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의 시선으로 죽음 바라보기
인류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다루는 대상이 많고 범위가 넓기 때문이에요. 그렇지만 나를 포함한 우리를 알아보는 학문이 인류학이라고 생각하면 쉽지 않을까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5.01.22
작게
크게


어느 날 자정 미스터리한 초대장이 도착한다. “당신을 유령클럽으로 초대합니다.” 유령클럽이 보낸 링크를 누르자 어느새 유령들이 가득한 낯선 곳이었다. 유령들의 부탁은 바로 잃어버린 뼈를 찾게 도와 달라는 것! 티베트, 노르웨이, 중국, 파나마에 이르기까지 매일 0시가 되면 유령들과 떠나는 전 세계 죽음 여행이 시작되는데….


『0시의 인류학 탐험』은 청소년 분야에서는 흔치 않게 죽음을 주제로 다룬다. 죽음이라고 하면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가 떠오르지만 이 책은 정반대다. 전 세계의 기상천외한 장례 문화와 죽음관을 판타지 세계관의 이야기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인류학자인 저자는 “언젠가 찾아올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고 마주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삶을 위해 죽음을 공부해야 한다는 저자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0시의 인류학 탐험』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인류학이라고 하면 어렵다는 인상이 있는데, 쉽게 설명해 주신다면요?

인류학은 말 그대로 인류를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인류는 바로 ‘우리’를 가리키는 말이니 인류학은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난서를 포함한 우리 모두를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따라서 인류학은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사는지부터 사람들이 모여서 이룬 집단인 사회와 그 사회를 구성하는 문화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어요. 사람에 관한 모든 것, 다시 말해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인류학의 대상이 된다는 말이에요. 이 책에서는 죽음을 주제로 다루는데요. 삶의 끝인 죽음과 죽음의 의례인 장례도 인류학의 대상이 되는 거죠. 

인류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다루는 대상이 많고 범위가 넓기 때문이에요. 그렇지만 나를 포함한 우리를 알아보는 학문이 인류학이라고 생각하면 쉽지 않을까요? 

 

이 책은 청소년 인문 교양서인데 소설처럼 쓰였어요. 인류학을 연구하시면서 어떻게 스토리텔링에도 능하신가요? 소설 형식으로 써야겠다고 결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요즘 웹툰이나 웹소설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어요. 그건 그 콘텐츠들이 재미있으면서 읽기도 쉽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인문학 교양을 웹툰이나 웹소설처럼 흥미롭게 전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죽음과 장례는 자칫 어렵거나 무거울 수 있는 소재이니 더욱 밝고 가볍게 다루면 좋겠다 싶었어요. 또 하나로 내용을 전달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예부터 이야기였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책 속의 ‘유령클럽’이라는 공간이 판타지 애니메이션처럼 흥미로운데요. 어떻게 지금의 세계관을 만드셨나요? 

‘에디슨이 전기를 발명한 이후, 오랜 세월 인류와 함께 살아왔던 유령들이 불빛 속에서 약해지고 사라져 간 것이라면?’ 이러한 발상에서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먼 과거에는 밤이 되면 자유롭게 세계를 오가던 유령들을 한 자리에 모으면 재밌겠다 싶었습니다. 유령도 죽기 전에는 사람이었으니 저마다 기억이 있고, 자기 나름의 이야기가 있을 테니까요. 그들과 함께 세계를 자유롭게 여행하고 지식을 쌓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유령클럽이라는 세계관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유령 캐릭터가 등장하잖아요. 그중에는 실존했던 인물들도 있고요. 어떻게 캐릭터를 구상하셨나요?

유령 캐릭터를 떠올릴 때는 대체로 여행하는 지역에서 실제로 살았던 사람을 고르려고 했어요. 티베트의 밀레라파나 영국의 해적이자 제독이었고 콜럼버스 이후 두 번째로 세계 일주를 한 드레이크, 노르웨이의 스노리 등은 실제로 존재했던 유명한 인물들이에요. 그 밖의 유령들도 각각의 이야기에 잘 어울리는 캐릭터이게끔 나이와 성격, 성별 등을 고민했어요. 말투가 희한한 고대 파라오, 쾌활한 성격의 20대 여성,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 등 다양한 모습을 담으려고 했죠. 이렇게 실존 인물이나 실제와 가까운 모습의 사람을 고른 것은 장례가 구체적이고 현실성이 있는 것임을 보여 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를 통해 주인공 난서를 비롯해 청소년 독자가 죽음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랐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장례 문화와 죽음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다뤄주셨는데요. 작가님이 가장 인상적으로 느낀 장례는 무엇이었나요? 

책에서 소개한 장례 문화 모두 인상적이었어요. 딱 하나 고르자면 티베트에서 행하는 천장(독수리에게 시신의 살과 뼈를 먹이는 장례)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어요. 예전에 티베트에 처음 갔을 때 천장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적잖이 놀랐어요. 그때 장례와 죽음이 지닌 의미와 힘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죠. 장례가 죽음을 살아 있는 세계에서 공식적으로 사라지게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천장은 겉보기에 끔찍하지만 실제로는 놀라움을 넘어 경이로움까지 느끼게 했거든요. 그 이후, 죽음은 우리 곁에 찾아오는 것이기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죽음을 쉬쉬하는 분위기가 있잖아요. 아이들에게 죽음을 이야기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인식도 있고요. 작가님은 청소년이 이 책을 어떻게 보길 바라시나요?

 

인류 역사에서 죽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어요. 어느 철학자는 죽음을 인간이 넘어설 수 없는 ‘한계 상황’이라고 표현했어요. 말 그대로 맞서 싸울 수 없는 거대한 거인과도 같은 것이 죽음이에요. 한편으로 낮이 지나면 밤이 오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 것처럼 언젠가 죽음이 찾아올 것이기에 맞서 싸울 이유도 없겠지요. 낮과 밤이 하나가 되어 하루가 되고, 사계절이 모여 1년이 되는 것처럼 죽음도 삶의 일부분으로 생각하면 좋겠어요. 그래서 죽음은 아주 멀리 있으나 언젠가 만날 친구처럼 잊지 않고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장례를 ‘축제’라고도 표현한 것은 이 때문이에요. 우리는 언젠가 죽겠지만 오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겁게 살아간다면 죽음을 가장 잘 이해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0시의 인류학 탐험』는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죠. 두 번째 책에서 주인공 난서가 또 어떤 여행을 떠날지 궁금합니다. 살짝 이야기해 주신다면요? 

주인공 난서는 자기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알기 위해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 그러니까 첫 번째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다시 유령클럽을 찾습니다. 그리고 현재 인류의 첫 어머니인 ‘운 좋은 어머니(미토콘드리아 이브)’를 만나고 유명한 인류학자의 도움을 받아 700만 년에 걸친 고대 인류의 역사를 탐험하게 되는데요. 인류는 700만 년 전 조상이 같았던 침팬지와 갈라지며 밀림에서 쫓겨났고, 생존을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두 발로 걷고 도구를 만들었으며 불을 사용하고 뇌의 크기를 키웠습니다. 침팬지는 지금도 그때와 다름없이 살고 있지만, 힘이 약한 존재였던 인류는 과거 인류를 위협하던 사나운 맹수를 동물원에 가두었고 우주를 향한 탐사선을 보내는 놀라운 업적을 이루었지요. 두 번째 책에서는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고, 어떤 변화가 인류를 위대한 존재로 만들었는지 난서와 함께 탐험할 예정입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0의 댓글

0시의 인류학 탐험

<이경덕>

출판사 | 다른

Writer Avatar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