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리 텍사스촌’에서 나눔 실천하는 ‘약사 이모’ - 『미아리 서신』
물 좋고, 공기 좋고, 사람 좋은 고향도 먹고 살기 위해 떠나는 판국에 이미선 약사는 굳이 이 미아리 텍사스촌으로 삼십대 중반의 가장이 되어 아들아이와 함께 돌아간다. 1994년부터 16년간 약국을 운영하며 보고 듣고 겪은 그 골목 사람들의 아프고도 따듯한 삶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국민일보에도 연재되었던 칼럼을 기반으로, 연재 이후의 이야기까지 총 38통의 사연이 담겨있다.
201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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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동무와 놀러 갔다가 길을 잃어 우연히 들어선 골목에는 곱고 고운 한복을 차려 입고, 화장으로 한껏 꾸민 예쁜 여인들이 길가에 난 전면 유리창을 향해 앉아 있었다. 표정 없는 얼굴에 눈도 깜박이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가득한, 이색적인 골목 풍경에 이게 마네킹인가 진짜 사람인가 어린 마음에 한참을 갸우뚱거리며 걷다가 서두르는 친구를 따라 나왔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서야 그 골목이 속칭 ‘텍사스’라 불리는 미아리 성 매매 집장촌이란 걸 알았었다. 조금 커서는 버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정육점에서 쓸 법한 붉은 등의 이미지로 기억되었던 이 거리는 남자들은 괜한 오해를 받을 까봐, 여자들은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무서워서 어둑해지는 저녁 무렵 걸음을 재촉하게 되는 거리이다.
이미선 저자는 이 집장촌 한복판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들어서기 꺼리는 이 거리를 저자는 ‘어린 시절 팔랑거리며 뛰어다니던 골목은 이제 성매매업소들이 늘어선 어두컴컴한 골목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제겐 햇살 가득한 고향입니다’라고 밝힌다. 또한 ‘지금은 삭막한 콘크리트와 내부순환로의 두꺼운 교각으로 덮여 한 줌의 햇볕조차 들지 않는 죽어버린 정릉천이지만, 고운 물빛과 개구쟁이 웃음소리로 환히 빛나던 시절이 있었음을 저는 기억합니다.’라고 회상한다.
물 좋고, 공기 좋고, 사람 좋은 고향도 먹고 살기 위해 떠나는 판국에 이미선 약사는 굳이 이 미아리 텍사스촌으로 삼십대 중반의 가장이 되어 아들아이와 함께 돌아간다. 1994년부터 16년간 약국을 운영하며 보고 듣고 겪은 그 골목 사람들의 아프고도 따듯한 삶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국민일보에도 연재되었던 칼럼을 기반으로, 연재 이후의 이야기까지 총 38통의 사연이 담겨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피임이 뭔지도 모르는 채 이 골목으로 들어서게 된 스무 살 아가씨. 전직 권투 선수지만 힘겨운 현실에 술만 먹으면 싸움을 하곤 하는 아저씨. 이혼 후 젖먹이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가 화재로 생을 마감한 여인의 이야기 등 38통의 사연은 참으로 눈물 겹다. 저자는 이들의 사연을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는다. 이 골목에는 몸 파는 여인들만 사는 게 아니라 주방 일을 하시는 이모도 있고, 폐지를 주우면서 한글 공부를 열심히 했던 할머니도, 십대의 밝음이 환한 아이들도 있다고 전하면서 별난 거리가 아닌 사람 사는 거리, 우리가 관심을 기울어야 하는 이웃이 사는 거리임을 일깨운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거칠고 험한 삶들이 모여있는 집장촌만의 별난 사연을 담고 있어서도 아니고, 가슴 아픈 아가씨들의 사연이 뭉클해서도 아니다. 아무도 위로해주지 않는다고 원망하는 그들에게 하나님의 큰 사랑을 전하려는 전도가 대단해서도 아니다. 자기가 배운 걸 토대로 고향에 돌아가 실천적인 삶을 살고 있는 이미연 약사의 아름다운 모습에 스스로가 부끄러워서이다. 사회가 변화해야 한다,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탄식이나 단순히 성매매를 근절해야 한다는 말뿐인 공약을 내세우거나, 거창하게 봉사를 하니, 불우이웃을 돕는다는 그런 생색내기가 아닌, 그 거리에서 함께 살고 아무도 듣지 않는 그들의 사연을 듣고, 따듯한 시선으로 보듬어주는 삶을 실천하고 있는 참 지식인의 모습을 보아서이다. 푸근하고 넉넉한 미소의 약사이모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시길.
이미선 저자는 이 집장촌 한복판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들어서기 꺼리는 이 거리를 저자는 ‘어린 시절 팔랑거리며 뛰어다니던 골목은 이제 성매매업소들이 늘어선 어두컴컴한 골목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제겐 햇살 가득한 고향입니다’라고 밝힌다. 또한 ‘지금은 삭막한 콘크리트와 내부순환로의 두꺼운 교각으로 덮여 한 줌의 햇볕조차 들지 않는 죽어버린 정릉천이지만, 고운 물빛과 개구쟁이 웃음소리로 환히 빛나던 시절이 있었음을 저는 기억합니다.’라고 회상한다.
물 좋고, 공기 좋고, 사람 좋은 고향도 먹고 살기 위해 떠나는 판국에 이미선 약사는 굳이 이 미아리 텍사스촌으로 삼십대 중반의 가장이 되어 아들아이와 함께 돌아간다. 1994년부터 16년간 약국을 운영하며 보고 듣고 겪은 그 골목 사람들의 아프고도 따듯한 삶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국민일보에도 연재되었던 칼럼을 기반으로, 연재 이후의 이야기까지 총 38통의 사연이 담겨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피임이 뭔지도 모르는 채 이 골목으로 들어서게 된 스무 살 아가씨. 전직 권투 선수지만 힘겨운 현실에 술만 먹으면 싸움을 하곤 하는 아저씨. 이혼 후 젖먹이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가 화재로 생을 마감한 여인의 이야기 등 38통의 사연은 참으로 눈물 겹다. 저자는 이들의 사연을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는다. 이 골목에는 몸 파는 여인들만 사는 게 아니라 주방 일을 하시는 이모도 있고, 폐지를 주우면서 한글 공부를 열심히 했던 할머니도, 십대의 밝음이 환한 아이들도 있다고 전하면서 별난 거리가 아닌 사람 사는 거리, 우리가 관심을 기울어야 하는 이웃이 사는 거리임을 일깨운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거칠고 험한 삶들이 모여있는 집장촌만의 별난 사연을 담고 있어서도 아니고, 가슴 아픈 아가씨들의 사연이 뭉클해서도 아니다. 아무도 위로해주지 않는다고 원망하는 그들에게 하나님의 큰 사랑을 전하려는 전도가 대단해서도 아니다. 자기가 배운 걸 토대로 고향에 돌아가 실천적인 삶을 살고 있는 이미연 약사의 아름다운 모습에 스스로가 부끄러워서이다. 사회가 변화해야 한다,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탄식이나 단순히 성매매를 근절해야 한다는 말뿐인 공약을 내세우거나, 거창하게 봉사를 하니, 불우이웃을 돕는다는 그런 생색내기가 아닌, 그 거리에서 함께 살고 아무도 듣지 않는 그들의 사연을 듣고, 따듯한 시선으로 보듬어주는 삶을 실천하고 있는 참 지식인의 모습을 보아서이다. 푸근하고 넉넉한 미소의 약사이모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시길.
- 미아리 서신 이미선 저/신원선 그림 | 이마고데이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각양각색의 삶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우리는 하나님께서 왜 저자를 이곳으로 보내셨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아파도 소리 내어 아파할 수조차 없는 소외된 이들의 상처와 아픔을 위로하고 다독이며 가슴으로 써내려간 이 글들은 오늘 우리 모두에게 띄우는 위로와 격려의 편지이다. 2010년부터 최근까지 국민일보에 같은 이름으로 연재된 칼럼 글을 다듬고 이후의 소식들을 새로이 담아 엮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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