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직장인이라면 더 공감 가는 이야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는 직장인이라면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12.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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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연휴 내내 일을 하면서 생각했다. 과연 얼마나 오래 동안 이렇게 일을 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왜 대한민국 최대의 명절인 설날에 일을 하고 있을까. 지금 하는 일이 꼭 필요한 것일까. 등등 별별 생각들이 머리 속에 멤 돌았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잘 하면 본전이고 못 하면 욕과 비난을 고스란히 떠 안아야 하는 일이다. 결정은 위에서 했지만, 진행은 내 몫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회사에서 일 하듯 하지는 않았다. 영화도 몇 편 봤고… 아… 하지만 가족들과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을 때에는 우리 회사 영화의 포스터나 전단이 잘 꽂혀있는지 확인했고, 광고는 잘 노출 되고 있는지를 체크했다.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어떤 영화의 예고편이 나오는지를 체크하고, 잘 되는 영화의 관객 반응과 잘 안 되는 영화의 관객 반응을 체크하느라 영화를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 심지어 극장의 퇴출로를 서성거리며 다른 영화들을 보고 나오는 관객들은 무슨 얘기를 하는지 귀를 쫑긋거렸다. 내 인생, 몇 안 되는 취미생활이 철저히 일이 되어버렸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는 직장인이라면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론 주인공이 여성기이기에 남성보다는 여성들로부터 더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도 사실이다. 주인공 ‘케이트’는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이다. 사랑스러운 남편과 토끼 같은 자식들도 있다. 그런 그녀가 회사와 가정의 균형을 얼마나 맞춰가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 영화의 핵심이다.
그녀에게는 매사에 시니컬한 부하직원이 있고, 그녀의 공을 가로채려는 동료가 있으며, 그녀의 마음을 모두 이해해 주는 절친도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일을 시켜먹는 상사가 있는가 하면, 그녀의 능력을 인정하고 높이 사는 임원도 있다. 정글 같은 그 곳에서 파김치가 되어 집에 돌아오면 가정이라는 또 다른 사회가 기다린다. 부부생활 의무방어전이라도 펼칠라 싶으면 녹초가 되어 코를 골고 잠이 들어 버리고, 자다가 일어나 아이들이 잠든 모습을 체크 한 뒤 다시금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한다. 심지어 침대에 누워서 내일 할 일을 체크하는 가 하면, 모두를 위한 명절도 반납하고 출장에 나선다.
그런 그녀를 어떤 이들은 이해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는 자신만의 커리어를 가지고 싶어하고, 그 커리어를 얻기 위해서는 무언가 희생해야 하는 일들이 발생한다. 착한 영화의 뻔한 패턴은 해피엔딩이라는 결과를 쉽게 예상케 하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그 결과를 향해 가는 중에 일어나는 사소한 에피소드들에 있다. 그리고 ‘케이트’주변의 캐릭터 하나하나가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누구나 즐겁게 볼 수 있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인 것이다.
얼마 전 제목만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 되었던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같은 ‘미국식 판타지’ 보다는 현실에 발을 붙인 따듯한 코미디라고 할 수 있겠다. <섹스 앤 더 시티>를 통해 전 세계 여성들의 우상이 되었던 ‘사라 제시카 파커’가 특히나 주인공 ‘케이트’로 등장한다는 점은 이 영화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 중에 하나다. 말 그대로 나와는 다른 세계에 있을 것만 같던 ‘캐리’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버리고, 보다 친근하고 현실적인 캐릭터로 변했다는 점이 매우 반갑다. 그리고 꽤 잘 어울린다.
다시 내 이야기? 돌아가서. 과연 나도 이렇게까지 열심히 회사에 충성하고 있는데, 과연 그로 인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단순히 월급을 받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내가 성취 하려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나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고, 내가 즐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 하는 일은 대학에 배운 전공과도 전혀 관계가 없으며, 심지어 대학을 졸업하기 전부터 해 왔던 일이다. 나 자신을 기쁘게 채울 수 있는 일. 그것이 내게 가장 필요한 일인 것이다.
누군가의 칭찬과 인정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스스로 나 자신을 인정하고 칭찬하고 싶다는 욕심이 크다는 사실이 문득 머리 속을 스친다. 물론 ‘케이트’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요즘들이 더 깊이 고민 되는 것이 사실이다. 영화 속 그녀가 10여 년의 세월을 투자해 지금의 자리에 올랐던 것처럼, 올해로 13년째 같은 직종에서 일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되돌아 본다. 지금도 나는 예전처럼 의욕적일까? 내 일을 사랑하고 있을까? 나는 진짜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책이 두 권으로 쪼개져 출간 되었을 정도로 비교적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면(그렇다!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이 한국에서도 지난 12월에 정식 출간 되었다. 제목은 영화 같은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이다), 영화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전개로 관객들에게 보다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박장대소 할 만한 웃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웃고 찡그리고 다시금 따듯해지는 감정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실제로 관계자 시사회를 진행하던 도중 몇몇 마케팅 담당자는 영화에 너무 감정 이입을 한 나머지 눈물을 흘리기 까지 했을 정도다.(슬픈 영화냐고? 아니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코미디장르의 노선을 따라가고 있다. 그런데 왜 울었냐고? 보면 안다.) 지금 회사를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혹은 사회 생활에 대해 뭔가 얻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야 말로 매우 훌륭한 교과서 이자 선물이 될 것이다. 그것도 매우 즐거운 방식으로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회사에서 일 하듯 하지는 않았다. 영화도 몇 편 봤고… 아… 하지만 가족들과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을 때에는 우리 회사 영화의 포스터나 전단이 잘 꽂혀있는지 확인했고, 광고는 잘 노출 되고 있는지를 체크했다.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어떤 영화의 예고편이 나오는지를 체크하고, 잘 되는 영화의 관객 반응과 잘 안 되는 영화의 관객 반응을 체크하느라 영화를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 심지어 극장의 퇴출로를 서성거리며 다른 영화들을 보고 나오는 관객들은 무슨 얘기를 하는지 귀를 쫑긋거렸다. 내 인생, 몇 안 되는 취미생활이 철저히 일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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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는 직장인이라면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물론 주인공이 여성기이기에 남성보다는 여성들로부터 더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도 사실이다. 주인공 ‘케이트’는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이다. 사랑스러운 남편과 토끼 같은 자식들도 있다. 그런 그녀가 회사와 가정의 균형을 얼마나 맞춰가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 영화의 핵심이다.
그녀에게는 매사에 시니컬한 부하직원이 있고, 그녀의 공을 가로채려는 동료가 있으며, 그녀의 마음을 모두 이해해 주는 절친도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일을 시켜먹는 상사가 있는가 하면, 그녀의 능력을 인정하고 높이 사는 임원도 있다. 정글 같은 그 곳에서 파김치가 되어 집에 돌아오면 가정이라는 또 다른 사회가 기다린다. 부부생활 의무방어전이라도 펼칠라 싶으면 녹초가 되어 코를 골고 잠이 들어 버리고, 자다가 일어나 아이들이 잠든 모습을 체크 한 뒤 다시금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한다. 심지어 침대에 누워서 내일 할 일을 체크하는 가 하면, 모두를 위한 명절도 반납하고 출장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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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녀를 어떤 이들은 이해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는 자신만의 커리어를 가지고 싶어하고, 그 커리어를 얻기 위해서는 무언가 희생해야 하는 일들이 발생한다. 착한 영화의 뻔한 패턴은 해피엔딩이라는 결과를 쉽게 예상케 하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그 결과를 향해 가는 중에 일어나는 사소한 에피소드들에 있다. 그리고 ‘케이트’주변의 캐릭터 하나하나가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누구나 즐겁게 볼 수 있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인 것이다.
얼마 전 제목만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 되었던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같은 ‘미국식 판타지’ 보다는 현실에 발을 붙인 따듯한 코미디라고 할 수 있겠다. <섹스 앤 더 시티>를 통해 전 세계 여성들의 우상이 되었던 ‘사라 제시카 파커’가 특히나 주인공 ‘케이트’로 등장한다는 점은 이 영화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 중에 하나다. 말 그대로 나와는 다른 세계에 있을 것만 같던 ‘캐리’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버리고, 보다 친근하고 현실적인 캐릭터로 변했다는 점이 매우 반갑다. 그리고 꽤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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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내 이야기? 돌아가서. 과연 나도 이렇게까지 열심히 회사에 충성하고 있는데, 과연 그로 인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단순히 월급을 받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내가 성취 하려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나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고, 내가 즐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 하는 일은 대학에 배운 전공과도 전혀 관계가 없으며, 심지어 대학을 졸업하기 전부터 해 왔던 일이다. 나 자신을 기쁘게 채울 수 있는 일. 그것이 내게 가장 필요한 일인 것이다.
누군가의 칭찬과 인정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스스로 나 자신을 인정하고 칭찬하고 싶다는 욕심이 크다는 사실이 문득 머리 속을 스친다. 물론 ‘케이트’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요즘들이 더 깊이 고민 되는 것이 사실이다. 영화 속 그녀가 10여 년의 세월을 투자해 지금의 자리에 올랐던 것처럼, 올해로 13년째 같은 직종에서 일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되돌아 본다. 지금도 나는 예전처럼 의욕적일까? 내 일을 사랑하고 있을까? 나는 진짜 잘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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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두 권으로 쪼개져 출간 되었을 정도로 비교적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면(그렇다!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이 한국에서도 지난 12월에 정식 출간 되었다. 제목은 영화 같은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이다), 영화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전개로 관객들에게 보다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박장대소 할 만한 웃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웃고 찡그리고 다시금 따듯해지는 감정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실제로 관계자 시사회를 진행하던 도중 몇몇 마케팅 담당자는 영화에 너무 감정 이입을 한 나머지 눈물을 흘리기 까지 했을 정도다.(슬픈 영화냐고? 아니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코미디장르의 노선을 따라가고 있다. 그런데 왜 울었냐고? 보면 안다.) 지금 회사를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혹은 사회 생활에 대해 뭔가 얻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야 말로 매우 훌륭한 교과서 이자 선물이 될 것이다. 그것도 매우 즐거운 방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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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의 댓글
필자
정성렬
정성렬의 아비정전(阿飛正傳)
"아비(阿飛)"는 '아비정전'의 주인공 이름이자 불량한 혹은 반항하는 젊은이를 상징하는 이름이며, "정전(正傳)"은 "이야기"라는 뜻. MOVIST.COM에서 "정성렬의 영화칼럼"을 2년 간 연재했으며, 인터넷 한겨레의 문화부 리포터, '연인', '극장전' 등의 홍보를 맡은 소란커뮤니케이션에서 마케터로 활동하기도 했다. 대학원을 진학하려 했으나 영화에 대한 애정을 접지 못하고 (주)누리픽쳐스에서 '향수', '마이클 클레이튼'등의 작품을 마케팅 했다. 현재, 좋은 외화를 수입/마케팅해 소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나랑
2012.11.04
이 영화 꼭..봐야겠네요
ths0901
2012.08.19
다대기
2012.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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