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이 세상을 바꾸기까지
누군가에게 '나는 60세가 넘으면 운전하지 않을래.' 하는 생각을 잠시라도 갖게 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글 : 출판사 제공 사진 : 출판사 제공
202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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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드라이브』는 최근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있는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맞벌이를 하느라 바쁜 자식들 대신 손주의 등교를 돕기 위해 운전대를 잡은 노인 노균탁과 사고로 중학생 딸을 잃은 엄마 김혜정의 시점을 대등하게 조명한다. 

 

누구나 한순간 피해자가 될 수 있고, 또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교통사고 사망자 4명 중 1명이 고령 운전사고의 희생자이지만, 사건 이면에 존재하는 고령화 사회와 디지털 취약 계층 문제에 대한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관심과 대책은 아직 미비한 상태이다. 이 작품은 이러한 도덕적 딜레마 앞에서 독자들을 김혜정과 노균탁의 입장에 서게 하여 스스로 생각해 볼 만한 지점을 제공한다. 

신간 못지 않게 이슈의 중심에 있는 작가 정해연을 만나 소설 『드라이브』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그동안 미스터리 장르를 많이 집필해 오셨는데, 장르물이 아닌 노인 운전자 사고를 다루는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노인 문제에 대해 평소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고독사라든지, 노인의 준비되지 않은 노후, 할 것 없는 여가 시간 같은 것에 대해서도요. 고령 운전자에 대해서도 평소에 문제가 많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출판사와 의견이 맞아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미스터리 스릴러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고, 출판사 역시 저에게 그런 기대를 하셨을 텐데도 저의 이야기에 공감해 주시고 출간을 결정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노인 운전자 교통사고는 여러 차례 있어 왔지만, 여론이 어느 한쪽으로 편향되어 있어 양쪽의 입장을 고루 조명하는 것이 반가웠습니다. 한편, 예민한 주제인 만큼 세상에 내놓기까지 용기가 필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소감은 어떠신가요?

작가 후기에도 썼습니다만, '가해자에게도 사정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까가 가장 걱정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의견도 묻고 저 역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논의가 필요한 문제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작가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개인이 해결할 능력도 없고요. 하지만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다, 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 작품이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어떤 숙제를 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저희 어머니가 72세이신데요, 친구분께 이 책을 드렸더니 읽고 나셔서 “운전하지 말아야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기뻤습니다. 이 책을 쓰기를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설 구상 단계에서 가장 처음 떠오른 문장 혹은 장면이 궁금합니다.

노균탁의 시점에서 자신은 분명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하며 차량 결함을 주장하고, 피해자의 관점에서는 분노하는 장면을 처음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그걸 시작으로 가해자가 하는 말이 전부 책임을 면하기 위한 도구로 느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피해자의 입장을 쓸 때는 피해자의 입장이 되어, 가해자의 입장을 쓸 때는 철저히 가해자의 입장이 되어 썼던 것 같습니다.

 

『드라이브』를 쓰며 신경 썼던 부분이나 염두에 두셨던 부분이 있을까요?

처음에 말씀드렸던 대로 '가해자에게도 사정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가해자를 철저히 '악'으로 두지 않았던 것은 우리 모두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출간 후 그런 부분이 걱정되어 리뷰가 올라오는 대로 체크를 해봤는데 제 진심을 알아주셨는지 그런 생각을 하신 분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감사한 부분입니다.

 

노균탁과 김혜정이 한 말 중, 이번 작품의 주제를 가장 잘 담고 있는 문장이 있다면 각각 하나씩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노균탁이 했던 말은 아닌데 노균탁의 시점 끝에 그의 딸과 김혜정의 시점 끝에 나오는 문장은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로 동일합니다. 이런 불행한 사고는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의 인생을 엉망으로 만든다는 경고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중간의 '작가의 말'을 기점으로 '노균탁' 시점과 '김혜정' 시점이 뒤집혀 있는 제본 방식이 인상적인데요, 장르 면에서도 규격 면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신 느낌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색다른 형식이나, 장르적 확장을 시도하실 계획이 있으신가요?

이번 『드라이브』의 형식은 출판사에서 처음 제안을 주셨을 때부터 기획해 오신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재밌는 기획이라고 생각했고요. 피해자와 가해자만큼 대척점에 선 인물이 없다는 생각에 『드라이브』를 쓰게 됐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특별한 구성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전에 출간했던 『용의자들』이 구성도 다섯 명의 인물을 두고 한 명씩 그 입장을 보여주는데 끝에는 반드시 뒷사람을 언급해 불러들이는 것 같은 구성을 했죠. 앞으로도 이야기를 더 돋보이게 할 구성이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중요한 건 그저 새로운 구성에 목매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돋보이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장르적으로는 앞으로도 저는 미스터리 스릴러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굳이 누군가를 죽게 하거나 억지 미스터리를 만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야기를 만들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분들께 책을 추천해 드리고 싶으신가요?

이 작품은 누군가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보통의, 우리들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특별히 어느 연령층이라든가, 누군가가 읽었으면 하는 것보다 많은 분들이 읽으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이 책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누군가에게 '나는 60세가 넘으면 운전하지 않을래.' 하는 생각을 잠시라도 갖게 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덧붙여 전하는 말

얼마 전 어떤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고령 운전자의 사고보다 그렇지 않은 사고가 더 많다, 그러니 고령 운전자가 잘못된 거라고 몰고 가는 것은 위험하다는 기사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물론 통계적으로는 고령 운전자의 사고 수가 현저히 적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통계만 보고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운전 중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들을 경고하고 단속하고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래서 음주 운전을 단속하고 처벌하고, 과속을 하지 않도록 계도하는 것입니다. 고령자의 운전 역시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에 그런 사고를 막을 수 있도록 운전면허 갱신 시 필요한 검사들을 더 도입하고 고령자가 운전하지 않아도 교통에 불편함이 없는 제도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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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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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연

소심한 O형. 덩치 큰 겁쟁이. 호기심은 많지만 호기심이 식는 것도 빠르다. 사람의 저열한 속내나, 진심을 가장한 말 뒤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2012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백일청춘》으로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 YES24 e-연재 공모전 ‘사건과 진실’에서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로 대상을, 2018년 CJ ENM과 카카오페이지가 공동으로 주최한 추미스 공모전에서 《내가 죽였다》로 금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더블》 《유괴의 날》 《구원의 날》 《홍학의 자리》 《누굴 죽였을까》 등을 출간했고, 앤솔러지 《깨진 유리창》 《파괴자들의 밤》 등에 참여했다. 《더블》 《유괴의 날》 《홍학의 자리》 등은 세계 각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2023년 《유괴의 날》이 ENA에서 드라마로 방영됐다. 1981년에 태어나 오늘을 살고 있다. 2012년 『백일청춘』으로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로 예스24 e-연재 공모전에서 대상을, 『내가 죽였다』로 CJ E&M과 카카오페이지가 공동 주최한 추미스 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았다. 쓴 책으로는 『지금 죽으러 갑니다』 『홍학의 자리』 『더블』 『못 먹는 남자』 『유괴의 날』 등 다수가 있다. 20대에 로맨스 소설을 썼던 그는 『더블』이라는 작품을 내놓으며 스릴러로 전향하여 ‘놀라운 페이지 터너’ ‘한국 스릴러 문학의 유망주’라는 평과 함께 주목받았다. ‘사람의 저열한 속내나, 진심을 가장한 말 뒤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그의 장점은 흥미로운 설정과 뛰어난 가독성이다. 특히나 『홍학의 자리』에서는 이제까지 쌓아 올린 경험과 특장점이 집약되어 있다. 곧바로 스토리에 집중하게 만드는 설정과 가독성은 물론, 매 챕터마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탁월한 스토리텔링, 완성도 높은 캐릭터와 짜임새 있는 플롯으로 스릴러 작가로서의 존재감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