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어린 시절에 이미 다 배웠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태어나 자라며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올바른 삶을 사는 방법은 사실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다만 여기에 이기심과 욕심, 편견 등이 깃들며 변질되는 것이 문제다. 이렇듯 암울한 현실에서 동물을 소재로 한 채인선 작가의 동화는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새로운 변화의 씨앗이 되고 있다.
하루 사이에 표정을 달리하는 날씨처럼 우리의 삶 역시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표정을 드러낸다. 채인선 작가를 만나는 날 역시 4월의 봄을 무색케 하는 매서운 바람이 한껏 기세등등해 져 있었다. 어찌됐든 일장일단이다. 매서운 바람 덕분에 채인선 작가의 미소가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으니 말이다. 고백하건데 프로필의 나이로 짐작하기 어려운 동안의 첫인상을 보며 내심 ‘동화작가는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더니, 세월도 비껴가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역시나, 벌써 26살이나 된 딸을 어떻게 독립시킬지 고민하는 엄마란다.
1996년 창비에서 주관한 제1회 ‘좋은어린이책원고공모’를 통해 시작된 동화작가의 삶도 어느새 16년이 훌쩍 넘는다. 작가가 엄마로서 자신의 아이들을 키우며 보고 느끼고 고민한 생각의 결정은 그간 수많은 동화로 세상에 나왔다. 여러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이지만, 그녀의 책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부모에 의해 길들여지는 아이’가 아닌 ‘스스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아이’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작가의 관심이 얼마 전부터는 동물로 옮겨갔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동물의 삶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발견한 것이다.
‘동물에게 배워요’ 시리즈는 그런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이어가고 있는 작품이다. 160여 마리 동물의 일생을 10가지 주제로 나눠 풀어낸 그림동화는 생명의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일생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상황을 통해 사람의 삶도 그와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삶의 방식을 이야기하는 작가가 동물의 삶을 관찰하게 된 과정은 물론 ‘요즘 부모’들에게 전하는 올바른 자녀 양육에 필요한 조언까지, 작가와의 인터뷰는 유쾌함과 진지함을 오가며 이어졌다.
바람직한 삶의 자세, 동물을 통해 넌지시 말하다
이미 전 시리즈가 출간되기 전에 중국 출판사와도 출간계약이 성사되며 높은 관심을 불어 일으키고 있다. 시리즈를 기획할 때부터 ‘인간의 시선으로 동물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기도 했던 작가는 그간의 과정에 담긴 생각과 고민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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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에게 배워요’ 시리즈 시즌 1이 마무리 됐는데요. 처음으로 돌아가 이번 기획이 시작된 계기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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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아주 우연하게 시작 된 거예요. 어느 날 문득 집 마당 풀밭에서 뛰어 노는 강아지 두 마리를 봤어요. 강아지들은 그렇게 한바탕 뛰어 놀고 나서 눈빛이 초롱초롱해진 채로 다가왔어요. 그걸 보니 뭔가 살아있다는, 생명이 느껴지며 뭉클하더군요. 한편으로 강아지들과 달리 현실에서 우리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끈에 매여 사육당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사실 처음 동물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은 동물심리학자가 쓴 『동물도 말을 한다』는 책을 통해서였어요. 그 책을 읽으며 제가 키우는 강아지, 깜돌이와 해리한테 ‘우리 말하고 지내자’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죠(웃음). 그러다 보니 어느 날부터는 강아지 얼굴이 사람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같은 언어로는 이야기 못하지만, 뭔가 말을 하고 내가 알아듣고 있는 듯한, 마음이 통하는 것을 느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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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리즈에 나오는 동물만 봐도 참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연구하셨다고 들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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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또 하나의 계기가 된 것이 한 동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대안학교 아이들을 데리고 자연탐사를 하며 망원경으로 원앙을 보는 장면이었어요. 카메라에 비친 나무 위의 원앙 어미와 새끼들이었는데, 어미는 마치 ‘이렇게 하면 돼’하는 것처럼 새끼들이 보는 앞에서 땅으로 뛰어내리더군요. 새끼들은 서로 무서워하면서도 하나 둘 씩 어미를 따라 뛰어내렸고요. 마치 무서워서 ‘네가 먼저 해’하다가 툭 떨어지는 것 같기도 했죠. 그걸 보며 ‘원앙도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기를 내야 하는구나’ 싶었어요. 그러면서 1권의 첫 번째 내용이 떠오른 거예요. 동물의 삶이 인간의 삶과 연계되어 구성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인간도 동물에게 배울 것이 있다는 생각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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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동안 이어진 작업에서 여러 가지 논의가 있었을 테지만, 그 과정에서도 작가님께서 중심에 담은 철학은 변치 않았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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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책을 통해 꼭 말해야 겠다고 생각한 것은 ‘생명은 각자 자기 나름의 목적이 있다’는 거예요. 인간이란 종이 다른 종을 너무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종의 종차별을 통해 동물을 도구처럼 생각하고 인간화해서 바라보며 인간의 잣대로 아름답고 추한 기준, 가치를 결정해 온 거죠. 저 역시도 최근에 깨달은 거예요. 동물을 존중하는 것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약자에 대한 배려와도 연결된다고 봐요. 생명이라는 것은 인간이든 작은 생물이든 그 자체로 존중 받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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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소재로 했지만 그 속에 담고 있는 주제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보편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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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의 1권은 성장에 관한 이야기거든요. 거의 사육당하는 느낌의 요즘 도시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였죠. 요즘 대부분의 아이들에게는 자기가 스스로 성장한다는 느낌, 커서 무엇이 될까를 스스로 정하는 경우가 없어요.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해진 순서도 없이 부모 뒤를 졸졸 따라 어른이 돼버리는 상황을 깨주고 싶었어요.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동물이든 사람이든 이렇게 태어나서 서로 돕기도 하고 엄마 아빠의 사랑도 받고, 두려움도 극복하며 살다가 때가 되면 죽는다는 사실을 알려주고자 했죠. 시즌 2의 내용 중에는 놀이에 대한 주제도 있거든요. 어른들은 노는 것이 단지 즐거움만을 위한 것이라고 여기는데, 사실 우리의 옛날을 떠올려보면 놀이와 일은 같이 어우러져 있었어요. 동물의 놀이도 마찬가지죠. 놀이를 통해 어른이 되어 할 일을 미리 연습하기도 하고, 집단 간의 친밀간도 형성하고요. 그 내용들은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고 어려운 것도 없어요. 대신 저는 그림을 중요하게 생각했죠. 아이들이 그림을 보며 동물을 향한 섬세한 감정으로 글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였어요. 그래서 더욱 그림 작가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아이들과 주고받은 이야기 속에 탄생한 작품
그녀가 작가의 삶을 살기 이전에 모습들은 어떠했을까. 세상을 바라보는 남다른 시선과 깊은 생각을 어린이의 눈높이로 풀어내는 작가의 작품을 보면 자연스레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그런 질문에 작가는 “처음부터 작가를 꿈꾸며 열심히 습작을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고백한다. 다만 “책을 즐겨 읽었고, 국어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됐으며 글을 쓰면 곧잘 공모에 당선되기는 했다”며 겸연쩍게 웃음을 짓는다. 작품 활동을 시작했을 당시가 엄마로서도 육아에 신경을 썼던 시기와 겹쳐진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작가의 작품은 그야말로 경험에서 우러나온 산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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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란 왠지 보통의 작가라는 단어보다 더 독특하게 들리는데요. 어떤 계기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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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출판사에서 일을 하게 됐어요. 어쨌든 앉아서 책 보는 것은 자신 있었으니까요(웃음). 그러다 결혼을 해서 아이들을 낳고 키우게 됐죠. 사실 아이들이 생기기 전까지 저는 교보문고에 아이들 책 코너가 있다는 것조차 몰랐어요(웃음). 아이들은 자라면서 점차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는 요구를 하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의 말 역시도 다 이야기 식이었고 저도 그에 대한 대응을 이야기로 하다 보니 하나의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거예요. 아이들에게 책을 사서 읽어줄 때도 제가 편집자 일을 하다 보니 어려운 것은 고쳐서 쉽게 읽어주고 결말이 재미없는 것은 다르게 바꿔서 말해주곤 했죠. 그때는 직장을 다니면서 시어머니도 모셨기 때문에 집에 오면 굉장히 피곤했어요. 그래서 아이들과 이야기 두 편을 해주던지 책을 읽어주면 자야한다는 약속을 했죠. 책을 읽어주다가 자주 졸기도 했는데(웃음), 그럼 아이들은 흔들어 깨우며 마저 읽어달라고 보챘어요. 그렇게 목적을 달성해서 겨우 아이들이 자러 가면 저는 이상하게 정신이 말똥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당시에 있던 초기형태의 컴퓨터에 아이들과 했던 이야기를 정리했어요. 그렇게 이야기꾼이 돼 버렸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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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자녀를 키우는 엄마의 고민이 많이 깃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고민이 가장 크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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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이들이 크는 모습을 보면서 정작 저는 어린 시절을 저렇게 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버지가 굉장히 엄하셨거든요. 제 아이들을 보며 ‘어린 시절은 이런 것이구나’, ‘나에게도 한때 그런 생기발랄함이 있었구나’를 느꼈죠. 그런데 기존의 동화를 보니 단순히 교훈적이거나 심심한 내용이더라고요. 마치 발랄한 아이들에게 억지로 교복을 입혀놓은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동화를 쓸 때는 그저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이야기, 현실에서 일어날 수는 없지만 동화 속에서는 다 일어나게 해서 그로 인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선호했어요. 그것이 진짜 아이들을 위한 동화라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제 동화는 처음에는 상상력이 많다는 비평을 받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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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단지 아이들만이 아닌 어른들에게도 전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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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어른에게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역시 아이들에게 권하거나 읽어주는 것은 어른이잖아요. 어른 역시 아이를 위해 책을 접하면서 아이의 존재를 새롭게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어요. 아이는 동물이 사육되는 것처럼 키워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 그 목적대로 가지를 뻗을 수 있게 물을 주고 햇빛을 비춰 줘야한다는 것을 넌지시 말하고 싶었던 거죠. 어떤 부모를 보면 아이를 마치 자신의 부속물처럼 생각하고 있거든요. 제 동화에 나오는 아이는 모두 자주적으로 행동해요. 부모의 말을 거역하지 않으면서도 독립적이고 자주적으로 자기 갈 길을 찾아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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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작품을 접한 부모들과 강연 등을 통해서도 자주 만남을 이어오신다고 알고 있는데요. 요즘 부모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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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모의 고민은 대부분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겠죠. 제 책 중에는 『도서관 아이』라는 책이 있는데 그 내용처럼 도서관에다 아이를 부려놓고 집에 책을 많이 들여놓으면 그 걸로도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이야기해요. 그건 제가 보증할 수 있다고 하죠(웃음). 동화책에 무슨 공부할 거리가 있을까 싶지만 동화책은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이 어떤 상황일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어떤 식으로 친구를 만들고 또 어떨 때 잃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죠. 그래서 부모들에게 책을 읽은 만큼 아이의 인생이 보장된다고 이야기해요. 큰 부자는 못되더라도 기본은 한다고 하죠(웃음). 또 한 가지,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을 언제고 네다섯 살 아이로 생각해요. 그 아이가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고 홀로 부모 없이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죠. 저는 그것을 끊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때가 되면 부모를 떠나 독립을 시켜야 해요. 한번은 아주 흥미로운 질문을 받았는데 제 책이 너무 좋은 말만 쓰여 있어서 이상적이라는 거였죠. 그래서 저는 이것만 읽어서는 안되고 많은 이야기를 읽어야 한다고 해요. 이야기는 현실을 닮아 있고 이 책은 이상을 담고 있다는 거죠. 이상과 현실을 아이들이 다 같이 흡수해야 균형 잡힌 생각을 갖게 되거든요. 어른과 아이를 구분 짓는 것 중에 가장 큰 차이가 성장이에요. 아이는 성장하는 존재기 때문에 내가 처해 있는 상황과 되어야 하는 것, 본받아야 할 것을 동시에 접해야 해요.
자연의 대체물은 역시 책
한때 작가의 출생지는 서울로 알려졌다. 그녀 역시도 그렇게 알았고 유년기의 추억은 봉천동에서의 삶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그녀의 고향은 강원도 함백으로 정정 됐다. 그녀도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당연하게 느껴진다. 감자와 옥수수 익는 냄새만 맡으면 막연히 한 잎 베어 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흥분도 이해가 된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자연과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 요즘 아이들의 상황은 작가에게 애처로운 부분이다. 책을 권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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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기억이 작가님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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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가 기억하는 유년은 서울 봉천동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던 기억이 대부분이죠. 그러나 막연한 그리움이 있어요. 몇 안 되는 강원도 함백의 기억 중에는 집 앞에 큰 대추나무가 있죠. 기억으로는 제가 이제까지 본 나무 중에서 가장 큰 나무인데, 어머니께 물어보니 그때 그렇게 큰 나무가 없었다고 하시더군요(웃음). 누가 대추를 장대로 딸 때 떨어지는 것을 맞아 울던 기억도 있었는데……. 하지만 역시 실제로는 정말 작은 대추나무가 있더라고요. 제 첫 책인 『전봇대 아저씨』를 보면 ‘나의 어릴 적 대추나무에게 이 책을 드린다’고 쓰여 있어요(웃음). 단편적인 어린 시절의 기억이지만 잠재적으로 저에게 작용하는 것은 굉장히 컸거든요. 결국 저는 결혼해서 2~3년 아파트에서 살다가 용인으로 내려갔어요. 아파트에서 살면서 확실히 난 서울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거죠. 그리고 강아지를 풀밭에 놓고 정말 신나게 뛰어다니는 걸 보며 ‘사람도 아이도 이렇게 커야하는구나’를 느꼈던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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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경험을 생각하면 요즘 아이들에게 드는 애처로움도 클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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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저는 역설적으로 그래서 더 책이 필요하다고 말하죠. 지금 아이들에게 저의 대추나무처럼 추억이 깃든 대상이 없거든요. 그런데 책은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다시 봤을 때 처음 어린 시절 그 책을 봤을 때의 풍경이 고스란히 떠오를 수 있게 해줘요. 어릴 때부터 엄마와 함께 읽은 책은 더욱 그렇죠. 엄마가 읽어줄 때의 느낌, 함께 있던 추억이 더해져 하나의 풍경이 만들어지거든요. 더구나 그림책은 어른이 굳이 시간을 내어 오로지 아이를 위해 읽어주는 것이거든요. 아이에게는 절대 집중의 시간이죠. 부모와 아이가 서로 체온을 느끼며 낭독하는 것은 그냥 읽는 것과 틀려요. 목소리와 느낌이 귀로도 기억되는 거죠. 그래서 나중에 그 책은 아이에게 아주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다시 획득하는 대상이 되고요. 자연을 접하기 어려운 요즘 책을 마음의 고향으로 삼고 부모와 아이가 함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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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즘 현실은 많은 부모가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를 TV와 컴퓨터 앞에 방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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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안되요. 제가 강하게 이야기하는 몇 가지 중 하나가 아이들을 TV와 컴퓨터 앞에 방치하는 거예요. 부모로서 절대 피해야 할 일 중 하나죠.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만이 아니라 아이를 키워 본 부모로서 선배로서 하는 말이에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감성이 예민하고 풍부한 어린 시절 버릇이나 정서적 경험, 두뇌활동 모두가 아이의 인생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쳐요. 어렸을 때 TV 앞에만 있던 아이가 나중에 커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하지는 않거든요. 특히 요즘은 채널도 많고 예전에 아이들에게 TV를 보여줬던 것과 상상 할 수 없을 정도로 폐해가 많아요. 그래서 저는 차라리 TV를 치우는 게 낫다고 하죠. TV를 많이 보는 아이는 순수한 이야기를 즐기기 힘들어져요. 이야기를 TV를 통해 접하게 되면 책을 읽지 않아도 마치 이야기를 읽은 것 같은 느낌을 받거든요. 문장의 아름다움이나 감성의 풍부함, 책을 읽는 과정에서 느끼는 새로운 감정들을 못 느끼고 이야기에 빠져들지 못하게 되죠. 즉, 책을 읽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하면서 책과 완전히 멀어지게 된다는 말이에요. 아이들은 오감을 이용해 세상을 경험해요. 그런 경험이 책을 읽음으로서 복합적인 경험으로 커지게 되죠. 그러나 TV 앞에 멍하니 있으면 두뇌자체를 무기력하게 할 뿐이에요. 그런 것은 나중에 회복도 안 돼요. 정말 중요한 문제에요.
안타까움은 반복적인 강조로 이어졌다. 작가의 동화는 많은 아이들에게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느끼고, 원하는 인생을 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지만 한편으로 세상에는 더 많은 해악들이 도사리고 있는 탓이다. TV의 폐해와 책이 주는 혜택을 설명하며 작가는 “부모가 TV를 보며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도 강조했다. 환경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작가의 말을 듣고 보니 요즘 같은 세상에 부모의 가장 큰 의무는 ‘아이에게 어린 시절부터 책을 접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 서로 도우며 살아요 채인선 글/장호 그림/신남식 감수 | 한울림어린이
이 책은 동물들의 공생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협력이 어떤 것인지 알려줍니다. 먼 거리를 이동하는 타조는 얼룩말이나 영양 등과 함께 다니면서 사자나 하이에나로부터 안전하게 몸을 지킵니다. 대신 키가 크고 눈이 좋은 타조는 다른 동물들이 풀을 뜯는 동안 망을 봐 줍니다. 이처럼 모든 동물들은 종이 달라도 서로 협력하고 도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야생세계는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의 관계에 놓여 있지만, 그것은 생존에 관한 문제일 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부러 다른 동물에게 해를 입히지는 않습니다…
황정호
최선을 다해서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합니다. 언제나 꿈꾸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가호
2012.05.31
indiaman
2012.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