얻는데, 결국은 이런 대답이 단초가 되지요. ‘아하, 저런 사소한 일도 기적이라고 하는구나’ 또는 ‘자기 생각에 기적이라고 생각되는 걸 얘기해도 되나보다’ 라는 생각에서 ‘일상의 기적’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곤 하니까요. 크고 작은 기적을 함께 나눈 다음은 그림책을 읽는 시간입니다.
『날마다 날마다 놀라운 일들이 생겨요』 는 정확히 ‘기적을 깨닫고 놀라는 감각’을 노래하는 그림책입니다. 첫 장면에서 고소한 빵 냄새가 풍겨나옵니다.
날마다 먹는 밀이 빵이 된 기적을 노래하고, 새알이 새가 된 기적을 노래하고, 씨앗이 꽃피운 장미꽃의 기적을 노래합니다. 일상에서 흔히 보는 것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떠올리기만 하면, 긴 시간 동안 누군가의 정성과 소망에 의해 빚어진 것이라고 깨닫게 되면, 각각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기적이라는 거지요. 빈 가지에 손톱만한 잎이 돋고, 잎새들 사이에서 콩알만 하게 맺힌 열매가 나날이 자라서 탐스러운 복숭아로 자라는 것도, 쬐끄만 벌들이 쉴 새 없이 날갯짓하며 잉잉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도, 끊임없이 하늘과 땅을 수직으로 이으며 비가 내리는 것도 그렇고요. 아무 맛도 없고 냄새도 없던 물이 모락모락 김이 나는 따뜻하고 향기로운 차가 되는 것도, 겅중거리고 컹컹대기 마련인 개가 가만히 앉아 무엇인가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것도, 모두 다 신비롭습니다. (이치를 따져서라기보다는 세상 만물을 처음 보는 듯이 새롭게 여기는 마음, 마지막으로 보는 듯이 절실히 여기는 마음으로 보면 틀림없이 그렇게 여겨집니다.)
그림책 글과 동화를 쓰는 이름난 시인이자 작가인 신시아 라일런트는 창문이 많고 반려동물들이 오글거리는 집에 살면서, 이와 같이 나날과 순간의 경이를 놓치지 않고 붙잡았습니다. 그리고는 그처럼 신비롭고 놀라운 일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놀라운 일이 무엇인지 얘기합니다. 그것은 바로 ‘너’라는 존재요, ‘너라는 존재’의 출현이요, ‘너라는 존재가 출현’해 나날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일이라는 거지요. 물론 ‘너’는 곧 ‘우리들 각자’입니다.
이름난 카드회사에서 미술감독으로 일했던 화가 코코 다울리의 그림 속에는 사소한 일상과 그 일상 풍경에 담긴 기적의 비밀이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곰곰이 들여다보기 대장인 어린이 독자들만이 찾아내고 기뻐할 그 이미지들은 한 장 한 장 독립된 듯이 보이는 그림 장면들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며 하루하루의 일상이 곧 삶이 되는 멋진 메타포를 구현합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그림책 ※
코를 킁킁
루스 크라우스 저/마크 사이먼트 그림/고진하 역 | 비룡소
『코를 킁킁』은 눈이 녹기 시작하는 이즈음의 기적을 노래하는 그림책이다. 보기 힘든 흑백 그림으로 겨울잠 자던 동물들이 멀찌감치 돋아난 봄꽃 한 송이를 기적처럼 느끼고 달려가 보아준다는 이야기를 엮어냈다. 봄꽃 한 송이의 기적을, 시시때때 일상의 기적을 놓치지 말라는 메시지를 선물하기에 좋다.
[관련 기사]
-새 옷을 장만할 때
-자기 힘으로 살아가야 할 때 『꼬마 다람쥐 얼』
-나눔과 베품을 배워야 하는 아이에게, 『돌멩이국』
-혼내고 야단친 아이에게 - 『오늘은 좋은 날』
-오랫동안 함께 한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들을 위하여
테러리스트나 다름없이 시시때때 생명을 걸며 격동의 세월을 살아낸 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바람에 무척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지루했다고요? 나른하게 무사한 나날을 이어가며 푹신한 소파에 함몰되는 그런 권태처럼, 끔찍한 위기와 시련 또한 비슷한 강도의 자극이 반복되어도 결국 ‘권태’라는 절망 상태에 이른다는 것을 한순간 또렷이 실감했다고나 할까요.
‘권태’라는 질병에 대한 처방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세상에는 기적을 믿는 사람과 기적을 믿지 않는 사람, 두 부류가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열렬히 지지하는 이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기적을 깨닫고 놀라는 감각’을 처방으로 건네곤 합니다. 그러기 위해 먼저 아이들이며 어른들에게 청하곤 하지요. 최근에 믿어지지 않게 놀라웠던 일을 얘기해 달라고요. 대개는 ‘생각이 안 난다’, ‘그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다’는 온건한 대답과 ‘그런 게 있을 리가 있나?’라는 뜻에서 ‘없다’고 한 마디로 자르는 대답을 듣게 됩니다. 드물게 ‘옷장 밑에서 잃어버린 블록 한 조각이 나왔다’ ‘집 나갔던 고양이가 돌아왔다’ 같은 대답을 얻는데, 결국은 이런 대답이 단초가 되지요. ‘아하, 저런 사소한 일도 기적이라고 하는구나’ 또는 ‘자기 생각에 기적이라고 생각되는 걸 얘기해도 되나보다’ 라는 생각에서 ‘일상의 기적’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곤 하니까요. 크고 작은 기적을 함께 나눈 다음은 그림책을 읽는 시간입니다.
『날마다 날마다 놀라운 일들이 생겨요』 는 정확히 ‘기적을 깨닫고 놀라는 감각’을 노래하는 그림책입니다. 첫 장면에서 고소한 빵 냄새가 풍겨나옵니다.
날마다 먹는 밀이 빵이 된 기적을 노래하고, 새알이 새가 된 기적을 노래하고, 씨앗이 꽃피운 장미꽃의 기적을 노래합니다. 일상에서 흔히 보는 것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떠올리기만 하면, 긴 시간 동안 누군가의 정성과 소망에 의해 빚어진 것이라고 깨닫게 되면, 각각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기적이라는 거지요. 빈 가지에 손톱만한 잎이 돋고, 잎새들 사이에서 콩알만 하게 맺힌 열매가 나날이 자라서 탐스러운 복숭아로 자라는 것도, 쬐끄만 벌들이 쉴 새 없이 날갯짓하며 잉잉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도, 끊임없이 하늘과 땅을 수직으로 이으며 비가 내리는 것도 그렇고요. 아무 맛도 없고 냄새도 없던 물이 모락모락 김이 나는 따뜻하고 향기로운 차가 되는 것도, 겅중거리고 컹컹대기 마련인 개가 가만히 앉아 무엇인가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것도, 모두 다 신비롭습니다. (이치를 따져서라기보다는 세상 만물을 처음 보는 듯이 새롭게 여기는 마음, 마지막으로 보는 듯이 절실히 여기는 마음으로 보면 틀림없이 그렇게 여겨집니다.)
그림책 글과 동화를 쓰는 이름난 시인이자 작가인 신시아 라일런트는 창문이 많고 반려동물들이 오글거리는 집에 살면서, 이와 같이 나날과 순간의 경이를 놓치지 않고 붙잡았습니다. 그리고는 그처럼 신비롭고 놀라운 일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놀라운 일이 무엇인지 얘기합니다. 그것은 바로 ‘너’라는 존재요, ‘너라는 존재’의 출현이요, ‘너라는 존재가 출현’해 나날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일이라는 거지요. 물론 ‘너’는 곧 ‘우리들 각자’입니다.
이름난 카드회사에서 미술감독으로 일했던 화가 코코 다울리의 그림 속에는 사소한 일상과 그 일상 풍경에 담긴 기적의 비밀이 곳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곰곰이 들여다보기 대장인 어린이 독자들만이 찾아내고 기뻐할 그 이미지들은 한 장 한 장 독립된 듯이 보이는 그림 장면들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며 하루하루의 일상이 곧 삶이 되는 멋진 메타포를 구현합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그림책 ※
루스 크라우스 저/마크 사이먼트 그림/고진하 역 | 비룡소
『코를 킁킁』은 눈이 녹기 시작하는 이즈음의 기적을 노래하는 그림책이다. 보기 힘든 흑백 그림으로 겨울잠 자던 동물들이 멀찌감치 돋아난 봄꽃 한 송이를 기적처럼 느끼고 달려가 보아준다는 이야기를 엮어냈다. 봄꽃 한 송이의 기적을, 시시때때 일상의 기적을 놓치지 말라는 메시지를 선물하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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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옷을 장만할 때
-자기 힘으로 살아가야 할 때 『꼬마 다람쥐 얼』
-나눔과 베품을 배워야 하는 아이에게, 『돌멩이국』
-혼내고 야단친 아이에게 - 『오늘은 좋은 날』
-오랫동안 함께 한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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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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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상희
시인ㆍ그림책 작가, 그림책 번역가로 그림책 전문 어린이 도서관 '패랭이꽃 그림책 버스'와 그림책작가 양성코스‘이상희의 그림책워크샵’을 운영하면서, 그림책 전문 도서관 건립과 그림책도시 건설을 꿈꾸고 있다. 『소 찾는 아이』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은혜 갚은 꿩이야기』『봄의 여신 수로부인』등에 글을 썼고, 『심프』『바구니 달』『작은 기차』『마법 침대』등을 번역했으며, 그림책 이론서 『그림책쓰기』,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공저)를 펴냈다.
앙ㅋ
2014.07.10
94jina
2014.03.05
별B612호
2014.02.25
'지리멸렬'이라는 네글자로 정의할수있는 지금의 나한테 딱 필요한 말이에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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