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과거, 말해야 해? 말아야 해?
모든 것을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 마음이 거짓이 되는 것은 아니다. 완벽하게 알지 못한다고 완벽하게 사랑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과거를 말하려는 상대방이 있다면, 그것을 알아야 할 의무가 없다고 말하라. 대신 당신의 ‘현재’를 알려달라고 말하라.
201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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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과거를 들어줘
연인 간에 알아서 좋을 것이 있고 몰라서 좋을 것이 있다. ‘현재’는 알면 알수록 좋다. 가령, 오늘 회의로 바쁘다고 미리 말해주면 불필요한 의심을 차단할 수 있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자주 표현하면 지금의 관계는 더욱 튼튼해진다.
반면 ‘과거’는 모르는 게 좋다. 알면 피곤해진다. 생각나서 상상하게 되고, 상상하게 돼서 집착하게 된다. 연인의 과거에 관대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겉으로는 웃을 수 있을지 몰라도 정작 마음은 만신창이가 됐을 확률이 높다.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였던 애정남에서 정한 기준도 있다. 27세 미만은 과거가 ‘없다’고 말하고, 27세 이상은 없다고 말하면 이상하기 때문에 ‘최악의 1명’만 말하자. 자, 딱 정한 거다. 현재의 사랑을 위해서 꼭 필요한 기준이자, 현명한 가이드라인이다.
내 여자친구의 과거
전형적인 교회오빠 규혁 씨. 그는 교회에서 첫눈에 반한 민지 씨를 3년간 줄곧 쫓아다녔다. 민지 씨는 규혁 씨의 한결같음에 ‘나를 이렇게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비록 잘생긴 외모도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었지만, 믿음을 갖게 되었고 고백을 받아주었다.
규혁 씨는 온 세상을 가진 것처럼 기뻐했다. 처음으로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게 한 어여쁜 그녀가 고백을 받아줬다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 날아갈 듯이 행복했다. 두 사람은 아무런 문제 없이 만남을 이어갔다. 교제한 지 100일 즈음, 술자리에서 규혁 씨는 민지 씨에게 물었다.
“이렇게 사귈 거면서 왜 3년간 거절했어? 혹시 다른 사람 만나고 있었던 거 아니야?”
일종의 귀여운 투정이었다. 하지만 민지 씨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교회에서 동갑내기 진수 씨와 비밀 연애를 했던 것을 밝혀야 할지 순간 갈등했다. 그러나 갈등도 잠시, 민지 씨는 규혁 씨의 사랑을 믿고 그 사실을 털어놓았다. 규혁 씨는 당황했고 민지 씨는 그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더욱 당황했다.
규혁 씨는 애써 담담한 척했지만, 교회에서 진수 씨를 볼 때마다 괴로웠다. ‘여자친구의 과거’ 때문에 알 수 없는 열등감에 사로잡혔다. 민지 씨를 바라보는 눈빛은 사랑스러움에서 원망과 서운함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사실대로 말한 것을 후회했고, 그도 자신이 물어봤던 것을 후회했다.
이젠 다 지난 일인데, 그에게 모두 말해도 될까?
판도라의 상자
규혁 씨는 현재가 행복한 만큼 과거까지 확인하고 싶었고, 민지 씨는 믿었던 만큼 과거까지 공유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물음과 그 답으로 규혁 씨의 행복과 민지 씨의 믿음은 흔들리게 되었다. 그리스 신화에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을 때처럼 규혁 씨의 마음에 욕심, 질투, 시기가 가득했다.
규혁 씨는 과거를 묻기보다 미래를 물었어야 했다. 민지 씨는 내가 편해지는 진실을 말하기보다 상대방이 편해지는 거짓을 말했어야 했다. “3년간 나도 너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거짓말이 지금 민지 씨의 마음에 거짓 없는 솔직한 대답이었을 것이다.
모태솔로에게도 과거는 있다
영국의 고전 소설 《테스》에서 테스는 사랑하지도 않는 알렉에게 강간을 당하고 그의 아이를 낳는다. 하지만 그 아이는 사랑받지 못한 채 죽고, 이후 테스는 세상으로부터 숨어 살게 된다. 그러다 에인절을 만나게 되고 진정한 사랑을 받는다. 테스는 자신의 불행한 과거 때문에 에인절을 밀어내지만, 그의 마음에 진정으로 사랑을 느끼고 결혼하게 된다.
신혼 첫날 밤, 테스는 에인절이 모든 것을 용서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과거를 털어놓는다. 하지만 에인절은 괴로움을 느끼고 해외로 떠나버린다.
이처럼 토머스 하이디의 오래된 서양 소설에서도 ‘과거’에 대한 테마는 존재했다. 그만큼 연인 간의 과거는 비극의 씨앗이다. 테스나 민지 씨에게는 과거를 알릴 의무가 없었다. 오히려 현재를 알려야 했다. 지금 얼마나 에인절을 사랑하고 있는지, 이제야 규혁 씨와 만나 얼마나 다행인지 ‘지금’을 말했어야 했다.
과거가 없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모태솔로에게도 과거는 있다. 한 번도 이성과 사귀지 않았다는 사실의 과거, 혹은 누군가를 홀로 마음에 품어본 과거. 누군가와 연애하지 않았다는 것도 과거이고 혼자 짝사랑했던 것도 과거이다.
과거가 자신을 괴롭힌다면 과거는 모래에 적어둬야 했다. 바람이 불어 그것을 지워버릴 수 있도록. 대신 현재의 행복한 사랑은 돌에 기록해야 했다. 바람이 불어도 영원히 흔들리지 않도록.
내 과거에 상대방이 존재하지 않았듯, 상대방 또한 과거에 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과거에 대한 완벽한 소유를 꿈꾸기 전에 완전한 현재를 꿈꿔라. 지금 내가 상대방의 과거가 아니라, 현재라는 사실을 소중하게 느끼면서 말이다.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의 한 장면.
첫사랑 이야기를 고백하려는 하선의 말을 지석이 가로챈다.
“얘기 안 해도 돼요. 꼭 많이 안다고 해서, 더 사랑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완벽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완벽하게 사랑할 자신은 있어요.”
모든 것을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 마음이 거짓이 되는 것은 아니다. 완벽하게 알지 못한다고 완벽하게 사랑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과거를 말하려는 상대방이 있다면, 그것을 알아야 할 의무가 없다고 말하라. 대신 당신의 ‘현재’를 알려달라고 말하라.
지금 나의 현재는 바로 너야, 네가 가장 소중해
현재 내 곁에 있는 사람
과거 때문에 당신이 상대방을 힘들게 할 수도, 상대방이 당신을 힘들게 할 수도 있다. 과거로 힘든 것은 현재를 배신하는 일이다. 이미 지난 시간에 묶여 괴로워한다면 지금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신의 과거 때문에 상대방이 힘들다면 있는 그대로 말해주는 게 좋다. 과거의 일들을 있는 그대로 말해주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 느끼는 감정’을 표현해서 안심시켜야 한다. 혹 당신이 상대방의 과거 때문에 힘들다면, 반대로 과거의 일을 묻지 말고 ‘지금 느끼는 감정’을 말해달라고 하는 게 현명하다.
불필요한 과거를 들추는 일은 과거를 다시 현재로 이어가는 일이다. 앞으로 과거를 대하는 원칙을 정하자. ‘ex’에 관한 물음은 이제 ‘x’로 해두기로 말이다.
연인 간에 알아서 좋을 것이 있고 몰라서 좋을 것이 있다. ‘현재’는 알면 알수록 좋다. 가령, 오늘 회의로 바쁘다고 미리 말해주면 불필요한 의심을 차단할 수 있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자주 표현하면 지금의 관계는 더욱 튼튼해진다.
반면 ‘과거’는 모르는 게 좋다. 알면 피곤해진다. 생각나서 상상하게 되고, 상상하게 돼서 집착하게 된다. 연인의 과거에 관대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겉으로는 웃을 수 있을지 몰라도 정작 마음은 만신창이가 됐을 확률이 높다.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였던 애정남에서 정한 기준도 있다. 27세 미만은 과거가 ‘없다’고 말하고, 27세 이상은 없다고 말하면 이상하기 때문에 ‘최악의 1명’만 말하자. 자, 딱 정한 거다. 현재의 사랑을 위해서 꼭 필요한 기준이자, 현명한 가이드라인이다.
내 여자친구의 과거
전형적인 교회오빠 규혁 씨. 그는 교회에서 첫눈에 반한 민지 씨를 3년간 줄곧 쫓아다녔다. 민지 씨는 규혁 씨의 한결같음에 ‘나를 이렇게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비록 잘생긴 외모도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었지만, 믿음을 갖게 되었고 고백을 받아주었다.
규혁 씨는 온 세상을 가진 것처럼 기뻐했다. 처음으로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게 한 어여쁜 그녀가 고백을 받아줬다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 날아갈 듯이 행복했다. 두 사람은 아무런 문제 없이 만남을 이어갔다. 교제한 지 100일 즈음, 술자리에서 규혁 씨는 민지 씨에게 물었다.
“이렇게 사귈 거면서 왜 3년간 거절했어? 혹시 다른 사람 만나고 있었던 거 아니야?”
일종의 귀여운 투정이었다. 하지만 민지 씨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교회에서 동갑내기 진수 씨와 비밀 연애를 했던 것을 밝혀야 할지 순간 갈등했다. 그러나 갈등도 잠시, 민지 씨는 규혁 씨의 사랑을 믿고 그 사실을 털어놓았다. 규혁 씨는 당황했고 민지 씨는 그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더욱 당황했다.
규혁 씨는 애써 담담한 척했지만, 교회에서 진수 씨를 볼 때마다 괴로웠다. ‘여자친구의 과거’ 때문에 알 수 없는 열등감에 사로잡혔다. 민지 씨를 바라보는 눈빛은 사랑스러움에서 원망과 서운함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사실대로 말한 것을 후회했고, 그도 자신이 물어봤던 것을 후회했다.
이젠 다 지난 일인데, 그에게 모두 말해도 될까?
판도라의 상자
규혁 씨는 현재가 행복한 만큼 과거까지 확인하고 싶었고, 민지 씨는 믿었던 만큼 과거까지 공유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물음과 그 답으로 규혁 씨의 행복과 민지 씨의 믿음은 흔들리게 되었다. 그리스 신화에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을 때처럼 규혁 씨의 마음에 욕심, 질투, 시기가 가득했다.
규혁 씨는 과거를 묻기보다 미래를 물었어야 했다. 민지 씨는 내가 편해지는 진실을 말하기보다 상대방이 편해지는 거짓을 말했어야 했다. “3년간 나도 너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거짓말이 지금 민지 씨의 마음에 거짓 없는 솔직한 대답이었을 것이다.
모태솔로에게도 과거는 있다
영국의 고전 소설 《테스》에서 테스는 사랑하지도 않는 알렉에게 강간을 당하고 그의 아이를 낳는다. 하지만 그 아이는 사랑받지 못한 채 죽고, 이후 테스는 세상으로부터 숨어 살게 된다. 그러다 에인절을 만나게 되고 진정한 사랑을 받는다. 테스는 자신의 불행한 과거 때문에 에인절을 밀어내지만, 그의 마음에 진정으로 사랑을 느끼고 결혼하게 된다.
신혼 첫날 밤, 테스는 에인절이 모든 것을 용서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과거를 털어놓는다. 하지만 에인절은 괴로움을 느끼고 해외로 떠나버린다.
이처럼 토머스 하이디의 오래된 서양 소설에서도 ‘과거’에 대한 테마는 존재했다. 그만큼 연인 간의 과거는 비극의 씨앗이다. 테스나 민지 씨에게는 과거를 알릴 의무가 없었다. 오히려 현재를 알려야 했다. 지금 얼마나 에인절을 사랑하고 있는지, 이제야 규혁 씨와 만나 얼마나 다행인지 ‘지금’을 말했어야 했다.
과거가 없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모태솔로에게도 과거는 있다. 한 번도 이성과 사귀지 않았다는 사실의 과거, 혹은 누군가를 홀로 마음에 품어본 과거. 누군가와 연애하지 않았다는 것도 과거이고 혼자 짝사랑했던 것도 과거이다.
과거가 자신을 괴롭힌다면 과거는 모래에 적어둬야 했다. 바람이 불어 그것을 지워버릴 수 있도록. 대신 현재의 행복한 사랑은 돌에 기록해야 했다. 바람이 불어도 영원히 흔들리지 않도록.
내 과거에 상대방이 존재하지 않았듯, 상대방 또한 과거에 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과거에 대한 완벽한 소유를 꿈꾸기 전에 완전한 현재를 꿈꿔라. 지금 내가 상대방의 과거가 아니라, 현재라는 사실을 소중하게 느끼면서 말이다.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의 한 장면.
첫사랑 이야기를 고백하려는 하선의 말을 지석이 가로챈다.
“얘기 안 해도 돼요. 꼭 많이 안다고 해서, 더 사랑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완벽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완벽하게 사랑할 자신은 있어요.”
모든 것을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 마음이 거짓이 되는 것은 아니다. 완벽하게 알지 못한다고 완벽하게 사랑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과거를 말하려는 상대방이 있다면, 그것을 알아야 할 의무가 없다고 말하라. 대신 당신의 ‘현재’를 알려달라고 말하라.
지금 나의 현재는 바로 너야, 네가 가장 소중해
현재 내 곁에 있는 사람
과거 때문에 당신이 상대방을 힘들게 할 수도, 상대방이 당신을 힘들게 할 수도 있다. 과거로 힘든 것은 현재를 배신하는 일이다. 이미 지난 시간에 묶여 괴로워한다면 지금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신의 과거 때문에 상대방이 힘들다면 있는 그대로 말해주는 게 좋다. 과거의 일들을 있는 그대로 말해주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 느끼는 감정’을 표현해서 안심시켜야 한다. 혹 당신이 상대방의 과거 때문에 힘들다면, 반대로 과거의 일을 묻지 말고 ‘지금 느끼는 감정’을 말해달라고 하는 게 현명하다.
불필요한 과거를 들추는 일은 과거를 다시 현재로 이어가는 일이다. 앞으로 과거를 대하는 원칙을 정하자. ‘ex’에 관한 물음은 이제 ‘x’로 해두기로 말이다.
- 사랑이 아팠던 날 심이준 저 | 라이온북스
아픔은 사랑의 크기와 비례한다. 아파보았다면 우리는 다시 사랑할 자격이 있다. 사랑이 아팠던 날은 더 이상 아프지 않을 날을 약속할 것이다. 이 책은 공식화된 연애 지식이 아니라 보다 어른스러운 사랑을 위한 연애 이야기, 그 사람을 오래 지킬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꺼내려 한다. 내 연애는 왜 늘 실패하는지, 왜 그 사람은 나의 짝이 아니었는지, 내 사랑은 무엇이 문제인지 남녀 심리를 이용해 깊이 있게 풀어내고 있다. 먼저 다쳐보고 넘어진 경험과 이야기들이 처방전이 되어 당신에게 용기를 줄 것이다. 다시 시작될, 당신의 진짜 연애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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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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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심이준
연애 카운셀러이자, 감정공유자. 온라인 커뮤니티 <사랑연구소>의 연구소장 겸 대표. 그는 인간은 잘 보고, 잘 먹고, 잘 말하지만 정작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타인의 이야기를 내 이야기처럼 귀 기울여주는 사람이 부족한 현대인의 슬픔을 감싸고 싶어, 말하지 못했던 연애 문제들과 사랑 이야기를 털어놓는 ‘비밀 쓰레기통’이 되겠다고 자처하며 2006년 <사랑연구소>를 설립했다.
rabbitrla
2019.10.04
공우민
2013.08.31
과거는 쉿!하고 둘 사이에 집중하는게 최선이겠죠!
엠제이
2013.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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