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깊은 사랑이 행복한 영재를 만든다
11월 27일, 현대백화점 토파즈홀에서 최희수 씨 강연회가 열렸다. 그는 『배려 깊은 사랑이 행복한 영재를 만든다』를 쓴 저자로, 이 책에는 자식을 키우면서 겪은 경험을 담았다. 육아에 관한 내용이 주이긴 하지만, 부부관계와 가족관계 전반을 다뤘다.
최희수 씨의 다른 이름은 ‘푸름아빠’다. 그는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푸름이닷컴’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푸름이는 최희수 씨의 아이로, 29개월에 한글을 깨치고 다섯 살 때부터 속독을 시작했다고 한다. 푸름이는 파주 금촌에서 평범하게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현재 일본 간사이대학 국가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 일본 애니메이션을 즐겨본 것을 시작으로 독학으로 일본어를 깨치고 일본어능력시험(JLPT) 1급 만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사교육의 힘을 단 한 번도 빌리지 않았다고 한다. 비결이 무엇일까.
배려 깊은 사랑이 육아의 전부다
저자는 육아를 ‘아이를 존재 자체로 사랑하는 것’이라 정의한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거나, 말을 잘 들어서, 상을 받아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아이가 존재하므로 사랑한다는 뜻이다. 많은 부모가 교육을 잘못 이해한다. 교육이란 가르치는 행위라는 믿음이 그렇다. 한국말도 서툰 어린아이를 영어학원에 보내고, 학교에 들어가서는 영어학원과 수학학원, 예ㆍ체능학원에 보낸다. 아이가 지식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는 생각하지도 않고 그저 학원에 보내기만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해진다.
원론적인 이야기 같지만, 교육은 아이에게 지식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게 아니다. 아이가 가진 잠재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가 무엇인가를 좋아하도록 이끌자. 저자는 간단한 예를 제시했다.
남자 아이라면 어릴 때 공룡을 좋아하는 시기가 있다. 공룡의 매력에 푹 빠진 아이는 티라노사우루스니 벨로키랍토르니 공룡 이름을 입에서 쏟아낸다. 온종일 양손을 공룡의 앞발처럼 들고 다니기도 할 것이다. “나는 육식 공룡이다.” 하면서 말이다. 처음에는 이런 아이를 신기해하던 부모도 일주일, 한 달, 1년까지 계속되면 진저리를 치며 못하게 한다. ‘공룡’을 좋아하던 아이가 ‘백악기’나 ‘쥐라기’에 관심을 두게 되고, 그 관심이 ‘역사’로 흐른다는 걸 모르는 채 말이다. ‘공주’만 찾던 아이도 세계 여러 나라의 공주에 관심이 깊어지며 ‘영어’로 확산하고, 결국에는 ‘여왕개미’에까지 그 관심이 넓어진다. 아이가 무언가에 푹 빠질 때를 노려 그 지식이 더 넓고 깊어지도록 책도 사주고 박물관도 다니는 게 부모의 할 일이고,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다.
“부모가 아이의 눈빛을 읽으면서 아이의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하고 사랑과 배려로 키운다면, 아이는 남을 배려하는 따스한 마음을 가진 행복한 영재로 성장한다.” - 『배려 깊은 사랑이 행복한 영재를 만든다』 9쪽 -
책과 사랑에 빠진 아이
‘책 잘 읽는 아이’는 모든 부모가 바라는 바다. 친구와 신이 나게 놀다가도 한쪽에 앉아 조용히 책 읽는 아이를 보면 부모는 흐뭇해한다. 책은 아이에게 좋은 친구다. 게다가 부모는 책을 많이 읽으면 성적도 좋으리라는 기대를 막연히 한다. 만약 독서와 성적이 상관이 없다고 한다면, 과연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할까.
저자는 아이에게 독서 습관을 심어 주기 위해서는 부모가 세 가지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첫째는 만화에 대한 편견. 국민 대부분이 책을 많이 읽는 핀란드의 아이조차 날마다 만화책을 본다. 푸름이도 처음에는 만화로 역사를 배웠다고 한다. 둘째는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편견. 어릴 때 아이는 엄마가 읽어주는 내용을 듣지 않는다. 아이가 마음대로 페이지를 넘기는 시기가 있는데 이럴 때는 아이가 펼친 페이지를 중심으로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아이는 책장을 넘기려 하고, 부모는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려 하면 부모와 아이 사이에 지루한 힘겨루기만 이어진다. 셋째, 책은 깨끗하게 보관한다는 편견. 아이가 어릴 때 책을 물고 빨고 던지는 것은 당연하다.
아이가 책을 부담스럽게 느끼면 독서를 좋아할 수 없다. 책을 읽지 않는다고 논술 교사를 붙일 필요도, 학습지를 시작할 필요도 없다. 아이 스스로 책 읽기가 즐겁고 재미있다고 느껴야 한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네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책을 좋아하는 시기인 ‘친숙기’, 책과 노는 단계인 ‘노는 시기’, 책을 읽으려고 잠도 자지 않으려고 하는 ‘바다의 시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읽기독립’이다. 이러한 과정이 72개월 전에 이루어져야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성장한다.
우리 아이가 72개월이 지났다고 해서 실망하지는 말자. 다만 이 시기가 지난 다음에는 부모가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늦게 책 읽기를 시작할 때는 아이의 책 연령에 맞는 책을 골라야 한다.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지만 책 읽기 수준은 유치원이라면 과감하게 그림책부터 시작해야 한다.
부부 사이가 좋아야 아이 성적도 좋다
부부싸움을 하고 난 뒤에 부모는 아이에게 괜히 화를 낸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부부싸움을 자제하는 편이 좋다. 말은 쉽다. 부부싸움을 하지 않고 살기는 매우 어렵다. 최희수 씨의 제안을 들어 보자.
저자는 남자와 여자가 선천적으로 다른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공자도 ‘부부유별’이라고 말했다. 여성은 ‘관계(배려)’를, 남자는 ‘경계(존중)’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렇다면 부부싸움 하지 않는 방법은 간단하다. 남편은 배려를, 아내는 존중을 배우면 된다. 남편이 아내 말에 공감만 해주면 부부 싸움의 절반은 준다. 밖에서 안 좋은 일을 당했던 아내에게 필요한 것은 남편의 공감이다. 아내의 이야기를 들은 남편이 “당신도 잘못했는데 뭘.” 하면 부부 싸움으로 번진다.
사랑으로 아이의 관심사를 찾아주고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것. 저자가 말하는 ‘육아’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어느 정도의 불안감은 갖고 산다. 내 아이만 뒤처지는 것 같고 내 아이만 못하는 것 같다. 이런 걱정은 잠시 놓아두고, 아이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책을 쥐여주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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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려깊은 사랑이 행복한 영재를 만든다 최희수 저 | 푸른육아
아직도 많은 어머니들의 아이 키우는 교과서로 통하는 『푸름이 이렇게 영재로 키웠다』와 책을 통해 지성을 키워주는 방법을 다룬 『아빠와 함께 책을』의 뒤를 잇는, 정서면에서의 푸름이 독서영재 교육법의 완결판. 푸름이교육법은 기존의 육아법이나 교재에서 제시하는 방법론에 따르는 것이 아닌, 동양과 서양 교육을 아우르고 새롭게 만들어진 토종 교육법이다.
손민규(인문 PD)
티끌 모아 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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