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12회 대상 작가] 차이경 "실화가 아니길 기도했다. 그러나 이따위 세상에도 이런 여자가 실제로 살아 끝내 자신과 자식을 구원한다"
『고딩엄마 파란만장 인생 분투기』 차이경 작가 인터뷰
글 : 출판사 제공 사진 : 출판사 제공
2025.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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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열여덟 살 고등학생 시절에 아이를 낳은 소녀가 있다. 준비도, 정보도 없이 덜컥 아이가 ‘출산되었다’. 아이를 포기할 수 없다는 어린 엄마의 주변에는 “남자 앞길 막는다” “입양시켜라” “너한텐 쌀 한 톨 못 준다”며 윽박지르는 무책임한 어른들뿐이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태어난 아이의 몸에는 작은 벌레가 기어다녀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고, 쌀이 없어 굶는 생활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어른 없는 세상에서, 어린 엄마는 아이에게 약속한다. 너를 꼭 지켜주겠다고.


험난한 세상에서, 어린 엄마는 약속대로 아이를 지키고, 자식뿐 아니라 자기 자신도 훌륭하게 어른으로 키워낸다. 역대 최대 투고작과 경쟁률을 기록한 신인작가 데뷔의 산실 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종합 부문 대상을 거머쥔 『고딩엄마 파란만장 인생 분투기』는 인생을 걸고 반드시 지켜내야 할 무언가를 품은 이들에게 바치는 영원한 응원가이자 약속의 노래이다.



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무려 10500대1이라는 역대 최고 경쟁률이었는데요.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게 된 계기와 소감이 궁금합니다.

10500대1이라는 수식어는 볼 때마다 부끄럽습니다. 브런치에는 쟁쟁한 작가님들이 아주 많습니다. 하나같이 정말 글을 잘 쓰세요. 그 속에서 제 글이 대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제가 다른 작가님들보다 조금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살다보면 더이상 앞으로 나갈 용기가 나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을 때. 제가 브런치에 작가 신청서를 냈을 때가 딱 그럴 때였어요. 경제적으로도 건강에도 위기였거든요. 물론 글도 글답게 써지지 않았고요. 일기나 다이어리조차 손 놓은 지 오래되었죠. 도피처로 책만 읽고 지냈어요. ‘브런치스토리’라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작가에 도전해볼 생각은 감히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나, 이렇게 살다 마는 것은 아닐까?’

그게 글을 쓰게 된 계기였습니다. 대상 수상작이라는 메일을 받았을 때는 저 역시 다른 수상자들처럼 확인 메일을 드렸죠. 대상이 확실하다는 답신을 받고는 이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뻤어요. 

 

열여덟 살에 아이를 가지고 낳았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로 시작되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두려움은 없으셨나요? 또, 지금보다 더 편견이 심한 시대였을 텐데, 당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늘 두렵고 불안했죠. 그때는 정말로 편견이 심하던 시대였어요. 아이가 아이를 낳았다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들었고 따가운 눈총도 많이 받았어요. 거기다 생활이 여유롭지 않았고 시집살이도 심했고요. 너무 어렸기에 삶에 요령이 없어서 더 힘들었죠. 지금 생각해도 여기저기 눈치 보고 배고프고 돈 걱정했던 기억밖에 없어요. 품 안의 자식이라는데, 아기가 어렸을 때 부모와 함께 누리고 채워줄 추억 같은 것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럴 여유가 없었어요. 그것이 가장 마음이 아픕니다.

 

읽다보면 상황이 답답해서 가슴을 퍽퍽 치면서도,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고, 엄마로서의 책임감에 가슴이 찡해지는 글인데요. 돌아보니 아이에게는 물론 자신에게도 어른이 되었다고 쓰셨어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어른, 그리고 엄마란 무슨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책에는 저도 어른이 되었다고 했지만, 사실 약간의 허세를 부린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나이를 먹었다고 다 어른이 아니라는 말이 흔해졌죠? 진리는 흔한 말 속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이 큰 사람을 ‘어른’이라고 하는 거라더군요. ‘얼’이란 정신이라고 하죠. 바꿔 말하면 어른이란, 정신이 바르고 넓은 사람이라는 뜻이겠죠. 저는 어른이란, 올바른 정신을 갖고 키워나간 사람이자, 그래서 뒤따라오는 젊은이들에게 길이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저 역시 제가 그런 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합니다.

 

엄마는 인류의 역사 이래로 인간이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누구나 엄마의 몸을 빌려 이 세상에 태어납니다. 인간은 이 세상의 움직이는 동물 중 자립하는 데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는 동물입니다. 소는 태어나자마자 혼자 서고요, 고양이는 태어나고 두 달이면 스스로 독립을 해서 살아갑니다. 다른 동물들도 늦어도 6개월에서 1년이면 스스로 독립을 하죠. 그러나 인간은 자립하는 데 보통 20년 이상 걸리는,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동물입니다. 그 20년 동안 먹이고 입히고 교육하는 역할을 엄마라는 사람이 하는 거 아닐까요? (물론 아빠 등 다른 어른들 역시 같은 역할을 해야 하지만요.)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며 독자들의 많은 응원을 받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기억에 남거나 힘이 됐던 댓글이 있을까요?

모든 댓글이 기억에 남고 힘이 됐어요. 브런치에 연재를 시작할 당시, 굉장히 힘들 때였거든요. 글쓰기에 자신이 없었고 삶도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건강도 좋지 않았고요. 하지만 연재를 하면서 많은 분들이 댓글로 응원해주셨어요. 단 한 개의 악플이 없었어요. 솔직히 조금은 부끄럽다고 여겼던 과거였어요. 어쩌면 평생 꺼낼 생각이 없었던 과거였죠. 남들과 비슷하지 않거나 통념을 벗어난 것을 비정상이라고 하잖아요. 저는 제 삶이 비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많은 독자가 제 편을 들어주셨어요. 그 수많은 댓글이 제겐 ‘괜찮다’ ‘힘들었겠구나’ ‘네 잘못이 아니야’ ‘다 잘될 거야’라는 말로 들렸어요. 실제로 ‘곁에 있었으면 안아주고 싶다’란 댓글도 많았어요. 그래서 더 힘이 났어요. 꺾인 무릎을 세우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간이었고 살아 있는 시간이었죠.

 

연재 당시 다음 편이 궁금해 미치겠다 다음 편 얼른 올려달라는 반응도 정말 많았을 정도로, 필력이 돋보이는데요, 글을 쓰면서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지, 글쓰기를 어떻게 배우셨는지도 궁금합니다. 

필력이 좋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늘 의심하는 부분입니다. 글을 쓰면서 특별하게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진실하자. 솔직하게 말하자’였어요. 사실 한 번도 누구에게 꺼낸 적이 없는 얘기였어요. 집에서도 과거의 얘기는 거의 묻어두고 꺼내지 않는 암묵적인 약속 같은 게 있었어요. 

 

남들과 같지 않다는 것은 부끄러움이라고 말하는 시대를 살아왔어요. 그런 얘기들을 세상에 처음 꺼낸 만큼 꾸미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최대한 숨기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다른 건 생각하지 않았던 거 같아요.

 

작가님이 10대 또는 20대로 돌아간다면, 같은 선택을 하셨을지도 궁금합니다.

아이를 낳기 전이라면, 절대로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아이를 낳고 난 후라면, 또 그렇게 아이를 지키려고 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 그리고 인생을 글로 옮기고 싶은 분들께 한마디해주세요.

서사가 없는 삶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아픔이 있지만, 그 아픔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게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뭐든 부끄러워하지 말고 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글을 써서 꼭 발표하고 책으로 출간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글은 글 자체로도 치유의 능력이 있습니다. 하얀 종이 위에 펜을 단단하게 잡고, 혹은 자판기를 두드리며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치유는 시작된다고 봐요. 

 

글을 쓸 때의 뇌파가 명상할 때와 거의 비슷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글은 복잡하고 어수선할 때는 잘 써지지 않잖아요. 자신의 마음을 고요하게 해야만 글이 써집니다. 그리고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지나온 시간 속으로 되돌아가서 오래전의 자신을 만나는 겁니다. 치유는 상처를 마주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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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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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unhwa

2025.08.04

항상 응원하는 작가님을 인터뷰로 접하니 더 기쁘고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 항상 희망의 글을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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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