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 세월의 흐름이 가져다준 ‘고해성사’
이들을 빼놓고는 대중음악사를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비틀즈는 그야말로 ‘전설’로 기억됩니다. 이번에 발표된 앨범은 BBC 라디오에서의 라이브를 모은 것인데요, 생동감 있게 전해지는 이들의 음악이 한층 감명 깊게 다가오네요. 글에서는 이 앨범을 ‘비틀즈 신화의 초기 궤적’이라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 소개해드릴 메인 앨범, 비틀즈의 입니다.
글ㆍ사진 이즘
201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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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Beatles)


비틀즈는 영국에서 열풍을 일으킨 1963년 때나 대서양을 횡단해 미국에서(그리고 세계적으로) 살인적 비틀마니아를 야기한 1964년 때나, 이후 앨범의 미학을 확립하며 시장을 휩쓴 전성기 시절에도 언제나 살아있는 역사였다. 1970년 해산했던 때는 벌써 20세기의 신화가 되어있었고 이후 수십 년이 지나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숭배하는 신화적 절대존재로 군림해왔다. 비틀즈의 광팬이자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였던 고 레너드 번스타인의 격찬 “1960년대를 알려거든 비틀즈 음악을 들어라!”라는 말도 1960년대 아닌 20세기로 시점을 바꾸어야 할 것 같다.

해산한지 어느덧 40년이 훨씬 넘었는데도 지금 활동하고 있는 가수들에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은 대중적 관심, 에어플레이, 앨범 판매량으로 ‘현재’라는 시제를 독점적으로 확보한 지존이 비틀즈다. 이 정도면 전설이나 신화를 넘어 ‘인류의 문화유산’이라는 수식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이번 는 바로 그 문화유산이란 정의에 어울리는 역사적 궤적이다.

타이틀이 말해주듯 영국의 대표 방송 BBC 라디오에서 한 그들의 라이브는 1994년, 56곡이 CD 두 장에 나뉘어 로 출시된 바 있다. 1963년에서 1965년까지 전 세계의 음악시장을 독점하던 대광풍의 시기에 자국의 방송에서 한 라이브를 묶은 것으로 거의 20년인 딱 19년 만에 미공개 곡을 묶어 2편을 역시 CD 두 장의 포맷으로 내놓게 된 것이다. 둘 모두 11월에 공개해 출반시점도 비슷하다. 이번은 수록곡이 더 많아 총 63곡.

먼저 비틀즈의 연주하모니에 주목해야 한다. 방송 라이브라는 환경, 당대의 음향수준, 녹음기술은 이후 스튜디오 버전과 비교할 때 청취 만족지수는 미치지 못할 테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연주와 노래의 성숙과정을 확인하는 사료적 가치라고 할 수 있다. 비틀즈는 떠오르기 전 리버풀의 캐번 클럽과 독일의 함부르크를 오가며 가혹할 정도로 연주력과 가창력 연마에 매진했다. “우리는 목이 터져라 노래했고 손이 아플 정도로 악기를 연주했다. 우리의 하모니는 당대 최고이며 우리 이후 급조해 등장한 밴드들은 결코 우리를 따라오지 못한다!”라는 존 레논의 자화자찬 일갈은 확실한 근거를 지닌다.


혹독한 연습을 통해 연주 하모니를 일궈내고 이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창의력 발휘의 그 찬란한 과정을 이 앨범은 여실히 증명한다. 레이 찰스(「I got a woman」), 리틀 리처드(「Long tall Sally」), 버디 할리(「Words of love」), 척 베리(「Memphis, Tennessee」), 칼 퍼킨스(「Honey don't」) 등 미국 로큰롤 초기 아티스트들의 노래는 말할 것도 없고 모타운 노래(「Please Mr postman」)와 동료 밴드 데이브 클락 파이브(Dave Clark 5, 「Glad all over」)의 노래까지 소화하고 있음은 그들의 광대한 흡수력이다.

심지어 미국 민요라 할 스테판 포스터의 「Beautiful dreamer」까지 세트리스트에 있는 것은 놀랍다. 이 곡에서 폴 매카트니는 뛰어난 가창을 선사하고 있다. 이러한 절차탁마의 과정을 거쳤기에 곧바로 그들 고도의 창작품(「Misery」, 「There's a place」, 「I saw her standing there」, 「I feel fine」)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앨범은 ‘단련을 통한 창작’이라는 생생하고도 기본적인 성숙과정을 우리에게 일깨운다.

일례로 「Words of love」는 폴 매카트니와 존 레논은 방송 라이브라는 미진한 환경에서도 발군의 하모니를 엮어내는 최강 콤비임을 역설한다. 오죽했으면 미국에서 ‘영국에서 온 형제 돈 에벌리와 필 에벌리(Everly Brothers)’라고 칭송했겠는가. 무수한 반복 훈련이 아니면 이러한 찰떡궁합은 가능하지 않다. 완벽한 사운드보다는 라이브의 리얼리티 때문에 무명의 시련기를 극복하는 그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보인다. 여기서 앨범은 별도의 감동을 선사한다.

밴드라는 공동체에 대한 민감성은 리더 격 존재인 존과 폴은 물론 조지 해리슨(「Do you want to know a secret」)과 링고 스타(「Boys」)도 모두 리드 보컬에 참여한 것으로 알 수 있다. 이로써 비틀즈는 당대는 물론 이후에도 보기 힘든 ‘멤버 전원 리드보컬’이라는 신기원을 창조해냈다. 롤링 스톤스의 키스 리처드는 폴 매카트니에게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당신은 운이 좋다. 비틀즈에는 프론트 맨이 네 명인데, 우리는 단 한명 믹 재거뿐이다.”

키스 리처드의 말대로 보통 밴드는 리드 보컬은 한명에게 집중되어 있고 당연히 그가 프론트맨으로 분한다. 비틀즈는 비록 폴과 존이 간판이지만 조지와 링고가 배제되지 않은 각별한 올 프론트맨 그룹이었다. 설령 누가 리드 싱잉을 해도 나머지 셋은 일제히 배킹 보컬에 가담한다. 외모와 개성만이 아니라 밴드의 공동체 스피릿 측면에서도 아름다운, 그들 별명대로 팹 포(Fab Four)다.

앨범에 저류하고 있는 무수한 미덕과 그것을 이끌어낸 그들의 청년 정신, 그 메시지는 숭고하다. 그들이 아직 우리 곁에 있는 듯하다.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은 죽지 않았고 그들은 아직도 활동하고 있다!”는 비틀즈의 해산 후와 존과 조지의 사후 지금까지도 음악인과 팬들의 가슴을 배회하고 있는 혼령은 거둬낼 수 없다. 앨범은 그들의 흥겨운 노래와 연주가 주는 생동감 외에도 우리 역사와 삶에서 비틀즈를 떼어내기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동시에 전한다. 실로 인류 문화유산이라고 할 비틀즈 신화의 초기 궤적이다.

글/ 임진모(jjinmoo@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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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가 너무 좋아 존 레논 창법 흉내 냈다” - 들국화 1집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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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