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12회 대상 작가] 문혜정 "운명은 정해져 있지만 내 선택으로 매 순간 바뀔 수 있다는 것이 타로카드의 매력 같아요"
『타로카드 읽는 카페』 문혜정 작가 인터뷰
글 : 출판사 제공 사진 : 출판사 제공
2025.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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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다 응모작을 기록한 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소설 부문 대상작으로 선정된 문혜정의 장편소설 『타로카드 읽는 카페』가 출간되었다. 이번 수상은 브런치북 12년 역사상 처음 신설된 소설 부문에서의 첫 대상작이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깊다.
 
 『타로카드 읽는 카페』는 타로카드를 통해 사람들의 흔들리는 마음을 조용히 읽어내는 타로 리더 ‘신세련’의 시선을 따라 불안과 욕망, 사랑의 민낯을 예리하게 포착해내는 심리소설이자 섬세한 감정선으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로맨스 힐링소설이다. 각 장마다 등장하는 타로카드는 삶의 갈림길 앞에 선 이들의 다양한 사연과 교차하며 마음의 궤적을 섬세하게 수놓는다. 상처와 결핍을 안고 살아온 세련이 나와 타인을 향한 진정한 사랑을 발견해가는 이 여정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찬란한 위로와 조용한 희망의 메시지를 건넨다.
 
 정해진 미래를 예언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을 비춰주는 타로카드처럼, 『타로카드 읽는 카페』가 펼쳐 보이는 카드들 사이로 우리 역시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타로카드 읽는 카페』는 어떤 계기로 시작된 이야기인가요? 처음 이 소설을 쓰게 된 배경과 동기를 듣고 싶습니다. 또 대상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이나 장면이 있었나요? 혹시 주변 반응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함께 나눠주세요.

우연한 기회에 타로를 배우게 된 후 실습을 위해 주변 사람들이나 지인들의 타로를 조금씩 봐주었어요. 상담을 하며 들었던 생각이나 이야기를 소재로 소설을 써보고 싶어 몇년전부터 조금씩 쓰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타로카드 읽는 카페』는 처음 구상에서부터 완성까지 거의 6년이 걸렸어요. 플로리스트로서의 현생이 바빠서 아주 천천히, 조금씩 써내려갔거든요. 생각날 때 조금 쓰고, 상담 소재가 생기면 또 조금 쓰고, 코로나 때 또 조금 쓰고. 

 

그러다보니 완성이 됐는데, 마침 그때 공모전이 진행 중이었어요. 첫 소설이라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끝까지 쓴 게 아까우니까 일단 내자!’라는 마음으로 큰 기대 없이 냈습니다. 대상을 받았다고 연락이 와서 처음엔 ‘사기인가?’ 했어요. 브런치에 연재 중일 때는 인기가 전혀 없던 작품이거든요. 다른 작가들은 ‘좋아요’가 백몇개씩 찍히는데 저는 10개도 안 됐어요. 사교적인 성격이 아니라서 주변에 적극적으로 봐달라는 홍보도 못했고요. 

 

연락을 받고 나서는 ‘오, 나 진짜 소설가 되나봐’ 하는 신기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항상 ‘언젠가는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주변에 말해왔거든요. 말해왔던 대로 된 거잖아요. ‘언젠간 소설가가 될 거야’라는 저의 주문을 들어온 오래된 지인들도 무척 놀랐습니다. 네가 그렇게 소설가, 소설가 노래를 부르더니 드디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공모전에 당선되기 위해 창작의 괴로움에 시달리거나 힘들었던 적이 없었는데 주변에서는 저의 ‘언젠간 소설가설’ 때문에 ‘결국 네가 해냈구나! 이런 의지의 한국인!’이라는 시선으로 보기도 해서 나중엔 조금 그런 척도 했어요. 실제로는 글을 쓰는 것보다 출판이 결정되고 너무 방대한 양의 원고를 줄일 때가 더 괴로웠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에 ‘타로카드’라는 상징이 있습니다. 타로라는 소재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 실제 타로를 공부하셨는지, 혹은 집필 과정에서 참고하신 자료 등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타로카드는 사주팔자처럼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틀이 있는 게 아니라 카드를 뽑는 사람의 현재 상황, 마음 상태, 질문을 하는 시기, 질문의 내용에 따라 답이 달라집니다. 여기에 카드를 풀이해주는 상담자의 주관적 해석과 조언이 곁들여지게 되고요. 같은 조건이라도 지금 뽑은 카드와 한시간 뒤 뽑는 카드는 같지 않아요. 뽑을 때마다 다른 카드가 나와요. 그 가변성이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운명은 정해져 있지만 내 선택으로 매 순간 바뀔 수 있다는 것이 타로카드의 매력 같아요. 특히 질문에 대한 해답이 아니라 질문 자체가 중요하다는 점이 가장 흥미를 끌었습니다. 같은 문제라도 질문의 방향성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니까요. 내가 문제와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에 따라 운명과 우주가 그에 따른 답을 새롭게 내놓는다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타로카드는 오래전부터 관심만 가진 상태였는데, 친하게 지내는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타로카드를 배워보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혼자서 책을 사본 적도 있지만 타로의 상징은 모호하고도 방대해서 혼자 공부하는 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 선생님께서도 공감을 했고, 좋은 타로 선생님을 우연히 찾게 되어서 3개월 정도 매주 만나 같이 수업을 받았습니다. 

 

책에는 저작권 문제로 웨이트 계열의 타로 카드 이미지가 실렸지만 실제로 제가 공부한 건 올드잉글리시라는 카드였고요, 귀엽고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가 그려진 카드라 들고 다니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봐줬습니다. 사람들이 타로를 통해 자신이 가진 문제의 해답을 얻으려고 하지만 실제로는 질문을 구체화하면서 스스로 해답을 찾는 경험을 그때 많이 했어요. 보통은 다들 답을 알고 있었습니다. 어떤 사안이 문제가 되는 건 마음에서 문제를 직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어요. 타로카드가 답할 수 있는 질문의 형식으로 만들어가다보면 어쩔 수 없이 문제를 직시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굳이 카드를 보지 않아도 해결책을 스스로 깨닫더라고요.

 

작품 속 주인공 ‘세련’은 다층적인 내면을 가진 인물입니다. 세련이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타로카드로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그들의 질문과 답을 이끌어내지만 자기 스스로에 대해서는 아무 질문도, 답도 없는 무기력한 인물을 상담자 역할로 설정하고 내담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변화하는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타인의 눈으로 볼 때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극복하기 어려운 개인의 문제가 뭘까 생각하다보니 가족, 유년기, 부모와의 관계인 것 같아 원가족 문제의 결핍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도는 캐릭터를 설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가진 문제가 스스로에게는 너무 버겁고, 부끄럽고, 슬프긴 하지만 주변인물이나 독자의 눈으로 볼 때는 80% 정도만 공감할 수 있도록 그녀의 나머지 상황들은 완전히 최악은 아니도록 설정했어요. 왜냐하면 그게 세련이 주변으로부터 받는 시선일 테니까요.

 

하지만 비슷한 문제나 결핍으로 스스로를 괴롭히거나 괴로웠던 독자라면 그 기분을 100%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더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고 신경 쓰고 싶지 않지만, 자꾸만 그 문제, 상황, 감정으로 되돌아가 빠져나오지 못하는 주인공을 두고 다양한 인물들과의 만남이나 대화를 통해 조금씩 깨달을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이야기를 읽으면서 독자분들도 그 속도로 조금씩 세련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길 바랐고요.

 

이 소설은 ‘사랑’뿐 아니라 ‘자립’과 ‘치유’의 서사로도 읽힙니다. 작가님이 독자에게 가장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결핍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때때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자기답지 않은 결정을 내리게 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자신의 결핍을 채우기 위한 삶을 살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그것을 감추기 위해 평생 거짓과 외면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가끔은 치료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요.

 

저는 모든 치유의 시작은 그것을 직면하고 인정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마음만 먹으면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이면서도, 역설적으로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죠. 하지만 내가 어떤 것에 결핍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세상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결핍되어 있지만 상관없는 상태가 가장 평온한 상태라고 생각해요.

 

『타로카드 읽는 카페』는 감정의 미묘한 결을 예민하게 포착하는 작품입니다. 평소 어떤 방식으로 인물의 심리를 관찰하고 서사에 녹여내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늘 입에 ‘왜’를 달고 살아요. 이유가 궁금해요. 이유가 없다면 왜 이유가 없는지까지도 궁금해집니다. 세상 모든 일에 그런 것 같지는 않고요, 주로 인간의 감정에 대해 궁금증이 발동하는 것 같습니다. 이상한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왜 그럴까 궁금해져요. 왜 저렇게 행동할까, 왜 저렇게 생각하고 말할까, 왜 저런 방어기제가 자꾸 튀어나올까. 심리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그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의도한 건 아니고 그렇게 배웠기 때문에?) 보통은 과거의 경험이 삶의 방향을 결정하거나 큰 영향을 미치는데, 그 인물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을 때는 그 이유를 추론해보는 걸 좋아해요. 큰 확률로 자기가 외면하려고 하는 것에 그 이유가 있었어요. 비슷한 예시를 몇번 경험하면 그런 인물의 카테고리를 머릿속에 정리하고 캐릭터를 만들 때 어떤 식으로 행동할지를 정합니다.

 

작가님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특히 이 작품을 통해 새롭게 느낀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저는 어릴 때부터 글을 쓰는 게 좋았어요. 글을 읽는 것도 좋아했고요. 자연스럽게 읽고 썼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친한 친구에게 생일선물로 장편 판타지 소설을 써서 플로피 디스크로 열댓개쯤 줬던 적도 있어요.(그땐 복사본을 남겨놓아야 한다는 생각도 못했어요.) 빈 워드 파일을 열었을 때 그걸 채우는 게 저는 어렵지 않아요. 쓸 수 있어서 써요. 하지만 상을 받고, 제가 쓴 이야기가 책으로 나온다고 하니 약간의 책임감이 생겼습니다. 쓰면서 나만 즐겁고 재미있는 글 말고 보는 사람들도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타로카드 읽는 카페』는 대중에게 선보이는 저의 첫번째 소설이자, 저 스스로에게는 미완의 소설입니다. 세련의 이야기를 다 담아내지 못했어요. 이 작품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서 그 뒷이야기도 꼭 선보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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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쓰고, 일단 투고하세요. 스스로 검열은 그만두고요. 어차피 편집자와 독자들이 검열할 겁니다. 작가가 할 일은 심사가 아니라 쓰는 거잖아요. 잘 안 써질 땐 대충 쓰세요. 나중에 잘 써지는 날 고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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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카드 읽는 카페

<문혜정>

출판사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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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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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정

심리학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마케터로 살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니 플로리스트가 되었다. 플라워 에세이 『꽃이 필요한 모든 순간』, 플라워 작품집 『에코 플라워 레시피』 『사계절로 보는 플라워 작업일지』를 썼다. 그후 어릴 적부터 꿈이던 소설가가 되기 위해 『타로카드 읽는 카페』를 쓰기 시작했다.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죽기 전에 후회할까?’ 혹은 ‘하면 죽기 전에 잘했다고 생각할까?’를 기준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다. 플라스틱 플로랄폼을 자연물로 대체하고 제철의 아름다움을 전하며 자연주의 플라워 디자인을 연구하는 플라워 스튜디오 ‘마야플로르’를 운영 중입니다. “때때로 흔들리지만 나의 계절에 핍니다” 심리학을 전공했고 꽤 오랫동안 마케터로 살았다. 좋아하는 것을 하나씩 따라가다 꽃을 만질 때 가장 행복해 플로리스트가 되었다. 플로랄폼 대신 다시 쓸 수 있거나 쉽게 분해가 되는 재료를 사용하며 사람들에게 꽃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소개하고 있다. 그동안 만난 꽃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글을 쓴다. 현재 플라워스튜디오 ‘마야 플로르’를 운영 중이다. 살면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판단을 내리는 기준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죽기 전에 후회할까?’ 혹은 ‘하면 죽기 전에 잘했다고 생각할까?’다. 대표저서 마야네 사과나무 꽃이 필요한 모든 순간 Eco Flower Reci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