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안고 기댈 곳을 찾는 이들의 이야기
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삶을 계속 이어가는 것 자체가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돌봄의 결과라는 걸 깨닫았습니다. 책을 한 권씩 출간할 때마다 그 생각이 더 강해집니다.
글 : 출판사 제공 사진 : 출판사 제공
2025.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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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장편소설상과 문학수첩작가상을 나란히 수상하며 등단과 동시에 주목받은 서유미 작가의 첫 짧은 소설 『보내는 마음』이 출간되었다. 돌봄의 고단함, 연인과의 이별처럼 누구나 일상에서 마주할 법한 상처를 보듬는 이야기 열두 편을 엮었다. 이번 소설집에서 서유미 작가는 평범한 사람이 지닌 보통의 마음을 섬세한 손길로 세밀화처럼 복원한다. 다친 감정을 돌보고, 내면의 상처를 수선해 마침내 앞으로 나아갈 힘을 건넨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무언가 새로 시작하기 좋은 계절, 다시 한 걸음 내디딜 용기를 불어넣어줄 서유미 작가를 만났다.


 

 

『보내는 마음』은 작가님께서 처음 선보이는 짧은 소설입니다. 수록작 중 일부는 채널예스를 통해 연재하셔서 책으로 다시 만나 더 반갑습니다. 어떻게 짧은 소설 집필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그리고 연재 때 발표하신 작품을 책으로 묶는 과정에서 바뀐 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짧은 소설 출간은 처음인데 다른 책을 냈을 때보다 마음이 봄날처럼 가볍고 산뜻합니다. 이번 소설집은 <채널예스>에 연재했던 짧은 소설 여섯 편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반 년 동안 한 달에 한 편씩 쓰다 보니 전체적인 흐름이나 그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책으로 묶을 때 인물의 마음이 좀 더 드러나는 방향으로 퇴고하려 했고 처음보다 분량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연재를 따라 읽으셨던 독자분들도 조금씩 늘어난 마음의 문장들을 찾아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작가님은 창비장편소설상과 문학수첩작가상을 동시에 수상하시면서 등단 첫해부터 장편소설로 많은 사랑을 받으셨어요. 작품 활동을 하시며 오랫동안 글쓰기 수업도 이어오셨는데요. 장편소설과 단편소설, 그리고 짧은 소설은 작품 구상과 집필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글쓰기를 꿈꾸는 분들께 각각의 서로 다른 매력을 소개해주세요. 

저는 장편소설 덕분에 작가가 되었고 초기에는 장편소설을 더 많이 출간했습니다. 2012년에 첫 소설집을 펴낸 뒤로 창작 수업을 계속 해오고 있는데 수업에서는 짧은 소설과 단편소설 쓰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설은 짧은 소설, 단편과 장편, 각 분량에 따라 집중하는 포인트와 생각해야 할 지점들이 달라집니다. 여행에 대해 쓴다고 하면 짧은 소설은 여행에서 본 것이나 만난 사람처럼 어떤 순간이나 감정에 집중하는 스틸컷에 가깝습니다. 단편소설은 인생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짧은 소설에 비해 서사의 줄기가 하나 더 추가됩니다. 장편소설은 여행의 여정뿐 아니라 여행을 가게 된 이전 상황이나 여행이 끝난 뒤 일상에 복귀한 내용까지 다룰 수도 있겠지요. 훨씬 더 긴 시간과 서사를 담게 됩니다. 그래서 단순히 길이의 차이가 아니라 무엇을 보여주고 싶으냐에 따라서 다르게 생각해주시면 더 좋은 소설을 완성하실 수 있을 거예요.

 

 ‘보내는 마음’은 책에 수록된 마지막 작품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소설집 제목을 ‘보내는 마음’으로 정하신 이유와 표제작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표제작인「보내는 마음」은 코로나19 기간을 지나면서 쓴 단편소설입니다. 사랑을 잃고 삶에도 지친 ‘인정’이라는 인물이 제주도에 가서 오래전 자신을 돌봐주었던 이모할머니를 만나는 며칠 동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 안에는 털어내지 못한 연인에 대한 미련을 떠나보내려는 마음과 애틋한 존재들에게 보내는 고백의 마음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이 소설집에서 여러 편에 나누어 다루고 있는 주제를 제일 잘 아우르는 소설인 것 같아서 표제작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표제작으로 결정하는 순간 마음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가 하면 책을 시작하는 첫 번째 작품의 제목은 ‘돌보는 사람’입니다. 『보내는 마음』에는 길고양이를 돌보거나, 아이를 양육하고, 노년의 환자를 간병하는 등 다양한 돌봄의 모습들이 그려집니다. 작가님께서는 『돌봄과 작업』이라는 에세이에도 참여해주셨는데요. ‘돌봄’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 여쭤봅니다.

저는 돌봄 자체보다 돌보는 마음에 관심이 더 많았습니다. 누군가를 돌아보는 마음, 생각하고 헤아리는 마음. 직접적인 돌봄에는 약간 알레르기를 느끼는 쪽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삶을 계속 이어가는 것 자체가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돌봄의 결과라는 걸 깨닫았습니다. 책을 한 권씩 출간할 때마다 그 생각이 더 강해집니다. 글을 쓰는 건 작가지만 물성을 가진 책이 되어 세상에 나오기까지 편집자, 디자이너, 마케터와 제작 담당자 등 많은 분들의 돌봄이 필요합니다(제가 모르는 손길들이 더 많겠지요). 책이 나오면 독자분들의 도움이 절실하고요. 그런 면에서 우리는 사는 동안 가족, 친구, 동료, 타인과 가깝고도 느슨한 돌봄을 끊임없이 주고받는 셈이지요. 커피 한 잔을 줄여 누군가를 후원하고, 가방에 사료를 챙겨 다니고, 아픈 친구를 위해 죽을 쑤거나 영양제를 주문하고, 어른의 안부를 묻고 찾아뵙는 것 같은 사소한 돌봄이 이어진다면 우리 삶은 꽤나 풍요로워지리라 생각합니다.    

 

『보내는 마음』에 실린 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 상실과 상처의 순간들을 지나며 기댈 곳을 찾습니다. 수록작 「무너지는 순간」에는 “연인과 헤어진 뒤에 마음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고 데이트 앱에 접속하는 사람도 있고 폭식을 하거나 친구들과 만나서 미친 듯이 노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이 세계에서 받는 고통 속을 무언가와 함께 지나간다. 나에게는 그것이 옷일 뿐이었다.”(35쪽)라는 대목이 나오기도 합니다. 살면서 상실과 상처의 순간들을 마주했을 때 작가님은 무엇에 기대어 그 시간을 건너가시는지 궁금합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예기치 못한 상실과 무너짐을 겪은 뒤 기댈 만한 곳을 찾아가는 여정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다양한 시도들을 하며 기댈 곳을 찾으려 애썼고 그중에는 제가 의지할 만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저를 더 무너지게 하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삶에서 힘든 일을 만날 때마다 저는 종교와 예술, 가족이라는 세 꼭짓점으로 이루어진 삼각형에 기대어 막막한 터널을 지나가곤 합니다. 가족은 저에게 유대와 존재의 의미를, 책과 음악, 영화, 그림 같은 예술은 환희와 도전을, 종교는 위로를 선사해줍니다. 물론 스콘과 커피처럼 좋아하는 음식의 도움을 받을 때도 많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느낄 법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린 덕분에 읽으면서 공감할 수 있는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작가님께서는 이 소설들이 어떤 독자님들께 가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셨는지요.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분들, 그리고 소설을 읽고 싶지만 거리감이 느껴지거나 무겁다고 생각하셨던 분들이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제일 크고요. 일상에 지치고 사람에게 치이고 사랑을 잃어서 힘든 분들이 읽으신다면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실망해서 마음이 무너지는 분들이 계시다면, 이 소설집 안에도 그런 인물들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난해 사랑받은 『밤이 영원할 것처럼』에 이어 『보내는 마음』을 읽을 수 있어 반갑습니다. 다음 책은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 여쭤봅니다. 

단편소설집과 짧은 소설을 연달아 출간하면서 장편소설을 쓴 지 오래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길게 쓰고 싶은 이야기도 생겼고요. 그래서 요즘은 새로 쓸 장편소설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쓰고 있던 단편을 마무리한 뒤에 본격적으로 써보려 합니다. 오랜만에 쓰는 장편소설이라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됩니다. 상실과 회복에 대한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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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