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실감하고 있듯, AI기술은 무서운 속도로 일상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AI가 이렇게 빨리 인간을 학습한 결과물을 내놓을 줄 누가 예상했을까요? 감탄하는 동시에 우리는 딜레마에 빠집니다. 모든 것을 잘하는 AI 앞에서 인간은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요. AI를 인생의 파트너로 영리하게 활용하면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올바르게 사용할 순 없을까요? 『어느날 미래가 도착했다』는 첨단의 기계가 모든 답을 줄 수 있는 시대에는 인간다움과 인간 고유의 삶을 묻는 질문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책입니다.
『어느날 미래가 도착했다』는 어떤 책인가요?
이 책은 AI가 일상이 된 시대, 인간다움과 인간 고유의 삶을 지키기 위한 10가지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상실과 애도, 존재와 기억, 대화와 관계, 신뢰와 진실, 추천과 선택, 위임과 책임, 고용과 일, 배움과 교육, 생산과 윤리, 죽음과 삶 등, AI가 개입하는 삶의 모든 순간을 구체적인 질문과 사례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부모님, 동료, 제자 등 일상에서 만난 사람들이 던진 질문을 바탕으로 AI를 몰라도 살아가던 이들부터 AI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이들까지 모두가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만의 질문과 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썼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AI 관련 투자서나 기술서가 참 많은데, 이 책은 AI를 다루면서도 ‘인간다움’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성격이 좀 다른 것 같아요. AI와 인간다움이란 키워드는 어떻게 연결될 수 있나요?
AI는 이미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기술이 모든 답을 주는 시대가 되었지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질문과 선택, 책임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는 힘이야말로 앞으로의 시대에 가장 소중한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AI를 사용하는 인간의 경험을 폭넓게 다루면서도 인간다움에 대해 묻는 『어느날 미래가 도착했다』가 AI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흔들리지 않는 자기 자신과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하길 바랍니다.
삼성전자에서 ‘선행 디자이너’로 일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셨나요?
삼성전자에서 10년 정도 일했습니다. 처음 3년은 휴대폰 UX디자이너로, 이후 7년은 본사 디자인경영센터에서 ‘선행 디자이너’로 일했습니다. 선행 디자이너는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 후에 세상에 나올 미래의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투명 디스플레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증강 현실, 인공지능 등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로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일들을 해왔습니다. 제가 해왔던 일들이 새로운 기술을 다루는 일이었던 만큼, 기술의 발전이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부작용까지 늘 함께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고민에서 출발한 책이군요. 책을 쓰게 된 좀 더 구체적인 계기가 있으셨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AI의 빠른 발전에 놀라움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이런 세상에선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삼성전자에서 선행 디자이너로 일하며 기술이 삶에 미치는 영향과 책임을 늘 고민해 왔고, 퇴사 후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예술과 교육 현장에서 직접 다루면서, 기술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실감했던 것도 한몫했습니다. 무엇보다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 제게 던졌던 AI와 관련한 질문들
—부모님, 제자, 동료, 친구들이 실제로 궁금해했던 것들—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졌습니다.
지금은 디자이너뿐 아니라 AI 미디어아티스트로도 활동하고 계시지요. 그렇게 계속 AI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질문을 수집하고, 답을 준비해 보는 과정과 맞닿아 있는 이력이 아닐까 싶은데요,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예술가의 길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흘러갔던 것 같습니다. 십 년 가까이 한 회사에 있다 보니 직급이 점점 올라갔고, 회사에서도 저에게 디자이너의 역할보다 매니저나 관리자의 역할을 요구하는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팀을 이끌며 성과를 내는 일도 보람 있었지만, 저는 세상 속에서 문제를 찾아내고 나름의 답을 찾는 과정에서 더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2017년, 고용된 삶을 내려놓고 배우고, 가르치고,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디자이너에서 예술가가 되었다기보다는 제가 생산해 내는 산출물의 범위가 넓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일을 하고 있는데 그 결과물의 형태가 IT 제품과 서비스에서 책과 작품으로까지 확장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전통 꽃차를 젊은 사람들도 쉽게 경험할 수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메시지 티>라는 물리적인 제품이 탄생했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자연을 새롭게 감각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는 <초록의 초상>이라는 미디어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전작인 『산책의 언어』도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이 자연과 좀 더 가까워지고 연결될 수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나온 책입니다. 신간인 『어느날 미래가 도착했다』도 “AI시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제 나름의 답입니다.
우숙영 <초록의 초상>
이 책에서 아끼는 에피소드나 질문을 하나 소개하신다면요?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도 부탁드립니다.
제가 특히 아끼는 에피소드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기술의 힘을 빌려 다시 만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입니다. AI기술을 활용해 사랑하는 재현하는 기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질문을 고민하면서 기술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위로와 한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물론, AI가 남겨진 데이터로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와 모습을 재현해 줄 수는 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위로가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살아 있는 동안 우리가 서로에게 남기는 기억과 감정, 함께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진짜 ‘당신’과 ‘나’ 사이의 관계는 살아 있는 동안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질문에 이렇게 답하고 싶습니다.
“기술이 그리움을 대신해 줄 수는 있지만, 진짜 사랑과 기억은 살아 있는 동안 함께 한 시간에서 비롯됩니다. AI가 줄 수 있는 위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 내 곁에 있는 사람과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대화하고, 더 많이 사랑하세요.”
이 질문은 단순히 기술의 가능성을 묻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사랑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는 분들도 각자의 삶에서 이 질문을 한 번쯤 꼭 던져보셨으면 합니다.
예술가의 관점에서 AI에 대한 책을 쓴다는 건 어떤 의미였나요? 그리고 이 책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길 바라시나요?
예술가의 시선은 기술을 단순히 수단이나 이익 창출의 도구로만 보지 않습니다. 예술가로서 질문을 던질 때는 ‘이 기술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이 기술이 인간과 자연,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됩니다. 이 책도 경제적 효율이나 기술의 신기함에만 집중하지 않고, 인간의 감정, 관계, 기억, 책임 같은 본질적인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썼습니다. 독자분들께도 이 책이 단순한 AI 안내서가 아니라, 각자의 삶에서 ‘AI시대에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인간으로서 무엇을 하고, 하지 않아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봅니다. 기술의 시대에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질문, 인간만이 지킬 수 있는 가치를 함께 고민해 보자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어느날 미래가 도착했다
출판사 | 창비
산책의 언어(리커버 특별판)
출판사 | 목수책방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