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에 대해 묻고 싶은 몇가지 것들 - 연애 컨설턴트 송창민
전차남에게 열혈 네티즌이 있었다면 한국에는 연애 컨설턴트 송창민이 있다. 『연애의 정석』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접근하고, 고백하고, 연인이 되고, 데이트를 하고, 권태기를 넘겨 진짜 연인이 되는 ‘실전 연애 지침’이 궁금했던 싱글들을 위한 책이다.
2006.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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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일본 열도를 뜨겁게 했던 『전차남』은 전철에서 취객에게 봉변을 당하는 여성을 도와준 인연으로 만나게 된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재색을 겸비한 에르메스에게 첫눈에 반한 전차남은 생애 최초로 연애라는 것을 해보려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만나자고 해야 할까? 만나서는 어디에 가야할까?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을까? 소심한 전차남을 위해 일본 각지의 네티즌들이 일어났다. 옷차림에서 여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너와 사랑을 전하는 법, 애프터 신청법, 여자의 마음을 아는 법, 분위기 있는 식당까지… 연애가 진행되면서 부딪치는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간다.
전차남에게 열혈 네티즌이 있었다면 한국에는 연애 컨설턴트 송창민이 있다. 『연애의 정석』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접근하고, 고백하고, 연인이 되고, 데이트를 하고, 권태기를 넘겨 진짜 연인이 되는 ‘실전 연애 지침’이 궁금했던 싱글들을 위한 책이다.
남자들이 더 궁금해 하는 연애의 정석
“『연애교과서』가 제가 알고 있는 기술들을 한곳에 모으려고 애썼던 책이라면 이번에 낸 『연애의 정석』은 시간적 구성으로 연애 시작에서 1년까지 대부분의 연인들이 겪는 사건들을 망라하고, 각 단계별로 도움을 주려는 목적으로 썼습니다. ‘연애’라고 하면 추상적으로 느껴지지만 1개월, 2개월, 3개월 이런 식으로 나누어 설명하면 독자들이 실제로 궁금해 하는 부분을 좀 더 속 시원하게 알려드릴 수 있으니까요.”
벌써 3쇄에 들어간 『연애의 정석』은 여자에 비해 남자들이 더 많이 사고 있다고. “여자들은 사실 남자들에 비해 연애하기가 쉬워요. 친구들과의 수다를 통해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고, 여자들은 마음의 문이 여러 부분에서 열리죠. 작은 리듬의 조각들이라고 할까요? 거기에 비해 남자들은 단순하죠. 여자들이 남자 다루는 방법을 조금만 알아도 남성분들 머리 꼭대기에 앉으실 수 있을걸요.(웃음)”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로 표현될 만큼 남녀는 다르다. 그 다른 남녀가 ‘감정선’을 일치시키는 것이 바로 연애다. “여자들은 서서히 남자에게 빠지지만 남자들은 한번에 사랑이 불타오르는 타입입니다. 예를 들어, 남자들은 눈앞에 예쁜 여자가 지나가면 바로 고개가 돌아가죠.” 극과 극이라고 할 수 있는 남녀의 감정선을 일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연애의 테크닉이다.
마음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하는 사랑의 기술
“‘연애의 기술’이라고 하면 다들 안 좋게 보시는데, 연애의 기술은 바람둥이처럼 사귀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 아니라 한 사람과 오랫동안 서로 아껴주고 사랑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하지 않기 위한 기술을 가르쳐주기 위한 방법들입니다.” 사랑에 어떤 ‘방법’이 있다고 말하면 일부는 ‘그렇게 하는 사랑은 순수하지 않다’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다르다.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좀 더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하잖아요. 연애도 인간관계의 일부입니다. 연애의 기술은 가식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마음을 상대방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만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은 이기적인 사람일 뿐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실례를 하나 들었다. “수업 시간 중에 꽃다발을 들고 가 요란하게 고백을 한 남학생이 있었어요. 남자들은 그런 행동을 용감하고 멋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여자 입장에는 당황하게 되죠. 결국 그 여자 분은 너무 난처해서 울어버렸다고 해요.” 여자들은 대부분 첫 데이트에서 자신이 사는 집을 남성에게 알려주길 꺼린다. “그런데 남자들은 집 앞까지 꼭 데려다 줘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런 사소한 행동들이 쌓이게 되면 정말 중요한 마음은 전달하지 못하고 관계가 깨지게 됩니다.”
연애 초보에서 연애 컨설턴트가 되기까지
송창민 씨 본인도 처음 연애를 시작했을 때 연애 선배들에게 들은 조언이라곤 딱 세 가지였다. “‘매일 도장 찍으면 된다’, ‘차만 있으면 된다’, ‘세상은 넓고 여자는 많다.’ … 이런 이야기밖에는 듣지 못했어요.” 그래서 연애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카페(쿨 카사노바cafe.daum.net/s3699)를 개설했다.
지금은 대한민국 최고의 연애 컨설턴트로 수많은 고민남과 고민녀들의 연애 문제를 상담해주고 있지만 그는 첫 소개팅에서 2시간 동안 ‘묵념’을 할 만큼 숙맥이었다. “여자분을 만났는데 할 말이 없잖아요. ‘무슨 색깔 좋아하세요?’ 이런 것만 묻고 있으니 상대도 재미없어 하고요. 그래도 너무나 간절한 눈빛으로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제가 불쌍했는지 전화번호를 가르쳐줬지만 잘 안됐어요. 당연한 일이죠. 연애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으니까요.”
그래서 그는 서점으로 뛰어갔다. 그렇지만 그가 원하는 책은 찾을 수 없었다. “연애에 대해 유머러스하게 다룬 책은 많이 있었지만 지금 연애를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책이 없더군요.” 원래 뛰어난 선생님들은 학교 다닐 때 공부를 못한 분들이 많다. 공부를 못했기 때문에 왜 공부를 못하는지, 어떤 부분이 잘 이해가 안 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학생에게 잘 가르칠 수 있는 것이다. 연애 컨설턴트 송창민 씨도 마찬가지다.
“연애를 시작하고, 이별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뭐가 잘못됐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사귄 여자분들에게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제가 이만한 사람이 된 것도 다 그분들 덕이에요.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인생 전반에 대한 것까지 연애를 하면서 많이 변했죠. 예전에 저는 굉장히 걸음이 빨랐어요. 남자들은 나란히 걷는 걸 잘 못하잖아요. 한참을 걸었는데 ‘뒤에서 따라오겠지’라고 생각한 여자분이 안 보였어요. 제가 너무 걸음을 빨리 걸어서 자기가 마음에 안 드는 줄 알고 그냥 집에 갔던 거예요.(웃음) 이런 일도 있었어요. 남자 분들은 택시 앞쪽에 잘 타잖아요. 그래서 여자 친구에게 택시를 잡아서 무심코 앞문을 열어줄 때가 많았어요. 여자분들은 앞쪽에 앉는 걸 싫어하시죠. 그런 부분도 다 연애를 통해 배운 거예요. 무엇보다 배려를 배웠어요. 내가 편한 방식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상대방이 편할까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을 가슴에 담아두는 사람이 아니라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죠.”
연애는 우리를 좀 더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희망이다
20대 중반에는, 그는 연애를 이렇게 정의했다. ‘사랑이라는 결과를 얻기 위한 아름다운 과정.’ 지금 그는 연애를 이렇게 정의한다. ‘연애는 희망이다.’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 앞에서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고 그 사람 앞에서는 왠지 내가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그렇게 연애를 통해 괜찮은 사람이 된다면 정말 연애는 희망이죠. 삶의 질을 높이고 자신을 계발하는 에너지가 됩니다. 연애를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플러스들이 계속 생겨납니다. 좋아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위해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겁니다.”
“연애는 많이 해보셨나요?” 그는 약간 곤혹스러운 듯이 웃고 대답했다. “네.” 그리고 덧붙였다. “많은 분들과 사귀기도 했고, 한 사람과 오래 사귀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 사람을 오래 만나는 것을 통해 훨씬 더 성숙했다는 것. “제가 늘 카페 회원분들에게 하는 말이 있어요. ‘1년 이상 사귀지 않고 연애를 했다고 말하지 마라’라고요. 1년 이상을 사귀어야 연애의 이런저런 모습을 모두 경험할 수 있거든요. 사귄 지 6개월 정도가 지나면 대다수의 커플은 권태기를 겪습니다. 그 권태기를 이겨내지 못한 분들은 열정이 식는 것으로 끝나지만 그 단계를 지나 1년 이상 관계를 지속하면 사랑과는 또 다른 희미하고 따뜻한 감정이 생겨납니다. 그런 감정이 생겨나면 그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또 깊이 맺을 수도 있습니다.”
이별에 대해서도 그는 이렇게 조언했다. “이별도 소중한 경험입니다. 어떤 분들은 이별을 너무 아프게 해서 사랑과 이성 자체에 대해 불신하게 된 분들도 있지만, 이별을 연애의 실패로 받아들이지 마세요. 사실 연애의 실패는 고백하지 못한 것,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그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이별은 고통스럽다. 이별을 하면서 그는 꼭 용서를 하라고 말했다. “사랑은 사랑으로 끝을 내야 합니다. 사랑이 끝나면 더 많이 잘해주지 못했던 자기를 용서하고, 나를 떠나간 그 사람을 용서하세요.”
연애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이벤트다. “이벤트는 사랑에 대한 염원,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전할 수 있는 기회죠.” 그가 생각하는 이벤트는 돈을 많이 들거나,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그런 시끌벅적한 것이 아니다. 그의 기억에 가장 남는 이벤트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사귄 지 한참이 됐는데 자기 방을 안 보여 주려고 했어요. 그런데 알고 봤더니 자신의 방이 초라해서 안 보여주려고 한 거예요. 그래서 그걸 안 다음부터 만날 때마다 인형을 뽑아서 줬어요. 그래서 300개째를 주던 날 편지를 써 줬어요. ‘네 방은 초라하지 않아. 내가 준 인형들이 너를 지켜 줄 거야.’ 좀 닭살스럽죠? 그렇지만 그 여자친구는 아주 감동했어요.”
직업이 연애 컨설턴트라서 오히려 여자를 사귀기가 어렵거나 상대방이 싫어하지는 않을까? “그렇지 않아요. 제가 연애 컨설턴트라서 여자 친구가 특별히 싫어하거나 그렇진 않던데요. 다만, 제가 옛날 여자친구에게 해준 이벤트가 책에 나오니까, 왜 나한테는 이렇게 안 해주느냐고 불평하는 일은 가끔 있어요.(웃음)”
당신이 연애에 실패하는 진짜 이유
“어느 게시판에 ‘연애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었어요. 조회수가 엄청나게 높았죠. 클릭해 봤더니 이렇게 쓰여 있었어요. ‘로또 일등’ (웃음)” 대부분의 사람, 특히 남자들은 연애를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상대방과 잘 안 되었을 때 ‘돈’이나 ‘외모’가 실패의 원인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마저 있다.
“남자들은 여자친구와 잘 안될 때 ‘너, 내가 돈이 없어서 그렇지?’라는 말을 참 잘해요. 남자들은 그런 자격지심이 있거든요. 그런데 여자로서는 그런 소리를 참 듣기 싫죠. 그래서 딱히 돈 때문이 아니면서도 홧김에 ‘그래’라고 말해버리죠. 돈에서 자신감을 얻는 사람이 많지만 그것 때문에 잘못된 가치관을 가질 수 있습니다.”
여자들이 연애에 실패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짝사랑쟁이. “이런 타입의 여성분들은 상대방을 상상으로 끝없이 미화시켜 짝사랑을 즐깁니다. 자신이 짝사랑했던 사람과 운 좋게 사귀게 되어도 쉽게 깨지죠. 현실 속의 그 남자는 상상 속의 남자와 다르니까요.” 두 번째는 밀고 당기기를 못하는 여자. “밀고 당기기가 나쁜 것이 아닙니다. 밀고 당기기는 관계에 탄력을 주며 상대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게 합니다. 여자분들 중에서는 사귀고 계신 남자가 떠날까봐 남자분이 해달라는 것을 모두 해주는 분들이 계신데, 남자들은 의외로 그런 여자에게 매력을 못 느낍니다. 연애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이 잘해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쓸데없이 민감하게 반응하지도 않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자기 관리가 안 되는 것. “연애를 포함한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은 자기 관리입니다. 여성분들이나 남성분들이나 관계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서로를 너무 편하고 당연하게 생각하죠. 연애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외모를 가꾸고 운동을 하고 취미생활을 즐기세요.”
그가 생각할 때 연애에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집착이다. “연애가 시작될 때, 연애 경험이 없는 사람일수록 집착이 심해요. 혹시라도 전화나 문자가 올지 몰라 항상 핸드폰을 들고 다니죠. 울리지도 않는 벨소리가 들리기도 하고요. 상대방이 문자에 답신이 늦어지거나 문자를 씹을 때면 필요 이상으로 화를 내거나 안절부절 못하기도 해요.”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적절하게 브레이크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처음 연애를 하는 사람에게는 힘든 일이에요. 그때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이 너무 커서 거기에 휘둘리거든요. 그리고 연애를 많이 한다고 해서 상대방에 대한 집착을 버릴 수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니에요. 집착은 연애의 속성이니까요. 좋아하는 사람을 독점하고 싶고, 집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연애의 고수와 초보의 차이점은 그 집착을 드러내는가 드러내지 않는가, 스스로 브레이크를 잡을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이다. 초보의 연애는 액셀러레이터만 부착된 자동차와 같다. 어딘가에 부딪히지 않는 한 멈추지 않는다. 고수는 자신의 취미와 일이 브레이크가 된다.
“스스로 애인에게 집착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 저는 취미 생활에 정신을 쏟거나 자기 일에 열중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합니다. 이런 방법을 쓰면 자신의 세계도 점점 넓어지고, 오히려 연애 생활이 더 윤택하게 변하더군요.” 그리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이상이나 가치관이 비슷해야 연애 관계를 지속할 수 있어요. 외적으로 상반되어도 인생에 대한 태도나 미래에 대한 희망이 비슷한 사람은 오히려 외적으로 다른 점이 플러스가 되지만, 내적으로 상반되는 사람은 겉은 비슷할지 몰라도 상대방의 인생을 이해하지 못하고, 끝내 서로가 인생의 걸림돌이 되기도 하거든요.”
사랑과 희생을 가르쳐준 최고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연애와 인간관계에 대해 관심이 많기 때문에 영화나 책도 즐겨 본다고 했다. “최근에 본 영화 중에 제일 좋았던 것은 <러브 액츄얼리>였어요. 이것은 연애 영화라기보다는 ‘인간에 대한 사랑’의 영화에 더 가깝죠. 그리고 사랑 영화는 아니지만 로베르트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를 제일 좋아합니다. 저는 이 영화에서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웠어요. 한 여자와 자식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깨달은 영화입니다.”
책 중에서 요즘 재미있게 읽었던 것으로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를 꼽았다. “알랭 드 보통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썼을 때가 겨우 20대 중반이었습니다. 그렇게 젊은 나이에 사랑과 인생에 대해 깊이 있는 안목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사랑했던 여인에 대한, 편집증적일 만큼 세밀한 기록에도 깊은 인상을 받았죠.”
평소 인간관계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서 보는 책은 『중국 3천년의 인간력』과 같은 고전 쪽이라고 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쇼펜하우어의 책이에요.” 쇼펜하우어라면 너무 냉소적이고 비관적이지 않느냐는 반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런 책을 읽다가 주위를 돌아보면 오히려 세상이 따뜻하고 괜찮아 보이던데요.”
대학에서 경제를 전공했다는 그는 ‘연애’와 '경제' 사이에 의외로 공통점이 많다고 말했다. 경제학에서 배웠던 것을 연애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 “연애를 적금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어떤 사람을 사랑하면 사랑한 만큼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랑은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까지 날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에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전차남에게 열혈 네티즌이 있었다면 한국에는 연애 컨설턴트 송창민이 있다. 『연애의 정석』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접근하고, 고백하고, 연인이 되고, 데이트를 하고, 권태기를 넘겨 진짜 연인이 되는 ‘실전 연애 지침’이 궁금했던 싱글들을 위한 책이다.
남자들이 더 궁금해 하는 연애의 정석
벌써 3쇄에 들어간 『연애의 정석』은 여자에 비해 남자들이 더 많이 사고 있다고. “여자들은 사실 남자들에 비해 연애하기가 쉬워요. 친구들과의 수다를 통해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고, 여자들은 마음의 문이 여러 부분에서 열리죠. 작은 리듬의 조각들이라고 할까요? 거기에 비해 남자들은 단순하죠. 여자들이 남자 다루는 방법을 조금만 알아도 남성분들 머리 꼭대기에 앉으실 수 있을걸요.(웃음)”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로 표현될 만큼 남녀는 다르다. 그 다른 남녀가 ‘감정선’을 일치시키는 것이 바로 연애다. “여자들은 서서히 남자에게 빠지지만 남자들은 한번에 사랑이 불타오르는 타입입니다. 예를 들어, 남자들은 눈앞에 예쁜 여자가 지나가면 바로 고개가 돌아가죠.” 극과 극이라고 할 수 있는 남녀의 감정선을 일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연애의 테크닉이다.
마음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하는 사랑의 기술
“‘연애의 기술’이라고 하면 다들 안 좋게 보시는데, 연애의 기술은 바람둥이처럼 사귀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 아니라 한 사람과 오랫동안 서로 아껴주고 사랑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하지 않기 위한 기술을 가르쳐주기 위한 방법들입니다.” 사랑에 어떤 ‘방법’이 있다고 말하면 일부는 ‘그렇게 하는 사랑은 순수하지 않다’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다르다.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좀 더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하잖아요. 연애도 인간관계의 일부입니다. 연애의 기술은 가식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마음을 상대방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만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은 이기적인 사람일 뿐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실례를 하나 들었다. “수업 시간 중에 꽃다발을 들고 가 요란하게 고백을 한 남학생이 있었어요. 남자들은 그런 행동을 용감하고 멋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여자 입장에는 당황하게 되죠. 결국 그 여자 분은 너무 난처해서 울어버렸다고 해요.” 여자들은 대부분 첫 데이트에서 자신이 사는 집을 남성에게 알려주길 꺼린다. “그런데 남자들은 집 앞까지 꼭 데려다 줘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런 사소한 행동들이 쌓이게 되면 정말 중요한 마음은 전달하지 못하고 관계가 깨지게 됩니다.”
연애 초보에서 연애 컨설턴트가 되기까지
지금은 대한민국 최고의 연애 컨설턴트로 수많은 고민남과 고민녀들의 연애 문제를 상담해주고 있지만 그는 첫 소개팅에서 2시간 동안 ‘묵념’을 할 만큼 숙맥이었다. “여자분을 만났는데 할 말이 없잖아요. ‘무슨 색깔 좋아하세요?’ 이런 것만 묻고 있으니 상대도 재미없어 하고요. 그래도 너무나 간절한 눈빛으로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제가 불쌍했는지 전화번호를 가르쳐줬지만 잘 안됐어요. 당연한 일이죠. 연애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으니까요.”
그래서 그는 서점으로 뛰어갔다. 그렇지만 그가 원하는 책은 찾을 수 없었다. “연애에 대해 유머러스하게 다룬 책은 많이 있었지만 지금 연애를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책이 없더군요.” 원래 뛰어난 선생님들은 학교 다닐 때 공부를 못한 분들이 많다. 공부를 못했기 때문에 왜 공부를 못하는지, 어떤 부분이 잘 이해가 안 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학생에게 잘 가르칠 수 있는 것이다. 연애 컨설턴트 송창민 씨도 마찬가지다.
“연애를 시작하고, 이별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뭐가 잘못됐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사귄 여자분들에게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제가 이만한 사람이 된 것도 다 그분들 덕이에요.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인생 전반에 대한 것까지 연애를 하면서 많이 변했죠. 예전에 저는 굉장히 걸음이 빨랐어요. 남자들은 나란히 걷는 걸 잘 못하잖아요. 한참을 걸었는데 ‘뒤에서 따라오겠지’라고 생각한 여자분이 안 보였어요. 제가 너무 걸음을 빨리 걸어서 자기가 마음에 안 드는 줄 알고 그냥 집에 갔던 거예요.(웃음) 이런 일도 있었어요. 남자 분들은 택시 앞쪽에 잘 타잖아요. 그래서 여자 친구에게 택시를 잡아서 무심코 앞문을 열어줄 때가 많았어요. 여자분들은 앞쪽에 앉는 걸 싫어하시죠. 그런 부분도 다 연애를 통해 배운 거예요. 무엇보다 배려를 배웠어요. 내가 편한 방식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상대방이 편할까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을 가슴에 담아두는 사람이 아니라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죠.”
연애는 우리를 좀 더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희망이다
20대 중반에는, 그는 연애를 이렇게 정의했다. ‘사랑이라는 결과를 얻기 위한 아름다운 과정.’ 지금 그는 연애를 이렇게 정의한다. ‘연애는 희망이다.’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 앞에서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고 그 사람 앞에서는 왠지 내가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그렇게 연애를 통해 괜찮은 사람이 된다면 정말 연애는 희망이죠. 삶의 질을 높이고 자신을 계발하는 에너지가 됩니다. 연애를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플러스들이 계속 생겨납니다. 좋아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위해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겁니다.”
“연애는 많이 해보셨나요?” 그는 약간 곤혹스러운 듯이 웃고 대답했다. “네.” 그리고 덧붙였다. “많은 분들과 사귀기도 했고, 한 사람과 오래 사귀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 사람을 오래 만나는 것을 통해 훨씬 더 성숙했다는 것. “제가 늘 카페 회원분들에게 하는 말이 있어요. ‘1년 이상 사귀지 않고 연애를 했다고 말하지 마라’라고요. 1년 이상을 사귀어야 연애의 이런저런 모습을 모두 경험할 수 있거든요. 사귄 지 6개월 정도가 지나면 대다수의 커플은 권태기를 겪습니다. 그 권태기를 이겨내지 못한 분들은 열정이 식는 것으로 끝나지만 그 단계를 지나 1년 이상 관계를 지속하면 사랑과는 또 다른 희미하고 따뜻한 감정이 생겨납니다. 그런 감정이 생겨나면 그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또 깊이 맺을 수도 있습니다.”
이별에 대해서도 그는 이렇게 조언했다. “이별도 소중한 경험입니다. 어떤 분들은 이별을 너무 아프게 해서 사랑과 이성 자체에 대해 불신하게 된 분들도 있지만, 이별을 연애의 실패로 받아들이지 마세요. 사실 연애의 실패는 고백하지 못한 것,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그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이별은 고통스럽다. 이별을 하면서 그는 꼭 용서를 하라고 말했다. “사랑은 사랑으로 끝을 내야 합니다. 사랑이 끝나면 더 많이 잘해주지 못했던 자기를 용서하고, 나를 떠나간 그 사람을 용서하세요.”
연애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이벤트다. “이벤트는 사랑에 대한 염원,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전할 수 있는 기회죠.” 그가 생각하는 이벤트는 돈을 많이 들거나,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그런 시끌벅적한 것이 아니다. 그의 기억에 가장 남는 이벤트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사귄 지 한참이 됐는데 자기 방을 안 보여 주려고 했어요. 그런데 알고 봤더니 자신의 방이 초라해서 안 보여주려고 한 거예요. 그래서 그걸 안 다음부터 만날 때마다 인형을 뽑아서 줬어요. 그래서 300개째를 주던 날 편지를 써 줬어요. ‘네 방은 초라하지 않아. 내가 준 인형들이 너를 지켜 줄 거야.’ 좀 닭살스럽죠? 그렇지만 그 여자친구는 아주 감동했어요.”
직업이 연애 컨설턴트라서 오히려 여자를 사귀기가 어렵거나 상대방이 싫어하지는 않을까? “그렇지 않아요. 제가 연애 컨설턴트라서 여자 친구가 특별히 싫어하거나 그렇진 않던데요. 다만, 제가 옛날 여자친구에게 해준 이벤트가 책에 나오니까, 왜 나한테는 이렇게 안 해주느냐고 불평하는 일은 가끔 있어요.(웃음)”
당신이 연애에 실패하는 진짜 이유
“남자들은 여자친구와 잘 안될 때 ‘너, 내가 돈이 없어서 그렇지?’라는 말을 참 잘해요. 남자들은 그런 자격지심이 있거든요. 그런데 여자로서는 그런 소리를 참 듣기 싫죠. 그래서 딱히 돈 때문이 아니면서도 홧김에 ‘그래’라고 말해버리죠. 돈에서 자신감을 얻는 사람이 많지만 그것 때문에 잘못된 가치관을 가질 수 있습니다.”
여자들이 연애에 실패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짝사랑쟁이. “이런 타입의 여성분들은 상대방을 상상으로 끝없이 미화시켜 짝사랑을 즐깁니다. 자신이 짝사랑했던 사람과 운 좋게 사귀게 되어도 쉽게 깨지죠. 현실 속의 그 남자는 상상 속의 남자와 다르니까요.” 두 번째는 밀고 당기기를 못하는 여자. “밀고 당기기가 나쁜 것이 아닙니다. 밀고 당기기는 관계에 탄력을 주며 상대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게 합니다. 여자분들 중에서는 사귀고 계신 남자가 떠날까봐 남자분이 해달라는 것을 모두 해주는 분들이 계신데, 남자들은 의외로 그런 여자에게 매력을 못 느낍니다. 연애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이 잘해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쓸데없이 민감하게 반응하지도 않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자기 관리가 안 되는 것. “연애를 포함한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은 자기 관리입니다. 여성분들이나 남성분들이나 관계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서로를 너무 편하고 당연하게 생각하죠. 연애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외모를 가꾸고 운동을 하고 취미생활을 즐기세요.”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연애의 고수와 초보의 차이점은 그 집착을 드러내는가 드러내지 않는가, 스스로 브레이크를 잡을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이다. 초보의 연애는 액셀러레이터만 부착된 자동차와 같다. 어딘가에 부딪히지 않는 한 멈추지 않는다. 고수는 자신의 취미와 일이 브레이크가 된다.
“스스로 애인에게 집착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 저는 취미 생활에 정신을 쏟거나 자기 일에 열중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합니다. 이런 방법을 쓰면 자신의 세계도 점점 넓어지고, 오히려 연애 생활이 더 윤택하게 변하더군요.” 그리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이상이나 가치관이 비슷해야 연애 관계를 지속할 수 있어요. 외적으로 상반되어도 인생에 대한 태도나 미래에 대한 희망이 비슷한 사람은 오히려 외적으로 다른 점이 플러스가 되지만, 내적으로 상반되는 사람은 겉은 비슷할지 몰라도 상대방의 인생을 이해하지 못하고, 끝내 서로가 인생의 걸림돌이 되기도 하거든요.”
사랑과 희생을 가르쳐준 최고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책 중에서 요즘 재미있게 읽었던 것으로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우리는 사랑일까』를 꼽았다. “알랭 드 보통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썼을 때가 겨우 20대 중반이었습니다. 그렇게 젊은 나이에 사랑과 인생에 대해 깊이 있는 안목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사랑했던 여인에 대한, 편집증적일 만큼 세밀한 기록에도 깊은 인상을 받았죠.”
평소 인간관계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서 보는 책은 『중국 3천년의 인간력』과 같은 고전 쪽이라고 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쇼펜하우어의 책이에요.” 쇼펜하우어라면 너무 냉소적이고 비관적이지 않느냐는 반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런 책을 읽다가 주위를 돌아보면 오히려 세상이 따뜻하고 괜찮아 보이던데요.”
대학에서 경제를 전공했다는 그는 ‘연애’와 '경제' 사이에 의외로 공통점이 많다고 말했다. 경제학에서 배웠던 것을 연애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 “연애를 적금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어떤 사람을 사랑하면 사랑한 만큼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랑은 이자는 고사하고 원금까지 날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에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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