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두 세계, 야구와 요리를 통해 지켜낸 삶의 태도
야구가 품은 찰나의 이야기, 요리가 전하는 따스한 감동 그리고 그라운드의 긴장과 식탁의 온기를 잇는 가장 유니크한 에세이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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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언제나 인생을 비추는 거울이다. 누구나 알 듯이 경기는 9회 말까지 끝나지 않는다. 예기치못한 실수 하나가 흐름을 바꾸고, 포기할 수 없는 순간의 집중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낸다. 『9회 말, 일희일비 야구의 맛 』은 이러한 야구의 진폭을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온 팬이자 글 쓰는 사람, 그리고 요리하는 사람인 남아라(라젤)의 감각으로 풀어낸 특별한 에세이다.

 


 

첫 번째 에세이집을 출간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야구와 요리, 두 세계를 함께 담아내신 첫 책을 독자들에게 내놓는 지금의 심정이 궁금합니다.

야구와 요리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이자, 오래 사랑해온 세계예요. 그래서 언젠가 글로 정리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글은 제가 가진 몇 안 되는 재주 중에 가장 자신 있는 거였거든요.

사실 저는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면 글로 풀어내는 습관이 있었어요.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하거나 가슴 뛰는 순간이 찾아오면, 그 마음을 감당하지 못해서 결국 글로 풀어내곤 했어요.

물론 글을 쓴다는 건 단순히 감정을 쏟아내는 게 아니라 어떤 단어가 어울릴지, 어떤 이야기가 적절할지 부딪히며 고민하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마저도 애정이 있어야 즐길 수 있는 거잖아요. 야구와 요리는 저에게 그 애정과 즐거움을 끝없이 주는 대상이라, 결국 첫 책도 이 두 세계를 함께 담아내게 된 것 같습니다. 쑥쓰럽기도 하지만, 제가 가장 사랑하는 것들을 오래 곱씹을 수 있는 기록을 독자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게 감사한 마음이에요.

 

야구와 요리를 함께 엮어 글을 쓰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많은 이들이 두 영역을 별개로 생각하는데, 작가님께는 어떤 접점이 있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부터 야구와 요리를 한데 묶어 책을 쓰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어요. 출판사 팀장님 덕분에 그 접점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팀장님께서도 야구팬이라 제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이신데, 경기장에서 야구를 즐기는 모습뿐 아니라 제가 요리하는 장면까지 흥미롭게 보셨다고 하더라고요. 돌이켜보면 야구와 요리는 제 삶에서 늘 함께였어요. 경기를 보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맛있는 음식을 만들며 풀기도 하고, 때로는 조금 덜 맛있는 음식도 야구 중계를 보며 먹으면 더 특별하게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두 세계를 엮는 게 억지스럽지 않았습니다. 경기장에서의 환희와 좌절, 부엌에서의 따뜻함과 위로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순간들을 글로 옮기다 보니 책도 그렇게 두 세계가 하나로 묶이게 된 거죠.

 

만약 작가님께서 책 속에서 소개된 요리 중 요즘처럼 성적이 좋을 때 ‘LG 트윈스 팬들에게 꼭 대접하고 싶은 한 끼’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주저 없이 배추찜을 고르고 싶습니다. 2023년 한국시리즈 3차전, 차갑다 못해 살을 에던 바람 속에서 경기를 보고 돌아와 온몸을 녹였던 음식이 바로 배추찜이었거든요. 그날 오지환 선수의 역전 쓰리런은 아직도 제게 잊을 수 없는 장면이고, 그걸 보고 온 후에 먹은 배추찜의 맛은 제 삶에서 아주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배추는 추운 겨울을 견딜수록 단맛이 깊어지는데, 그 맛이 마치 오랜 시간 자신과 싸우며 성장해온 오지환 선수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요즘처럼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지금, 팬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한 끼가 있다면 단연 배추찜입니다. 추운 겨울을 버티고 찾아온 단맛처럼,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돌아온 29년 만의 우승 그리고 또 한 번의 우승을 함께 곱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프로야구 시즌이 한창 진행 중에 원고를 집필하셨을 텐데요, 글을 쓰면서 스스로도 놀랐던, ‘아, 나는 정말 팬이구나’라고 느낀 순간이 있었을까요?

임찬규 선수의 완봉승 날이었어요. 그날은 정말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벅차올랐고, 저도 모르게 그 날 밤 바로 미친 듯이 원고를 써내려갔습니다. 임찬규 선수는 혹사와 부상, 긴 암흑기를 견디고 끝내 생애 첫 완봉을 만들어냈잖아요. 저는 그 과정을 써내려가면서, 어릴 적 외할아버지가 텃밭에서 키우시던 암발아 식물인 부추를 떠올렸습니다. 어둠 속에서 꺾여도 다시 자라는 부추처럼, 임찬규 역시 쓰러지고 무너져도 다시 일어선 선수였으니까요.

 

한 권의 책을 써내려가며 경기와 요리를 바라보는 작가님의 시선에도 변화가 있었을 듯합니다. 이전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의미나 태도가 생겼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글을 쓰면서 새삼 느낀 건, 요리는 굉장히 정직하다는 사실이었어요. 예를 들어 토마토는 봄에, 오이는 여름에, 무는 가을에, 배추는 겨울에 가장 빛을 발하듯 식재료는 늘 제철에 맞는 힘을 보여주잖아요. 계절에 맞는 재료와 정성, 그리고 시간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더라고요. 재료를 씻고, 썰고, 끓이는 과정은 작은 성실의 기록 같았어요. 야구도 마찬가지였어요. 예전에는 결과에 울고 웃는 데 집중했다면, 글을 쓰면서는 그 안에 쌓여 있는 시간과 노력을 더 보게 됐습니다. 승리의 순간뿐 아니라 슬럼프와 패배의 시간을 어떻게 견뎌내는지, 그 과정 자체가 이미 삶의 맛을 닮아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결국 책을 쓰면서 저는 야구와 요리를 단순히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통해 쌓이는 시간의 집합체로 보게 되었습니다. 

 

각자의 인생에도 승부를 걸어야 하는 순간이 있다고 믿으실 텐데, 독자들이 책을 읽으며 ‘나만의 9회 말’을 떠올린다면, 그 순간은 어떤 의미로 가닿길 원하시나요?

야구 만화 『H2』에는 이런 대사가 있어요. “타임 아웃이 없는 시합의 재미를 가르쳐 드리지요.” 정말 야구에는 타임 아웃이 없잖아요. 1이닝이 3분 만에 끝날 수도 있고, 30분이 될 수도 있죠.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고, 9회 말이 정말 마지막이 될 수도 있지만 또 연장전이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야구를 볼 때마다 인생과 너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기회를 붙잡으면 득점은 계속 이어지고, 반대로 작은 실수가 끝도 없이 커질 수도 있어요. 그게 야구의 무서움이자 매력이죠. 하지만 동시에 분명히 다시 돌아오는 타석이 있고, 또 한 번의 수비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인생의 9회 말도 저는 그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한순간의 선택이나 실수에 주저앉기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나만의 순간을 잘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야구는 공을 빼앗거나 잡아야 기회가 주어지는 다른 스포츠들과 다르게 온전한 나만의 순간이 주어지는 스포츠잖아요?

그래서 독자분들이 이 책을 읽으며 ‘나만의 9회 말’을 떠올린다면, 그 순간이 단순히 벼랑 끝의 압박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희망의 신호로 가닿았으면 합니다.

 

첫 책을 세상에 내놓은 지금, 또 어떤 무대에서 글과 이야기를 펼치실지 독자들이 궁금할 것 같습니다. 야구의 연장전 같은 또 다른 글쓰기일지, 혹은 전혀 다른 새로운 요리법 같은 시도일지 들려주실 수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요?

사실 살면서 책 한 권은 꼭 써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데, 이렇게 현실이 된 게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여전히 영광스럽고, 얼떨떨하기도 해요. 하지만 지금 제 앞의 가장 큰 과제는 대학원생으로서의 삶입니다. 곧 프로포절을 앞두고 있어서 학위 논문을 준비해야 하거든요. 

그래도 그 현실 삶(?) 속에서도 저는 계속 야구를 볼 거고, 야구장에 가서 응원을 할 것 같습니다. 브이로그도 꾸준히 올리고, 그렇게 라젤이자 남아라로 살아갈 겁니다. 또 요리는 제 일상의 일부라서 늘 부엌에 서 있겠죠. 논문에 막혀서 힘들 때도, 경기를 보다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결국 저는 다시 칼을 잡고 무언가를 만들어낼 것 같아요. 앞으로의 글쓰기가 어떤 모습일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제가 사랑하는 것들을 더 사랑하기 위한 글을 쓸 거라는 사실입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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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