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니 문학이니 분류하는 것이 더 어렵다
지난 1월 9일, 서울 용산 동아사이언스홀에서 『아빠의 수학여행』 출간기념 저자 강연회가 열렸다. 책은 인생과 학업에서 잊지 말아야 할 질문과 답을 담았다.
글ㆍ사진 김이준수
201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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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수학여행』 은 김민형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가 가족과 떨어져 영국과 독일에 머물렀던 동안 아들에게 쓴 편지를 모은 것이다. 특히 이 책에 대해 수학자가 쓴 수학책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 詩와 그림을 비롯, 철학, 음악 등에 대한 다양한 질문과 생각들이 펼쳐진다. 이날 참석자들도 수학뿐 아니라 詩가 함께 한 배경 등에 대한 질문을 꺼내며 김 교수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지금 우리의 입시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했던 시간을 중계한다.




수학을 다시 보는 방법에 대하여

김 교수는 시작하자마자 한 아이에게 물었다.

“수학 좋아해요? 몇 학년이에요?”
“6학년이요.”
“어떤 수학을 공부하고 좋아하죠?”
“도형과 공식이 재미있어요.”

김 교수는 이어 숫자를 이용한 재미있는 놀이를 선보인다.

1=1
1+3=4
1+3+5=9
1+3+5+7=16
1+3+5+7+9=25
1+3+5+7+9+11=36
1+3+5+7+9+11+13=49


그리고 답을 보면서 무엇이 생각나는지를 묻는다. 어떤 규칙이 보일까.

“특별하지 않나? 아무 숫자가 아니라 제곱수다. 이 패턴이 계속 된다. 왜 그런지 생각해 달라.” 김 교수는 쉬이 답을 말하기보다 생각을 권유한다. 그리고 함수 그래프를 그리면서 코사인함수에 대한 설명을 잇는다. 김 교수에 의하면, 코사인함수는 ‘소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소리? 일상의 소리에서도 수학적인 규칙이 있음을 알려준다.

“파동을 보면 그것이 나온다. 수학을 이해하지 않아도 파동 그림을 봐도 알 수 있다. 에너지는 다른 모양으로 바꿀 수는 있어도 없앨 수는 없다. 에너지 불변의 법칙이다.”

그리고 소리를 들려준다. 440Hz, 660Hz, 880Hz 등 다양한 주파수의 소리를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도 수학을 늘 접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아울러 주파수끼리의 교차를 통해 주파수와 화음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게 도와준다. 두 주파수를 아무렇게나 배치한다고 화음(음악에서 높이가 다른 둘 이상의 음이 동시에 울려서 생기는 합성음)이 이뤄지지 않는다. 듣는 사람들 모두 그것을 확인하고는 재밌어 한다.

“수학적으로 간단한 비율, 즉 2배, 2/3, 3/4 등이 듣기 좋은 화음을 낸다. 여기엔 인지이론도 가미되기 때문에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령 440Hz와 460Hz를 함께 틀면 듣기 좋은 화음이 나지 않는다. 주파수의 차이를 적게 할수록 그래프 상으론 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모양이 나온다. 주파수 차이를 적게 할수록 그 주기가 길어지고 있다. 사인의 덧셈 공식이 있는데, 이것을 알면 왜 그런지 알 수 있다.”

김 교수는 일상에서 ‘에너지 불변의 법칙’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팁도 알려준다.

“컴퓨터에 할애할 많은 에너지에서 일정 부분을 좋은 자료를 찾는데 쓰면 좋다. 에너지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같은 양의 에너지를 더 좋은 에너지로 환원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부모와 아이들이 같이 생각하면 좋겠다. 노는 시간과 공부하는 시간이 적당한 조화를 이뤄야하는데, 컴퓨터 게임 등에 빠져 시간의 불균형을 이룬다. 부모와 자식이 잘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수학문제 풀이를 통해 삶의 태도를 어떻게 가져가면 좋을 지에 대한 이야기도 건넨다.

“수학 중에는 외우기만 해야 하는 수학이 있는 한편 굉장히 중요한 수학 문제도 있다. 나는 그런 것은 1년에 1번 정도만 하라고 한다. 그런 질문은 너무 어렵고 중요해서 매일 질문해 봐야 진전이 안 나간다. 인생의 문제도 그렇다. 인생을 어떻게 살고, 어떻게 해야 의미가 있는가는 중요한 질문이나 매일 이 질문만 하다간 진도도 안 나가고 지친다. 직접적으로 공략하기보다 다른 일상을 하면서 어쩌다 한 번씩 생각해보면 진전이 생긴다. 내 경우는 그랬다.”




책은 아들에게 쓴 편지를 엮은 것인데, 아들에게서 답장이 왔나?

아들에게서 메일이나 전화로 (답장이) 왔는데, 하나 생각나는 건, 첫 번째 답장이다. 답장을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 이것을 (아들과 하는) 대화의 연속이라고 생각했다. 내 자신도 글 쓰는 훈련이 돼 있지 않아서 생각을 정리할 때 글을 썼다. 나는 주로 대화를 하는 스타일이다. 아들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대화의 연속으로 편지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하니 마음이 더 조용해지고 좋은 면도 있었다.

수학에 대한 내용이라고 생각하고 책을 읽었는데, 일상적인 내용이더라. 특히 감명을 받은 부분이 詩를 많이 인용한 것이다. 詩를 많이 인용한 이유와 詩가 수학 연구에 영감을 주는지 궁금하다.

詩를 인용한 것에 대해선 예전에도 질문을 받았다. 다른 분야에 관심이 많은지 묻기도 하고, 수학과 관련이 있는지 묻기도 하는데, 솔직하게 수학, 문학 이렇게 나누는 것이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보고 질문을 하며, 그것이 다른 질문으로 이어지고 궁금증을 거듭 가지는 것이 삶이다. 그래서 인간이 하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다 연결이 된다. 직업적으로 나누는 것이 편리하긴 하나 근본적으로 봤을 때, 그것은 나누기 어려운 것이다. 모든 것이 이어진다. 억지로 떼어놓으려 할 필요는 없다. 웬만한 세상에 대한 질문은 분야를 나누기 어렵다. 인간이 생각한 사고와 사상 등은 모든 것이 섞여 있을 수밖에 없다. 한 번에 다 물어보기 힘들어서 편의상 나누는 것이기도 하다.

수학을 인문서적처럼 다룬 책들을 읽으니, 왠지 슬퍼지더라. 과거 입시용 수학만 했던 것이 슬펐던 거다. 수학은 곧 철학이며,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더라. 숫자를 생각하면 신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떠오르더라. 수학자로서 수학에 대한 회의를 한 적도 있었나?

세상 전체에 대해 같은 질문을 할 수도 있겠지. 숫자라고 해서 그런 느낌이 든다기보다는 수학에서 다루는 개체는 세상의 있는 물체의 구조나 관계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수학은 자연스러운 것을 공부하는 거라서, 회의를 느낀 적은 없었다. 세상에 대한 회의의 일부일지는 몰라도. 수학자 중에 신비주의자도 상당히 많다. 내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수학자는 60년대까지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을 하다가 70년대 수학계를 떠났다. 그 이유가 자신의 연구소가 군사복합체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은퇴했다. 이후 시골의 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치다가 80년대 피레네 산맥으로 가서 은둔해서 살아가고 있다. 이 사람은 수학적 이론을 거대하게 재정립한 수학자였다. 이 사람의 성품은 한 마디로 표현하면 예언자적 성품이었다.

1970년대 생인데 과거 수학을 배울 때 입시 위주였다. 요즘 수포자(수학포기자)라고 하면 현재 입시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을 뜻하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보니 문제 풀이 위주로만 수학을 접해서 안타깝더라. 그러면서도 포기할 수도 없고. 학부모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는지.

수학을 공부하면서 항상 재밌을 수는 없다. 다른 공부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런 예를 든다. 음악을 배울 때 감동적인 음악이 나올 때까지 연주자는 얼마나 지겹게 연습을 했겠나. 그런가 하면 음악과 비교했을 때, 연주를 못하는 사람도 즐겁게 들을 수는 있잖나. 수학을 공부할 때 영적인 측면에선 그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음악을 사랑하는 청중 정도. 나는 사실 말씀하신 그 부분에 있어서 많은 경우, 학교에 맡기고 싶다. 어떤 의미냐면 훈련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훈련을 시켜야 하고 학교가 그것을 잘 한다. 집에선 ‘수학 문화’에 관련한 이야기를 많이 하면 된다. 학교와 집이 상호 보완의 관계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주입식 교육이 항상 나쁜 건 아님을 안다. 다만 안타까운 건, 한국에선 대학입시라는 목표를 두고 고등학교까지는 거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주입식교육의 장점도 일정부분 있는 것 같다. 단순한 훈련에 치이다보니 학부나 대학원 등에 가선 알아가는 재미를 못 느낀다. 그래서 근본적인 호기심이나 질문을 던지는데 익숙하지 않더라. 학문을 할 때 그런 게 필요할 텐데, 알아가는 재미를 못 느끼는 게 안타깝더라. 조언을 한 말씀 해주신다면.

우선, 인생은 길다. 대학입시는 일단 차치하고,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에겐 인생이 길다고 말해주고 싶다. 누구나 학문을 하고 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 자신에게 적합한 것이 무엇인지 판단해야 하는데, 긴 안목에서 보면 누구나 성공적으로 살 수는 있다. 학자 입장에서 보면, 학교 다닐 때 학자적인 성향이 약해도 나중에 공부하고 싶어 하기도 하더라. 시기의 문제다. 학자로서 요즘의 나는 성인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인문학 등은 꽤 많은데, 자연과학이나 수학은 드문 것 같아서 그런 활동이나 기회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한다. 인생의 여러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앞으로 인생에 잘 살 수 있는 방법으로서 수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더 가능성이 많아질 것 같다.

왜 중학교 때 학교를 그만 뒀나? 언제부터 왜 어떻게 수학을 좋아하게 됐나?

신장염을 앓아서 학교를 빠졌는데, 어쩌다보니 학교에 안 갔다. 부모나 나나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진 않았다(웃음). 집에서 하면 되겠지, 생각했던 것 같다. 수학을 좋아할 때 영향을 받은 책들이 있었다. 수학이 현대 문명에선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 당시에도 그런 느낌이 있었다. 구체적인 이해와 대충 이해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는데, 그 차이가 바로 수학이다. 세계를 이해하려면 대충도 좋지만, 구체적으로 현대 문명을 이해하는데 수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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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수학여행 김민형 저/황근하 역 | 은행나무
이 책은 옥스퍼드대학교 수학과 정교수,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초빙 석좌교수, 세계적인 수학 석학이자 아들에게는 더없이 자상한 아버지 김민형 교수가 가족과 떨어져 영국과 독일에 머물렀던 어느 해 여름 동안 아들에게 쓴 편지를 모은 책이다. 낯선 곳에서 얻는 기쁨과 놀라움을 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 아들이 보고 싶은 마음으로 쓰기 시작한 편지에는 쉽고 재밌는 수학 이야기와 함께 평소 아들과 주고받았던 철학, 음악, 미술, 문학에 대한 다양한 질문과 생각들이 따뜻한 문체와 명료한 사유를 바탕으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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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수학여행 #김민형
4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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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얀별

2014.01.23

어릴 땐 신기한 숫자의 성질 같은 것을 좋아라 했었는데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것은 그런 게 아니라 외워야 할 대상, 그리고 이를 적용해서 풀어야 할 문제들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수학에 흥미를 잃어가게 되었네요. 이런 식으로 배웠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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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우산

2014.01.21

저자,김민형 교수는 이 기사로 처음 알았네요.홈스쿨링으로 수학을 공부하고 괄목한 발전을 보인 친구가 있었죠.학교는 사회성을 키우주는 반면에,한 분야에 대한 개인의 관심을 눈치채기까지 놓치게 하는 그런 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현대문명과 수학에 대한 상관성에 대해서도 이야기로 풀어나가면 재미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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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rins

2014.01.21

잘 다녀왔습니다.
서울 길을 지하철 타고 오신 수수하신 모습에 약간 놀랐지요
솔찍하신 답변에 권위를 찾아보기가 힘든 ㅎㅎㅎ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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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