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 교수는 그의 첫 저서 『그림 따지는 변호사』를 통해 미술 작품을 중심으로 여러 예술가의 일화나 작품에서 출발한 다양한 법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저자의 묻고 따져보자는 재밌는 시각은 어느새 독자들에게 그림을 다양하게 관찰해 볼 수 있는 통찰력을 길러준다.
『그림 따지는 변호사』라는 책을 통해 처음 독자들과 만나게 되셨는데요. 먼저 저자님의 간단한 소개와 함께, 출간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성신여자대학교 법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재훈입니다. 저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거쳐 2013년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변호사로서 길을 걷기 시작한 해에 아츠앤컬쳐라고 하는 예술종합매거진의 칼럼니스트로 합류했어요. 그때부터 법률과 예술을 통합한 칼럼을 매달 기고했고요. 현재도 칼럼은 쓰고 있지만, 기고를 시작한 지 햇수로 13년이 지나면서 130여 편의 그림과 음악, 소설 작품의 이야기 중에서 독자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주제를 선정해 다시 내용을 보완하고 정리하여 책으로 출간한 것입니다. 그림 속에서 엿보는 아주 사소한 세상 만물에 관한 이야기부터, 심각한 사건・사고가 얽힌 예술 속 이야기까지, 다양한 그림과 이야기가 담긴 『그림 따지는 변호사』를 독자들께 소개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책 제목인 『그림 따지는 변호사』가 너무 독특해요. 따진다는 의미를 어떻게 사용하게 되신 것일까요?
제목 선정에 사실 고민이 많았습니다. 원래 제 칼럼은 “예술 속 법률이야기”이지만 하나의 책으로 엮을 때는 책 내용이 제목을 통해 압축적으로 표현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꽤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해서 결정한 제목이에요. 우선 ‘따지는’이라는 의미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문제가 되는 일을 상대에게 캐묻고 분명한 답을 요구한다.”라는 의미로 설명하고 있어요. 조금은 부정적인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실제로 YES24에서 검색해 보면 ‘따지는’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책이 있는데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셨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따지는’의 의미를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분석한다.’라는 의미에 더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림이나 음악을 포함한 예술에 대하여 법적인 관점에서 사색해 본다거나 검토해 본다는 의미로 더 와닿으시면 좋겠습니다.
재밌는 것이 책날개에 ‘규율에 기반한 유연성을 추구한다.’라는 문구가 쓰여있는데, 이것은 무슨 뜻일까요?
제 성장의 밑거름인 공학과 법학은 원칙적으로 엄격하게 정립된 규율에 가깝고, 몸에 익히려면 꾸준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해요. 그러나 이후에도 규율에 따라서만 산다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명체로서의 인간의 모습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유의 'Love wins all'의 가사처럼, 고도로 계획된 우주비행에서 비행사가 정작 자유롭게 유영하듯이, 계획형 인간이지만 다채롭게 변주하는 살아있는 인간으로서, 프레임을 벗어나 창의적으로 살아가자는 의미를 담은, 어릴 때부터 스스로 만든 가치관입니다.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나 화가도 『그림 따지는 변호사』에서 상세하게 만나볼 수 있는데, 이런 그림에 대한 글은 어떻게 쓰시기 시작한 것일까요? 그리고 독자들이 평소에 접하지 못한 작품은 그 자체로도 생소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가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요?
프랑스 화가인 앙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 여인》하고 네덜란드 화가인 얀 파이의 《사냥개와 전리품》은 제가 먼저 이 그림들을 접하고 칼럼을 쓴 케이스에요. 뉴욕에 갈 기회가 있어서 주로 모마(MOMA)라고 줄여 부르는 뉴욕 현대 미술관에 간 적이 있어요. 여기에서 작품들을 직접 보고 느낀 후에 우리나라에는 집시가 있을까? 우리나라는 사냥 전리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등을 고민해 보면서 글이 완성되었답니다. 사실 국내에 자료가 많지 않으면 내용을 확인하는 데도 시일이 꽤 걸리기 마련이에요. 그래도 평소에 접하지 못한 작품은 저도 새로운 그림을 알아간다는 즐거움으로 해외 사이트나 도서를 통해 내용을 정리했어요. 때로는 미술 관련 논문도 찾아보기도 했고요. 루마니아 작가인 이온 크레안거의 경우에는 루마니아어도 번역 프로그램을 돌려가며 공부했답니다.
대단한 노력으로 만들어진 책이군요. 『그림 따지는 변호사』에는 평소에 자주 보는 작품들도 눈에 띄는데, 이런 작품들을 통해 어떻게 이런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을 담으셨는지 신기합니다.
현대인으로서 간과할 수 없는 이슈가 바로 기후 위기입니다. 『그림 따지는 변호사』의 마지막 이야기를 시슬레의 《홍수가 난 마를리항》과 기후 위기로 장식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자주 접했던 작품을 통해 우리나라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있다는 것이 쉽게 연상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누구나 한 번쯤은 봤을 법한 클림트의 《키스》도 소개하고 있어요. 그런데 주된 내용은 클림트의 오랜 연인으로 잘 알려진 루이스 플뢰게를 이야기하면서 우리 「민법」이 정한 혼인신고를 한 관계, 즉 법률혼 관계와 함께 현대 사회의 복잡성을 보여주는 사실상의 혼인 관계, 즉 사실혼 관계를 쉽게 풀어보았습니다. 독자들이 어려운 법 이야기에 조금은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조력자 역할을 시슬레와 클림트가 하고 있는 것이죠.
책 표지도 사실 굉장히 감각적인데요. 드가의 ‘발레 리허설’을 고른 이유가 있을까요?
책 표지로 드가의 《발레 리허설》 이외에도 바스네초프의 《잠자는 여왕》 등도 후보였어요. 제가 좋아하는 그림들이 많아서 고민을 꽤 했는데요. 일단 책 표지를 그린 색으로 먼저 정한 후 그 색에 가장 잘 어울리는 그림을 고르다 보니 바로 《발레 리허설》로 낙점이 된 것이지요. 거기에 북 디자이너님의 세련된 솜씨가 더해져서 서재나 카페의 서가에 놓아도 은근한 멋을 풍기는 감각적인 아이템이 된 것 같습니다.
『그림 따지는 변호사』는 미술과 법률 두 장르를 섞어 표현한 기존의 책들과는 차별화가 된다고 보여요. 모든 독자들이 이러한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독자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그림 따지는 변호사』를 통해 그림을 새롭게 보는 관점을 공유하고 싶어요. 제가 그림을 얼마나 잘 알고 또 남들이 모르는 화가의 생애를 얼마나 재밌게 이야기할 수 있느냐 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저는 그림을 통해 법학적인 요소를 생각해 내고 이를 끝까지 고민해 보는 것을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봅니다. 따라서 법학에 관심 있는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및 일반인들이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감상하면서 사회에서 발생하는 그와 관련된 이슈를 법학적 관점에서 함께 고민하고 함께 즐겨봤으면 좋겠어요. 독자분들께서도 여러 나라의 예술작품을 감상하면서 그와 관련된 사회적 배경을 대한민국으로 바꾸어 보는 새로움, 또 법학자와 함께 다채로운 공상을 해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확장해 나가는 즐거움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그림 따지는 변호사
출판사 | 예미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