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30대 캥거루족의 독립 분투기
만화는 늘 ‘과도기’의 저를 드러내는 것 같아요. 서툴고 미숙하지만, 어쩌면 그 감정이 강렬해서 더 몰입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요.
글 : 출판사 제공 사진 : 출판사 제공
20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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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툰으로 기후위기 시대의 고민을 풀어내며 독자들의 공감을 받아온 구희 작가가 두 번째 그림 에세이 『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로 돌아왔다. 이 책은 30대 캥거루족인 저자가 가족과 한집에서 살아가며 느낀 ‘독립’에 대한 고민과 스스로 책임지는 어른으로 살아가는 ‘자립’의 여정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풀어낸다. 


 

두 번째 단독 저서인데요, 전 『기후위기인간』 때와 비교했을 때 이번 책을 집필하시면서 달리 느껴지신 부분이 있으실까요?

이번 만화 『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에는 순도 100퍼센트 저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이 전작과 가장 다른 점이었습니다. 전작도 분류는 에세이 툰이지만 정보 전달이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었는데 이번 책에서는 가족 에피소드, 그리고 저의 생각을 만화에 한가득 담았습니다. 1부에서 3부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내가 꿈꾸는 진정한 독립이란 무엇인지에 관한 생각이나 관점이 바뀌는 과정도 담아내려 했고요. 그래서 그런지 이번 만화는 소중한 추억이나 속마음이 담긴 일기를 쓰거나 사진첩을 정리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이번 책 속에 왁자지껄한 가족 이야기, 깔깔 웃기고 때론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가족 에피소드가 많이 들어갔어요. 책 출간 이후 구씨 가족분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저희 식구들은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들과 99퍼센트의 싱크로율을 가지고 있는데요. 저희 가족의 이야기가 책으로 엮어 나오기까지 했으니 그 자체로 다들 신기해했습니다. 사실 평소 전하지 않았던 내밀한 이야기, 특히 부모님에 대한 생각을 많이 담았다 보니 저도 개인적으로 부모님의 반응이 궁금했었는데요. 놀랍게도 반응이 담담했습니다, 민망할 정도로요. 하하. 어머니는 왜 본인을 더 웃긴 캐릭터로 표현하지 않았는지 아쉬움을 표하셨고, 동생은 자신이 망가지는 부분에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아버지는 노코멘트.) 제가 사랑을 표현한 에피소드는 그들의 기억에 자리 잡지 않았나봅니다. 역시 가족이란….

 

그런데 반대로 작가님께서는 작업하시면서 눈물을 흘리시기도 하셨다고 들었어요. 마음을 많이 쏟은 작업이셨을 텐데, 작가님께서 가장 애착이 가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한번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애착이 가는 에피소드는 가족과 홈트(홈 트레이닝)를 하는 에피소드입니다. 저희 가족의 단란한 분위기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화인데요.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동생과 유튜브를 틀어놓고 거실에서 열심히 운동을 하는데 그 하찮은 파티에 함께 참여해주는 부모님의 모습이 나옵니다. 한 군데씩 진지한 부분이 있는 다른 에피소드에 비하면 이 홈트 에피소드는 현실 고증(?)에 집중하였는데요, 오히려 이렇게 하찮고 소소한 일상 에피소드가 만화로 그렸을 때 더 기억에 남고 자꾸 꺼내어보고 싶습니다. 그게 저희 가족의 진짜 모습이라서, 기억하고 싶은 모습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독자 평을 살펴보니, 자립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과 별개로 ‘이 세상은 결코 혼자 살 수 없다’는 책의 메시지에 깊이 공감하는 독자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자립하는 것과 홀로 살아가는 것은 어떤 점에서 다르다고 생각하시는지, 조금 더 말씀을 청해보고 싶습니다. 

독립이라는 주제를 말하다 보니 오히려 ‘사람은 사회적인(상호 의존적인) 동물이다’라는 사실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20대 때만 해도 제 힘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으리란 오만한 생각이 그득했는데요. 사회에서 여러 가지 실패와 갈등을 겪고 나니 저의 가족과 친구들처럼 주변에 있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 덕에 제가 존재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제야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고마운 이들에게 어떻게 보답을 할 수 있을까? 제가 찾은 답은, 역설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이었습니다. 나 자신을 스스로 돌볼 수 있을 때, 그때 비로소 제가 받아온 것들을 갚을 수 있겠더라고요. (적어도 누를 끼치지는 않게 되겠지요.) 그래서 자립을 이야기하니 의존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고, 의존에 대해 말하니 자립에 대해 말하게 되었습니다.

 

전작도 그렇고, 작가님께서 직면한 ‘고민’을 만화로 꾸준히 풀어내오고 계신 것 같아요. 고민은 쉽게 해소되지 않아 이에 대해 말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작가님께 삶의 고민을 만화로 풀어내시는 과정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궁금합니다.

맞습니다. 저도 ‘고민’이 어느 정도 정리된 주제로 만화를 그리는 것이 깔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작업하는 현시점에서 제 삶을 지배하고 있는 주제들을 다루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만화가 늘 ‘과도기’의 저를 드러내는 것 같아요. 

저의 창작 과정의 특이점 중 하나는 제가 만화를 그리면서, 저의 생각을 더 깊이 이해하고 납득해간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제 만화는 미숙하지만 소중한 일기장 혹은 다짐서와도 같습니다. 문제가 아직 다 소화되지 않은 상황을 만화로 표현하는 것은 때로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감정이 강렬하기 때문에 제가 몰입을 더 잘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책이 나온 지금 시점에서, 작가님께서 꿈꾸시는 ‘내가 살 집’ 혹은 ‘10년 후 내 모습’이 더 구체적으로 변화한 지점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독립에 대한 향후 계획을 살짝 여쭤보아요!

만화에 등장하는 구희의 타임라인은 약 2년 전쯤입니다. 그때는 미래에 대해 다소 추상적으로 생각했다면, 요새는 독립을 위한 재테크나 연애 사업 등 좀 더 현실적인 부분을 바라보고 있다는 게 달라진 점인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당분간은 캥거루족 신세를 벗어나긴 힘들 것 같지만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실 독자분들, 각자도생의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실까요? 

『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는 ‘독립’이라는 주제에서 뻗어 나가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는데요, ‘공존’하는 삶을 그렸다는 점에서 전작과 닮아 있습니다. 다만 전작은 전 지구적인 시점에서 공존을 말했다면, 이번에는 내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에 대한 만화입니다. 각자도생의 사회를 살아가느라 인생이 팍팍할 때, 내가 여기에 존재할 수 있게 해준 ‘가족’에 대해 살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만화가 독자분들께 살짝이나마 그 힌트로서 기능해준다면, 아주 살짝의 웃음과 감동을 제공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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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