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호랑이의 불꽃 튀는 요리 대결을 그린 그림책 『토끼전 대 호랑전: 명절맞이 부침개 대결』이 출간되었습니다. 정현진 작가님의 이야기를 따라 그림책 속에 담긴 옛이야기의 재미와 해학을 느껴 보세요!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제3회 창비그림책상 본심에서 『토끼전 대 호랑전』 이 “우리 전통 음식이면서 지금도 큰 사랑을 받는 부침개 ‘전’과 고전문학의 ‘전’이 동음이의어인 것에 착안한 작품”인 것에 주목하였는데요, 이러한 발상은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전통 음식인 부침개와 여성의 명절 노동은 우리의 역사 특히 조선 시대 유교 문화를 돌아보게 합니다. 그러다 보니 고전 문학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전’의 동음을 쓰게 되었어요. 덧붙이자면 작중의 두 선생은 문무 양반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풍자에는 사람보다 동물이 효과적일 것 같았고, 대결 구도를 강조하기 위해 몸집 차이가 뚜렷한 토끼와 호랑이를 주인공으로 삼게 되었어요.
“차례상과 제사상을 도맡던 집에서 자라 어릴 때부터 전을 만들었습니다.”라고 시작하는 소개문이 인상적입니다. 부침개의 달인 ‘찬슬’과 작가님은 어떤 점이 비슷하고, 다른가요?
아빠가 3남 1녀 중 셋째신데 집안의 차례와 제사는 오롯이 우리 집 몫이었습니다. 같은 가족인데 왜 일은 하는 사람만 해야 하는지 어린 마음에 불만이 많았지요. 찬슬이는 지혜롭게 불합리한 상황을 헤쳐 나갔지만, 저는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어요. 그 대신 마음으로만 담아 둔 이야기를 이렇게 책으로 꺼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찬슬이만큼 달인은 아니어도 오랜 경험으로 전을 보기 좋게 부쳐 내는 솜씨는 있는 것 같아요. 하하.
『토끼전 대 호랑전』은 소리 내어 읽는 재미가 있는 그림책입니다. 판소리의 흥이 느껴지는 글을 쓰시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셨나요?
이날치 밴드나 이희문 등 판소리와 민요에 바탕을 둔 현대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가사가 재미있는 고전 판소리를 찾아보기도 하고, 마당극이나 뮤지컬 공연도 관람하고요. 모두 옛 문화를 이 시대로 불러와 내 식대로 흥겹게 논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럼 나도 내 식대로 놀아 보자!’라며 맛깔나게 그림책 한 권을 만들었습니다.
책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소개해 주세요.
모든 장면에 애착이 있지만 딱 한 장면만 꼽아 보자면 찬슬이가 두 선생의 전을 심사하며 맛을 표현하는 장면입니다. 단청, 십장생도 같은 고전 요소를 재해석해 배치하고 귓가에 풍악이 울려 퍼지는 황홀감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 과정에서 편집자님의 추천 작 ‘요리왕 비룡’의 과장된 만화 감성을 더해 보기도 했습니다. 작업하면서 혼자 웃음이 났던 장면인데, 독자분들께서도 함께 웃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거예요!
『토끼전 대 호랑전』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명절의 가치에 관해서 생각하게 합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명절은 어떤 모습인가요?
이야기 속 찬슬이는 업둥이입니다. 아시다시피 업둥이는 주로 자식이 없는 집 앞에 버려지거나 우연히 얻어 기른 아이를 말해요. 우리 조상들은 그런 업둥이를 집안에 행운과 복을 가져다주는 보배로운 대상으로 여겼다고 합니다. 현대에 들어서며 다양한 가족 형태가 등장하고 있는데요, 혈연관계를 떠나 소중한 사람들을 돌아보며 함께 하는 모습이면 좋겠습니다.
어떤 독자분들에게 『토끼전 대 호랑전』을 건네고 싶으신가요?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과 맛있는 음식이 기다려지는 어린이, 명절이 고된 날로 다가오는 어른, 혹은 그 어딘가에도 속하지 못한 기분에 외로운 누군가. 이 책은 모두에게 열려 있어요. 우리 음식과 지혜로 마음을 배부르게 할 『토끼전 대 호랑전』으로 풍요로운 시간 보내시길 바라봅니다.
앞으로 보여 주실 작업도 기대됩니다. 이후 계획에 대해 들려주세요.
『토끼전 대 호랑전』보다 먼저 구상한 요리 대결 그림책이 있어요. 『토끼전 대 호랑전』은 전통 음식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이 책은 패스트푸드에 빗대어 성장주의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요리 대결이라는 틀은 같지만, 주제와 소재 모두 다른 다음 그림책도 기대해 주세요. 그리고 『토끼전 대 호랑전』과 비슷한 시기에 그래픽노블 『안녕, 포레스트 굿럭』이 출간되는데요, 오래도록 작업한 책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토끼전 대 호랑전
출판사 | 창비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