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주의 『마린을 찾아서』를 읽다
이 책이 ‘노동일기’라는 제목을 달고 <한겨레신문>에 연재될 때부터, 나는 유용주의 독자였다. 자전소설이기도 한 이 책의 작가는 초등학교(국민학교)를 졸업한 직후, 부모·가족과 헤어져 온갖 노동 현장을 전전한다. 작가는 어린 나이에 감당할 수 없는 과중한 노동을 하면서도 노동을 증오하기보다는, 삶의 한 부분으로 감싸 안는다. 한 소년의 성장을 노동의 시각으로 풀어낸 이런 책은, 요즘 들어 점점 낯설고 귀한 것이 되어 간다. 진흙이 신발 밑창에 쩍쩍 들러붙는 것 같이 삶의 체험에서 길어 올린 진득한 문장은 가히 일품이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7.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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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8. 유용주의 『마린을 찾아서』(한겨레신문사, 2001)를 읽다.

이 책이 ‘노동일기’라는 제목을 달고 <한겨레신문>에 연재될 때부터, 나는 유용주의 독자였다. 자전소설이기도 한 이 책의 작가는 초등학교(국민학교)를 졸업한 직후, 부모?가족과 헤어져 온갖 노동 현장을 전전한다. 작가는 어린 나이에 감당할 수 없는 과중한 노동을 하면서도 노동을 증오하기보다는, 삶의 한 부분으로 감싸 안는다. 한 소년의 성장을 노동의 시각으로 풀어낸 이런 책은, 요즘 들어 점점 낯설고 귀한 것이 되어 간다. 진흙이 신발 밑창에 쩍쩍 들러붙는 것 같이 삶의 체험에서 길어 올린 진득한 문장은 가히 일품이다.

책 제목에 나오는 ‘마린’은 매일 가게 앞을 지나가던 여대생에게 작가가 몰래 붙여 준 별칭이다. 유용주는 자신의 신분으로는 도저히 여대생과 결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비탄에 빠진다. 항상 자랑스럽게 여겨 왔던 노동자의 자긍심이 한순간 무너져 버린 것이다. 유용주는 여대생과 결혼하겠다는 일념으로 야학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게 그의 삶의 전환점이 된다.

하지만 그에겐 인생의 전환점과 성장의 순간이 함께 왔다. 첫 번째 국어 수업 시간에 윤동주의 ‘서시’를 읽고, 못 배우고 가난한 이웃과 노동자들의 삶을 정직하게 기록하는 시인이 될 것을 결심한다(“건강하고 튼튼한 시인”, p.162). “내 운명은 정동교회 배움의 집 첫 국어 수업 시간에 결정이 났다”(p.161)라고 말했던 열여덟 살 때, 그는 성장의 광맥을 움켜쥔 것이다. 요즘은 유용주 작가처럼 초등학교를 마치자마자 생활 전선에 투입되는 청소년이 많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새로운 독자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

나는 이런 말을 하고 싶다. 학교는 교과를 중심으로 한 지식을 전달하는 데는 능하지만, 삶에 대해서는 가르쳐 주지 않는다. 오히려 학교는 삶을 신비화하고 은폐하면서, 신분 상승 혹은 생존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우선 교과 공부에만 집중하라고 다그친다. 학교가 삶에 대해 가르쳐 주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은 삶에 대해 무지한 상태로 삶에 대한 두려움을 키워 간다.

그런데 유용주의 이 책은, 어울려 사는 것이 삶이며 또 노동하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가르쳐 줌으로써 학생들의 삶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덜어 준다. 어울려 살며 노동하는 삶! 이게 ‘삶의 정면’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같은 작가의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솔, 2002)도 읽었으나, 나는 그 책으로부터는 아무런 감동을 받지 못했다. 나의 개인주의는 유용주 주변 시인들의 끈적한 연대를 낯설어한다. 다름으로써 증명되는 모더니스트의 삶과 문학이, ‘함께, 똑같이’라는 민중주의자들의 삶과 문학을 견디지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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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독서일기 7
장정일 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07월
‘독서일기’라는 제목으로 1993년부터 꾸준히 출간되어온 『장정일의 독서일기』 그 일곱 번째 권. 이번에는 2003년 4월부터 2007년 3월까지 87편의 독서일기를 추려 담았다. 일곱 번째 독서일기에서 장정일은 에세이를 포함한 문학 분야 40권과, 사회 비평을 비롯해 예술과 동서양의 역사,정치,인물을 포함한 인문 분 44권, 과학과 실용 분야로 분류되는 3권 등 총 87권의 도서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 운영자가 알립니다.
<장정일의 독서일기>는 랜덤하우스 코리아와의 제휴에 의해 연재되는 것이며, 매주 수요일 퇃 2개월 간(총 8편) 연재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유용주 #마린을 찾아서
4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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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d1318

2012.12.31

학교가 삶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 건 분명한 사실인 것 같아요. 학교에선 이상을 가르치지만 사회에 나와 보면 현실의 벽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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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nose

2012.05.10

요즘은 취직 되려면 대학에 들어가야한다고 강요하지만 대학보다 사회경험을 많이 쌓는 게 성공의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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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h0903

2007.08.19

장정일 씨, 독서일기도 좋고 근래 들어 여러 분야의 글을 쓰시는것도 좋지만 '너에게 나를 보낸다'와 같은 소설이 너무너무 그립습니다. 소설가로 돌아와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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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본 윤동주 전집

<윤동주> 저/<홍장학> 편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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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

어린 시절의 꿈은 '동사무소의 하급 공무원이나 하면서 아침 아홉 시에 출근하여 다섯 시면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 발씻고 침대에 드러누워 새벽 두 시까지 책을 읽는 것'이었다 한다. 책읽기는 그가 그토록 무서워하고 미워했던 아버지로부터의 유일한 탈출구였다. 학교를 싫어했던 그는 삼중당문고를 교과서 삼아 열심히 외국 소설을 독파했고, 군입대와 교련을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핑계로 드디어 1977년 성서중학을 끝으로 학교와의 인연을 끊는다. 그러나 1979년 폭력범으로 소년원에 수감되면서 그는 학교와 군대의 나쁜 점만 모아놓은, 세상에서 가장 몹쓸 지옥인 교도소 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의 경험은 「하얀몸」을 비롯한 그의 시의 바탕이 된다. 오랜 정신적 방황을 겪은 그는 박기영을 스승으로 삼아 시를 배우기 시작하여 마침내 1984년 무크지 『언어의 세계』에 「강정 간다」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다. 이후 『시운동』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왕성한 시작 활동을 하였고, 1987년에는 희곡 「실내극」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극작활동도 시작한다. 그리고 같은 해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고 연이어 시집 『길안에서의 택시잡기』를 발표하면서, 지금껏 문단에서 경험해본 적이 없던 '장정일'이라는 '불온한 문학'이 드디어 '중앙'에 입성했음을 알린다. 1988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단편 「펠리칸」을 발표하면서 소설가를 겸업하기 시작한 그는 소설집 『아담이 눈뜰 때』(1990), 장편 『너에게 나를 보낸다』(1992),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1994)를 연이어 발표하고 이 소설들이 모두 같은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지며 '장정일'은 드디어 우리 문화의 뚜렷한 코드 상징으로 자리잡는다. 그러나 1996년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발간한 후 그가 파리에 있는 그의 아내인 소설가 신이현을 만나러 출국한 사이, 한국에서는 외설시비가 일어나고 자신의 소설이 작품성과는 상관없이 포르노로 규정받고 있던 그해의 마지막날, 장정일은 파리에서 자진 귀국하여 당당히 자신의 작품에 대해 변론한다. 그러나 영화 <거짓말>이 무죄판결을 받은 것과 대조적으로, 법원의 최종판결은 유죄. 그리고 또 한번의 구속으로 이어진다. 당시 그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 강금실은 후에, 『장정일 화두, 혹은 코드』라는 책에서 당시의 장정일과 재판에 대한 글 <장정일을 위한 변명>을 썼다. 그 사이 한국에서의 평가와는 달리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일본에서 발간되는 등 해외에서 더 호평을 받고, 그는 스스로 대표작으로 꼽는 『중국에서 온 편지』(1999)와 자전적 소설 『보트하우스』(2000)를 펴낸다. 그의 '독자 후기'를 모은 『장정일의 독서일기』도 5권까지 펴내며 그는 지금 대구에서 평생 소원인 책읽기와 재즈듣기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머리같이 쓸데 없는 데서는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노모가 바리깡으로 직접 깎아주는 빡빡 머리와 헐렁한 골덴 바지 그리고 청색 면 티 차림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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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주

1959년 전라북도 장수에서 4남 1녀 중 삼남으로 태어났다. 1979년 정동 제일교회 배움의 집에서 공부했다. 14살 때부터 학교를 가지 못한 그는 목수, 자장면 배달부, 웨이터, 공사판 막노동꾼을 통해 밑바닥 인생을 경험하였고 그 경험이 시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가 처음 '시'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19살 때 정동제일교회 야학에 다니면서부터였다. 야학 국어시간 칠판에 적혀 있던 윤동주의 「서시」를 보고 처음으로 시에 대한 감동을 느꼈다고 한다. 그 시절 펴낸 시집 『오늘의 운세』가 우연히 백낙청 선생의 눈에 띄어, 1991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서 「목수」 외 두 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7년 제15회 신동엽창작기금을 받았으며 2000년 [실천문학] 가을호에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시집으로 『가장 가벼운 짐』, 『크나큰 침묵』, 『은근살짝』, 『서울은 왜 이렇게 추운겨』, 『어머이도 저렇게 울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젊었을 때』, 시선집 『낙엽』 등이 있다. 산문집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쏘주 한 잔 합시다』, 『아름다운 사람들』, 『그 숲길에 관한 짧은 기억』,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다』, 소설집 『죽음에 대하여』, 자전적 성장소설 『마린을 찾아서』, 또다른 장편소설 『어느 잡범에 대한 수사보고』 등이 있다. 그는 [한겨레]에 「유용주의 노동일기2」라는 제목으로 연재소설을 쓰기도 했다. 1997년 신동엽문학상, 2018년 거창 평화인권문학상을 받았다. MBC 프로그램 [느낌표!] 선정도서로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가 소개되면서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밑바닥 삶 속에서 생활고와 벌인 정직한 싸움이 그대로 녹아있다. 문단 권력에 전혀 얽매임 없이 자유롭고 분방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것으로 이름이 나 있는 그의 소박하면서도 치열한 삶을 엿볼 수 있는 산문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