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눈높이’ 다들 아시죠?
아이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간절할수록 아이의 눈높이로 상황을 보아야 한다. 아이의 입장이 되면 그 작은 가슴에 화도 있고, 슬픔도 있고, 서운함도 있고, 기쁨도 있고, 두려움도 있고, 자존심도 있고, 질투도 있고, 오해도 있고,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도 있다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그것이 부모를 포함한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준 행동에 대한 반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2013.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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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왜 그럴까? 답은 ‘아이의 눈높이’에 있다
부모는 “도대체 왜 그렇게 말을 안 듣는 거니?”라는 말을 한다. 동생 좀 때리지 말라고 그렇게 말해도 결국 때리고, 가지고 논 장난감 정리 좀 하라고 해도 절대 안 한다. 나갔다 들어오면 손부터 씻으라고 해도 엄마가 말하지 않으면 씻는 법이 없고, 꼭 바삐 외출하려고 하면 쓸데없이 늦장을 피운다.
아이들은 가끔 부모를 괴롭히려고 작정이나 한 듯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럴 때는 나도 모르게 ‘아이들은 날 때부터 혹시 악한 것이 아닐까?’라며 순자의 성악설이 떠오른다. ‘아이의 눈높이’라는 말을 들 어본 적이 없을 때는 정말 그랬다.
“도대체 왜 그렇게 뛰어다녀?”, “도대체 뭘 해달라고 하는 거야?”, “왜 저렇게 징징거려?”라고 말할 때 내 말에는 원인을 알고 싶어 하는 ‘왜’라는 부사가 달려 있었다. 하지만 사실 까닭을 알고 싶은 마음보다 아이에게 “너는 지금 나쁜 행동을 하고 있어!”라고 호통치고 싶은 마음이 더 많았다. 아이의 이런 행동을 모두 ‘떼’라고 생각했다. 어른의 눈높이로 아이를 보았기 때문이다.
아이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간절할수록 아이의 눈높이로 상황을 보아야 한다. 아이의 입장이 되면 그 작은 가슴에 화도 있고, 슬픔도 있고, 서운함도 있고, 기쁨도 있고, 두려움도 있고, 자존심도 있고, 질투도 있고, 오해도 있고,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도 있다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그것이 부모를 포함한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준 행동에 대한 반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이의 마음 속에는 화도 있고, 슬픔도 있고, 서운함도 있고, 기쁨도 있고, 두려움도 있다.
눈높이가 같은 어른들끼리는 그 사람 안에 앞서 열거한 많은 것 즉, 속마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런 말과 행동을 하면 상대가 상처를 받지 않을까 눈치를 본다. 내 의도와 다르게 전달된 것이 있다면 사과하고 오해를 풀어준다. 그 사람이 나에게 잘못한 것이 있다면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속마음을 인정하면 내 마음대로만 할 수가 없다. 속마음을 인정하면 나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고, 오해 없이 내 감정을 전달하려고 하고, 그 사람의 감정도 읽으려고 할 것이다.
부모들은 ‘아이의 눈높이’라는 단어를 너무나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로 잘 알고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이 든다. 여전히 어른의 눈높이로 대하면서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몸을 낮춘 척,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는 척했던 것은 아닐까.
‘~구나’ 화법이 가득한 냉장고 문
<60분 부모>나 육아 관련 다큐프라임에 사연을 올려서 도움을 요청하고 참여를 희망하는 부모는 그래도 육아를 잘해보려는 생각이 절실하신 분들이다. 그래서인지 집을 방문하면 여기저기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보이는 흔적들이 발견된다. 그중 어느 집에나 있는 것이 냉장고 문에 자석으로 고정된 ‘~구나’가 잔뜩 쓰인 종이다. 그랬구나, 우리 ○○, 속상했구나, 우리 ○○, △△가 하고 싶었구나, 우리 ○○, 화가 났었구나, 우리 ○○, □□가 먹기 싫었구나……. 일상에서 엄마가 아이한테 쉽게 하는 말에 말끝마다 ‘~구나’를 붙이고 있었다.
‘~구나’ 화법은 아이에게 친절하게 말하지 못하는 부모들에게 말을 부드럽게 하는 훈련이 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처럼 아이에게 건네는 부모의 말이 부드러워지면, 그 다음에 따라오는 아이 말 역시 조금이라도 부드러워진다. 아이의 부드러운 말을 들으면 부모도 흥분하거나 화를 내지 않고 말하기가 쉬워진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언제나’가 아니라는 것이다. 화는 나는데 꾹꾹 참고 억지로 ‘~구나’를 붙이다가 한 번씩 폭발할 수 있다. 부모가 ‘~구나’를 붙여서 나름 노력하며 부드럽게 말했는데 아이의 반응이 부모가 예상한 것이 아니라면 (가령, 버릇없이 더 세게 나올 수도 있다) 웬만큼 강한 내공의 부모가 아닌 이상 “‘아이 눈높이’고 뭐고!” 하면서 때려치운다.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구나’ 화법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 입장을 이해하는 일이다
이런 상황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근본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다. 무작정 따라 하면 장애물이 나타났을 때 유연성을 발휘할 수가 없다. ‘~구나’ 화법은 육아의 아주 작은 기술에 불과하다. 그 작은 기술이 어느 육아 방법의 한 토막인지, 왜 그런 육아 기술을 생각하게 되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부모들을 만나 육아에 대한 조언들을 해줄 때 나는 종종 촬영 중 방문했던 집의 냉장고에 잔뜩 붙어 있던 ‘~구나’ 화법 종이를 보여준다. “이런 것, 집에 다 있으시죠?”라고 말하면 열에 아홉은 웃음을 터뜨린다. 아마 앞서 말했던 시행착오의 스토리가 떠올랐기 때문이리라.
‘~구나’ 화법은 아이의 눈높이 대화법 중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의 하나다. ‘~구나’ 화법을 쓰려면 아이의 입장에 대한 배려가 우선이다. 그것은 아이를 한 개인으로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뜻이다. 아이를 존중한다는 것은 아이의 말이나 행동을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등 부모 임의대로 평가하지 않고 부모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 행동의 잘잘못을 떠나서 왜곡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또한 아이의 말은 아이의 발달 수준을 고려해 속마음을 생각하며 받아들이는 것이다.
부모는 “도대체 왜 그렇게 말을 안 듣는 거니?”라는 말을 한다. 동생 좀 때리지 말라고 그렇게 말해도 결국 때리고, 가지고 논 장난감 정리 좀 하라고 해도 절대 안 한다. 나갔다 들어오면 손부터 씻으라고 해도 엄마가 말하지 않으면 씻는 법이 없고, 꼭 바삐 외출하려고 하면 쓸데없이 늦장을 피운다.
아이들은 가끔 부모를 괴롭히려고 작정이나 한 듯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럴 때는 나도 모르게 ‘아이들은 날 때부터 혹시 악한 것이 아닐까?’라며 순자의 성악설이 떠오른다. ‘아이의 눈높이’라는 말을 들 어본 적이 없을 때는 정말 그랬다.
“도대체 왜 그렇게 뛰어다녀?”, “도대체 뭘 해달라고 하는 거야?”, “왜 저렇게 징징거려?”라고 말할 때 내 말에는 원인을 알고 싶어 하는 ‘왜’라는 부사가 달려 있었다. 하지만 사실 까닭을 알고 싶은 마음보다 아이에게 “너는 지금 나쁜 행동을 하고 있어!”라고 호통치고 싶은 마음이 더 많았다. 아이의 이런 행동을 모두 ‘떼’라고 생각했다. 어른의 눈높이로 아이를 보았기 때문이다.
아이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간절할수록 아이의 눈높이로 상황을 보아야 한다. 아이의 입장이 되면 그 작은 가슴에 화도 있고, 슬픔도 있고, 서운함도 있고, 기쁨도 있고, 두려움도 있고, 자존심도 있고, 질투도 있고, 오해도 있고,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도 있다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그것이 부모를 포함한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준 행동에 대한 반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이의 마음 속에는 화도 있고, 슬픔도 있고, 서운함도 있고, 기쁨도 있고, 두려움도 있다.
눈높이가 같은 어른들끼리는 그 사람 안에 앞서 열거한 많은 것 즉, 속마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런 말과 행동을 하면 상대가 상처를 받지 않을까 눈치를 본다. 내 의도와 다르게 전달된 것이 있다면 사과하고 오해를 풀어준다. 그 사람이 나에게 잘못한 것이 있다면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속마음을 인정하면 내 마음대로만 할 수가 없다. 속마음을 인정하면 나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고, 오해 없이 내 감정을 전달하려고 하고, 그 사람의 감정도 읽으려고 할 것이다.
부모들은 ‘아이의 눈높이’라는 단어를 너무나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로 잘 알고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이 든다. 여전히 어른의 눈높이로 대하면서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몸을 낮춘 척,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는 척했던 것은 아닐까.
‘~구나’ 화법이 가득한 냉장고 문
<60분 부모>나 육아 관련 다큐프라임에 사연을 올려서 도움을 요청하고 참여를 희망하는 부모는 그래도 육아를 잘해보려는 생각이 절실하신 분들이다. 그래서인지 집을 방문하면 여기저기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보이는 흔적들이 발견된다. 그중 어느 집에나 있는 것이 냉장고 문에 자석으로 고정된 ‘~구나’가 잔뜩 쓰인 종이다. 그랬구나, 우리 ○○, 속상했구나, 우리 ○○, △△가 하고 싶었구나, 우리 ○○, 화가 났었구나, 우리 ○○, □□가 먹기 싫었구나……. 일상에서 엄마가 아이한테 쉽게 하는 말에 말끝마다 ‘~구나’를 붙이고 있었다.
‘~구나’ 화법은 아이에게 친절하게 말하지 못하는 부모들에게 말을 부드럽게 하는 훈련이 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처럼 아이에게 건네는 부모의 말이 부드러워지면, 그 다음에 따라오는 아이 말 역시 조금이라도 부드러워진다. 아이의 부드러운 말을 들으면 부모도 흥분하거나 화를 내지 않고 말하기가 쉬워진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언제나’가 아니라는 것이다. 화는 나는데 꾹꾹 참고 억지로 ‘~구나’를 붙이다가 한 번씩 폭발할 수 있다. 부모가 ‘~구나’를 붙여서 나름 노력하며 부드럽게 말했는데 아이의 반응이 부모가 예상한 것이 아니라면 (가령, 버릇없이 더 세게 나올 수도 있다) 웬만큼 강한 내공의 부모가 아닌 이상 “‘아이 눈높이’고 뭐고!” 하면서 때려치운다.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구나’ 화법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 입장을 이해하는 일이다
이런 상황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근본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다. 무작정 따라 하면 장애물이 나타났을 때 유연성을 발휘할 수가 없다. ‘~구나’ 화법은 육아의 아주 작은 기술에 불과하다. 그 작은 기술이 어느 육아 방법의 한 토막인지, 왜 그런 육아 기술을 생각하게 되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부모들을 만나 육아에 대한 조언들을 해줄 때 나는 종종 촬영 중 방문했던 집의 냉장고에 잔뜩 붙어 있던 ‘~구나’ 화법 종이를 보여준다. “이런 것, 집에 다 있으시죠?”라고 말하면 열에 아홉은 웃음을 터뜨린다. 아마 앞서 말했던 시행착오의 스토리가 떠올랐기 때문이리라.
‘~구나’ 화법은 아이의 눈높이 대화법 중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의 하나다. ‘~구나’ 화법을 쓰려면 아이의 입장에 대한 배려가 우선이다. 그것은 아이를 한 개인으로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뜻이다. 아이를 존중한다는 것은 아이의 말이나 행동을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등 부모 임의대로 평가하지 않고 부모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 행동의 잘잘못을 떠나서 왜곡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또한 아이의 말은 아이의 발달 수준을 고려해 속마음을 생각하며 받아들이는 것이다.
- 엄마생각 아이마음 김광호,김미연 공저 | 라이온북스
〈60분 부모〉, 다큐프라임 〈아이의 밥상〉, 〈내 아이의 전쟁 알레르기〉, 〈마더쇼크〉, 〈오래된 미래, 전통육아의 비밀〉 등 대한민국 최고의 육아 프로그램을 제작한 김광호 PD가 말하는 현실육아의 해법! 부모교육 프로그램, 자녀교육서, 인터넷 커뮤니티 등 넘쳐나는 육아지식과 현실 속 육아 사이에서 현명하고 용기 있게 아이를 키워낸 수많은 부모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이의 눈높이’, ‘부모의 성찰’, ‘육아의 목적’이라는 세 가지 타이틀로 현실 속 맞닥뜨리게 되는 육아 고민들을 속 시원히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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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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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광호, 김미연
김광호
1995년 EBS에 입사했다. 〈60분 부모〉, EBS 다큐프라임 〈아이의 밥상〉, 〈내 아이의 전쟁 알레르기〉, 〈마더쇼크〉, 〈오래된 미래, 전통육아의 비밀〉 등 다수의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2005년 〈60부모〉로 한국방송대상, 2008년 〈다큐프라임 조선의 프로페셔널_화인〉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2011년 〈다큐프라임_마더쇼크〉로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 남녀평등상, YMCA 선정 좋은 방송대상, 2012년 〈다큐프라임_오래된 미래, 전통육아의 비밀〉로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수상했다.
김미연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1999년 웅진에 공채로 입사하여 육아잡지 〈앙팡〉에서 첫 잡지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여성조선〉, 〈주부생활사〉, 〈베이비 조선〉 등에서 일하며 인테리어, 요리, 육아 기사 등을 작성했으며 임신출산 무크, 건강실용서, 자녀교육서 등을 만드는 일을 했다.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해서는 그동안 취재만 해왔던 육아나 아이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알아보고자 하는 마음에 한국방송통신대학 유아교육과에 입학해 아이가 3세 무렵 졸업했다. 이후부터 지금까지 취재와 인터뷰를 하며 육아기사, 자녀교육서를 기획하고 구성하는 일을 하고 있다. 엮은 책으로는 《육아백과사전》이 있다.
아기전중
2013.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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