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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 그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32년 - 존 레논(John Lennon)

존 레논(John Lennon) < Plastic Ono Band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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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서방체제의 모순에 대한 진지한 접근 - 지난 12월 8일은 존 레논이 세상을 떠난 지 32년이 되는 날입니다. 마흔 살의 나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갔지만, 그가 남긴 비틀즈와 솔로 시절의 음악은 지금 현재 활동 중인 뮤지션들을...

1970년대 서방체제의 모순에 대한 진지한 접근 - 존 레논(John Lennon) < Plastic Ono Band >(1970) 지난 12월 8일은 존 레논이 세상을 떠난 지 32년이 되는 날입니다. 마흔 살의 나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갔지만, 그가 남긴 비틀즈와 솔로 시절의 음악은 지금 현재 활동 중인 뮤지션들을 능가할 정도로 전 세계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존 레논이 1970년에 발표한 솔로 앨범을 소개합니다.


존 레논(John Lennon) < Plastic Ono Band >(1970)

비틀스와 60년대를 함께 안고 간 존 레논의 모든 것을 투명하게 그려낸 앨범이다. 순수한 그의 영혼이 담겨 있고 솔직하며 강렬한 메시지가 전편을 번득인다. 어디까지나 자신을 발가벗기는 1인칭 다큐멘터리이지만 그것은 세상을 향한 절규이기도 하다.

이 솔로 음반이 나온 시기는 비틀스 해산 직후인 70년, 그가 비틀스 말기부터 드러내 온 급진적 사고를 사랑과 평화라는 모토 아래 노골적으로 실천에 옮기던 때였다. 그는 이무렵 이피(Yippie)라는 이름의 신좌익과 손잡고 일련의 정치적 이벤트에 적극 가담했다. 그를 이 같은 투사로 몰고 간 이념적 토대가 바로 이 앨범에 노출되어 있다. 그리하여 당시 닉슨 정부에게 위험인물로 인식되어 비자연기 신청이 기각되고 이후 치열한 법정투쟁이 전개되는 등 존의 계속된 고난을 예약하고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비틀스 시절의 동료이자 라이벌인 폴 매카트니의 솔로 앨범과 비교되어 한층 진가가 인정되는 앨범이다. 비틀스의 양웅(兩雄) 가운데 대중적 인기는 늘 폴이 존에 비교우위였다. 해산한 뒤에도 폴은 비틀스에 버금갈 만한 인기의 무한도 질주를 계속했지만 존은 상대적으로 차트 활동이 부진했다. 폴 조지 링고 등 나머지 비틀 셋이 모두 미국 차트 1위곡을 기록하고 있을 때 그는 「이매진」(Imagine)으로 3위에 오른 것이 최고의 성적이었다.

그런데도 이후 록 역사는 존의 이 앨범 그리고 다음 앨범인 <이매진>을 명반으로 특급 대우하는 반면 그 펄펄 날았던 폴의 솔로 작품들에 대해서는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가 폴은 비틀스 해산 후 다분히 비틀스적인 음악을 한 반면 존은 이 앨범을 계기로 비틀스와는 작별하고 이전과 다른 자신의 세계를 구축했기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폴은 비틀스의 끈을 붙잡고 간데 비해 존은 그 끈을 잘라버린 것이었다. 그것은 음악을 하는 1차 전제는 자신이며 대중은 그 다음이라는 얘기와 직결되었다. 폴은 그러나 음악을 만드는데 있어서 대중을 상당히 의식했다. 그래서 비틀스를 그리워하는 대중의 압도적인 호응을 얻는데 성공했다. 반면 존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먼저였고 그래서 거침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기 생각을 쏟아냈다.

당시 그의 사고는 서방체제의 모순과 부조리를 고발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다. 달콤한 팝을 원하는 대중의 기호와는 동떨어진 것일 수밖에 없었다. 이 앨범을 1인칭 다큐멘터리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밥 딜런의 영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포크풍의 걸작 「노동계급의 영웅」(Working class hero)에서 존은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들추어내고 상황의 돌파를 위해 노동계급의 영웅이 될 것을 천명한다. 비틀스의 리더라는 록계의 총아가 만든 노래치고는 너무나 과격한 논조의 곡이다. 이어지는 곡 「소외」(Isolation) 「기억하라」(Remember) 역시 톤은 낮지만 연장선상에서 파악될 이데올로기적 단편들이다.

존은 자신이 부모없이 자란 유년기의 불행도 근본적으로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과 왜곡이 가져온 결과로 인식했다. 자전적 스토리인 「어머니」(Mother)나 「우리 어머닌 죽었지요」(My mummy's dead)가 앨범의 처음과 마지막에 배치된 것은 그런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이 같은 '수미상관'이 작품의 컨셉트 앨범으로서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러한 자각 그리고 그 뒤에 따르는 과거와의 작별(거기엔 비틀스도 당연히 포함된다)이라는 정서가 앨범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난 예수를 믿지 않아! 난 케네디를 믿지 않아!.. 난 엘비스를 믿지 않아! 난 짐머만(밥 딜런)을 믿지 않아! 난 비틀스를 믿지 않아! 난 단지 나만을 믿어. 요코와 나만을. 그게 현실이야.

신(神)과 현실사회의 우상도 과거의 얘기일 뿐 지금의 그에게는 무의미한 허상이다. 이 곡 「신」(God)에서 레논은 '신이란 우리의 고통을 측량하는 개념에 불과하다'고 못박는다.

그는 이 곡 말미에서 '난 이제 다시 태어났다'고 선언한다. 폴의 앨범에서는 찾기 어려운 ‘자기 세계에의 천착’이다. 존의 이런 변모된 '현재'는 바로 존재의 규명과 인식을 통해 획득된 것이다. 이 앨범에서 감상자들은 존의 자기성찰, 과거에 대한 깨우침 그리고 미래에 대한 자각을 읽을 수 있다.

어지간히 눈총을 받았던 오노 요코와의 사랑조차도 통속적인 눈먼 사랑이 아닌 ‘자각’을 토대로 한다. 지금도 국내에서 가장 사랑 받고 있는 곡 「사랑」(Love)에서 묘사되었듯 사랑은 레논에게 ‘우리가 무언가 될 수 있음을 아는 것’(Love is knowing we can be)을 의미했다.

노랫말과 그것이 전달하는 바가 무엇이든 관계없이 음악적으로도 <플라스틱 오노 밴드>의 수록곡은 모두가 의심할 여지없는 수작들이다. 어느 곡도 인기 차트의 상위권을 점령하진 못했으나 어떤 가수의 노래들보다 널리 알려졌으며 대중들의 아낌없는 영접을 받았다. 존은 자기를 먼저 얻고 나중 대중을 얻는 '아티스트의 코스'를 확립한 것이다.

「사랑」과 더불어 「노동계급의 영웅」은 아름다운 멜로디의 곡으로서 레논이 폴 못지 않은 비범한 선율감각의 소유자임을 웅변하고 있다. 종소리로 시작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광기서린 「어머니」, 점증의 방식이 구사된 「신」 그리고 당시 기준에서는 아주 파괴적인 리듬 사운드를 들려주는 「웰 웰 웰」(Well well well) 등도 그의 천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한 골든 레퍼토리다.

존의 아들 숀이 98년에 내린 이 앨범에 대한 평을 들어보자.

“폴의 첫 앨범은 좋은 앨범이지만 거기에는 대담한 '퍽 유'가 없다. 그러나 아버지의 <플라스틱 오노 밴드>는 사상 최고 서열 3위 안에 들 명반이다. 미칠 정도로 빛나는 작품이다. 비틀스가 한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너무나 '존적'이다. 그는 팝의 달콤한 하모니 세계와는 갈라서 있다. 그것은 펑크 이전의 펑크였다.”

『LA 타임스』지의 기자이자 저명한 평론가인 로버트 힐번은 이 앨범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서 역사와 도덕 시간에 배운 위인들의 어떤 저서보다도 진실을 전해주는 다시없는 소중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이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감상자들의 몫이다.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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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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