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진 작가는 언어치료사로 활동하며 아이의 언어 발달을 고민하는 부모님들에게 안내자 역할을 해 왔다. 그런 그가 언어치료사가 된 데는 개인적인 아픔이 있다. 첫째 아이가 생후 10개월 때 청각장애 판정을 받은 것. 『우리가 함께 기다린 말들』은 장재진 작가의 첫 에세이로, 언어치료사이자 청각장애 아이의 엄마로 살아온 내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에서 장재진 작가는 언어 발달이 유난히 느린 아이를 키우며 그리고 언어치료실에서 만난 많은 아이들과 교감하며 함께 성장해 온 과정을 풀어낸다. 또한 과거의 작가 자신처럼 긴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부모들에게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건넨다.
그동안 언어 발달을 다룬 자녀교육서는 여러 권 내셨지만 에세이는 처음이시지요. 어떤 계기로 개인적 이야기를 책에 담기로 결심하게 되셨나요?
언어치료사로서 일해 온 제 시간들 그리고 청각장애 아이의 엄마로서 살아온 제 삶을 짚어 보고 싶었어요. 사실 집필을 시작하던 시점에는 반복되는 일상에 다소 지쳐 있기도 했고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느낌도 있었는데요, 그래서 한 번쯤은 지금까지의 일들을 정리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에세이를 출간하고 나니 사람들이 제 개인적 이야기를 알게 될 것이 부끄럽기도 해요. 그만큼 인간 장재진에 대해 아주 내밀한 부분들을 책에 담았거든요. 혹시 이 책을 읽은 분들이 저를 만나신다면 모른 척 대해 주시면 좋겠어요.
집필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신경 쓰신 점이 있었나요?
제 모습이 너무 좋은 엄마, 너무 완벽한 언어치료사로 미화되지 않을까 고민이 들었어요. 저도 사람인지라 그동안 갈등도 하고 시행착오도 겪고 많이 울기도 했는데 그런 과정들을 왜곡하거나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쓰고자 했어요.
그리고 제가 언어치료사로서 만난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묘사할 때도 무척 조심스러웠어요. 절대로 특정 아이가 연상되지 않게 하기 위해 사례를 적절하게 각색하고 이름과 나이도 다르게 했지요. 혹시라도 내 이야기가 공개된 건가 느끼는 분이 없게 하려고 문장 하나하나 신중하게 썼습니다.
이 책을 내고 나서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특히 청각장애를 가진 첫째 아이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첫째 아이는 이 책의 첫 독자였어요. 책을 받자마자 아이에게 건넸거든요. 아이는 자기 이야기가 책에 실리는 것에 관심을 보이며 어렸을 때의 일들을 회상하기도 하더군요. “엄마, 고마워”라는 말도 전했고요.
책을 읽은 주위 분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소감은 글이 술술 잘 읽힌다, 마음 찡하게 여운이 남는다는 것이었어요. 특히 청각장애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 아이의 언어 문제로 고민한 경험이 있는 부모님들은 마치 자신의 경험을 읽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경우는 달라도 느린 아이, 아픈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도 많이 공감된다고 하시고요. 그런 부모님이라면 누구나 가슴 아픈 사연 하나씩은 품고 살기 마련인데, 제 이야기에서 스스로의 모습을 보신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며 희망을 가지기도 하고 무언가 다짐을 하기도 했다는 말씀도 들었어요.
언어치료사를 비롯한 전문가분들은 부모님들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고 하세요. 저 역시 언어치료사이기에 제 책이 전문가와 부모님이 서로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하게 여겨집니다.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며 힘들게 언어치료 공부를 하셨지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신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진짜 전문가’가 되고 싶었어요. 제 아이는 청신경 기형으로 재활 과정이 무척 힘들었지요. 여러 언어치료사 선생님들도 제 아이를 보고 쉽지 않은 케이스라고 하셨고요. 그런 점이 제가 언어치료 공부를 포기할 수 없게 했어요. 진짜 전문가가 되어야 제 아이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보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만약 재활이 무난하게 진행되었다면 굳이 언어치료 공부까지 해야겠다는 결심은 하지 않았을 거예요.
공부를 할수록 어떤 의무감 같은 것도 생겼어요. 언어치료뿐 아니라 육아의 세계에는 소위 ‘카더라’가 너무 많은 게 현실이에요. 그런 현실 속에서 아픈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은 방향을 잡기가 더욱 어려워요. 저처럼 답을 찾지 못하고 고민하는 많은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꼭 진짜 전문가가 되고자 했지요. 그래서 계속 공부하다 보니 결국 운명처럼 언어치료사가 되었습니다.
작가님이 언어치료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 또는 반드시 지키고자 하는 원칙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언어치료는 부모님이 함께하는 과정이라는 점이에요. 부모님과 언어치료사가 함께 아이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재활의 목표를 명확히 세운다면 언어치료는 절대 실패할 수 없어요. 아이의 발전이라는 공통된 방향을 향해 부모님과 언어치료사가 서로를 든든하게 지지해야 하지요.
그러려면 언어치료사인 제가 부모님을 격려하고 칭찬하는 것이 중요해요. 언어치료를 받는 아이들 중에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거나 변화의 속도가 너무 느린 경우가 많거든요.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힘들고 지칠 수밖에 없지요. 그럴 때면 아이의 작은 변화를 포착해서 부모님과 공유하고 그것이 부모님의 노력 덕분임을 알려요. 부모님이 다시 기운을 낼 수 있도록 북돋아 드리는 거지요. 아이를 변화시키는 가장 큰 원동력은 부모님에게서 나오기 마련이에요. 부모의 힘은 참으로 위대합니다.
청각장애 아이를 키운 엄마로서, 또 언어 문제를 겪는 많은 아이들을 대하는 언어치료사로서 우리 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아이들은 저마다 무지개같이 다채로운 색깔을 가지고 있고 밤하늘의 별같이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아픈 아이, 느린 아이도 예외가 아니에요. 청각장애가 있다고 해서, 언어 발달이 더디다고 해서 아이가 가진 색깔이나 빛이 사라지거나 옅어지지 않아요. 아이만의 고유한 특색이나 장점을 알아봐 주면 좋겠습니다. 또한 언어치료를 받는 아이라 해도 조금의 도움만 있으면 학교생활도 사회생활도 훨씬 더 잘해 낼 수 있어요. 그러한 도움은 결코 특혜도 아니고 다른 아이들에 대한 역차별도 아니에요. 작은 배려를 통해 아이들의 현재가 바뀌고 나아가 미래까지 바뀔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관심을 부탁드려요. 이 책에도 이러한 메시지를 담고자 했습니다.
언어치료사로서 앞으로 작가님의 계획을 알려 주세요.
지금과 같이 언어치료실에서 언어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과 함께하고, 부모 교육이나 강연을 하며 많은 부모님들과 언어 발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해요. 다음 책도 집필 중인데 다시 자녀교육 분야의 책이 될 거예요. 대학에서 예비 언어치료사들을 가르치는 일도 계속할 예정이고요.
한편으로는 새로운 꿈도 꾸고 있어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쓰기도 했는데요, 장애를 가졌거나 발달이 느린 아이들과 그 부모님들을 위한 상담사이자 코디네이터가 되는 꿈이에요. 편안하게 상담을 받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 가고 싶고요. 언젠가는 그 꿈을 이룰 수 있겠지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우리가 함께 기다린 말들
출판사 | 상도북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