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선물
엘리사베트 아줌마가 준 선물은 작은 채찍이었다. 채찍은 내 핸드백에 넣기에는 좀 컸다. 아쉽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9.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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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는 점점 더 무르익었다.
노예들은 샴페인을 식탁에 올려놓았다.
내게도 잔을 주었다.
술잔을 받기는 처음이다!
아빠는 축배의 말을 했다.
마리아를 위하여! 라고 말이다.
축배의 말을 들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모두 나를 바라보았다.
어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 아빠가 한 팔을 내게 내밀었을 때 그랬다.
우리는 팔짱을 끼고 식당으로 걸어갔다.
우리 집 식당은 넓다.
아빠랑 내가 제일 먼저 갔다.
식탁엔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아주 멋졌다.
촛불이 유리잔에 비쳤다.
접시는 황금으로 만든 것처럼 빛이 났고
사방에서 꽃향기가 났다.
아빠는 내 의자를 잡아주었고
나는 거기 다소곳이 앉았다.
먹을 게 많이 나왔다.
적어도 일곱 코스는 되는 것 같았다.
다 맛있었다.
모두들 행복해했다.
할아버지 얼굴도 환하게 빛났다.
할아버지는 심지어 가끔씩 소리 내어 웃기도 하셨다.
아빠는 생일 축하 연설을 했다.


이제는 내가 다 자랐고,
또 내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부지런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빠는 또 내가 자랑스러운 딸이라고 덧붙였다.
아빠의 말이 끝나자, 식탁에 있던 꽃이 치워졌다.
노예 네 명이 뚜껑이 있는 쟁반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우리 집에서 가장 큰 쟁반이었다.
전부 은으로 된 무거운 쟁반이었다.
노예들은 쟁반을 식탁 한가운데에 놓았다.
아빠는 힘이 세다.
아빠는 쟁반 뚜껑을 손수 열었다.
한 작은 게 보였다.
쟁반 안에서 몸을 잔뜩 쪼그린 채 앉아 있었다.
그게 몸을 일으켰다.


무릎까지 오는 꼭 끼는 재킷에
엉덩이와 앞쪽을 가리는 천을 두르고 있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겠다.
자세히 볼 수가 없었다.
꼬꼬란다, 아빠가 말했다.
우리 마리아에게 주는 어린 노예지.
엘리사베트 아줌마가 준 선물은 작은 채찍이었다.
채찍은 내 핸드백에 넣기에는 좀 컸다.
아쉽다.


※ 운영자가 알립니다
<2백년 전 악녀일기가 발견되다>는 내인생의책과 함께하며, 매주 화요일 총 10편 연재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악녀일기
8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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武士

2010.12.08

이 내용이 단지 200년 전의 내용일까요? 그렇다렴 지금은 얼마나 다를까요. 사실 지금 우리가 편하게 입는 옷, 여가를 즐기게 해주는 축구공.축구화, 향긋한 커피 등 모두가 타국의 10살 미만의 "노예"들이 만들어주는 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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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10.04.03

허엇, 섬뜩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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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아본 뚜기

2009.07.03

이런...뭐 이런 경우가...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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