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의 인문학』은 아산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의사 이지호 교수가 20여 년간 수술실에서 마주한 얼굴뼈의 이야기, 그 위에 새겨진 인간의 삶을 인문학의 언어로 풀어낸 책이다. 일상과 의학, 해부학과 문화사가 흥미롭게 뒤섞인 이 책은, 단순한 해부학 책이 아니라 얼굴이라는 장소가 품은 정체성, 감정, 질병, 아름다움, 죽음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저자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는 때로는 설명이고, 때로는 농담이며, 때로는 깊은 위로가 된다. 해부학 교실 밖에서, 삶의 현장에서 다시 꺼낸 얼굴의 퍼즐.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나’와 ‘우리’의 얼굴을 다시 본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수많은 뼈 중에서도 ‘얼굴뼈’에 주목했을까? 이 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저자는 무엇을 발견했는지 직접 들어보았다.
해부학적 지식에 인문학적 시선을 결합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의학과 인문학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각자 탐구하는 분야로, 어떻게 보면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둘 다 ‘인간’이라는 지점에서 만납니다. 저는 외과의사로서, 수술실에서 외래에서 계속 환자를 만나며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병을 극복하거나 혹은 굴복하는 일련의 과정을 봅니다. 결국 인간의 몸을 들여다보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를 함께 보게 됩니다. 어쩌면 저는 책을 쓰라면 이런 책을 쓸 수밖에 없는 현장에 있는 것 같습니다.
구강악안면외과 의사로서 임상 경험이 이 책의 내용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저는 기본적으로 치과의사이면서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입니다. 구강과 턱뼈를 비롯한 얼굴뼈는 저의 일터입니다. 구강악안면외과 의사가 아니었다면 이 책을 쓸 수 없었을 것입니다. 결국 이 책의 본질은 제가 진료 현장에서 몸과 마음으로 체득한 경험을 통해 인간 사회를 이야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양악수술, 보톡스, 턱뼈 성형처럼 현대인이 얼굴뼈에 관심을 갖는 방식에 대해 의사로서, 한 명의 인간으로서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얼굴은 결국 인간 개개인의 정체성입니다. 수천 년 전 인간이나, 현대의 인간이나, 대한민국 땅에 사는 인간이나, 지구 반대편에 사는 인간 모두 자신의 얼굴에 무관심한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양악수술, 보톡스, 턱뼈 성형은 현대인이 얼굴뼈에 관심을 표현하는 방식이고요. 인간은 미래에도 또 다른 시술 혹은 수술로 계속 관심을 표현할 것입니다. 저 같은 사람도 계속 바빠질 것 같습니다.
‘해부학 교실 밖의 이야기’를 강조하셨는데,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교실 밖에서 이야기하자’는 것은 해부학을 학문적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세상을 보는 수단으로 사용해보자는 의도입니다. 얼굴뼈, 해골 같은 무서운 이미지, 혹은 장난스럽게 사용하는 이모티콘이 아니라 우리가 지닌 정체성의 뼈대라는 생각으로 본다면, 평소 보이지 않던 인간 사회의 모습이 눈에 들어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은 주제가 있다면?
골수염 ‘뼈에 새기는 잔혹동화’ 챕터를 꽤 공들여 썼습니다. 최근 구강암 환자뿐만 아니라 약물로 인한 골 괴사 환자들을 많이 만납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암 환자, 골다공증 환자가 증가하고 사용하는 약의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100년 전의 잔혹동화가 다시 고개를 드는 걸 진료실에서 보게 됩니다. 인류의 역사는 돌고 돈다는 것, 그리고 질병은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영원히 함께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이야기를 이 챕터에서 하고 싶었습니다.
의사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삽화를 직접 그리게 된 계기와 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원래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셨는지요?
학창 시절부터 연습장에 만화를 그려 친구들에게 보여주곤 했어요. 만화를 보는 것, 그리는 것 모두 좋아하는 학생이었죠. 학부생, 전공의 시절, 펠로우 때는 바빠서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지만, 틈틈이 수술 기록지, 논문 등에 삽화를 직접 그려 넣기도 하면서 그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잘 그리는 사람의 책, 유튜브 등을 보며 공부했습니다.
해부학에 관련된 책인 만큼 그림이 빠질 수 없었습니다. 전문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맡기거나 인터넷, 책 등의 검증된 그림을 사용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그림은 멋지게 나오겠지만, 제가 책을 통해서 하고 싶은 메시지가 옅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림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으니 품이 좀 들더라도 직접 그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해부학 그림은 교과서와 논문을 참조해서 그렸습니다. 에피소드의 삽화, 웹툰은 단편 영화를 찍듯 스토리보드를 짜고 파일럿 스케치를 했습니다. 전체 줄거리를 검토하여 그림을 좀 더 다듬은 다음 아이패드와 와콤에서 최종 결과물을 완성했습니다.
이 책을 어떤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얼굴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전문지식을 다루는 책이지만 배경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재미있도록 최대한 신경을 썼습니다. ‘전문지식을 다루는 비전문 서적이 되자’는 것이 집필 과정 전체를 관통하는 의도였습니다.
결국, 이 책을 통해 평범한 많은 독자가 얼굴이라는 창을 통해 인간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조금이나마 넓힐 수 있기를 바랍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얼굴의 인문학
출판사 | 세종서적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