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재판관』은 책밖에 모르던 시골 아이 문형배가 헌법재판관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가장 가까웠던 친구의 시선으로 그려낸 감동적인 실화 기반 창작 동화입니다. 이 작품은 실존 인물 문형배 헌법재판관의 유년기와 성장기를 배경으로, 법과 정의를 이야기하면서도 본질적으로는 사람과 우정, 그리고 평범함 속에 깃든 품위를 따뜻하게 조명합니다.
『느티나무 재판관』은 어떻게 시작된 이야기인가요? 실화 기반 동화라고 들었습니다.
문형배 헌법재판관이 대통령 탄핵 판결문을 낭독할 때, 그의 말투에 묻어있는 서부경남 사투리가 저의 기억을 건드렸습니다. 예전에 진주MBC 아나운서로 근무하던 시절이 떠오르면서, 문 재판관은 그곳에서 어떤 어린 시절을 보내며 자라났을지 궁금해진 거죠. 그와 김장하 선생님과의 인연이 재조명되고 있던 때라서, 진주에서의 고등학교 시절도 궁금해졌어요. 온 국민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저 재판관은,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서 성장했을까? 그것이 이 이야기의 시작이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아요.
그렇죠. 다큐멘터리나 위인전을 쓰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문형배 재판관 본인을 취재하는 건 처음부터 배제했습니다. 대신 주변 취재를 열심히 했어요. 고향 마을의 공기까지도 취재했지요. 학교 동창, 동네 어르신, 하동 지역 관계자 등을 찾아간 건 물론이고요. 하지만 인간의 기억은 어차피 왜곡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순간의 정서와 마음을 되살려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래서 그 모든 것을 보편적인 이야기로 담아낼 수 있는 ‘고향 친구’의 시선으로 ‘형배 이야기’를 이끌어가게 되었습니다.
동화의 형식을 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려니 ‘동화’라는 감정의 언어가 필요했어요. 하지만 단순하게 어린 시절을 회상만 하는 게 아니라 헌법재판관이 된 현재 시점까지 포함하려니 쉽지 않았습니다. 그 아이가 어떤 과정으로 어떤 어른이 되었는가를 꼭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법과 정의를 넘어서 현재의 정치 상황과 헌법의 가치까지 담기에는 아이들에게 어려운 단어가 너무 많았죠. 그래서 온 가족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어른을 위한 동화’로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작품 속 ‘형배’는 어떤 아이였나요? 특별히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면요?
사실 취재 과정에서 힘들었던 게, 문형배 재판관은 어린 시절에 참 평범한 아이였어요.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었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에피소드가 없었죠. 하지만 그 평범함이 오히려 이 동화의 소재이자 주제가 될 수 있었어요. 교복 엉덩이가 해져도 모른 척 공부만 하던 수줍고 조용한 아이의 이야기는 그 시절을 겪어온 모든 이들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문형배 헌법재판관은 퇴임식 인사말도, 청문회 모두 발언도, 전부 외워서 했습니다. 그의 앞집에 살았던 어르신은 그를 ‘책밖에 모르는 아이’로 회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달빛 아래 책을 외우는 어린 형배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고,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 싶은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서 귀해진 ‘평범한 삶의 품위’를 전하고 싶습니다. 김장하 선생님은 전 재산을 기부한 뒤 “평범한 사람이 이 사회를 지탱한다”고 하셨고, 문형배 재판관도 헌법재판관 청문회에서 적은 재산이 화제가 되자 “평균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고 말했지요. 김장하 선생님의 아름다운 마음이 민들레 꽃씨처럼 퍼져나갔듯, 문형배 판사가 피고인에게 책을 선물하며 앞으로의 삶을 응원했듯, 모두가 서로에게 아름다운 영향을 주고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작가님 개인에게 이 이야기는 어떤 의미인가요?
지난 6개월 동안 우리 국민은 정치적으로 극심한 피로감을 느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가족과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눌 사이도 없이 모든 것이 급박하게 흘러간 시간이었죠. 우리가 겪은 것이 무엇이었지, 그 결과로 새롭게 펼쳐질 세상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이 글을 쓰면서 정리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한 시대, 한 세대가 지나간 기록을 담아낸 느낌도 있고요. 과거와 현재는 이어져 있으므로, 이 이야기는 결국 미래로 이어지리라 확신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겨울이 가는지, 봄이 오는지도 모르고 지나온 시간이 길었습니다. 이제 느티나무 그늘 아래 잠시 휴식을 취하듯, 우리가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소년의 마음을 기억하는 한, 우리는 성장합니다. 무릇 어른이라면 새로운 길을 내야 합니다.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조용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이 책과 함께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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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재판관
출판사 | 문학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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