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값 비싸 죽겠지? 그럼 폭스바겐 자동차를 사용해”
소규모의 강연실에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다양한 니즈를 마음 속에 품고 레슨을 받기위에 모였다. 그러한 그들 앞에 선 윤준호 카피라이터는 기본(Basic)의 중요성을 화두로 던지며 강연을 시작했다.
201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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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는 [언어의 비지니스(Business)]이다.
광고 카피의 기본은 마케팅과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Sales communication에 The right message에 있다. 광고의 목표는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경제원칙의 달성이다. 광고는 R.O.I (Return On Investment), 즉 광고하는 투자의 효과가 나와야 그것이 The right message였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광고인은 바람직한 메시지(the right message)를 만들어야 한다. 바람직한 메시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구를 타겟으로 삼을 것인지(to the right person), 어느 장소와 시간을 기준으로 할 것이지(at the right tome & the place)를 염두에 두는 게 좋다. 우리는 TV와 라디오 외에도 다양한 광고에 노출되어 있다. 한 프랑스 광고인은 이를 두고 우리가 사는 곳은 산소, 질소, 광고로 이루어져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해외토픽에서는 심지어 임신한 여자가 자기의 배를 광고매체로서 팔았던 사례가 있었다. 현대 사회는 모든 게 광고인 세상이다.
카피는 [양궁이나 사격]을 닮았다.
광고인이 하는 일은 양궁선수가 하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둘은 목표를 한순간도 잊거나 놓치지 않는 사람들이다. 목표를 똑똑히 보고 추구하고 있으면 아이디어는 제 발로 손을 들고 나오기 마련. 윤준호 씨는 사례 하나를 소개했다.
“예전에 저는 ‘청소년 탈선행동 방관말고 선도하자’라는 표어와 ‘물은 수돗물이 제일 좋습니다.’라는 표어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때 과연 이것이 The right message인가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이런 표어는 돈을 버리는 하나마나한 광고입니다. 즉, 상대방이 공감을 할 수가 없다면 그 광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이야기가 된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일례로 화장실에서 ‘깨끗한 화장실은 문화인의 자랑’ 은 공허한 문자에 불과합니다. 반면에 ‘정조준, 일보전진’은 상대방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 카피가 되는 것입니다.”
그는 카피가 물건을 팔 수 있는 힘을 가지지 못하면 단지 아름다운 문장에 불과할 뿐 반제품 도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강도는 총, 칼, 주먹으로 강제로 지갑을 열게 하지만 광고인은 언어로써 다른 사람을 설득하여 스스로 지갑을 열게 해야 한다.
카피의 답은 [마음]에 있다.
마음心은 사람의 얼굴을 닮는다. ‘얼굴’은 생각을 의미하는 ‘얼’ 과 고어인 꼴에서 유래한 ‘골’이 결합한 ‘마음의 생김새’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心자를 자세히 보면 희노애락의 다양한 감정을 가진 얼굴이 보인다. 이러한 측면은 예전에 원효스님의 해골물 이야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해골물 사건을 겪은 뒤에 원효스님은 ‘일체유심조’의 깨달음을 얻어 법은 당에 있지 않고 마음속에 있다며 국내에서 공부를 이어나갔다.
이처럼 동화된 마음은 소비로 이어진다. 해외유명 시계브랜드인 ‘Tag Huer’의 광고 문구 중에 ‘Success, It's a mind game’ 이라는 문구가 있다. 카피도 마찬가지로 mind game이다. 인디언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보자. 어느 날, 인디언 아버지는 아들에게 “얘야, 우리 마음속에는 두 마리의 늑대가 살고 있단다. 한 마리는 착한 늑대이고, 나머지 한 마리는 나쁜 늑대란다.”라는 가르침을 줬다. 그때 아들이 질문을 한다. “아버지, 그럼 어느 쪽이 이기나요?” 그 질문에 “네가 먹이를 많이 주는 쪽이 이긴단다.” 라고 아버지가 답했다.
모든 선택의 스위치는 마음에 있다. 만일 어떤 헤드라인이 당신의 눈길을 멈추게 했다면 그것은 ‘이기심’, ‘호기심’, ‘지름길을 찾는 욕심’, ‘뉴스를 찾는 마음’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문장이나 모델이 광고의 요소일 수는 있겠으나 이런 니즈가 광고 앞에 독자를 잡아둘 수 있는 것이다. ‘감기는 어떤 약 한 알’, ‘당신은 한 달이면 일본어를 마스터할 수 있다.’, ‘당신은 세상의 체어맨’이라는 문구가 귀에 꽂히는 것도 이러한 측면에서 비롯된 것이다.
카피는 [뉴스(News)] 이다.
뉴스는 본능(本能)이다. 우리들은 “별 일없지?”라는 말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이것을 영어로 하면 “What's news?”가 된다. 이처럼 사람들은 뉴스로부터의 소외를 참을 수 없어 한다. 예일대학의 심리학자들이 조사 발표한 영어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단어를 살펴보면 본능적 욕구를 담은 단어들로 가득하다. 그렇기 때문에, 광고는 사람의 어떤 본능을 자극할 것인가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소비자에게 뉴스가 될 수 있다면 강력한 카피가 될 수 있다. 카피는 ‘쓴다’는 개념보다 ‘말한다’는 의미인 고백(告白)에 더 가깝다. 우리나라 최초의 광고인 1888년 덕산 세창양행에서의 헤드라인에는 ‘고백’ 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다. 만약 이 단어를 계속 사용했다면 광고라는 단어는 고백이라는 로맨틱한 단어로 사용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전문적인 글쓰기가 아니라 그 내용 자체인 News인 것이다. 아무도 포장지만으로 물건을 사진 않는다. 윤준호 씨는 “우리는 광고로써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Heart-jack이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카피는 [헤드라인(Headlind)]이다.
카피라이터는 ‘어쩜, 내 맘을 이렇게 잘 알까?’하는 생각이 들게 하여 소비자의 마음을 뺏어야 한다. 카피라이터는 헤드라인을 쓰는 사람이다. 나 자신도 읽지 않는 광고를 타인이 읽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카피라이터가 헤드라인을 쓰는 사람이라면 소비자는 바디카피를 쓰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주례선생님 앞에 섰을 때 산새소리가 들려왔습니다.’라는 카피를 보면 소비자는 그 예식장의 분위기나 시설은 알아서 상상한다.
또 다른 일례로 ‘인도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 승객들은 모두 부처님의 얼굴을 닮아 있었습니다.’라는 카피를 보면 소비자는 그 여행의 프로그램이 얼마나 알찼고 즐거웠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광고는 이렇게 소비자에게 임팩트(IMPACT)를 주어서 광고에 무관심한 대중들이 세일즈 메시지를 순간적으로 받아들이게 할 만한 질을 가져야 한다.
카피는 [연필의 일]이 아니다.
윤준호 씨는 글로 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사진작가에게 콤플렉스를 느낀다고 말을 하곤 한다. 카피의 이상은 ‘Make a statement without saying a word!’ 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카피라이터가 비주얼 이미지의 기능을 사용하면 너절한 진술로부터 가벼워질 것이고 사진작가의 펜은 행복해질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비주얼메시지와 버벌메시지의 행복한 결합은 폭스바겐의 광고에서도 드러난다. 이 그림 하나만으로 소비자는 ‘기름 값 비싸 죽겠지? 그럼 폭스바겐 자동차를 사용해’ 라는 의미를 받아들일 수 있다. 또 다른 예가 류시하 시인의 ‘한 줄도 너무 길다.’이다. 왜냐하면 카피는 언어의 경제원칙을 중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그는 한자의 형상성을 높게 평가한다. 형상성은 100개의 이미지를 가지는 것으로 생각의 생각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일본의 한 광고는 비주얼의 언어적 기능을 잘 사용한다. 이 광고는 화장실 심볼 사진을 변형하여 ‘축, 개통!’이라는 카피를 사용했다.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이 카피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카피는 [선(禪)]의 태도로 해야 한다.
선禪이라는 한자는 볼 시(示)와 홑 단(單)이 결합한 단어로 심플하게 보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것은 폭스바겐의 캠페인 중에서 폭스바겐 광고를 만드는 법에 대한 글귀에서도 깨달을 수 있다. 심플하게 보라(Keep It Simple, Stupid!)는 가르침을 통해 보면 모든 것이 카피가 될 수 있다. 심플하게 보되 항상 의문을 품고 대상을 바라봐야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면 마케팅의 답을 낼 수 있다. 물음표를 자세히 보시면 때로는 낚시 바늘로도, 때로는 옷걸이로도 보인다. 이처럼 어떤 것을 거느냐에 따라서 광고의 카피가 달라진다.
카피에 대한 태도의 설명을 마지막으로 강연이 끝났다. 마지막으로 카피라이터이자 서울예대에서 후학을 양성 중인 윤준호 씨는 이번 학기에 서울예대의 학생들의 과제였던 광고카피를 보여주면서 이 시간을 마무리 지었다. 이 자리를 함께 한 사람들은 이 자리를 통해서 윤준호씨를 통해 카피의 초심을 배웠다. 이렇게 다져진 초심은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거시기한 카피를 쓸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 카피는 거시기다
- 윤준호 저 | 난다
오리콤을 시작으로 거손, 동방기획, 코래드, LGAD, O&M 등 많은 광고 회사를 거치며 '뉴욕광고제' '한국방송광고대상'등 국내외 유수의 광고상을 휩쓴 카피라이터 윤준호. 혹은 『문예중앙』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한 시인 윤제림. 파급력에 있어 가장 빠르다 싶을 속도전을 자랑으로 아는 광고와 가장 느리다 싶은 굼뜸을 자존심으로 여기는 시, 이 두 장르를 암수한몸처럼 운명으로 안고 살아가는 이가 바로 바로 윤준호이자 윤제림이다. 그가 이렇게 두 얼굴로 살아온 삼십 년 노하우를 고스란히 한 권의 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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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윤나리
스스로를, 물음표와 느낌표의 이성과 감성을 두루 갖추었다 자칭하는 일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라디오와 함께 생활한 탓에 책, 음악,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얇고 넓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항상 다양한 매체를 향해 귀와 눈, 그리고 마음을 열어두어 아날로그의 감성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채사모2기.
Joonghee0412
2013.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