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쩌면 중국을 애써 외면해왔는지도 모른다. 미중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한한령의 높은 파고 속에서, 중국은 언젠가부터 우리의 적으로 자리했고 중국발 부정적인 뉴스로 미디어가 도배되는 사이 특정 분야에서의 눈부신 발전과 높은 경쟁력은 아주 간간이 전해졌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상대로서 중국은 세계에 존재감을 알렸다. 혁신은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여겼던 세계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빨리, 그렇게 적은 비용으로, 그렇게 소수의 인원으로, 그들은 세계 최상급의 AI 모델을 내놓았다. 우리는 모르고 있었다. 중국이 AI 특허출원 1위 국가이며, 량원펑 같은 젊은 이공계 천재 사업가가 수두룩하며, 딥시크는 그들이 준비하고 있는 여러 AI 모델 가운데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딥시크 딥쇼크』의 저자 이벌찬은 중국 정부의 장기적이고 흔들림 없는 산업지원 정책과 이공계 인재 육성 정책 그리고 천재와 국가의 환상적인 콜라보가 중국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닐 수 있게 된 요인으로 평가한다. 중국의 SF 소설, 『삼체』는 3개의 태양이 뜨는 공상의 세계를 담고 있다. 지금 세계에는 2개의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이것은 과장이 아니며,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를 두고,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두 개의 세계가 열리고 있다.” 현명한 선택과 더 넓은 기회. 대한민국이 AI 세계 대전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무엇일지 이 책을 통해 알아보자.
왜 이 책을 쓰셨나요?
세계에서 가장 먼저 량원펑 딥시크 창업자를 조명하는 책을 내고 싶었습니다.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하면서 우연찮게 량원펑과 엮인 인사들을 알고 지냈던 덕분에 짧은 시간 안에 작업을 마칠 수 있었구요. 이코노미스트, 뉴욕타임스 같은 서방 언론사 특파원들은 수시로 중국 이슈에 관한 책을 내는데, 한국 언론은 그런 책을 인용하는 데 그치는 현실을 뒤집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딥시크가 왜 중요한가요?
딥시크의 등장은 미중 기술 전쟁의 새로운 서막입니다. 중국이 체급 차이를 극복하고 미국과 정면 대결을 벌이는 전환점이 ‘딥시크 쇼크’입니다. 2020년부터 집요하게 이어진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봉쇄가 무력화됐다는 점에만 주목하는데 그보다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하드웨어 파워(미국)와 소프트웨어 파워(중국), 민간 기업 주도 경제(미국)와 국가 주도 경제(중국), 자유주의 사회(미국)와 전체주의 사회(중국), 글로벌 인재 풀(미국)과 천재 군단(중국)이 정면으로 맞붙기 시작한 겁니다.
더 나아가 격화된 G2 기술 경쟁으로 인해 세계에서 ‘기술 빅뱅’이 일어날 겁니다. 또 기존에는 미국이 만든 틀에서 공정을 최적화하는 데 전 세계 기업들이 초점을 맞췄지만,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기술 분야에서 ‘중국 표준’ ‘중국 버전’이 일반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에 따른 한국의 반사이익은 이제 기대하기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미국이 첨단 기술 영역에서 중국의 손발을 묶어놓을 것’ ‘중국의 기술은 여전히 아류’란 인식이 우리의 눈을 가려 안주하게 하고 있습니다.
량원펑은 중국이 만들어낸 영웅인가요?
책에서 아주 자세하게 량원펑과 국가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중국 정부는 량원펑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딥시크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전인 2025년 1월 20일에 창업자 량원펑과 리창 중국 총리가 가진 공개 만남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또 딥시크가 회사 설립 계획을 발표한 2023년 4월은 중국의 기술혁신 사령탑인 중앙과학기술위원회가 출범한 다음 달이고, 회사가 설립된 그해 7월은 중국 정부가 AI모델(생성형 AI) 사업을 공식 지지한 때였습니다. 딥시크가 야심차게 출시한 두 AI 모델의 공개 시점은 각각 미국의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2024년 12월 25일)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일(2025년 1월 20일)입니다. 중국의 작은 기술 기업이 국가의 부름을 받아 미중 기술 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까?
책 내용의 절반은 량원펑 일대기, 절반은 중국 AI 산업 현황이던데?
량원펑을 통해 중국 AI 산업을 조명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량원펑의 일생은 '중국 AI 발전사(史)'의 축소판입니다. '역적'이라고 할 수 있는 할아버지를 둔 탓에 외딴 시골에서 태어났지만 전국적인 이공계 인재 양성 붐 속에 도시로 진출했고, 명문대에서 반도체(학부)와 알고리즘(석사)을 전공하며 1세대 중국 AI 전문가로 발돋움했습니다. 그리고 미중 AI 경쟁이 격화되자 뜬금없이 중국 1위 퀀트 투자 펀드를 제쳐두고 딥시크를 창업했습니다. 미국 빅테크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기술을 구현하고, 반도체란 핵심 자원을 활용했습니다. 그의 일생은 우리가 불편하게 여기는 중국의 국가 주도 체제가 어떻게 첨단 기술 확보에 성공하는 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전략을 저는 ‘국가와 천재의 콜라보’라고도 부릅니다.
중국의 첨단 기술 확보 전략을 요약하면 뭘까요?
저는 책에서 세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바뀌지 않는 국가의 목표, 목표 실현 과정에서 동원하는 변칙, 그리고 국가를 위해 일하는 천재입니다. 이를 각각 대표하는 고문 3개를 읊어보겠습니다. 첫째는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요리하는 일과 같다(治大國如烹小鮮)’(도덕경), 둘째는 ‘전쟁에서는 정공으로 맞서되 변칙으로 이긴다(凡战者,以正合,以奇胜)’(손자병법), 마지막으로는 ‘갈 길이 멀고 험해도 나는 멈추지 않고 탐색할 것이다(路漫漫其修遠兮,吾將上下而求索)’(이소, 離騷)
취재 과정이 쉽지 않았을텐데?
량원펑은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인이고, 국가가 보호하는 특급 인사라는 점에서 취재에 난도가 높았습니다. 그러나 빨리 움직이면 정보를 선점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외신 기자 중에 가장 먼저 중국 광둥성의 량원펑의 고향집으로 달려가 그의 사촌형 2명 등 친인척을 만났고, 1월 말 딥시크가 막 주목받기 시작할 때부터 그의 대학 후배와 회사 직원, 가까운 지인 등을 수소문에 인터뷰를 해나갔습니다. 결국 량원펑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20명이 넘는 중국의 AI와 투자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들의 실명을 담지 못한 이유는 중국의 정치 상황에서 기술 영웅에 대한 정보 제공이 민감하게 여겨질 것을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또 이 책의 기술적인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해주신 김태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자료 조사를 맡은 이시은씨의 도움도 컸습니다.
중국의 첨단 기술 굴기에 맞설 방법은?
이공계 천재 조기 발굴, 기술 역량 갖춘 소기업 집중 지원, 기술 인프라(AI반도체 등 기술 기반)의 구축과 효율적 배분, 이 세 가지는 제대로 이뤄져야 합니다. ‘7세 고시’에 학부모들이 목숨 걸고, 이공계 천재들이 의대나 낮은 차원의 AI 서비스 사업에 몰려드는 한국의 현실을 하루 빨리 바꿔야 합니다. 다만 제 책은 중국의 AI산업이 얼마나 위협적으로 발전했는지를 주로 담고 있습니다. 경쟁국의 전략과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면 우리가 나아갈 길도 선명하게 알 수 있지 않을까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딥시크 딥쇼크
출판사 | 미래의창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