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전쟁의 비극, 어린이를 위한 평화 그림책
전쟁 때문에 아이들이 희생되는 소식을 들을 때면, “인간은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없는 존재인가?”하는 절망적인 생각이 듭니다.
글 : 출판사 제공 사진 : 출판사 제공
2025.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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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실 작가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유은실 작가와 세계가 주목하는 이소영 그림책 작가가 빚어낸 아주 특별한 평화 그림책 『전쟁과 나』가 우리학교에서 출간되었다.

 

“전쟁이 나면 어떻게 하지?”라는 질문은 우리를 순식간에 생각의 한복판으로 데려간다. 『전쟁과 나』의 주인공 온이도 절체절명의 기로에 서 있다. 누군가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 하지만 전쟁은 기억 속에서, 현실 속에서 선명하게 존재한다. 휠체어를 타는 할아버지를 함께 데려가 달라는 온의 부탁을 거절하는 이웃들, 친구의 외면…. 마음속 불안이 점점 커지자, 온이는 좌절한다. 피난을 가지 못하는 것이 자신과 할머니가 했던 고자질과 남 흉보기 같은 잘못들 때문인 것만 같다. 일어나리라는 상상만으로도 단숨에 일상에 균열을 내는 거대한 ‘전쟁’ 앞에서 어린이가 겪는 사소하지만 진지한 윤리적 동요는,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롭고 놀라운 전쟁 서사로 독자들을 데려간다.


 

민감하고 무거운 ‘전쟁’이라는 주제를 정말 세심히 다루셨더라고요. 읽으면서 작가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전쟁과 나』 이야기는 어떤 마음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한국전쟁 휴전 후 20년이 조금 지난, 1974년에 태어났습니다. 전쟁을 생생하게 겪은 어른들 속에서 자랐지요.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저변에 깔고 유년을 보낸 것 같습니다. 그 불안이 제 세대에서 끝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전쟁 때문에 아이들이 희생되는 소식을 들을 때면, “인간은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없는 존재인가?”하는 절망적인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아이들이 전쟁의 공포를 느끼는 세상에서, 평화를 향한 간절한 마음으로 시작한 이야기입니다. 

 

작가님께 개인적으로도 뜻깊은 이야기라고 들었는데, 혹시 실화를 모티브로 한 걸까요?

『전쟁과 나』는 『나의 독산동』 다음으로 제가 겪은 이야기가 많이 담겼습니다. 초등학교 2~3학년 때의 일인 것 같아요. 우리 동네에 불개미가 들끓었는데, 할머니는 그걸 전쟁의 징조라고 여러 번 말씀하셨죠. 그리고 아빠는 걷지 못하니, 피난을 갈 수 없다는 말도 하셨어요. 작품 속 온이처럼 불안에 휩싸였죠. 나름 문제를 해결해 보고자, 마을을 돌았어요. 그때는 리어카가 있는 가겟집이 많았거든요. 어린 저는 고민했어요. ‘아빠를 두고 피난을 가는 것과, 리어카를 훔치는 것. 어느 것이 더 큰 잘못일까?’ 하고요. 그게 모티브가 되었으니, 실화가 모티브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0년 되었는데, 아직도 힘들 때면 “휠체어에 탄 아버지”와 “피난”, “전쟁”을 모티브로 한 악몽을 꿉니다.

 

제목을 보면 ‘전쟁’과 ‘나’가 나란히 병렬되어 있어서 그 의미를 계속 곱씹어보게 됩니다. 제목과 연관해 작가님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셨는지요?

마음 아프게도, 모든 어린이는 ‘전쟁’과 ‘나’의 관계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쟁의 한복판에 있는 어린이든, 비켜나 있는 어린이든. 여덟아홉 살 어린이가 책과 만났을 때 너무 아프지 않도록 유머를 담았지요. 불안이 고조되다가 결말부에서 해방되는 서사를 선택했고요. 어린 독자들이 ‘나’와 ‘전쟁’을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 고민 끝에서 스스로 평화의 메시지를 찾아내기를!

 

이러한 고민에서 평화가 이뤄진다는 말씀이 인상적입니다. 전쟁의 가장 비극적인 참상과 평화가 수호하고 있는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전쟁이 일어나는 중에 가장 비극적인 것은 따로 꼽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전쟁 상황도 끔찍하지만, ‘휴전’이나 ‘종전’으로도 전쟁의 비극이 끝나지 않는 게 정말 끔찍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몸과 마음이 부서진 채 살아내야 하는, 지난한 시간이 남겨지잖아요. 며칠 전 초등학교 아이들과 『전쟁과 나』를 들고 처음 만났습니다. 아이들에게 한국전쟁 때 돌아가신 친할아버지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끔찍한 학살로 아버지를 잃고도, ‘증오’ 대신 ‘용서’, ‘평화’를 이야기한 아빠 이야기도 해주었죠. 그 얘길 들은 6학년 어린이가, “작가님, 평화와 사랑은 같은 거죠?” 하고 묻는 거예요. 그 말이 마음을 쾅 치더라고요. 저는 “그래, 같은 거야.” 하고 대답했죠. 평화가 수호하고 있는 가장 소중한 가치는,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책 내용 중에서 가장 오래 고민하셨던 문장과 메시지가 있는 부분은 어디인가요?

마지막 부분을 가장 고민했습니다. “전쟁이 싫다. 평화가 좋다.”가 자칫 교훈적으로, 상투적으로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으니까요. 그 말이 뻔하지 않게 다가갈 수 있는,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묵직한 이야기를 써보겠다는 안간힘. 『전쟁과 나』 원고는 그 분투의 결과물입니다. 

 

이 그림책은 글 못지않게 그림 역시 좋습니다. 이소영 작가님께서 그리신 장면 중 가장 인상 깊은 그림은 무엇인지요? 그림 작가님께 하시고 싶은 말씀을 이 자리를 빌려서 해 주셔도 좋겠습니다.

다 좋아서 ‘가장’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온이가 피난 기차에 매달리는 장면은, ‘기가 막히게 좋다’고 말하고 싶네요. 책이 나오는 날 이소영 작가님을 처음 뵈었는데, 만나자마자 둘이 오래오래 껴안았어요. 말없이 많은 말을 나눈 것 같아요. 그 순간을 못 잊을 것 같습니다. 함께 작업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올해 2025년까지 린드그렌 추모상 3년 연속 후보가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전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권리를 옹호한 린드그렌의 정신과 통하는 작가를 선정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특히 작품에 깃든 인도주의적 가치를 중시하는 상인데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작품에 반해서 아동문학에 발을 들여놓았어요. 2005년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을 출간했을 때, “다 이루었다. 지금부터는 덤이야.”라고 말했죠. 덤이 무척 많은 작가가 되었습니다. 린드그렌 추모상 3년 연속 한국 후보라니, 이게 제 인생이라니, 영광스럽단 말에 다 담을 수가 없습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담긴 『사라진 나라』(풀빛, 2003) 뒤편에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쓴 작품들] 목록이 있습니다. 목록 속에서 KOREA, OFREDENS LAND,1956(평화롭지 않은 땅 한국)* 이란 작품이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이 작품이 발표된 18년 후에 ‘전쟁의 나라 코리아’에서 태어난 제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덕질을 하다 작가가 된 걸 하늘에서 알고 계시면 좋겠습니다. 이번엔 『전쟁과 나』라는 평화 그림책을 냈다는 것도요.

 

*사진작가 안나 리우킨 브릭이 38선부터 부산까지 종군하며 촬영한 사진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글이 함께 실린 48쪽짜리 사진집이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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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