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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홀로 남은 남자 <나는 전설이다>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의해 전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사망하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좀비가 되어 있는 미래의 세계. 어떤 이유에서인지 바이러스에 면역성을 지닌 로버트 네빌(윌 스미스)은 맨하탄 유일의 비감염자로서 벌써 3년의 시간을 홀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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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홀로 남은 남자, <나는 전설이다>

세상에 홀로 남은 남자, <나는 전설이다>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의해 전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사망하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좀비가 되어 있는 미래의 세계. 어떤 이유에서인지 바이러스에 면역성을 지닌 로버트 네빌(윌 스미스)은 맨하탄 유일의 비감염자로서 벌써 3년의 시간을 홀로 지내고 있다. 밤이면 출몰하는 감염자 집단의 위협을 피해 완벽하게 보안이 된 집에서 일상을 보내고, 지하에서는 해독제를 개발하기 위해 몰두하는 네빌. 하지만 생체 실험을 할 감염자를 구하는 과정 속의 갈등으로 비밀리에 유지하고 있던 네빌의 은신처가 공격을 받게 되는데….

유일한 생존자 네빌(윌 스미스)가 거니는 텅빈 뉴욕의 이미지는 압도적이다.

리처드 매드슨은 그의 소설 『나는 전설이다』의 끝 무렵에서 돌연변이들에게 붙잡힌 주인공 로버트 네빌의 속내를 이렇게 표현한다.

문득 자신이야말로 비정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이란 다수의 개념이자 다수를 위한 개념이다. 단 하나의 존재를 위한 개념이 될 수는 없다.

(리처드 매드슨, 『나는 전설이다』, 황금가지, p.221)

리처드 매드슨의 소설 『나는 전설이다』는 할리우드에서 이제까지 세 편의 장편영화로 만들어졌다. 1964년의 <Last Man On Earth> 그리고 얼마 전 고인이 된 찰톤 헤스턴이 로버트 네빌을 연기한 1971년작 <오메가 맨>이 2007년작 <나는 전설이다> 이전에 만들어졌던 작품들. 60년대와 70년대에 만들어진 두 편의 영화 버전에 대해서는 불만스러운 비판이 꽤 많았고 각종 특수효과 기술이 발달한 현재 시점에 만들어진 <나는 전설이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것이 사실.

소설과 달리 영화 속 네빌은 자기 통제가 철저하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여피?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콘스탄틴>을 만든 바 있는 프랜시스 로렌스가 연출한 2007년작 역시 원작 소설의 깊이를 넘어서지는 못한다. 물론 2007년작 <나는 전설이다>는 발달한 특수효과의 힘을 빌려 시각적으로 볼만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은 사실이다. 영화의 오프닝 부분에서 네빌의 빨간 스포츠카는 사슴 떼가 뛰노는 퇴락한 맨하탄 빌딩 숲을 질주하는데 가서 보지는 못했어도 TV나 영화에서 늘 사람으로 메워진 이 거리에 흐르는 적막감과 황폐한 이미지는 종말 직전의 지구촌의 상황을 무척이나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전설이다>는 원작 소설이 지닌 고독한 남자의 실존이라는 문제에서는 좀 많이 벗어나 할리우드의 전형성에 충실한 면모를 부각한다. 원작 소설의 네빌은 흡혈귀가 된 부인의 심장에 직접 말뚝을 꽂아 넣은 비정한 남자로, 소설 속에서 늘 술에 취한 상태로 고독감을 견뎌내고 술잔을 집어던지고 물건을 때려부수는 등 폭력적인 마초 남성의 전형성을 대표하고, 그런 그가 흡혈귀의 세상에 홀로 남아있다는 것은 마치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남은 마지막 카우보이 영웅 같은 느낌을 준다. 반면, 영화 속 네빌의 면모는 확실하게 다른데, (소설과 달리) 전염병 소개 과정에서 일어난 우발적인 사고로 자신의 가족을 잃은 네빌은 늘 가족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가족주의자이자 군대 방역 담당관 출신 엘리트로서 영화의 초반부에서 묘사되듯 자신의 일상을 적절히 컨트롤하고 인류를 구하려고 끊임없이 시도하는 스피노자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모범적인 영웅이며 영화의 결말에서 보듯 새로운 가족을 구원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인간 예수와 같은 인물이다.

네빌은 살아남기 위해 다수의 적들과 고독한 투쟁을 해야 하는 처지다.

문제는 이 영화판 <나는 전설이다>가 50년대에 쓰여진 원작 소설이 표현한, 예민한 시대 변화에 대한 은유와 전복성을 전혀 담아내지 못할 뿐 아니라 다소 뻔한 보수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점에 있다. 가족 관람을 고려한 할리우드의 대중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거의 한 사람의 시점으로 영화의 절반 이상을 구성하는 이 영화에서 너무나 모범적인 영웅 네빌에 대한 묘사는 오히려 영화를 느슨한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물론 이 영화는 여름용 블록버스터의 기본적인 역할, 즉 액션과 스펙터클을 시원스럽게 표현하고 있는데, 가령 감염자 집단, 즉 좀비 집단과 네빌과의 대결 장면은 기술 발달의 도움을 얻어 충분히 역동적이고 즐길 만한 스릴감을 주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야기의 방향이 전형적인 영웅담으로 흘러간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블록버스터 영화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최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속의 영웅들이 심각한 트라우마를 갖춘 복합적인 인물로 묘사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나는 전설이다>의 주인공 로버트 네빌은 지나치게 ‘범생이’ 같은 인물인 것.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안나와 에단은 네빌의 새로운 가족과 같은 존재들.

그에 따라 원작 소설과 영화가 설명하는 ‘전설(Legend)’의 의미는 각각의 영역에서 전혀 다르게 사용되고 있는데, 소설의 끄트머리에서 네빌이 스스로 ‘나는 전설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이미 사라져버린 마지막 존재로서의 자신에 대한 안타까운 연민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영화 속에서 네빌에 의해서 구원되는 안나(알리스 브라가)가 네빌을 ‘전설’로 부르는 것은 신화적 구원자로서의 존재로 추앙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결국 영화판 <나는 전설이다>는 네빌이라는 가부장이 자신이 지켜주지 못했던 가족(영화 도입부에 사고로 잃는 가족) 대신 새로운 가족(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생존자인 소녀 안나와 소년 에단)을 구원하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가족 영웅담으로 귀결되고 만다.

이에 따라 <나는 전설이다>의 영화 버전 프로젝트의 지향은 뚜렷하게 드러난다. 원작이 지니고 있던 거친 분위기를 거세하고 무난한 블록버스터로 만들어 내는 것이고 이렇게 접근하면 <나는 전설이다>는 가볍게 볼만한 영화로는 큰 무리가 없다. 소설과 영화는 엄연히 다른 매체고 아무래도 훨씬 더 많은 자본이 투자된 상업 영화에서는 메시지보다는 스펙터클과 안전한 결말을 선택하게 되는 법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최근에 등장한 주목할 만한 좀비 호러물, 즉 닉 마샬의 <디센트>, 에드가 라이트먼의 <새벽의 황당한 저주>, 잭 스나이더의 <새벽의 저주> 그리고 대니 보일과 후안 카를로스 프레스나딜로가 연이어 연출한 <28일 후><28주 후> 연작에 비하면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다.

하지만 위에 서술한 영화들은 아무래도 가족들과 보기에는 부담스러운 고어 장면이 등장하는 영화고 이런 영화에 비하면 <나는 전설이다>는 확실히 안전한 선택이기는 하다.

최신작이니만큼 필름 소스로서는 뛰어난 화질을 보여주는 영상.

2장과 3장 버전으로 출시된 <나는 전설이다> DVD의 영상은 위와 같은 조건에서 보듯 최상급의 영상을 선보인다. 물론 필름으로 촬영된 영화니만큼 디지털 매체인 DVD에서의 한계, 즉 배경 화면의 지글거림 같은 것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텅 빈 맨하탄의 모습이 펼쳐지는 영상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물론 이 영화의 경우는 더 나은 영상을 수록한 블루레이 디스크가 국내에 출시될 것이기 때문에, 그에 비하면 아무래도 화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영상을 선보인다. 필자가 받은 두 장짜리 버전에는 본편이 두 장 수록되어 있는데, 극장 편집 버전과 좀 더 평화스러운 엔딩이 담긴 대체 버전이 두 장에 각기 수록되어 있다.

강력한 파열음을 선사하는 DVD의 음향

음향 역시 액션 시퀀스에서 그 강력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특히, 좀비 집단과의 대결이 벌어지는 부둣가 장면에서의 강렬한 총격음이나 네빌의 집에서 벌어지는 대결 장면에서 파열음의 파괴력은 홈시어터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디스크 1]움직이는 그래픽 노블 장면. 영화보다 한층 더 암울하다.

[디스크 2]바이러스에 관한 다큐멘터리 <Cautionary Tale>.

[디스크 2]메인 메이킹 다큐멘터리 <Creating I Am Legend>.

필자가 구한 타이틀은 두 장짜리 버전. 극장판이 수록되어 있는 첫 번째 디스크에는 별도로 만들어진 4편의 움직이는 만화(Animated Comics)(21분 41초)가 수록되어 있다. 영화보다는 한층 비정한 내용의 이야기들은 영화 속 설정인 좀비가 되는 바이러스가 미친 영향을 짐작하게 하는 이야기다, 홍콩, 인도, 미국 등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영화의 본편보다 한층 더 충격적인 이야기로 본편에 만족하지 못하는 호러 팬들이 특히 만족할 만하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비교적 평화로운 대체 엔딩이 수록된 또 다른 극장판 버전이 수록되어 있고 영화 제작 과정을 다루고 있는 Creating I Am Legend(51분 14초)와 영화 속 모습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바이러스의 공포를 다룬 Cautionary Tale(20분38초)이 수록되어 있다. 세 장짜리 버전의 세 번째 디스크에는 좀 더 많은 서플먼트가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전설이다 SE>

감독 : 프랜시스 로렌스

주연 : 윌 스미스, 알리스 바르가

■ Spec
화면 Anamorphic Widescreen 2.35:1
음향 Dolby Digital 5.1

더빙 영어

자막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태국어, 스페인어 등

상영시간 100분

지역코드 DualLayer / Region 3

제작년도 2007년
출시일자 2008-04-11


Special Features

[ DISC 1 ]
-ANIMATED COMICS
-- DEATH AS A GIFT
-- ISOLATION
-- SACRIFICING THE FEW FOR THE MANY
-- SHELTER

[ DISC 2 ]
- CAUTIONARY TALE : THE SCIENCE OF I AM LEGEND
- CREATING I AM LEG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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