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한 북살롱 ]이십대를 마감하는 그에게 큰 선물이 되어준 『당신의 조각들』 - 『당신의 조각들』 저자 타블로
이 달의 향긋한 북살롱은 1주년 기념으로 색다르게 진행됐다. 그동안 6층에서 진행하던 작가와의 만남을 지하 라이브홀에서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한 거다. 더구나 1주년 기념으로 초대된 작가는 싱어송라이터이자 ‘라신블로’(라디오의 신)로 불리며 라디오 DJ를 맡고 있는 인기 그룹 ‘에픽하이’의 타블로였다. 신청자가 엄청났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 거다.
2008.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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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는 폐간된 교내 문학잡지 『망원경』을 되살려 편집장으로 활동했고, 스탠포드 대학에서는 작가 토비아스 울프가 지휘하는 창작문예와 영문학과를 최우수로 졸업했다. 영문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대학 안과 밖에서 연극연출, 문학잡지, 단편영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했다. 현재 그룹 ‘에픽하이’의 리더로서, 평단과 대중의 찬사를 동시에 받고 있는 싱어송라이터이며 MBC FM4U <타블로와 꿈꾸는 라디오>의 DJ다.
그는 이선웅이라는 이름을 가졌으나 우리에겐 ‘타블로’라는 친숙한 이름으로 불린다. 그런 그가 이젠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우리 앞에 섰다. 일찍이 가수들이 감성적인 에세이를 낸 적은 많았으나 그처럼 탄탄하게 문학 공부를 하고 순수문학 단편집을 낸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라신블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팬들의 앞에 서다
이 달의 향긋한 북살롱은 1주년 기념으로 색다르게 진행됐다. 그동안 6층에서 진행하던 작가와의 만남을 지하 라이브홀에서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한 거다. 더구나 1주년 기념으로 초대된 작가는 싱어송라이터이자 ‘라신블로’(라디오의 신)로 불리며 라디오 DJ를 맡고 있는 인기 그룹 ‘에픽하이’의 타블로였다. 신청자가 엄청났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 거다.
그의 책은 출간되기 전부터 이미 소문이 났다. 방송에서 무심코 뱉은 말에 많은 팬들이 관심을 가졌고 당연한 일처럼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마음이 닫혀 있었고, 자의식이 강했으며 또한 냉소적이었다는 그 시절, 스무 살 언저리에 쓰인 흥분과 비밀의 조각들을 담아낸 『당신의 조각들』, 타블로는 이 책으로 전업 작가조차 이루기 힘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이날의 만남은 이름보다 ‘생선작가’로 더 유명한 방송작가 김동영이 사회를 보았다. 그는 미국을 동서로 횡단하며 겪은 일과 자신의 생각들을 담은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라는 여행에세이를 2007년에 펴냈다. 전문 사회자가 아니라 조금은 어눌하게 진행을 했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진행은 북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사회자인 김동영과 작가인 타블로의 대화 사이에 초대된 그룹 ‘루싸이트토끼’와 ‘소규모아카시아밴드’가 나와 노래를 불렀고, 그들과 함께 『당신의 조각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동영은 책을 읽기 전만 해도 타블로의 책이 잘 팔리는 이유가 뮤지션으로서의 인기 덕분이라고 생각했었다. 허나 책을 읽어 보니 그게 아니었다. 뮤지션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는 타블로가 꽤 근사한 문장으로 멋진 소설을 쓴 거다. 그 역시 책을 낸 작가지만 질투가 날 만큼 좌절했다고 말했다. 책을 낸 소감을 묻자 타블로는, “음반을 내면 공연을 한다. 팬들 앞에서 노래를 하고 몸을 움직이다보면 그 반응을 바로 느낄 수 있어서 뭔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책은 그렇지 않다. 독자들이 책을 읽을 때 옆에 앉아 있지 않으니 반응을 모르겠고 그래서 무섭고 공황상태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라고 답했다.
김동영은 제일 존경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물으면 ‘타블로’라고 말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작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꿈은 소설을 쓰고 순수문학을 하는 거다. 하지만 그는 겨우 여행에세이밖에 쓰지 못했다. 그래서 그보다 먼저 소설을 낸 타블로를 라이벌로 생각한다며 부러운 마음을 토로했다. 타블로는 모든 작가의 소원은 장편을 쓰는 건데 그는 단편을 써 냈기에 소설을 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당신의 조각들』은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쓴 게 아니다. 글쓰기를 좋아해서 쓴 거다. 하지만 방송에서 우연히 글에 대한 얘기를 하자 그게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만약 그때 바로 책을 출간했다면 ‘타블로가 쓴 소설’이라는 이유로 책을 사봤을 거다. 그는 그게 싫었다. 관심이 조금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일 년 반이 지난 2008년 11월, 그의 이름으로 책이 나오게 되었다. 타블로는 책의 서문에서 “10대의 끄트머리와 20대의 시작 지점에 썼던 글들을 20대를 보내며 정리하는 일은 참으로 묘하다.”라고 했다. 결국 이 책은 20대를 마감하는 그 자신에게 주는 선물인 셈이다.
거칠고 다듬지 않았지만 그게 타블로다운 문장
타블로는 아름답다는 말을 좋아한다. 그의 팀은 물론이고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아름답다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글은 아름답지가 않다. 거칠고 다듬지 않은 부분이 많으며 꽤 직설적이고 욕도 나온다. 그런 부분들을 번역하면서 예쁘게 다듬어야 하지 않을까? 아주 잠깐 생각했었다. 책이 나오면 독자들이 조금은 쇼크를 받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대로 두었다. 그게 훨씬 타블로다웠기에.
그렇다면 거칠고 다듬지 않은 『당신의 조각들』을 읽은 독자들에게서 가장 많이 받은 호평은 무엇일까? 바로 ‘멍하다’라는 말이란다. 책을 읽은 지인을 만나면 책을 읽고 멍했다는 표현을 썼고, 책을 읽으니 멍해진다는 문자도 많이 보내주었다. 그는 그게 좋은 말인지 나쁜 말인지 모르겠으나 최고의 호평이라고 생각한단다. 그렇지만 좋은 평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악평도 많았다. 대뜸 욕을 하는 분들도 있었으며 심지어는 방송 중에도 나쁜 문자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하긴, 안티 없는 연예인이 누가 있겠냐마는. 암튼, 타블로에게 글쓰기는 재미였다. 즐거움이었다. 원시인들은 그 옛날 동굴에다 그림을 그렸다. 아마도 누구의 억압이 아니라 심심하고 재미있으니까 그렸을 거다. 그것처럼 그 역시 즐겁고 재미있으므로 글을 쓴다. 원시적인 이유인 셈이다.
루싸이트토끼의 노래를 듣기 전 타블로는 「스트로베리 필즈 포에버」의 마지막 부분을 낭독했다. 이 단편은 친구의 장례식에 다녀오는 두 친구가, 빨간 불에 걸려 정지한 상태에서 느끼는 감정을 표현했다. 나중에 독자 중 한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타블로의 ‘스트로베리 필즈’는 어디냐고. 그는 이미 지나왔기에 그곳으로 갈 수 없다고 했다. 아마도 이 책을 쓸 무렵이 아니었을까? 타블로는 그 시절을 생각해보면 인생에 있어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라면 가고 싶지 않단다. 그에겐 미래가 있으며, 과거로 돌아가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우리 둘에게는 아무 소리도 없다. 눈물 방울이 마이크의 뺨을 타고 흐른다. 나는 그것을 보지 않기 위해 밖으로 고개를 돌린다. 한참 지났지만 머릿속에 그 눈물이 자꾸 맴돈다. 진한 얼룩 같다. 나 역시 마이크처럼 내가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 울고 있는 건 아닐까. 이제야 음악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비틀즈의 곡이다. 레논이 부르고 있다.(…) 마이크도 음악을 듣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데이먼은 비틀즈의 광팬이었다. 이 노래를 좋아했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내 친구 데이먼도 스트로베리 필즈에 간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이 노래에 점점 더 깊이 빠지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있잖아.” 마이크가 갑자기 말한다.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대답한다. “응?” “빨간불 때문에 서게 되면, 지나온 길 따윈 돌아보지 않을 거야. 그냥 더 이상 멈출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멈출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에 내 몸은 속도와 상관없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작가 타블로를 알기 위한 일문일답(독자들의 질문에 답한 내용)
Q 글을 쓸 때의 타블로는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을까?
일단 안경을 쓴다. 또한 타블로는 글을 쓸 때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편이다. 공지영 작가는 글의 힘이 엉덩이에서 나온다고 했는데 그런 점에서 타블로는 틀린 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스트셀러 소설집을 냈으니 사람마다 글의 힘이 나오는 곳은 다른 것 같다.
Q 글을 쓸 때 독자를 염두에 두고 썼나?
그 당시 글을 쓸 때는 당연히(!) 독자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다만 주변에 같이 다니는 몇몇 친구들, 교수님, 수업을 같이 받은 친구들과 당시에 사귀었던 여자 친구들이 그의 독자인 셈이다. 그때 독자였던 여자 친구에 얽힌 재미있었던 일이 있었다. 어느 날 그가 쓴 단편을 읽은 여자 친구가 단편에 나오는 여자가 그녀라고 단정 짓고선 화를 낸 적이 있었다. 오해를 한 거다. 결코 그녀를 염두에 두고 쓴 글은 아니었으나 결국은 그 일로 헤어지고 말았단다. 그의 소설집엔 실화적인 요소도 들어 있지만 모두 픽션이다. 설정된 시대는 광범위하고 뉴욕이라는 도시에 한정되어 있지만 사실적인 뉴욕보다는 가상적인 뉴욕인 셈이다.
Q 형용사를 사용하지 않고도 이렇게 멋진 글을 쓸 수 있다니 놀랍다.
그의 글엔 형용사가 많지 않다. 그건 글을 쓰는 사람의 선택이라고 한다. 형용사를 쓰든 말든 자신의 느낌이 중요했다. 굳이 계열을 따지자면 그에게 문학을 가르친 교수님은 레이먼드 카버에게 문학을 배웠다. 대학에 들어가 타블로가 쓴 글을 읽은 교수님이 말하길 그가 레이먼드 카버 식의 표현을 쓴다고 했단다. 자연스레 레이먼드 카버 계열의 가르침을 받게 된다. 아하! 그러고 보니 타블로의 문장이 조금 낯이 익었다. 일상적인 일들, 단순하면서도 적확한 문체, 짧고 깔끔한 문장. 타블로는 글을 다 쓴 후 교정을 볼 때 불필요한 문장은 다 잘라냈다고 한다. 또 우리가 머릿속으로 생각을 하거나 독백을 할 때 긴 문장으로 생각하지 않듯이 짧은 문장의 연속적인 방법으로 글을 쓴다. 그게 올바르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의 경우엔 그랬다. 그냥 그렇게 썼다. 타블로는 노래의 가사도 그런 식이란다. 화려한 형용사 대신에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들로, 누가 들어도 알아들을 수 없는 생각을 전달한단다.
Q 10년 후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는 이른 나이에 성공을 한 셈이다. 그러므로 그에게 있어 20대는 제약으로 가득한 시기였다. 그는 곧 30대가 된다. 나이는 들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소년이고 싶다. 뮤지션이 되고서도 욕심을 낸 적은 없지만 앞으로도 욕심 없이 살고 싶고 30대가 되면 미친(!) 사람처럼 살 계획이다. 해보고 싶은 것 눈치 보지 않고, 20대엔 할 수 없었던 일들도 하며 살 것이라고 했다.
Q 타블로를 만들 조각들은 무엇인가?
타블로는 그 자신의 조각이 완성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태어났을 때와 어렸을 때가 완성작품이었는지 모르겠단다. 사회에 나와 보니 스스로 완성되기도 전에 망가진 것 같기 때문이다. 아마도 완성되긴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주변에 그처럼 조각난 사람들이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과 함께 각자 조각난 그림으로 완성된 그림을 만든다면 그들도, 그도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꿈은 이루었다고 생각하는가?
꿈은 이루기 어렵다. 아직 이루지 못했다. 꿈을 갖게 된다면 운이 좋은 거고 꿈을 가지지 못한다면 불행할 거다. 꿈을 좇을 의지가 없다거나 그 꿈을 의심한다면 꿈을 가지지 않는 것이 좋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꿈이 나타나면 따라갈 준비를 했다. 꿈이 생기면 무조건 따라갈 마음가짐이 되어 있는 거다. 스스로 결정해야 하지만 그게 중요하단다.
Q 소설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은?
꽤 간단하고 명료하게 “아버지의 숨소리가 들려요.”라고 말했다. 그의 소설집 중 첫 단편 「안단테」에 나오는 마지막 문장이다.
Q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제일 아쉬웠던 점은?
『당신의 조각들』은 원래 그가 영문으로 쓴 작품이다. 그걸 그가 번역한 거다. 욕심이 많은 편이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그가 했다. 하지만 아쉽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이 번역을 했다면 좀더 잘했을 것 같다. 영문을 한글로 번역하면서 언어와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희생된 언어들이 있고 새로 찾게 된 우리 언어도 있었다. 또 영어 문장에 비해 우리 문장이 미숙하여 걱정이 되었지만 최대한 원문을 그대로 살리려고 했단다. 그는 이 단편들을 영어로 읽으면 독자들이 훨씬 더 좋아할 거라고 했다. 그러니 만약 원문으로 된 소설집이 나온다면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Q 앞으로 또 책을 낼 계획은?
그는 책도 좋지만 음악을 더 좋아한다. 음악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글을 쓸 생각이 있단다. 하지만 ?을 내기 위해 음악을 중단하는 일은 없을 거다. 다만 틈틈이 글은 쓸 테고, 스스로 생각하기에 만족스럽다고 생각하면 그때 책을 낼 생각이다. 물론 그 시기가 언제라고 말할 수 없다. 30~40년이 걸릴 수도 있을 거다. 쉬운 일이 아니다. 타블로는 “만약 ‘타블로’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많은 분들이 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너무 고맙다. 만약 보답을 해야 한다면 글을 잘 써서 책으로 만나는 것이 보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
글을 쓸 당시엔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을 글을 왜 쓰고 있는가? 의문이 들었고 밤을 새워도 안 써질 땐 그만두고 싶었단다. 하지만 이렇게 책을 내고 그의 글을 읽어준 사람들이 생겨서 그에겐 큰 선물이 되었다. 글을 쓸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진 거다. 그래서 20대의 마지막 순간을 가장 행복하게 장식해준 독자들에게 그는 감사하다고 말했다.
책을 읽기 전엔 가수라는 타이틀에 선입관을 가진 게 사실이다. 워낙 많은 연예인들이 그 인기에 힘입어 에세이 형태의 책을 내고 있기 때문에, 순수문학이라는 분야까지 침범(!)하여 인기몰이를 하려는 것 같아 사실 못마땅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그의 소설집을 읽은 후엔 그 선입관을 버렸다. 탄탄하게 가르침을 받은 그의 문장 하나하나에 그만의 문체와 독특하고 명쾌한 글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가 장편소설을 쓰지 않으면 작가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겸손함을 내보이긴 했지만 그는 이제 작가가 된 셈이다. 그러므로 나는 한 사람의 독자로서 그의 또 다른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바랄 뿐이다.
그는 이선웅이라는 이름을 가졌으나 우리에겐 ‘타블로’라는 친숙한 이름으로 불린다. 그런 그가 이젠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우리 앞에 섰다. 일찍이 가수들이 감성적인 에세이를 낸 적은 많았으나 그처럼 탄탄하게 문학 공부를 하고 순수문학 단편집을 낸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라신블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팬들의 앞에 서다
이 달의 향긋한 북살롱은 1주년 기념으로 색다르게 진행됐다. 그동안 6층에서 진행하던 작가와의 만남을 지하 라이브홀에서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한 거다. 더구나 1주년 기념으로 초대된 작가는 싱어송라이터이자 ‘라신블로’(라디오의 신)로 불리며 라디오 DJ를 맡고 있는 인기 그룹 ‘에픽하이’의 타블로였다. 신청자가 엄청났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 거다.
이날의 만남은 이름보다 ‘생선작가’로 더 유명한 방송작가 김동영이 사회를 보았다. 그는 미국을 동서로 횡단하며 겪은 일과 자신의 생각들을 담은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라는 여행에세이를 2007년에 펴냈다. 전문 사회자가 아니라 조금은 어눌하게 진행을 했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진행은 북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사회자인 김동영과 작가인 타블로의 대화 사이에 초대된 그룹 ‘루싸이트토끼’와 ‘소규모아카시아밴드’가 나와 노래를 불렀고, 그들과 함께 『당신의 조각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동영은 책을 읽기 전만 해도 타블로의 책이 잘 팔리는 이유가 뮤지션으로서의 인기 덕분이라고 생각했었다. 허나 책을 읽어 보니 그게 아니었다. 뮤지션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는 타블로가 꽤 근사한 문장으로 멋진 소설을 쓴 거다. 그 역시 책을 낸 작가지만 질투가 날 만큼 좌절했다고 말했다. 책을 낸 소감을 묻자 타블로는, “음반을 내면 공연을 한다. 팬들 앞에서 노래를 하고 몸을 움직이다보면 그 반응을 바로 느낄 수 있어서 뭔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책은 그렇지 않다. 독자들이 책을 읽을 때 옆에 앉아 있지 않으니 반응을 모르겠고 그래서 무섭고 공황상태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라고 답했다.
김동영은 제일 존경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물으면 ‘타블로’라고 말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작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꿈은 소설을 쓰고 순수문학을 하는 거다. 하지만 그는 겨우 여행에세이밖에 쓰지 못했다. 그래서 그보다 먼저 소설을 낸 타블로를 라이벌로 생각한다며 부러운 마음을 토로했다. 타블로는 모든 작가의 소원은 장편을 쓰는 건데 그는 단편을 써 냈기에 소설을 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당신의 조각들』은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쓴 게 아니다. 글쓰기를 좋아해서 쓴 거다. 하지만 방송에서 우연히 글에 대한 얘기를 하자 그게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만약 그때 바로 책을 출간했다면 ‘타블로가 쓴 소설’이라는 이유로 책을 사봤을 거다. 그는 그게 싫었다. 관심이 조금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일 년 반이 지난 2008년 11월, 그의 이름으로 책이 나오게 되었다. 타블로는 책의 서문에서 “10대의 끄트머리와 20대의 시작 지점에 썼던 글들을 20대를 보내며 정리하는 일은 참으로 묘하다.”라고 했다. 결국 이 책은 20대를 마감하는 그 자신에게 주는 선물인 셈이다.
거칠고 다듬지 않았지만 그게 타블로다운 문장
타블로는 아름답다는 말을 좋아한다. 그의 팀은 물론이고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아름답다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글은 아름답지가 않다. 거칠고 다듬지 않은 부분이 많으며 꽤 직설적이고 욕도 나온다. 그런 부분들을 번역하면서 예쁘게 다듬어야 하지 않을까? 아주 잠깐 생각했었다. 책이 나오면 독자들이 조금은 쇼크를 받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대로 두었다. 그게 훨씬 타블로다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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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거칠고 다듬지 않은 『당신의 조각들』을 읽은 독자들에게서 가장 많이 받은 호평은 무엇일까? 바로 ‘멍하다’라는 말이란다. 책을 읽은 지인을 만나면 책을 읽고 멍했다는 표현을 썼고, 책을 읽으니 멍해진다는 문자도 많이 보내주었다. 그는 그게 좋은 말인지 나쁜 말인지 모르겠으나 최고의 호평이라고 생각한단다. 그렇지만 좋은 평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악평도 많았다. 대뜸 욕을 하는 분들도 있었으며 심지어는 방송 중에도 나쁜 문자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하긴, 안티 없는 연예인이 누가 있겠냐마는. 암튼, 타블로에게 글쓰기는 재미였다. 즐거움이었다. 원시인들은 그 옛날 동굴에다 그림을 그렸다. 아마도 누구의 억압이 아니라 심심하고 재미있으니까 그렸을 거다. 그것처럼 그 역시 즐겁고 재미있으므로 글을 쓴다. 원시적인 이유인 셈이다.
루싸이트토끼의 노래를 듣기 전 타블로는 「스트로베리 필즈 포에버」의 마지막 부분을 낭독했다. 이 단편은 친구의 장례식에 다녀오는 두 친구가, 빨간 불에 걸려 정지한 상태에서 느끼는 감정을 표현했다. 나중에 독자 중 한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타블로의 ‘스트로베리 필즈’는 어디냐고. 그는 이미 지나왔기에 그곳으로 갈 수 없다고 했다. 아마도 이 책을 쓸 무렵이 아니었을까? 타블로는 그 시절을 생각해보면 인생에 있어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라면 가고 싶지 않단다. 그에겐 미래가 있으며, 과거로 돌아가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우리 둘에게는 아무 소리도 없다. 눈물 방울이 마이크의 뺨을 타고 흐른다. 나는 그것을 보지 않기 위해 밖으로 고개를 돌린다. 한참 지났지만 머릿속에 그 눈물이 자꾸 맴돈다. 진한 얼룩 같다. 나 역시 마이크처럼 내가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 울고 있는 건 아닐까. 이제야 음악이 귀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비틀즈의 곡이다. 레논이 부르고 있다.(…) 마이크도 음악을 듣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데이먼은 비틀즈의 광팬이었다. 이 노래를 좋아했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내 친구 데이먼도 스트로베리 필즈에 간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이 노래에 점점 더 깊이 빠지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있잖아.” 마이크가 갑자기 말한다.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대답한다. “응?” “빨간불 때문에 서게 되면, 지나온 길 따윈 돌아보지 않을 거야. 그냥 더 이상 멈출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멈출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에 내 몸은 속도와 상관없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작가 타블로를 알기 위한 일문일답(독자들의 질문에 답한 내용)
Q 글을 쓸 때의 타블로는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을까?
일단 안경을 쓴다. 또한 타블로는 글을 쓸 때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편이다. 공지영 작가는 글의 힘이 엉덩이에서 나온다고 했는데 그런 점에서 타블로는 틀린 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스트셀러 소설집을 냈으니 사람마다 글의 힘이 나오는 곳은 다른 것 같다.
Q 글을 쓸 때 독자를 염두에 두고 썼나?
그 당시 글을 쓸 때는 당연히(!) 독자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다만 주변에 같이 다니는 몇몇 친구들, 교수님, 수업을 같이 받은 친구들과 당시에 사귀었던 여자 친구들이 그의 독자인 셈이다. 그때 독자였던 여자 친구에 얽힌 재미있었던 일이 있었다. 어느 날 그가 쓴 단편을 읽은 여자 친구가 단편에 나오는 여자가 그녀라고 단정 짓고선 화를 낸 적이 있었다. 오해를 한 거다. 결코 그녀를 염두에 두고 쓴 글은 아니었으나 결국은 그 일로 헤어지고 말았단다. 그의 소설집엔 실화적인 요소도 들어 있지만 모두 픽션이다. 설정된 시대는 광범위하고 뉴욕이라는 도시에 한정되어 있지만 사실적인 뉴욕보다는 가상적인 뉴욕인 셈이다.
Q 형용사를 사용하지 않고도 이렇게 멋진 글을 쓸 수 있다니 놀랍다.
그의 글엔 형용사가 많지 않다. 그건 글을 쓰는 사람의 선택이라고 한다. 형용사를 쓰든 말든 자신의 느낌이 중요했다. 굳이 계열을 따지자면 그에게 문학을 가르친 교수님은 레이먼드 카버에게 문학을 배웠다. 대학에 들어가 타블로가 쓴 글을 읽은 교수님이 말하길 그가 레이먼드 카버 식의 표현을 쓴다고 했단다. 자연스레 레이먼드 카버 계열의 가르침을 받게 된다. 아하! 그러고 보니 타블로의 문장이 조금 낯이 익었다. 일상적인 일들, 단순하면서도 적확한 문체, 짧고 깔끔한 문장. 타블로는 글을 다 쓴 후 교정을 볼 때 불필요한 문장은 다 잘라냈다고 한다. 또 우리가 머릿속으로 생각을 하거나 독백을 할 때 긴 문장으로 생각하지 않듯이 짧은 문장의 연속적인 방법으로 글을 쓴다. 그게 올바르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의 경우엔 그랬다. 그냥 그렇게 썼다. 타블로는 노래의 가사도 그런 식이란다. 화려한 형용사 대신에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들로, 누가 들어도 알아들을 수 없는 생각을 전달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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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0년 후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는 이른 나이에 성공을 한 셈이다. 그러므로 그에게 있어 20대는 제약으로 가득한 시기였다. 그는 곧 30대가 된다. 나이는 들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소년이고 싶다. 뮤지션이 되고서도 욕심을 낸 적은 없지만 앞으로도 욕심 없이 살고 싶고 30대가 되면 미친(!) 사람처럼 살 계획이다. 해보고 싶은 것 눈치 보지 않고, 20대엔 할 수 없었던 일들도 하며 살 것이라고 했다.
Q 타블로를 만들 조각들은 무엇인가?
타블로는 그 자신의 조각이 완성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태어났을 때와 어렸을 때가 완성작품이었는지 모르겠단다. 사회에 나와 보니 스스로 완성되기도 전에 망가진 것 같기 때문이다. 아마도 완성되긴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주변에 그처럼 조각난 사람들이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과 함께 각자 조각난 그림으로 완성된 그림을 만든다면 그들도, 그도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꿈은 이루었다고 생각하는가?
꿈은 이루기 어렵다. 아직 이루지 못했다. 꿈을 갖게 된다면 운이 좋은 거고 꿈을 가지지 못한다면 불행할 거다. 꿈을 좇을 의지가 없다거나 그 꿈을 의심한다면 꿈을 가지지 않는 것이 좋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꿈이 나타나면 따라갈 준비를 했다. 꿈이 생기면 무조건 따라갈 마음가짐이 되어 있는 거다. 스스로 결정해야 하지만 그게 중요하단다.
Q 소설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은?
꽤 간단하고 명료하게 “아버지의 숨소리가 들려요.”라고 말했다. 그의 소설집 중 첫 단편 「안단테」에 나오는 마지막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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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제일 아쉬웠던 점은?
『당신의 조각들』은 원래 그가 영문으로 쓴 작품이다. 그걸 그가 번역한 거다. 욕심이 많은 편이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그가 했다. 하지만 아쉽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이 번역을 했다면 좀더 잘했을 것 같다. 영문을 한글로 번역하면서 언어와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희생된 언어들이 있고 새로 찾게 된 우리 언어도 있었다. 또 영어 문장에 비해 우리 문장이 미숙하여 걱정이 되었지만 최대한 원문을 그대로 살리려고 했단다. 그는 이 단편들을 영어로 읽으면 독자들이 훨씬 더 좋아할 거라고 했다. 그러니 만약 원문으로 된 소설집이 나온다면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Q 앞으로 또 책을 낼 계획은?
그는 책도 좋지만 음악을 더 좋아한다. 음악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글을 쓸 생각이 있단다. 하지만 ?을 내기 위해 음악을 중단하는 일은 없을 거다. 다만 틈틈이 글은 쓸 테고, 스스로 생각하기에 만족스럽다고 생각하면 그때 책을 낼 생각이다. 물론 그 시기가 언제라고 말할 수 없다. 30~40년이 걸릴 수도 있을 거다. 쉬운 일이 아니다. 타블로는 “만약 ‘타블로’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많은 분들이 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너무 고맙다. 만약 보답을 해야 한다면 글을 잘 써서 책으로 만나는 것이 보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
글을 쓸 당시엔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을 글을 왜 쓰고 있는가? 의문이 들었고 밤을 새워도 안 써질 땐 그만두고 싶었단다. 하지만 이렇게 책을 내고 그의 글을 읽어준 사람들이 생겨서 그에겐 큰 선물이 되었다. 글을 쓸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진 거다. 그래서 20대의 마지막 순간을 가장 행복하게 장식해준 독자들에게 그는 감사하다고 말했다.
책을 읽기 전엔 가수라는 타이틀에 선입관을 가진 게 사실이다. 워낙 많은 연예인들이 그 인기에 힘입어 에세이 형태의 책을 내고 있기 때문에, 순수문학이라는 분야까지 침범(!)하여 인기몰이를 하려는 것 같아 사실 못마땅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그의 소설집을 읽은 후엔 그 선입관을 버렸다. 탄탄하게 가르침을 받은 그의 문장 하나하나에 그만의 문체와 독특하고 명쾌한 글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가 장편소설을 쓰지 않으면 작가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겸손함을 내보이긴 했지만 그는 이제 작가가 된 셈이다. 그러므로 나는 한 사람의 독자로서 그의 또 다른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바랄 뿐이다.
사진으로 보는 타블로의 향긋한 북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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