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마음의 문제로만 여기는 사람이 많은데, 과연 그럴까. 행복도 측정하고, 개선할 수 있는 과학의 영역이다. 한국은 경제 선진국이 되었지만, 세계행복지수는 여전히 하위권을 맴돌고, 청소년 자살률은 세계 1위다. 행복을 정면으로 주시하고, 조금 더 행복해질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특히 십대들의 행복을 더는 미루어선 안 될 것이다.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위해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행복을 ‘과학’으로 설명하신 것이 인상적입니다. 행복 개념이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국어사전에 보면, 행복의 정의가 ‘복된 좋은 운수’라고 나와 있는데요. 이것부터 바뀔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행복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힘에 의해 운 좋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통제할 수 있고, 관리할 수 있고,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니까요. 백번 양보해서 행복이 행운이라고 한다면, 행운조차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죠. 행복이 딱 그렇습니다. 자신의 태도와 습관을 건강한 방향으로 만들어 가고, 조율해 가면서 행복을 창출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운도 따르는 법이죠. 행복은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개념, 행복은 내가 창조하는 것이라는 개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나가면 좋겠습니다.
국내에선 아직 행복을 연구하는 분이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은 것 같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세계적인 행복 연구의 대가들은 누구이고, 현재 행복 연구는 어느 단계까지 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정확하게 행복 과학자로 스스로를 칭하지 않아서 그렇지, 행복을 연구하는 분은 많습니다. 저도 스스로를 인지심리학자로 소개하는 경우가 많지, 행복 과학자로 소개하는 경우는 드물거든요. 이런 경향이 나타나는 이유는 행복이라는 것이 특수한 분야의 연구라기보다는 모든 사회과학자가 지향하는 궁극적 목적 같은 것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다만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행복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대학 연구 기관이나, 국책 연구 기관이 아주 드물다는 것이죠. 서울대 행복연구센터가 거의 유일하다고 할까요. 연구자들은 있지만, 모두 흩어져서 각자 소규모 연구를 진행할 뿐이고, 대규모로 목적을 가지고 건강한 삶과 성공적인 노화 등을 연구하는 기관이 없는 것이 무척 아쉽습니다.
하버드대학교에서는 194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70년에 걸쳐 하버드 졸업생들의 행복을 추적 연구한 하버드 성인발달연구가 진행되었고, 현재는 21세기에 하버드에 입학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버드 성인발달연구 두 번째 시리즈가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대규모 연구를 지속하는 기관을 찾기 힘들죠. 하버드 성인발달연구 첫 번째 시리즈는 따뜻한 인간관계의 중요성과 성숙한 방어 기제의 중요성, 술의 악영향을 밝혀낸 바 있습니다. 두 번째 시리즈는 SNS와 사회 비교의 영향 등에 주목하고 있는데, 앞으로 중요한 결과들이 나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원래는 경제학을 전공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전공까지 바꾸어 가면서 ‘행복’이란 주제에 빠져든 이유가 있을까요?
대니얼 카너먼이라는 인지심리학자가 2002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지 않았다면, 경제학을 계속 공부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한 2002년에 있었던 이 사건이 저를 심리학으로 이끌었고, 결국 심리학 전공으로 대학원을 시작했죠. 박사 학위를 받을 때쯤 가장 관심을 가진 연구 주제는 따돌림 같은 사회적 배제였습니다. 그런데 사회적 배제를 연구할수록 이렇게 따돌림이나 무시를 당하는 사람들은 불행하고, 행복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인간관계의 문제가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큰 변수라는 것도 알게 되었죠.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행복을 연구하고 있더라고요.
책 내용을 크게 보면 행복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고(1장), 현재 나의 상태를 체크한 후(2장), 좀 더 행복해질 방법을 찾는(3장) 흐름으로 갑니다. 무척 체계적이란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책에 특히 더 담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떤 것일까요?
무엇이든 개념을 잘 잡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 단추가 중요하죠.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그다음부터는 계속 틀어지는 것처럼, 행복도 개념을 잘못 잡고 시작하면, 다음 내용들에서 계속 오해가 생기고, 잘못된 길로 접어들고, 막다른 길에 이르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행복의 개념을 잘 잡을 수 있는 주제로 시작한 것입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진단하는 것인데요. 자신을 정확하게 진단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거든요. 이런 준비가 이루어진 후에야 행복을 실천할 수 있는 활동들이 의미가 있습니다. 독자들이 개념을 잡고, 나를 진단하고, 실천하는, 이 흐름을 잘 따라가 주면 좋겠습니다.
청소년 책은 아무래도 학업과 연결된 것이 많습니다. 시험이 내일인데 행복 어쩌구 하는 건 한가한 소리라고 여길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는데요, 이런 현실에서 청소년 대상으로 행복 책을 쓰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대중의 가장 큰 오해가 행복을 결과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원인은 따로 있고, 그 원인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가 행복이라고 여기는 것이죠. 그렇지 않습니다. 공부를 잘해야 행복할까요? A+ 받아야 행복한 걸까요? 돈 벌어야 행복한 걸까요? 아니요. 사실은 반대입니다. 건강에 빗대면 금방 이해가 되실 겁니다. 공부 잘해야 건강해지는 것이 아니잖아요. 건강해야 공부를 잘할 수 있죠. 건강해야 돈을 벌 수 있지, 돈 벌어야 건강해지지 않잖아요. 청소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행복 얘기를 뜬구름 잡는 얘기로 생각하지 말고,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원인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한국은 청소년 자살률이 세계 1위입니다. 여기저기서 걱정하는 목소리는 있어도 실제 사회 변화는 별로 눈에 보이지 않는 듯합니다. 청소년들이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해 사회가 어떻게 달라지면 좋을까요? 또한 그런 사회를 위해 이 책이 어떻게 쓰이길 바라시나요?
대학에 가는 것, 그것도 좋은 대학의 좋은 학과에 가야만 인생이 성공한다는 식의 문화와 분위기, 거짓말이 사라져야 할 것입니다. 학교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조장해서는 안 되고요. 특히 사교육 시장은 대학 가는 것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대표적인 집단인데요. 양육자들과 공교육이 중심을 제대로 잡고 이런 사교육 시장이 조성하는 위기의식과 공포감 조성에 빠지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건강하고, 성공적인 인생은 조금씩 조금씩 만들어 가는 것이지, 대학을 기대한 대로 가고 못 가는 것으로 결정 나지 않는다는 의식이 널리 퍼지면 좋겠어요.
저자 서문 보면 행복 연구가지만 불행한 순간도 많다고 하셨는데요, ‘맛있는 라떼’ 외에 작가님을 불행에서 행복 모드로 전환하는 것들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걷는 것을 즐기는 편입니다. 그냥 걷다 보면, 아무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생각도 정리되고, 피곤함도 가시고, 재충전도 되고, 기분도 좋아지죠. 이런 산책은 저뿐만 아니라 많은 행복 연구가가 공유하는 일상의 습관 중 하나인데요. 되도록 스마트폰 없이 천천히 하늘도 보고, 땅도 보고, 풍경도 보면서 걷다 보면, 어느덧 행복해진 자신을 발견하곤 하죠. 책상 정리나, 방이나 화장실 청소도 즐깁니다. 정리 정돈된 모습을 보면, 금방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뇌과학적으로도 인간은 정리 정돈된 것을 좋아합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행복에 관한 모든 질문
출판사 | 주니어태학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